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부관찰

 

친구들은 왠지 다들 잘나가고, 술과 밥을 잘 사준다. syo는 그들과 만나면 최대한 찌질이로 보이지 않으려고 되레 큰 소리로, 나는 백수니까 니가 사는 거예요, 하며 무슨 맡겨 놓은 쌀가마니라도 찾아오듯 당차게 뜯어먹지만, 그리고 이 착한 놈들은 언제나 웃으며 흔쾌히 지갑을 열지만, 사실 syo의 마음 속 마이너스 통장에는 에누리 없는 찌질함이 찌질찌질 잘도 적립되고 있다. 그러니까 자존감을 담보로 우정을 확인하는 셈인데, 자존감이란 게 퍼고 퍼도 마르지 않는 샘물은 또 아닌지라, 결국 사람 만나는 일이 썩 달갑지가 않게 되고 만 요즘이다.

 

syo는 살며 단 한 번도 잘나간 적이 없지만, 어쩐지 친구들은 언젠가 가장 잘나갈 것 같은 인간으로 항상 syo를 지목하곤 했다. 하도 그러기에 심지어 나조차 진짜 그런가보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막 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은 자꾸자꾸 아광속으로 흘러 스치고, 매장량이 한없을 것 같았던 가능성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휘발되었다. 그리고 뿅, syo는 쩍 갈라진 논바닥에 철퍼덕 퍼질러 앉아, 쏟아지는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 왠갖 따가운 스펙트럼을 몽땅 정수리로 수신하면서, 깨진 바가지로 마른 땅이나 벅벅 긁는 중이다. 아놔, 목말라 죽겠는데 비는 대체 언제 내리는 거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우리가 모두 별 볼 일 없었을 때, syo가 스스로의 부족함을 한탄하면 친구들이 말했다. 그래도 넌 그 정도면 떳떳한 학벌이 있잖아. 같은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넌 그 정도면 고개 뻣뻣이 세우고 다녀도 될 학점이 있잖아. 학점이 비슷한 아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넌 과외로 지갑 빵빵히 채우고 다니잖아. 만만치 않게 과외를 하던 친구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넌 그 와중에 연애도 하고 있잖아. 대체 니들 나한테 왜 그랬니. 좀 절망하도록 냅두지.....

 

친구들이 별 볼 일을 획득하고, syo만 여전히 비루한 시점이 되니 그 말은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그래도 넌 책을 많이 읽어서 아는 게 많잖아. 책 많이 읽어봐야 돈도 쌀도 쏟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본주의월드에 발을 담그자마자 바로 알아챈 친구들은 다시 이렇게 고쳐 말했다. 그래도 넌 생각이 깊잖아. 생각을 아무리 많이 해 봐야 머리만 아프고, 머리는 아무리 아파봐야 주린 배가 불러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깨닫는 데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결국 요즘 친구들이 입에 올리는 말은 딱 하나로 귀결된다. 그래도 너한텐 임선생(여친입니다)이 있잖아. 끄덕끄덕. 아예 이 한 마디로 시작하고 그대로 종결이다. 결국 오늘의 syo는 학교도 학점도 성적도 성격도 돈도 책도 말도 글도 생각도 사상도 뭣도 아닌, 오직 사랑하는 사람 하나로 특정되는 인간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사실 syo는 이 말이 퍽 기꺼운데, 이 사람은 앞에 열거된 모든 특성들을 묶어 갖다 줘도 안 바꿀 만큼 과분하기 때문이다.

