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페이퍼를 생각하면 잠이 안 올 것 같아서 다시 쓴다. 알라딘은 북플에서 작성한 글이 서재와 연동이 되어 임시저장이 북플과 서재에 동시에 되게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1. 오늘 산부인과에 예약을 해 논 상태라 오전 11시에 직장에서 잠시 나와서 다녀왔다. 나뿐 아니라 거의 모든 여자들이 처음 산부인과를 결정하는 것이 정말 고민되는 일인데 나는 다행이도 예전 N군을 분만할 때 도와주셨던 의사선생님이 여전히 병원을 운영하고 계신것을 신부인과 의사를 찾다가 알게 되었다. 더구나 다행이도 내 의료보험으로 커버가 되었다. 더더구나 내 담당 의사가 추천하는 의사 중 그분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분의 이름은 모리슨이다.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했을 때 내 성을 말하니까 내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간호사가 말 해줬을 때 쫌 감동했다. 남편에게 아직도 내 기록을 갖고 계시더라고 했더니 ˝당연한 거 아니냐?˝라고 해서 김이 좀 빠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감동스럽다. 15년이 지났는데~~~.
오랫만의 해후를 맞아 첫 인사를 어떻게 꺼낼까 고민을 하면서 무심결에 마주 보이는 벽을 보니 액자가 조금씩 삐뚤빼뚤 걸려있는 거다. 벌떡 일어나서 저 액자들을 똑바로 걸을까? 라고 생각하다가 참았다. 담 방문에도 여전히 삐뚤빼뚤하면 그때 바로 걸어줘야지.
병원 대기실은 한국의 대기실과는 달리 아주 한가했다. 예약제로 운영이 되다보니 그런 건 너무 좋다. 사진에 보이는 예쁘장한 산모는 다음주 멕시코로 여행을 가는데 의사 친필 소견서가 필요해서 그걸 받으러 왔고, 안 보이는 곳에 앉아있는 흑인 할머니는 남편과 조용히 기운없이 앉아 있다가 간호사가 부를때마다 왔다갔다 하셨다. 아무래도 어디가 아픈 것 같았다. 암은 아니겠지? 라고 혼자 생각. 속으로 사정도 모르지만 암이 아니길 바랬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검진을 받는데 역시 입담이 구수하기로 소문난 의사라 그런지 능숙하게 검사를 하면서 N군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물어보셨다. 나중엔 사진이 있으면 보여달라고 하셔서 보여드렸더니 ˝이녀석 자란 것을 보니 내가 늙은 게 느껴지네~~˝라고 해서 웃었는데 차마 ˝머리만 희어지셨지 고대로세요~~~~˝라는 빈말은 못하고 그냥 같이 웃었다. 머리만 희어지신 게 아니라 등도 약간 굽은 것 같고 키도 작아진 것 같고;;;;; 세월은 아무도 지나치지 않는 다는 것.
그래도 오랫만에 만났다고 많이 반가와(?)하시면서 자기 사무실에 잠깐 들어오라고 해서 옷을 주섬주섬 입고 들어갔더니(사진은 이때 보여준 것)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킨들로 책을 읽고 있으셨다. N군의 분만을 도와준 의사가 쉬는 시간 책을 읽고 있는 의사라는 게 넘 멋졌다!! 더구나 다리를 책상에 올려놓고 거의 누운 자세로 편안히 책을 읽으며 다음 환자를 기다리는 의사. 쫌 멋지다. 반백의 머리를 하고서 말이지.
5월 정기 점진 예약을 하고 나오는데 리셉션리스트가 나에게 그런다. ˝그 바지를 아무나 소화 할 수 없을텐데, 보기 좋구나.˝라고. 기분이 살짝 좋았다. 하지만 나중엔 내가 먼저 그녀의 글씨체를 칭찬 했기 때문에 바지 얘기를 꺼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내가 병원으로 가려고 나올 때도 우리 회사 리셉션리스트인 타냐도 바지 맘에 든다고 한 걸 보니 저 바지 색은 리셉션리스트들이 선호하는 색일까????ㅎㅎㅎㅎ
2. 북플에 밑줄을 그은 건 2번 정도 인 것 같은데 밑줄 긋는 것을 30개를 했다며 스탬프를 줬다. 예전 서재에 그은 것까지 포함해서 준 것 같은데 그럼 처음 북플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쫌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나저나 나는 알라딘 생활 7~8년 동안 겨우 30번 정도밖에 밑줄을 안 올린 건거야??? 음,,, 쫌 반성.
3. 해저 이만리를 다 듣고 선택한 책은 ˝In those days cheap apartments were almost impossible to find in Manhattan, so I had to move to Brooklyn.˝로 시작하는 [소피의 선택]. 영화로 본 것 같은데 아주 오래 전이라 기억은 안 난다. 책도 읽은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읽었는데 영어로 들으니 아주 새롭거나;;;;; 아무튼 어제부터 이 멋지고 재미난 책 덕분에 출퇴근 시간이 기다려진다는~~~^^;;
4. 사실 글을 다시 쓸 마음을 먹은 이유는 남편과 해든이가 소파 밑에서 자기로 약속을 해서 남편은 해든이와 소파위에 천막처럼 이불을 쳐놓고 자기들이 인디언이라면서 자고 있다. 나 홀로 침대에 있으니 아까까지 막 졸렸는데 갑자기 말똥말똥. 가끔 이렇게 혼자 침대를 차지하는 것도 참 좋구나. (남편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