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미래를 위해 일하는 엄마가 되라
레기네 슈나이더 지음, 김순화 옮김 / 글담출판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육아,

아, 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아이를 낳기 전엔 미처 알지 못했다.

내 동생은 작년에 태어난 제 조카(내 아들)를 보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에 결심을 하고 있다. 물론, 그 결심이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물론 아이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이제 16개월을 지난 아들덕분에, 아들이 깨어있는 시간엔 이제 겨우 설겆이를 하고 밥을 차릴 수 있을 뿐이다. 그 역시, 아이가 TV화면에 현란하게 돌아가는 CF들을 보고 있을 때나, 뽀로로와 노래해요라는 뮤직비디오를 볼 때 뿐이다.

그 동안 내가 책을 읽고 이런 페이퍼를 쓰고 싸이를 관리하고 하는 모든 것들은 다 아이가 잠 잘 때 이루어진 일들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어떤 일인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아이라는 존재는 끊임없이 보살피고 붙잡고 먹이고 씻기고 해야 하는 존재다. 물론 우리도 그렇게 자랐겠지만, 처음 엄마가 된 사람들에게는 정말 정신없는 일이다.

아이는 가만히 있는 물체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생명인지라, 끊임없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연습하는데, 그 일들은 숙달되지 않은 존재의 미숙한 움직임들이라 엄마는 늘 두 눈을 부릅뜨고 아이를 지켜보고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미숙한 존재는 크게 다치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초보엄마들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가 다칠까봐, 아이가 아플까봐, 어느선까지 지켜주고 어느 선까지 방치해야 하는지 그것은 세월이 켜켜히 쌓여 경험이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맞벌이를 강요하면서도 육아는 아직도 엄마의 몫으로 놓여있다. 요즘은 맞벌이를 하는 엄마들이 많아져 놀이방이나 어린이집과 같은 보육시설과 양가의 할머니들중 여유가 있는 분들이 그 육아를 맡기도 하지만, 항상 엄마가 돌보지 않은 아이는 문제아로 성장한다는, 편협한 시선들이 사회에 깔려있다. 그 시선에 동참하면서 읽었던 책이 얼마전에 읽었던 "3살까지는 엄마가 키워라"라는 책이기도 했다.

 

그로 인해 맞벌이를 하는 엄마들이나, 자신의 생활을 찾으려는 엄마들은 이기적인 사람이나 어미로서의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게 되고,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게 된다. 아동심리학과 발달과정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면서 점점 엄마들은 다시 집안으로 들어앉아 아이를 돌보는 일이 최고의 일이라고 자신을 추스리면서 멍하니 아이와 함께 TV를 보고 시간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의 엄마가 된 세대들은 가만히 앉아 아이가 낮잠을 자는 동안 나물을 다듬고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는 것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세대들이 아니다. 세상은 변했고, 삼시세끼를 먹을 수 있다는 것으로 행복을 느끼며 사회에 나가 치열한 전쟁을 치루며 직업을 갖는 것보다 가사에 열중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한 일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간결하게 말해, 가사와 육아에 집중함으로 인해 피로를 느끼는 엄마들이나, 직장을 가지고 있거나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가사와 육아의 일정부분을 포기함으로 인해 죄책감을 갖는 엄마들을 위로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교육학, 사회학, 신문방송학 석사를 가진 자유기고가 신문기자로 그 동안의 많은 인터뷰와 사회적 통계와 연구들을 가지고 엄마들을 위로한다. 꼭 당신이 그렇게 붙들려 있지 않아도 아이는 잘 자랄 수 있다고.

그렇다고 아이를 방치해도 아이는 잘 자랄겁니다. 라고 말하지 않는다. 보육시설이나 위탁인을 설정할 때의 꼭 취해야 할 주의점, 그리고 직장을 가진 엄마들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순기능들을 이야기 해준다. 성취감이 있는 엄마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잘 자라고 독립적일 수 있으며, 늘 잔소리만 하고 아이들만 바라보는 전업주부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오히려 더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다. 간단히 말해,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부인이 행복해야 남편도 행복하다는 것이다. 사람마다의 개인차를 인정하고 자아실현을 하는 것이 행복한 여자는 그러한 생활속에 행복을 느끼며 오히려 육아와 가사에 집중하고 가사분담이 이루어지는 민주적인 가정을 얻게 되어 소위 요즘 말하는 "알파걸"로 자녀가 자랄 수도 있지만, 가사와 육아에 매인 것을 불행해 하며 늘 우울증에 빠져있는 전업주부 밑에서는 아무도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란 존재는 생후 8개월 이후부터 5명 이상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자기 안에 정리할 수 있는데, 그 위탁보육자들이 고정적일 때, 일관성이 있을 때, 아이들은 오히려 더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업주부인 것을 최대의 행복으로 여기며 그에 집중하는 행복한 엄마라면 아이들은 당연히 잘 자랄 것이다. 그러나 직장여성인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늘 에너지가 넘치는 엄마라면, 엄마가 잠시 자리를 자주 비운다 하여도 아이들은 역시나 잘 자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업주부 생활을 하고 있는 나는, 최근들어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어넣기는 하지만 내가 전적으로 가사와 육아만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남편의 회사업무를 간간히 돕고, 끊임없이 책을 읽고 내가 이뤄야 할 먼 목표에 대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취미인 사진찍기는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해나가고 있고 지난 학기에는 중도포기하게 되긴 하였지만 학교 공부도 진행하였다. 만일 내가 이 책을 조금 더 먼저 읽었거나, 내 아들이 남들에게 쉽게 맡길 수 있는 성향을 지닌 아이였다면 나는 학업을 연기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아이가 매우 활달하고 기운도 좋고 고집도 세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많이 먹고 안아달라 업어달라를 요구하는 아이라 아이를 잠깐씩 맡아보는 사람들 모두 지쳐 나가 떨어지는 그런 성향의 아이인지라, 적절히 고정적으로 위탁을 맡길 곳이 없어서 나는 내가 진행하던 일의 일부를 연기하기고 결심했다. 그러나 아이를 관찰하면서 이 아이에겐 또래집단과 사회성을 키우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엄마가 데리고 집안에서만 있는 것보다 놀이터에 나가 다른 아이들과 부딪치고 싸움도 하고 공격도 당하고 울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 내 아이는 나와 함께 비가 오는 날까지도 외출을 하며 지내고 있고, 나는 서서히 지쳐가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시작하기까지 했다.

