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 내내 커피를 곁에 두려고 했다. 물론, 집에서 필립스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이거나 마트에서 산 도토루 커피였으니 이 책의 커피맛과는 천양지차일 테지만 말이다. 지금 마시는 것은 케냐AA원두를 믹서기로 갈아서 커피메이커로 내린 ㅠㅠ ㅋ 이 커피를 마시며 이 책의 밑줄을 정리하며 나도 낯선 곳에서 마실 커피 한 잔을 꿈 꿔 본다.

 

 

 

 

 

 

Part 1. 유럽

 장난기도 심하고 일도 요령 피우며 하는 것 같던 바리스타가 한 잔 한 잔에 정성껏 무게를 재는 모습을 보니 약간은 숙연해졌다.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인생을 배우고 간다. 말투는 다소 건방져도 커피 한 잔에 최선을 다하는 바리스타가 있는 프루프록. 그토록 비범한 수준에 이르기 위한 만 시간의 노력이 무척이나 고맙다. 

in 프루프록 커피

 

 

레 뒤 마고가 유명해진 이유는 20세기를 상징하는 파리의 지성들과 문학인들의 아지트였다는 점도 한 몫한다.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프랑스 혁명과 20세기 실존 철학까지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커피라는 친구가 생긴 덕분에 호강하는 것 같았다.

in 레 뒤 마고

 

유럽의 커피는 커피 맛도 맛이겠지만 레 뒤 마고의 경우에 커피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하니 분위기가 주는 맛이 따로 있을 것 같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가 그 분위기만으로도 사람을 설레게 하듯이 말이다.

 

Part 2. 오스트레일리아

 

 

in 싱글 오리진 로스터

 

 

오스트레일리아가 한 챕터를 차지할 정도로 커피 강국인 줄은 처음 알았다. 오스트레일리아 커피만의 특색인 피카디 글라스가 기억에 남는다. 

 

Part 3. 미국

 

이 정도로 강렬한 에스프레소는 처음이었다. 커피는 항상 의외의 부분에서 사람을 놀라게 하고 편견을 바꾸어놓는다. 이렇게 예측 불허라서 놀라기도 하고 겸손해지기도 한다. 그동안 블루 보틀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 경험으로 명쾌하게 정의됐다. 분위기가 좋고 간식이 맛있더라도 결국 하이라이트는 커피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in 블루 보틀 커피, 민트 프라자 매장

 

커피는 원래 쓰지 않으며 달콤하고 부드럽고 향기롭다는 사실이 일부 사람들만 아는 비밀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in 블루 보틀 커피, 페리 빌딩점

 

 

우리 나라 사람들은 제대로 된 커피를 맛보기 전에 인스턴트 믹스 커피나 자판기 캔커피에 입맛이 길들여진 탓에 커피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나 역시도 원두 커피 보다는 달달한 다방커피를 당을 충족시키기 위해 먹곤하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커피가 달콤하다니! 궁금하다 그 맛!

 

Part4. 일본

 

오래된 기사텐 스타일의 매장이지만 로스팅 머신 청소에 최선을 다하는 것 같았다. 최근 잇 스타일 커피를 지향한다며 시도만 다양한 로스팅이나 머신 관리는 뒷전이 매장보다는 독특한 방법을 연구하고 매진하면서 가치를 만들어가는 람부르의 모습이 훨씬 좋아 보였다.

in 카페 드 람부르

 

커피 바에 오래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아내가 슬슬 불안해 했다. 빠듯한 예산에 자꾸 커피 원두와 기구를 사는 내 모습이 물가에 놓은 어린 아이처럼 불안해 보였다고 하는 아내의 말에 조금 민망해졌다.

in 노지 커피

 

일본이 커피에서도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거로구나 싶어 샘이 나기도 했다. 람부르의 오래된 커피머신이 깨끗하게 청소된 부분을 읽었을 때 난 뻥튀기를 먹고 있었는데 문득, 이 뻥튀기 기계는 언제 청소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 급 식욕을 잃어버렸다. 노지 커피에서 원두와 소품들을 사는 저자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아내의 모습은 책을 사는 나의 모습과 이를 바라보는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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