책 냄새를 푹푹 맡고 싶은데 마을 도서관은 책이 맨날 그날이 그책인건 내 느낌인지 진짠지 정말 항의하고 싶어지지만 막상 그렇게는 못하고 일단 아이를 유치원에 등원시킨 후 책 냄새 맡으러 서울 가는 버스를 탔다. 아, 서울 가는 버스 오랜만이다. 알라딘 중고서점을 목적지 삼아 갔는데 사실 강남으로 갈까 종로로 갈까 고민하다가 버스 한 번에 가는 걸로 결정, 종로다.

버스를 타고 가며 오랜만에 팟캐스트를 듣는다. 출근할 땐 매일 팟캐스트와 함께 했는데 요샌 버스 탈 일이 없으니 잘 듣지 못한다. 오늘 들은 것은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인데 작가가 읽어준 책은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만>이었다. 사실 일본 소설은 장르 소설 외에는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읽을 때마다 매혹적인 느낌은 받고는 했었는데 이 책을 듣다보니 역시나 또 혹~~하고 말았다. 다음에 세계문학전집을 사게 되면 이 책이 꼭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마치 못 올 때 온 촌사람처럼 서점에만 들러서 집으로 오는 버스를 타는 그 여정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 멋없다. 혼자 나온 김에 카페에 혼자 앉아 차도 마시고 할 것을 책을 먼저 사는 통에 무거워서 얼른 집에가고픈 생각만 났다ㅠㅠ 그래도 책냄새 실~~컷 맡았으니 그걸로 만족하련다. 그나저나 최근엔 강남점만 갔더니 종로점이 또 낯설다. 이놈의 낯가림은 참..어쨌든 좋은 책 사서 오니 기분은 좋다. 그럼 오늘 산 책!
하하하 드디어 이 책을 사는구나!
사실 <위험한 관계>는 <채털리 부인>과 더불어 읽어보고 싶었던 욕망의 책 리스트였는데 딱히 급한 책이 아니다보니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물론 영화화된 작품들은 여러 편 봤지만 원작의 즐거움(?)은 아직 맛보지 못했던 차에 떡 하니 있는 게 아닌가, 단 한 권. 그것도 착한 가격에!
표지가 너무 요란하지 않아 여러 판본들 중에서 유독 탐냈었던 것이 문학과지성사판이었는데 이렇게 만나니 우린 인연인가 봅니다^^ 이 책 하나로도 무척 만족한 나들이였다.
개정판이 나온 김경주 시인의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의 구판이 있었다. 사실 중고서점에서 구하기 어려운 장르 중 하나가 바로 시집이다. 그런데 김경주 시인의 이 시집이! 집에 <기담>과 <시차의 눈을 달랜다>만 있고 이 책이 없었는데 또 이런 인연이! 만족에 만족을 더하는 나들이! 개인적으로는 이 시집의 시들이 좋다. 근데 왜 이 책만 없었을까? 없어서 더 좋았나??^^
심윤경 작가님 소설을 한 번은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에서 이동진 작가가 이 책을 살짝 언급했을 때에도 읽어야지 읽어야지 마음만 들고 읽지 못했던 그 마음이 살짝 빚진 것 같았는데 오늘 종로점엔 심윤경 작가님 책이 많았다. 그중에도 <이현의 연애>가 깨끗한 상태로 많아 얼른 구입했다. '연애'라는 말만 읽어도 기분이 좋다.
이 책은 불교 서적을 즐겨 읽으시는 엄마를 위해 구입한 책인데 불교 서적을 찾기 위해 서가를 살피는데 기독교 서적은 책꽂이3칸을 다 차지한 반면 불교 서적과 천주교 서적은 대략 한 스무 권 정도밖에 없었다. 그모습에 괜히 반감이 생겨 기독교서적은 읽지 말아야겠다며 ㅋㅋ 여하튼 그 적은 불교 서적 중에 엄마 입을 통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스님의 책을 골라봤다.
집에서 이 책 <영원에서 영원으로>를 보시더니 엄마는 불필스님이 성철 스님의 따님으로 필요없다고 하여 불필이라 부른다고 하신다. 하!
오늘 책값의 1/4을 차지한 책이다 ㅋㅋㅋ 생색 좀 냈다 ㅎㅎㅎㅎ

아이책은 사지 않으려고 했는데 제목이 나를 사로잡는 책이 있어 일단 구입했다. 그런데 집에 오니 아들은 나를 지저분한 사람 취급을 하며 이 책은 거들떠를 보지 않는다. 이상하다? 이맘땐 똥 다 좋아하지 않나? 거기다 제목도 <똥은 참 대단해!>라는데 말이다. 펼쳐보니 정보그림책인데 그림이 썩 맘에 들던데 난. 그나저나 웅진 주니어에는 허은실 작가만 있는 줄 알았는데 허은미 작가도 있네? 자매신가?? 헉 검색해보니 자매가 맞단다 ㅎㅎ
서점에서 읽고 그 따뜻한 분위기에 반해 구입한 책이다. 역시 아들도 이 책을 보자마자 정말 좋다고 행복해한다. 똥은 더럽다더니 고운 건 또 알아가지구선!
베드타임북으로 좋을 이 책은 판화기법을 쓰고 단순한 색채를 사용하고 있지만(그것도 블루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 반전 매력이다.
동물이라면 질색을 하는 아들이라 사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호기심에 열어보니 흥미로운 내용이어서 구입해 보았다. <큰 동물 작은 동물>은 크기가 확연히 다른 두 종류의 동물을 그림으로 대비시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동물이 절대 약자가 아니게 표현한 점이 맘에 든다.
이제 서울국제도서전을 기다려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