 

둘 이상의 문자 또는 도형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결합상표는 그 구성 부분 전체의 외관호칭관념을 기준으로 상표의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나상표 중에서 일반 수요자에게 그 상표에 관한 인상을 심어주거나 기억연상을 하게 함으로써 그 부분만으로 독립하여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즉 요부가 있는 경우 적절한 전체관찰의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요부를 가지고 상표의 유사 여부를 대비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_ 20151690 판결 [등록무효()]



줄곧, 나라는 인간과 다른 인간을 식별하기 위한 표지는 내 내부에 있을 거라고 착각하며 살았다.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길은 오로지 자신을 경작하는 것 말고는 없다고 믿으며, 모든 시선을 내 안으로만 꽂아왔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 안에 아무것도 특별한 것이 남아있지 않다고, 자신을 아무런 색깔도 희망도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마침내 고개를 떨굴 때, 뺨을 때려 나를 깨우고 옆에서 손 잡아준 눈 맑은 사람이 있었다. 비록 내 안에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도, 그 손을 쥐고 있기만 하면 밖으로부터 충만하게 채워 들어오는 사람. 이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나를 세상 다른 누구보다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그런 사람. 내 밖에 있는 나의 식별표지. 나를 빈 도화지가 아니라 하얀 색으로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주는 나의 바탕색.

 




어쨌거나 요즘은 기승전사랑이군요. 그거야 뭐, 사랑밖에 남은 게 없어서 그렇지요.

 

그래도 이만하면 살 만한 것 같습니다.

 


 

나 :

 가장 쉬운 연산으로 헤아려지는 자그렇지만 가장 어려운 연산으로 헤아려야 할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자나를 가장 많이 속이는 장본인내가 가장 자주 속는 장본인가장 추악하지만 가장 빠르게 용서하는 사람빠른 용서로 가장 깊이 추악해지게 방치하게 되는 사람가장 만만한 분노의 대상가장 최후의 분노의 대상실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서 두려운 자어쩌면 ''의 총합일 뿐인 자.

김소연한 글자 사전

 

 만약 예기치 못하게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그 사람'을 잃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예정이었던 인생'까지 동시에 잃어버리게 됩니다.

가시라기 히로키절망 독서 

 

 같이 걸었다내가 아는 가장 재밌는 농담을 하고 싶었다아직 어색한 이와의 산책에서 그 농담을 처음 했을 때그 농담을 듣던 이는 배를 잡고 굴렀다그 농담 이후 우리의 간격은 50센티 정도 더 가까워졌다.

 내가 가진 가장 파괴력 있는 농담을 다시 써먹고 싶어졌다그래서 같이 걷는 이에게 그전에 같이 걸었던 이에게 했던 농담을 똑같이 해보았다같이 걷던 이는 그럭저럭 웃었다내가 아는 가장 재밌는 농담은 그럭저럭한 농담이 되었다그럼에도 더 수시로 농담을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더욱 더 그럭저럭한 농담이 되도록.

김종관골목 바이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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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4-0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예기치 못하게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면, ‘그 사람‘을 잃을 뿐만 아니라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예정이었던 인생‘까지 동시에 잃어버리게 됩니다.>


기승전사랑.. 이 아름다운 글에서 유독 위의 부분에 꽂혀서 폭풍울음을 웁니다.......(라지만 실제로 울지는 않았고요, 네.)

syo 2018-04-09 09:27   좋아요 0 | URL
그 대목은 자주 인용하지만 인용할 때마다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리는 것 같아요.

<절망 독서>는 자체 엄청 훌륭한 책은 아니지만, 저런 대목 하나 있는 걸로도 충분히 가치있네요.

단발머리 2018-04-0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다리던 syo님 글이네요.
요즘에는 읽기 힘든 철학책을 요리조리 요리해서 올려줄 시간이 없을 정도로 학업에 매진하고 계시리라 믿었는데,
기승전사랑.... 좋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인생.... 사랑 빼면 뭐가 있을까요.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갈 예정인 인생에 또, 응원을 보냅니다. 오늘도 굿모닝^^

syo 2018-04-09 13:05   좋아요 0 | URL
철학책 읽고 싶다..... 살다살다 철학책이 읽고 싶어지다니ㅎㅎㅎㅎㅎㅎ

어쩐지 노곤하네요. 단발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psyche 2018-04-16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다보니 사랑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이 훨씬 더 많더라구요. 그래도 사랑이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인거 같아요. sho 님의 미래와 사랑에 응원을!
그건 그렇고 저는 제목을 보고 妖婦 인줄....ㅠㅠ

syo 2018-04-16 07:25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 요부 관찰도 재미있겠어요.
항상 응원 감사합니다~ 사랑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들을 사랑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으며 살겠습니다^^
 


