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엔 책을 계획보다 엄청 많이 샀어요. 사실 수입이 없는 시기라 한 달에 5만원 정도만 지출하자고 다짐했는데 25만원이 되어버렸죠ㅠㅠ 그래도 마음은 배불러요 ㅎㅎ
또 받은 책도 많아 읽을 책이 정말 풍족한 편이지만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 갖고 다니기가 애매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그 장소에 있는 책을 그곳에 갈 때마다 이어서 읽곤 합니다.
1) 동사무소 문화센터에서 읽고 있는 책
벌써 한 달 정도 읽은 것 같은데 친구 아주머니들과 수다를 떨다보면 사실 하루에 몇 장 못 읽어요. 그래서 오늘에야 겨우 한 챕터가 끝났지요. 오늘같이 볕이 좋은 날이면 한 30분 정도는 혼자 바깥 벤치에 앉아서 집중해서 읽다가 접고 안으로 들어가 함께 수다를 떨어요. 비교적 좋은 책들이 많은
편이라 이전엔 <여울물 소리>를 집에 있는 책과 그곳에 있는 책을 번갈아가며 읽었더랬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시오노 나나미의 르네상스저작집 중 <르네상스의 여인들>입니다. 그 시리즈 중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을 무척 흥미롭게 읽은 터라 모두 읽고 싶었던 참인데 이 책이 그곳에 있어 매우 반가웠어요.
<체사레보르자....>를 읽으면서도 여인들의 이름이 자주 나오는데 그 때마다 이 책이 정말 궁금했어요. 전 지금 첫 번째 여인인, 이사벨라 데스테를 읽었어요. 그녀의 좌우명은 '꿈도 없이, 두려움도 없이'라고 해요. 굉장한 전략가였던 그녀의 삶은 저완 다른 스타일이지만 60년이 넘는 그녀의 삶 어느 부분도 열정적이지 않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 무척 존경스럽더군요.
오늘 읽기 시작한 루크레치아 보르자는 당시로선 평범한 규수였지만 비범한 아버지와 오빠를 둔 탓에 굴곡 많은 삶을 살아가는데 많이 안쓰럽더군요. 이사벨라 데스테가 자신의 생각대로 삶을 살아갔다면 루크레치아 보르자의 삶에 그녀는 없는 듯 하니까요. 아직 읽지 못한 그녀 외에 카테리나 스포르자, 카테리나 코르나로의 삶이 무척 궁금해집니다. 언젠간 시오노나나미의 르네상스 저작집을 다 읽고 말 거예요. 그녀의 책을 적잖이 읽었지만 매우 흥미로운 시리즈 같습니다.
2) 시립 도서관에서 읽는 책
한 동안 연체 상태였던 터라 빌리지 못하고 계간지를 읽거나 가지고 있는 책을 가져가 읽거나 했었는데 지금은 집에 있는 책과 같은 책을 한 권 골라 지하철을 탈 땐 제 책을 가지고 가서 읽고, 도서관에 들를 땐 그곳에 있는 책을 읽고 있어요. 도서관엔 책이 많아 사실 좀 산만해지는 편이라 아직 진도가 많이 나가진 못했네요. 하지만 이 방법이 괜찮은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다고만 생각했는데 빌리지 않고 집에 있는 책을 함께 읽는 방법! 추천해 주고 싶어요.
지금 그렇게 읽고 있는 책은 <올리버 키터리지>에요. 작년에 출퇴근 시간에 즐겨 듣던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에 소개되었을 때 무척 흥미로워 그때 사 두었다가 이제사 읽게 되었네요. 김영하 작가의 육성으로 들었던 부분을 읽다보면 그 뒤에도 여전히 귓가를 맴도는 김영하 작가의 목소리에 혼자 슬쩍 웃기도 한답니다. 환청인거죠?ㅋㅋ
읽기 전에 책날개에 소개된 작가 소개란이 무척 인상적이에요. 이 책이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사실 보다 작가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창작에 대한 집념이 놀라웠어요.
“작가가 되겠다면 포기하지 말며,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 그럴 수 없다면 계속 글을 쓰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필사하며 습작을 게을리하지 말라”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되'라는 말이 주는 숙명적 느낌이랄까 집념이랄까 하는 부분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바로 그 소설이 이 소설인 셈인 거죠. 전체적인 느낌은 책을 다 읽어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 읽은 바로는 무척 섬세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따뜻할 것도 같은데 아직은 뭔가 위기가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듭니다. 빨리 도서관에 가고 싶고 지하철을 타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 올리버 키터리지 편>
Wed, 4 April 2012
생이 쓸쓸하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