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1~6 세트 - 전6권 - 정사 비교 고증 완역판 글항아리 동양고전 시리즈 13
나관중 지음, 모종강 정리, 송도진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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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더 그럴 듯한 리뷰를 쓰고 싶은데, 그럴 만큼 내겐 좋은 책이었고, 인생에 읽은 책들 중 오래 기억될 그리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인데 이상하게도 그런 책들에 대해선 제대로 된 리뷰를 남긴 적이 거의 없다. 그저 내 나름의 타이틀만 주는 셈이다. 그게 책에겐 무슨 의미가 있으랴만은 책이 내게 남긴 의미는 나만 아는 큼직함이고 묵직함이다.

  삼국지를 처음 읽은 것도 아닌데 마흔이 넘어 정사와 비교하여 고증한 이 책에 이토록 내가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번 생각해 보았다. 고등학교 때 처음 읽던 이문열 삼국지와 성인이 되어 읽은 장정일 삼국지 역시 이 책만큼, 아니 흥미만으로 치자면 이 책보다더 더, 흥미진진했었고 그때 역시 '역시 삼국지!'라며 감탄하며 읽었지만 지금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그때 나는 삼국지의 스토리에 집중해서 읽었다면 이번에 읽었을 때에는 인물에 집중해서 읽었다는 점이 그 다름을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땐 '적벽대전' 이후론 대충 읽거나 마지못해 읽었는데 이번엔 그 이후가 오히려 더 흥미로웠다. 삼국지에 유비, 관우, 장비, 조조, 제갈량 말고도 사마의, 강유, 손권, 주유, 노숙, 육손 등 굵직한 인물들이 많다는 것을 새롭게 발견하며 그들 각각의 인물 됨됨이에 이런 저런 생각들이 붙어 내 마음 속에 더 크게 저장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관중의 이야기를 모종강이 정리한 스타일도 너무 좋았다. 특히 첨부된 시들이 인물에 대한 후세의 평가를 압축적으로 드러내어 시의 맛을 느끼게도 하고 역사적 평가에 대한 감동이나 비판을 더 깊숙하게 느끼게도 했다. 누군가는 한시가 고리타분하다고 하고 해체의 대상이라고도 했지만 그건 각자 느끼기 나름일 것 같다. 내가 전문가는 아니고 그저 독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렇다. 또한 각 이야기의 마지막마다 의문형으로 맺는 형식도 무척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야기마다 뒤따라 붙여지는 정사와 비교한 고증한 내용들은 삼국지를 더욱 깊이 읽는 데에 도움이 되며 마흔이 넘어 읽는 삼국지가 히어로물처럼 신빙성이 떨어져 갸웃거릴 때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가령, 우리가 널리 알고 있듯이 적벽대전의 연환계는 제갈량의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점이 그러한데 당시 촉보다는 오에 더 주도권이 있었다는 점을 살피면 제갈량을 띄우기 위한 작가의 의도적 왜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예가 드물지 않다. 아무래도 한의 정통성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촉한의 인물들을 좀더 영웅화시킬 필요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는 점들을 그 내용들을 통해 확인했다. 이점이 아마 송도진 번역 판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인물에 대해 더 크게 관심을 갖고 역사적 사실과 비교해가며 읽다보니 유비,관우, 장비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는 사실 좀 식상했고 과장된 면이 강해서 특히, 유비가 아무리 덕이 많고 인으로 다스렸다 할지라도 그가 한 왕실의 후손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큰 힘을 가진 사람이 되었을까 싶은 것에는 큰 의문이 들었다. 관우와 장비가 아무리 용맹하고 잘 싸웠다 한들 관우의 자만심이나 장비의 무모함이 이 큰 이야기의 중심에 설 정도였나 하는 데에는 동의하기도 어려웠다. 다만 제갈량에 대해서는 그가 도술을 부리는 듯 다소 심하게 신성화된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역사적 사실을 보아도 그가 한 시대를 풍미한 대단한 인재였음에는 부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과장된 그 모습을 다 받아들일 정도로 그는 대단한 책략가이자 지도자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를 비롯한 그의 형제들 모두가 위촉오에서 모두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제갈가문의 영향력이 제갈량 하나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라는 점 또한 새롭게 알게 되어 자뭇 식상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내겐 신선하고 감탄스러운 인물이었다. 더욱이 그가 전공을 세우고도 무고한 사람들이 죽은 것을 두고 탄식하며 뱉은 말은 덕장이라 불리는 유비보다도 더 큰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했다.

 

  조조에 대해선 역사와 소설이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예전에 읽을 땐 간웅이라는 타이틀 안에서 유비와 대치되는 인물이기에 그에게만 집중해서 읽었다면 지금은 위를 엎고 진을 세운 사마씨에 대해 더 궁금증이 커졌다. 사마염에 이르러 대진이 세워지고 그 이후에 남북조 시대가 진행된다는 일련의 흐름이 머릿속에 배치되는 것이 느껴져 살짝 짜릿했다. 역사 소설을 읽다보면 사실 그 당시에만 집중을 하느라 과연 그 시대가 실제 역사 안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는 놓치는 경우가 왕왕 있던 터라 이번 독서의 큰 발전 중 하나로 역사 안에서 인물과 사건을 놓을 수 있게 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제갈량의 뒤를 이은 강유와 손책에 못지 않았던 주유에 대한 궁금증은 차후에 더 풀어가야 할 나만의 숙제가 되었다. 백성을 중심에 둔 제갈량과 달리 대업에 더 큰 비중을 든 강유의 모습을 보면서 둘다 공적인 일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과연 지도자는 어떤 덕목을 더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손책이 죽으며 손권을 보좌할 무장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한 주유의 남성적인 매력도 무척 인상깊었다. 손권이 모자란 군주는 아니었지만 주유의 능력이 더 뛰어나 보였다. 물론 오만함도 돋보였지만. 둘의 조화가 나쁘지만은 않았기에 그래도 오나라는 유지할 수 있었으나 패권을 잡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책 마지막에 삼국 시대의 흐름을 시로 실은 것이 있는데 실로 요약이 잘 되어 있다. 그거 하나만 외면 삼국지 요약은 끝났다고 해도 될 정도로 한 번 손으로 옮겨 써 보고자 한다. 또한 모종강이 소설을 끝내며 왜 삼국지를 읽어야 하는지, 삼국지는 왜 서유기나 수호지 보다 뛰어난지까지 들먹이며 작품을 설명하는 꽤 긴 글이 있는데 역시 읽어둘 만한 글이다. 나관중이 그러했듯 모종강도 삼국지를 사랑했고, 모종강이 그러했듯 역자 송도진이 삼국지를 사랑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들었다. 또한 그들이 그러했듯 나 역시 삼국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말로 어설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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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1-07 0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읽진 못했어요. 님의 글을 보니 흥미가 느껴집니다.

그렇게혜윰 2020-01-07 12:53   좋아요 1 | URL
사셨군요!!! 부럽부럽 ㅋ 빌려 읽어서 더 집중해서 읽었을지도 모르지만 혹시 중고로 파시려면 저한테 파시라며 ㅋㅋㅋ

transient-guest 2020-01-07 13:03   좋아요 1 | URL
가진 책은 계속 보관해요 ㅎㅎ 일단 해외라서 말이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