봄밤의 레시

 

우리가 서로를 양껏 부둥켜안기 위해서 앞으로 몇 개의 봄이 더 필요할는지요. 봄은 점점 짧아져가고 서로의 빈자리가 물어뜯은 손톱처럼 삐뚤빼뚤 일상을 헝큽니다. 얕은 물 곁을 달리다 당신의 전화를 받고 봄 고양이처럼 노곤해졌지만요, 그 흔한 벚꽃놀이 한 번 같이 간 적 없어 야속하다는 말이 퍽 먹먹하여 애꿎은 벚나무 줄기만 툭툭 칩니다. 그렇다면 팔랑팔랑 떨어지는 이 꽃잎 땅에 내려 닿기 전에 잡아채어 작고 작은 편지 한 통 써볼까요. 이 꽃잎 위에 달콤 발그레한 봄 몇 스푼 담아 보내야 그 서운함 다 녹아질까요. 말과 말 사이 좁지만 깊은 그 틈을 꿀처럼 척척 메우려면 이 밤을 봄으로 얼마나 뭉근하게 조려야 할까요. 벚나무 옆자리에 물소리 두르고 서서 고개만 갸웃합니다. 이 봄은 왜 이리 따뜻한지, 이 밤은 또 왜 이리 따뜻한지. 당신을 만드는 레시피를 발명하느라 몇 개의 바람을 그냥 흘려보내고 섰습니다. 이 봄을 두드려 당신의 몸을 벼리고, 이 밤을 매만져 당신의 맘을 빚는 솜씨를 갖고 싶어요. 지난겨울 미리 온몸에 선명히 발라 놓은 당신의 지문을 이제 펼쳐 읽을 테니, 봄처럼 밤처럼 이리로 와주세요. 따뜻할 때 얼른 오세요. 여름은 금방 들이닥치니까요. 여름은 뜨거워 오래 안아주기 어려우니까요. 이 봄에, 이 밤에, 지금 바로 만나고 싶습니다.




 강

 -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

 물소리는 흰 새때를 날려보냈고

 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

 눈발은 울음을 터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

 너에게 가려고

_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나는."

 서로의 입술이 가볍게 맞닿았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아니면 아무하고도 사귀지 않을 거예요다른 어떤 남자도 나에겐 아무 가치가 없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나예요."

 순간 안개가 걷히듯 머릿속이 맑아졌다무슨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그조차 순간적으로 잊어버렸다매 순간마다 이게 바로 나다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게 진정한 자기 모습이다. ..... 무엇이 옳은지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건지모두 내다볼 수 있는 인간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무대 위에 있는 등장인물이나 마찬가지다.

미카미 엔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계다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반면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다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신형철정확한 사랑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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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3 09: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8-04-03 11:11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예요. 이렇게 늘어지게 좋은 날씨, 얼마 가지 못할텐데요....

clavis 2018-04-08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syo님 시도 좋고 글도 좋아서... 뜨거운 마닐라에서 읽으니 더 한국의 봄 밤이 선명해집니다

syo 2018-04-08 23:40   좋아요 1 | URL
오늘 서울은 비가 내려 밤이 서늘합니다. 따뜻해도 서늘해도 봄 밤은 사랑스럽습니다.
 