 

많은 사람들이 어미니까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들은 사실 그렇지 않은 편이 많다. 다들 지 새끼니까 피가 땡겨서 정성스럽게 키운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은 나로서는 아이가 태어난 다음날에서야 아이를 처음 만났고, 아 모성애라는 것은 자연적으로 생긴다기 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는 것이라는 걸 느꼈다. 낳은 정은 아예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싫은 사람이라고 해도 하루 24시간 1년을 붙어있다보면 정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 인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 발생하지 않을 수가, 과연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엄마들은 모성애라는 신화를 스스로 창조해 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그것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너희는 이래야 한다"라는 것이 아닐까.

 

나도 직업을 가진 엄마 밑에서 자랐고, 주변의 많은 친구와 선후배들이 그렇게 자랐다. 그들은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나, SOS24에 출연할 만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고 누구보다 잘 자라고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고, 나 역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충분히 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아이를 가진 엄마는 전업주부가 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사회는 강요하고 있다. 

 

사람이 사는 방법은 모두 다르다. 각자가 생각하여 가장 행복한 길이 최선일 것이다.

갈등하고 있는 엄마들이라면,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사실 나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법한 지인에게서 선물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누군가에게 선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없이 많은 아기엄마들이 떠올랐다.

책을 읽지 못할 엄마들을 위해 이 책을 읽고 내 나름대로의 요약을 아래에 덧붙인다.

 

1. 행복한 엄마가 최고다.

전업주부이건 직장맘이건, 스스로 행복한 길을 택하라. 직장이 싫고 아이와 가정에 있는 것이 좋다면 과감히 포기하라. 집안에 있는 것이 우울하고 불행하여 자꾸 아이에게 짜증을 부리게 된다면 자아실현을 할 방법을 하루빨리 찾아라.

 

2. 아이를 과감히 맡겨라.

갓난 아기도 괜찮다. 아이는 적응 할 수 있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놓은 사회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규칙적인 위탁과 고정적이지 않은 위탁인은 아이의 정서를 방해할 수 있다. 엄마와 비슷한 육아방침을 고수 할 수 있는 위탁인을 선정하고 맡기는 시간역시 규칙적으로 정하라.

 

3. 아이와 기쁘게 헤어져라.

아이를 맡기면서 눈물을 쏟는 엄마의 감정은 아이도 고스란히 받는다. 두려움에 떨지 말고, 엄마는 곧 돌아온다고 아이의 눈을 보고 말하며 기쁘게 헤어져라. 아이도 가끔은 야단치는 엄마 말고 다른 사람과 놀고 싶기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자.

 

4. 위탁인을 더 좋아하면 좋은 현상이다.

놀이방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죄책감을 갖지 마라. 그만큼 아이가 위탁장소나 위탁인을 신뢰한다는 뜻이다.

 

5. 당신의 이기적 자아실현은 분명히 좋은 점이 많다.

당신이 바빠짐으로 인해 가정은 민주적이 될 것이다. 아이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 할 수 있게 되고 남편은 양말짝을 벗어 아무데나 벗어놓지 않을 것이다. 아들들은 그것을 보고 배워 사랑받는 남편이 될 수 있고, 딸들은 성역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알파걸이 될 수 있다.

당신 역시 행복해 질 수 있다.

 

6. 스스로 원하는 길을 생각하고 선택하라.

에너지가 넘치고 성취도가 놓고 늘 즐겁고 자신감 있는 엄마가 되어, 아이와 있는 압축된 시간을 200%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라. 어쩔 수 없다, 는 핑계는 더이상 대지 말고 어찌해야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생각하자.

 

2007. 7. 3.

 

+ 책 선물해주신 예영님,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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