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시선
이승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가족이니 아버지, 어머니 이런 제목이 들어가는 책은 일부러 기피한다. 어릴 적 읽었던 책의 신파적인 내용이 싫어서일수도 있고 어떤 의무감이나 무게감을 느끼기 싫어서일 수도 있다. 아마 이 책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아마 이 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30페이지를 넘어가면서부터 부정할 수 없는 존재감을 공감해야만 했다. 그게 바로 이 책이다.

 

 

 

자음과 모음 북카페에서 이 책을 뽑아든 것은 '이승우'라는 작가에 대한 막연한 신뢰감이었다. 이 책은 그런 신뢰감을 확인하는 데에 가장 큰 의미가 있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힘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단단한 문장에 그의 이야기는 어느 새 나의 이야기가 되어 있었다.

 

 

이름을 부르는 것이 그 존재를 긍정하고 인정하는 일이라는 작가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부정해야 할 지 인정해야 할 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버지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내기를 어려워하는 주인공의 태도를 보고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던 것이 아버지를 보자, 자신을 부정하는 아버지를 보자 마치 언제 내가 당신을 부정했냐는 듯이 터져나오는 외침이 마음 아팠다. 나는 당신의 사랑을 원하는데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왜 내게는 당신의 사랑을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는 거냐고! 외치는 듯 해서 많이 슬펐다.

 

평생을 따라다닐 무거운 시선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아는 척을 해야 할 지 모르는 척을 해야 할 지 주인공도 나도 모르는 듯 하다. 아마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고 동시에 통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아들의 운명이라고 해야 하나? 작가는 알게 된 것일까, 그래서 이 소설을 쓸 수 있었던 것일까. 작가는 할 말이 없는 사람일까 아니면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일까? 어쩌면 할 말이 많아 그 말을 다 해버린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럼 나는? 내가 할 말이 있는지 조차도 모르는 사람이다.

 

소설의 마지막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무엇을 쓰고 싶어하는지도 모르며 글을 쓰고 싶어했던 주인공이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과 그가 천내로 가고 싶어했다는 것만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사랑하지 않되, 아들은 그 사랑을 찾아간 이야기. 자식을 위해 희생하고 포기한 부모의 사랑 이야기를 읽을 때보다 어쩌면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더 큰 위로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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