아름다워 보이는 가장 빠른 방법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느 카페의 통유리에 왼쪽 어깨를 붙이고 책을 읽고 있는 남자의 모습을 오래 쳐다보느라 발길이 섰다. 남자는 색 바랜 청바지에 얼핏 보면 장화처럼 보이는 낡은 워커를 꿰어 신고 다리를 꼬고 있었다. 손목 부위가 촌스럽게 처리된 빨간 점퍼가 걷는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잡아챘다. 오래 보아도 어디 한 군데 멋스러운 데가 없었다. 그럼에도 책을 손에 들었으므로 전체로서 아름다웠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시선을 느끼지 못할 만큼 열중했으므로 아름다움이 더욱 선명했다. 나는 설핏 새어나는 커피 향을 뒤집어쓰고 바위처럼 서서 그저 그의 손끝이 누르고 있는 자리만 노려보는 중이었다. 누가 쓴 어떤 책이 그를 함몰시킨 건지 알기 전에는 발걸음이 도저히 떼어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는 기다렸고, 고른 속도로 몇 페이지가 넘어갔으나, 기다리고 기다려도 책등이나 표지는 만나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려는 찰나, 우연히 고개를 돌린 남자의 시선과 내 시선이 얽혔다.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을 것이다. 남자는 웃었다. 검은 수염과 흰 수염이 적당히 섞여 그 웃음의 주변을 두르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너무 아름다웠으니까. 이름 모를 그 책 역시 모르는 대로 충분히 아름다웠다. 좋은 책이 읽는 이를 아름답게 만든다. 그리고 동시에 좋은 독자가 읽는 책을 아름답게 만든다.

 



우리는 '독서하는 피조물'이다단어를 섭취하고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며단어가 존재의 수단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단어를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자아도 확인한다.

알베르토 망구엘은유가 된 독자

 

한 사회의 서적과 관련된 전반적인 양상은 거꾸로 그 사회의 자유의 정도를 한 눈에 알 수 있는 지표다한 사회의 서점을 한번 둘러보는 것이 그 사회의 정치 체제나 현황에 관해 연구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고 전면적인 이해의 방법일 수 있다어차피 관제의 능력은 직접적인 정치 폭력의 운용을 감추지 못한다자유의 수많은 장애물은 은밀하게 감춰져 있지만 이러한 궤계들은 결국 책을 속이지 못하고진정으로 품격을 갖춘 독자들을 속여 넘기지도 못한다.

탕누어마르케스의 서재에서


공부하는 이들은 시끄러운 곳을 피해 조용한 것을 찾지만아마도 우리가 공부하는 목적은 시끄러운 곳에서 고요를 얻는 것에 있을 것이다세상과 거리 두기를 할 것이 아니라 세상 안에서 거리 두기를 해야 하며세상에서 벗어날 것이 아니라 세상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 공부일 것이다.

고병권철학자와 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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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3-30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선을 단번에 잡아 채는 손목 부위가 촌스럽게 처리된 빨간 점퍼를 상상합니다. ㅎㅎㅎㅎ

syo 2018-03-30 07:28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 시뻘겅색에 어깨부터 팔을 따라 하얀색 선이 내려오는 근자에 보기드문 점퍼였어요.
사람들이 죄다 쳐다보면서 지나갔어......

단발머리 2018-03-30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아름다웠을 빨간 점퍼의 그 남자분을 상상하게 되네요.
책을 읽고 있다면 누구든 아름다워질 수 있는 건가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움을 원한다면 도대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가요.... ㅠㅠ
이 와중에도, syo님 굿모닝^^

syo 2018-03-30 08:29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은 이미 차고 넘치시는 것 같은데요.
빨간 점퍼의 아죠씨는 읽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나서야 아름다운 줄 알았으나, 단발머리님 쓰시는 글을 읽고 있으면 제가 눈으로 한 번 본적도 없는 단발머리님의 읽는 모습이 아름다울 줄 충분히 짐작이 가잖아요. you win. ㅎㅎㅎㅎㅎ

핫한 불금입니다. 단발님도 핫모닝^-^

다락방 2018-03-30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이 어딘가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면, 지나가는 누군가가 그렇게 쇼님을 아름답다 생각하며 한참을 바라보겠지요.
이를테면 저 같은 사람이 말입니다.
:)

syo 2018-03-30 08:34   좋아요 1 | URL
그러나 syo는 책 읽으면서 막 코도 파고, 이도 쑤시는 스타일이라 당최 아름다울 겨를이 없습니다!
심지어 같은 손 같은 손가락으로......

다락방님이 카페에서 책을 읽고 계신데 누군가 다락방님을 바라보고 있고, 그걸 눈치 채신 다락방님 속으로, ‘그래 인마, 아름답지? 니가 아주 시선을 떼지를 못하겠지? 봐라, 양껏 봐라, 닳는 것도 아닌데.‘ 이러시면서 눈치 못 챈 척 계속 읽으시는 그림이 떠오릅니다. 괜히 머리 막 귀 뒤로 넘기면서......

