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 이병률 여행산문집
이병률 지음 / 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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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안도현 시인은 뺏고 싶은 제목이라고 했다. 나 역시 이 책이 가진 가장 첫 아름다움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바람이 좋다 당신이 분다



바람과 당신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아름다운 주어라는 생각에 그만 오래 숨을 멈추었다.



개인적으로 여행산문집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단숨에 읽어내려간 이 책이 의아했다. 비오는 낮 작은 음악 소리를 배경삼아 혼자 있는 저녁, 남겨진 조금의 책을 읽어가며 이 책이 주던 묘한 느낌의 답을 알게 되었다.



잊고 있었던, 놓치고 있었던 내 마음의 가장 여린 부분을 열어놓는다.

그리고 그 사이에 바람을 불어넣는다. 그러니 당신이 좋을 수 밖에. 내가 웃는다. 그리고 또 웃는다. 불특정한 당신 때문에.



나는 그처럼 떠날 수 없다. 나는 그와 정말 다른 사람이기 때문이다. 낯선 공간도 거리낌없는 몸짓도 내겐 불가하다. 하지만 나는 그처럼 느낄 수 있다. 나는 그와 정말 닮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 매 순간 여행자라 그가 느낀 모든 것이 내게도 유효하다.



당신이 내게 알려준 모든 질감을 기억하고 싶다. 당신이 내게 보여준 모든 색을 만지고 싶다. 당신이 내게 말해준 비밀을 당신에게 털어놓고 싶다. 당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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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7-0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자인거죠? 왠지 친근한 느낌이에요.^^
운전자가 눈감으면 상당히 위험해요.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눈을 같이 감는다는 것,
문득 그런 생각하며 나쁘지 않구나, 이런 느낌 드네요.
이 책은 표지가 아주 끌려요. 이전의 '끌림'도 안 읽어봤지만
이병률의 시집은 가끔 아무 곳이나 들춰본답니다.

그렇게혜윰 2012-07-10 16:00   좋아요 0 | URL
너무 평범한 글씨체라 그런가봅니다. 이건 좀 힘을 줘서 네모 반듯하게 쓴거에요^^ 아, 이 필사본은 문학동네에서 페이스북에서 쓰신다고 하신 거라 눈에 익으신 것 같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