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아직 침팬지에요
하비 카프 지음, 오민영 옮김 / 한언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엄마, 나는 아직 뱃속이 그리워요,를 썼던 UCLA 의과대학 교수인 하비 카프의 또 다른 육아서이다. 베이비 위스퍼가 1, 2로 앙팡과 토들러 단계로 나뉜 것처럼 이 책은 엄마, 나는 아직 뱃속이 그리워요의 속편으로 돌이 지난 아기의 육아법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돌이전의 내아이는 얼마나 기르기 편했는가.

가끔 아이가 우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다. 아이가 울면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배를 채워주거나 안고 흔들어주면 그만이었다. 아이의 근육은 미처 발달하지 않아서 그저 누워서 하루를 보냈고 상당히 많은 시간을 잠으로 보냈다. 2시간마다 깨어서 젖을 먹여야 하는 일 외에는 별다르게 어려운 일이 없었고 단순한 장난감 하나만 가지고 움직일 수 없는 아이는 엎드려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보행기에 태워놓으면 빠져나오지 못해 엄마는 설거지도 할 수 있고 빨래도 돌릴 수 있고 10KG가 넘지 않는 가벼운 몸무게 덕에 업고 어딘가를 다니는 것도 그닥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아이가 10KG를 넘으면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면서, 이후 곧 걸음마를 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엄마들은 두 눈을 부릅뜨고 아이를 지켜봐야 한다. 몸무게가 적지 않아 많이 업을 수도 없고 아기띠를 이용해 앞으로 안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눕혀서 메고 다녔던 슬링은 신생아를 출산한 후배에게 넘겨야 했고 보행기에서 스스로 빠져나오고 서랍을 열기 시작하는 순간 아버지가 돈 벌러 간 사이 집안에서는 엄마와 아기의 육탄전이 시작된다.



이 책은 돌이 지난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고 아이의 다양해진 욕구를 어떻게 해소시키며 어떻게 규율을 알려주고 아이를 이해할 수 있는가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제목에서 말한 것처럼 아이는 침팬지 정도의 수준, 유인원이나 네안데르탈인 정도의 원시인으로 생각하고 엄마 자신은 그 원시인에게 파견된 막강한 국가권력을 뒤로 업은 외교사절, 특사 정도로 생각을 하고 행동하라고 제시하고 있다. 아이는 수백만년동안 인간이 겪어온 진화라는 과정을 단 몇 년만에 해내는 존재이니 그의 단순과격무식함을 잘 이해하고 그에 대해서 우아한 자세로 응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단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12-18개월, 18-24개월, 24-36개월, 36-48개월로 나누어 아이들의 변화를 살펴보고 아이를 가르치고 훈육하는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 흥분한 아이들을 가라앉히는 법등을 여러가지로 제시하고 있는데 매우 유용한 방안들이 많다. 예를 들어 마구 흥분한 아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엄마와 마주앉아 숨고르기 연습을 평소에 한다거나 지나치게 흥분한 아이의 얼굴에 후 – 하고 바람을 불어주면 아이가 금새 진정이 된다거나 (아이들은 이런 예기치 못한 작은 자극에 그 전에 있었던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다), 아주 유용한 패스트푸드 룰 이라는 것을 제시한다. 저자가 말하는 패스트푸드 룰이라는 것은 드라이브 인 레스토랑 (패스트푸드점)에서 뭔가 물건을 주문했을 때 점원은 바로 가격(아이가 원하는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주문한 내용(아이가 무엇을 원한다고 종알거린 내용)을 반복하여 확인시켜준다는 것이다. 아이가 뭔가를 원한다고 정확하지 않은 발음과 신체언어로 말을 했을 때 엄마는 유아어로 비슷하게 반복을 해주면 아이는 엄마가 자기를 이해했다는 안도감에 지나친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 실로 이 꼬마원시인과의 문제는 아이는 뭔가를 원한다고 계속해서 어른들에게 요청을 하는데 어른들은 그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다 알아듣던데 하는 말은 사회가 만들어 낸 신화에 불과하다. 엄마는 심령술사가 아니다. 엄마들은 가장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할애하기 때문에 아이의 음조와 표정, 전후 상황을 파악해 대강의 유추를 해 내는 것 일뿐, 아이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끊임없는 관심과 존중이라는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더 절실히 느낀다. 아빠가 TV를 보고 있으면서 놀아주지 않으면 괜히 엉뚱한 데에다가 짜증을 부린다거나, 책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어른이 책을 읽어주는 그 과정에서는 온전히 자기에게 몰입하게 된다는 것을 즐기며, 조근조근 설득을 하는 말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이 자기에게 깊은 관심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금방 고분고분해 진다는 것, 바라보지 않으면 아무리 아프게 넘어져도 벌떡 일어난다는 것등이 그러하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면 관심을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매우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원시인을 길들이는 데 장애물이 되는 한 살 배기들의 골 부리기, 떼쓰기, 수면문제, 깨물기와 두 살 배기들의 분리불안, 까다로운 식성, 배변훈련, 세 살배기들의 공포, 말 더듬기, 약 먹기, 동생에 대한 문제들도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특히 나에게 약 먹기에 대한 하비 카프 박사의 특별한 지시법은 시사하는 바가 아주 컸다. 다행히 아이들은 개성이 있지만 대부분의 행동양식들은 비슷한 모양이다. 이러한 육아서는 그런 이유로 엄마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아이가 걷기 시작했다면, 당신은 전쟁에 나설 준비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 때 당신의 부엌 한 켠에 이 책이 한 권 있다면 괜찮은 무기 하나는 구비해 둔 셈이다.



2007.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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