오해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3-30 08:35   좋아요 0 | URL
멍하니 아름다운 syo님 바라볼 때, 저도 불러주시면....
옆자리에 앉아 가만히~~~~~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3-30 08:36   좋아요 0 | URL
바라보려다가.... 막...... 뭐를 하신다고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syo 2018-03-30 08:39   좋아요 0 | URL
물론 다 농담입니다. 웃기려고 그런거죠,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 설마 syo가 진짜 그럴려구요.
손가락은 바꿔준다구요, 저도 사람인데.

........아마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3-30 09:37   좋아요 0 | URL
거짓말... 손가락 안바꾸면서.........

syo 2018-03-30 09:55   좋아요 0 | URL
귀신같다..... 진짜 보고 계시나...????

단발머리 2018-03-30 10:21   좋아요 0 | URL
아니, 다락방님 방에 가서 치즈 케이크에 한껏 빠졌다 돌아왔더니,
아니.... 여긴 아직도 손가락 바꾼다, 안 바꾼다 이러고 있는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았어요, 안 바꾼다!에 1표예요!!

syo 2018-03-30 10:27   좋아요 0 | URL
왜들 이러십니까.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누구나 어릴 적에는 코판 손 입에 가져가 보고 그러는 거잖아요.

전 다만 아직 어릴 뿐이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8-03-30 11:37   좋아요 0 | URL
위의 댓글이 마지막이 되면 어떻게 해요~~
안 돼요, 그러면....
syo님은 어릴 적에 책 읽다가 코 판 손으로 어기엉차 이렇게 하는 사람이 되는거고.
나랑 다락방님은 아니예요.
게다가 아직 어려서... 아직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8-03-30 11:4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8-03-30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30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ueyonder 2018-03-30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뭇한 광경입니다. ㅎㅎ
글쓰는 솜씨가 정말 일취월장이시네요!

syo 2018-03-30 14:25   좋아요 0 | URL
뜻밖의 칭찬 말씀이네요^-^ 감사합니다.

그 아저씨가 읽던 책이 뭐였는지 확인 못하고 돌아선 게 계속 아쉽습니다.

stella.K 2018-03-30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제가 이사 온지 얼마 안 되서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는데 벤치에
어느 호리호리한 외국인이 그것도 흑인 남자였습니다.
책을 읽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게 참 아름답더군요. 한참 오래된 일인데
그게 잊혀지지가 않아요.
사람을 사로잡으려면 그 방법도 썩 좋은 방법이죠.ㅋ

근데 우리나라 사람이 우연히 눈길이 마주쳐 서로 미소를 교환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분명히 한쿡 사람 맞나요?ㅋ

syo 2018-03-30 14:28   좋아요 1 | URL
40대에서 50대까지 추정해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한국인 외모의 아저씨였습니다.

이미 웃는 표정으로 책을 읽고 있다가 고개만 제 쪽으로 돌렸던 것 같기도 하고, 상황이 정확히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대단히 멍청한 상태로 그 아저씨를 쳐다보고 있었거든요.

그러고보니 제가 엄청 멍청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어서 참지 못하고 웃었을 확률도 있겠는데요ㅋㅋㅋㅋㅋ


clavis 2018-04-02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도 이쯤에서 사라져주셔야겠어요 이미 너무 잘 쓰시면서 누구가 누구를 제거하신다구~~ㅎㅎ

탕탕♡♡

syo 2018-04-02 23:17   좋아요 0 | URL
휙휙, 으하하하.

clavis님께서 고맙게도 그 총을 진심으로 쏘셨다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진실은 아니어서 손쉽게 총알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syo가 애를 써봐야 프메님의 글에 비할 바는 아니지요 ㅎㅎㅎㅎ
 

남의 취업 이야기

 

