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통각하
배명훈 지음, 이강훈 그림 / 북하우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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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통즉통(不通則痛) 총통각하

 

-배명훈 소설집

 

 

1. 살신성인(殺身成仁)

  MB는 개인인 나에게 무척 의미 있는 존재이다. 작가는 MB 자체를 영감의 원석이라고 일컬었지만 내게 MB는 내가 국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준 인물이다. 그동안 공기처럼 민주주의의 존재를, 정의의 존재를 그저 믿고만 살던 개인에게 MB는 민주주의가, 정의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몸소 알려주었다. 나도 한 150년쯤 동면하고 나야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려나. 아무래도 그 덕분에 과학 기술도 발전하게 생겼다.

 

2. 용호상박(龍虎相搏)

 ‘도 긴 개 긴’이라는 말이 더 맞는 말이지만 뭐 현 정권에서도 겉은 그럴듯하게 말하는 것이 유행이므로 나도 잠시 그 유행을 따라보련다. 날카로운 목소리의 주인공인 가카가 한 가장 상투적인 언어는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語’라 할 수 있는데, 이 말은 그네씨의 유구냉무語와 쌍벽을 이룬다. MB가 떨어뜨린 낙하산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가카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이나 그네씨 주변의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 방패막이를 하는 모습조차도. 결국 낭떠러지에서 팽(烹) 당할테지만. 지금도 MBCompany의 한 사람이 심하게 팽 당할 위기에 처 있다. 그대, 부디 꿈 깨시라! 지금도 냉방노조들이 낭만과 토론 공격을 준비하고 있나이다. 요즘 대선 토론을 보니 굳이 냉방노조가 아니더라도 그네씨는 자폭하는 것 같다. 쪽대본을 읽을 때만 눈이 반짝이는 모습이 내 눈에만 보이는 게 아니라면.

 

3. 체구망욕(體垢忘浴)

자신의 돈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경계하는 가카의 모습, 자신이 지켜야 할 국민에게 물대포를 쏘고 용역을 푸는 행위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지 않은가. 정말 쪽팔려서 이민가고 싶어진다. 과연 우리가 그를 탄생시켰단 말인가? 무엇이 그를 탄생시켰단 말인가? 그의 존재가 이다지도 우리에게 치명적일 수 있을 만큼 우린 이다지도 허물어지기 쉬운 존재였단 말인가. 원망의 화살이 그를 넘어 나를 향하게 된다.(물론 나는 그를 뽑지 않았다. 그런 문제가 아니다.) 씻어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좀 더 단단해져야할 때가 왔다. 그런 때에 더 때를 묻힐 수는 없다. 12월 19일을 반드시 체구망욕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인간의 문명이란 그런 희한한 불순물들이 슥 들어와도 생각만큼 큰 충격을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낼 수 있을 만큼 노련하고 성숙한 무언가라는 소리야. 볶음밥에 당근 몇 개 섞여 들어갔다고 밥상을 엎어버리는 애송이가 아니라는 거지.

- <고양이와 소와 용의 나라로부터>

 

4.지지지지(知止止止)

소설집에서는 그가 악마로 불리기도 하고 ‘미친 놈’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소녀 시대라고 불러줄 수도 있으니 제발 물길 좀 파지 말고, 투명 인간들이 벌이는 불투명한 사건들도 벌이지 말고, 이족보행전차로 물대포를 뿌리거나 겁박주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어찌 모르시는지. 이런 푸념들 비난들도 지치고 지친다만 어쩌면 인내심도 그리 좋으신지 지치시지도 않는다. 이제 그만 그쳐야 할 때입니다.  MB를 두고 구관이 명관이니 따위의 소리는 절대 아니 아니 아니되오~~!

 

5. 기리단금(其利斷金)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게 맞는 걸까, 아니면 그냥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게 맞는 걸까.

-<내년>

 

우리는 지금 뜻이 있되 조금 불안하다. 아직은 그렇다는 말이다. 악마를 봉인하기 위한 초록 연필의 임무처럼, 네 번째 악마를 처단한 용병들처럼 어떤 결단이 필요하다. 두 마음이 하나 되어 악마는 봉인하고 악마와 계약을 맺은 자 모두 폐기되길. 다섯 번째 악마가 나타나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 제발.

 

 

6. 사족(蛇足)

   허윤진 평론가의 평과 배명훈 작가의 작가의 말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소설만큼이나 재미있어 밑줄 쳐가며 꼼꼼히 읽었다. 허윤진 평론가의 말처럼 ‘혁명이 끝났다고?’는 무게 중심의 추라고 할 수 있지만 내 생각엔 책의 중후반에 이 단편이 위치하면 좋겠다. 흉도 자꾸 보면 상대에게 미안해지는 때가 있는데 그 때 무게 중심을 잡고 다시 한 번 약해진 마음도 잡아야 하니까 말이다. 그나저나 가카가 이 책을 꼭 사서 읽으셔야 할 텐데. 아, 그리고 작가님은 이 요상한 이름들은 다 어디서 갖고 오신 걸까? 궁금하다.

 

---------------------------------------------한달 전 쓴 리뷰를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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