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계, 개화차, 자전거 작은 역사 2
정하섭 글, 조승연 그림 / 보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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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작은 역사' 시리즈의 신간이 새로 나왔다. 자전거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자전거 이야기가 '작은 역사'라고?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내가 알고 있기로 '작은 역사' 시리즈는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을 위한 역사 그림책이기 때문이었다. 첫 장을 펼쳐보니 역사의 한 장면이 아니라 자전거에 대한 정의가 먼저 시작된다. 한참을 읽다보니 프랑스와 독일의 자전거 이야기가 지난 다음 (책의 중반부 쯤에서) 조선의 자전거 이야기가 나온다. 이 점이 '작은 역사'와 어긋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의 역사란 세계 속의 역사 그 안에서 가르쳐야 맞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책에는 아주 많은 정보가 들어가 있다. 자전거의 정의,자전거의 구성 요소, 자전거의 발달 과정 등이 빼곡히 글자와 그림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럴 경우 흔히 지루하거나 딱딱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한 것이 스스로도 신기했다. 우리가 이야기글에서 느끼는 스토리도 없건만 단순히 정보를 주는 글밥이 이렇게 안지루할 수 있는가 싶어서 저자의 이름(정하섭)을 확인해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 있어서는 글이 그림에 우위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책을 보면서는 이례적으로 인상적인 문장들이 있어 포스트잇을 붙여놓기도 했다.

 

자전거는 낭만과 모험을 상징하는 탈것이었어요. (17쪽)

사실 자전거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탈 것이에요. 누구나 특권 없이 오로지 자기 힘으로 바퀴를 굴려야 하니까요. (21쪽)

 

와 같은 문장을 읽으니 자전거는 단순한 탈것 그 이상의 발명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도 자전거는 환경, 건강, 자유 등의 상징하는 바가 더 확대되었다고 본다. 다만 아쉬운 점은 27쪽에 우리 나라 근대화 조약에 대한 글에서 그것의 불합리성에 대한 언급이 조금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어쨌든 이 책은 '작은 역사' 시리즈이니 말이다.

 

일제 시대 "쳐다보니 안창남, 굽어보니 엄복동"이란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일본 사람에 앞서 비행기와 자전거를 탄 사람들에 대한 말이니 당시 우리 민족의 한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다양한 의미로 여전히 활성화되고 있는 자전거에 대한 새로 보기가 된 계기가 되었다. 그나저나 조선 시대 자전거 경주에서 어린이들의 세발자전거 경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상상만 해도 귀엽다. 그 그림이 실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소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척 인상적이다. 방금 아빠와 자전거를 타러 나갔던 아들이 돌아왔다. 아들의 노란 자전거가 오늘따라 달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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