(친구입니다)이 마침내 일자리를 얻었다. 대구의 어느 영세한 세무사 사무소에서 최저시급만 받고 야근 주말 출근까지 해 가며 한 달을 벌벌 기던 저놈식기에게 때려치우고 다른 일자리를 구해보라고 권한 것이 1월 말이었다. 그 말 떨어지기만 기다렸다는 듯이 은 바로 그 사무소를 박차고 나왔으나 이 멍청한 놈은 그 이후 자기소개서 하나 작성하는 데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빈둥거리게 된다. 때려 친 지 두 달이 다 가도록 취업은커녕 어디 한 군데 면접 보러 오라는 소리가 없다기에 혹시나 해서 읽어 본 저놈식기의 자기소개서는, 이건 뭐 발가락하고 두 시간만 주면 뚝딱 만들어 낼 정도의 저퀄인데다가 주술호응은커녕 심지어 맞춤법조차 엉망진창이었다. , 이게 글이야? 아놔, 내가 지금 뭘 읽은 거야..... 의무교육이 니 글 보면 지가 대체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쏘주 나발 불게 생겼다. ‘할수있었습니다가 뭔데 도대체. 띄어쓰기 안 배웠어? 어디 가서 syo랑 초중고 같이 다녔네 하고 다니지 마라, 이색기야. syo가 폭풍 쏘아붙인 카톡 메시지의 1이 사라지고도 3분 뒤, 글로만 봐도 자동으로 음성지원이 되는 의 대답. “아니그게, 붙여놓는게 보기좋잖아

 

세상에 자소서 제출 전에 맞춤법 검사 돌리는 기본적 정성도 없는 새끼를 뽑아줄 회사가 있겠냐고. ‘한글에다가 복사-붙여넣기 한 번만 해 봐도 빨간 줄 다 그어주는데...... 이건 멍청한 건지 아니면 멍청한 건지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멍청한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정말 확실한 건, 아무래도 쟨 멍청하다는 것뿐이다.

 

, 당장 짐 싸. 당장 필요한 이불이랑 옷가지 몇 벌 먼저 싸서 우체국 택배로 보내고, 남은 짐은 형한테 보내 달라 하고 내일 당장 서울로 올라온다. 내일 당장? 그래 인마. 천천히 짐 싸서 보내고 주말에 올라가면 안 돼? , 안 돼. 주말까지 뭐 할 건데? ....... 그치? 닥치는 게 좋겠지? 1시간 있으면 우체국 셔터 내리니까, 즉시 움직이도록. .......

 

이렇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고시원 맞은편 방에 저놈식기를 처박아 놓고 조련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누가 조련하고 누가 조련된 건지 아리까리한 게, 애초에 첨삭만 좀 해주겠다고 생각했던 자소서는 사실 syo가 거의 다 쓰다시피 했고, 면접 때 어떡하냐며 벌벌벌 떠는 저 삼식이에게 압박면접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피 같은 내 시간을 부질없이 태워야만 했다. 이쯤 되니까, 사실은 저 놈이 천재는 아닐까 싶다. syo의 분노 패턴과 급한 성질을 활용할 방법을 꿰고 있는 녀석은, 적당히 등신 같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제 입으로 도와 달라는 말 한 번 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얻어낸 것이다. 곰곰 생각해 보면 이런 식으로 20년이었던 같기도 하다...... 그리고 마침내 덜컥, 두 달 전 일하던 곳보다 두 배는 더 받을 수 있는 회사에 붙었다. 서울 상경 보름 만에 이루어낸 쾌거다. 보름 동안 이 잃은 것은? 없다. 그러나 24시간이 모자란 수험생 syo가 잃은 것은? , 소오오름.......

 

여담이지만 도대체 저 얼빠진 놈한테 비싼 돈 꼬박꼬박 주겠다는 그 회사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다. 채용공고에 회계학이나 경영학 지식 있는 사람 우대한다고 쓰여 있는 거 뻔히 읽어 놓고도, 면접 자리에서 CPA 준비할 때 무슨 과목에서 제일 성적이 안 나왔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세법 상법 경제학 다 놔두고 굳이 회계학을 제일 못했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물색없는 인간이다. , 차라리 경제학을 부르지 인마. syo가 한심하다는 듯이 따져 묻자 그놈 왈, 그래도 내가 경제학관데, 경제학을 못했다 그러면 멍청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남들 1, 2학년 때 듣는 미시경제를 3학년씩이나 돼서 들어놓고 꼴랑 B0 받은 놈이 하는 말이었습니다. 면접관이 니 성적표도 손에 다 들고 면접 본다......

 

결혼은 언제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열라 순박하게, 심지어 갑자기 볼륨을 높여서, 최대한 빨리 하고 싶습니다! 이런다. 그 박력에 흠칫 놀란 면접관이, 우리가 충청도에 새로 공장을 하나 올리는 데 뽑히면 그쪽으로 보낼 수도 있는데 괜찮겠느냐며 난색을 표한다. 그제야 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한 녀석은 대답한다. 괜찮습니다, 아직 여자 친구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찮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직 여자친구가 없는데, 그래서 괜찮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혼은 최대한 빨리 하고 싶습니다만 아직 여자 친구가 없습니다! 아직 여자 친구는 없습니다만 결혼은 최대한 빨리 하고 싶습니다! 어느 쪽이든 진지하지만 웃기다. 이러니 짜증나지만 사랑스러운 친구다. 그리고 비밀이지만, “아직 여자 친구가 없습니다.” 아직은 놀랍게도.......(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하여튼 이 녀석까지 취업이 되고 나니, 이제 syo가 아는 인간들 가운데 가장 비루한 인간은 다름 아닌 syo가 되고 말았다. 빼박이다. , 너만이 나의 마지막 희망이었는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내 인생 비록 밑바닥이었지만 너와 함께라서 외롭지 않았거늘...... 네가 이렇게 나만 버려 놓고 저 혼자 사람 도리 하는 사람 대열로 들어서는 거냐, 그러고도 니가 인간이냐, 이 개시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싸콩그레츄레이션빰바밤빠밤빰 빰!

 

그동안 몸 고생 맘 고생 많았다 인마, 이제 너도 꽃길 좀 걷자. 어깨 펴고 새끼야, 당당하게, 쫄지 말고. 남들처럼, 할 거 다 하면서, 누릴 거 다 누리면서. 일은 살살, 너무 최선 다 하지 말고, 8할만, 열일 할수록 자본가만 배 터진다. 알겠냐?

 



그리고 요즘 날 더워지니까, 오늘 집에 올 때 아이스크림 케이크 사 와라 개시끼야ㅋㅋㅋㅋㅋㅋㅋ 알겠냐?




 

, 이제 나만 잘 하면 된다.

 



같이 아무 말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불편해지는 사람을 친구라 부르기는 거북하다친구란 아내 비슷하게 서로 곁에 있는 것을 확인만 해도 편해지는 사람이다같이 있을 만하다는 것은 어려운 삶 속에서 같이 살아갈 만하다고 느끼는 것과 같다.

김현,행복한 책읽기 

 

 좋은 것은 좋다고 말하기 바란다.

 누군가를 인정하지 않고누군가를 질투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좋은 것을 좋다고 말할수록세상엔 좋은 것들이 좀 더 생겨날 것이다.

최민석꽈배기의 맛

 

삶이 노동을 통해 가능해지는 것이기는 해도 노동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가능하게 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야 하죠삶이란 되도록 자유롭고 즐거운 것이 되어야만 하니까요사람들의 삶을 자유롭고 즐거운 것으로 바꾸는 노동은 신성하지만반대로 부자유와 고통을 자아내는 노동은 불경스럽습니다한마디로삶을 살 만한 것으로 만드는 노동만이 아름다울 수 있어요반대로 삶을 고통스러운 것으로 만드는 노동은 추하기만 할 뿐이죠.

한상연우리는 모두 예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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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8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8 14: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8-03-28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쇼님 이뿌다 ❤️

syo 2018-03-28 14:34   좋아요 0 | URL
으응?? ㅎㅎㅎㅎ

단발머리 2018-03-2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쇼님 착하다 💜

syo 2018-03-28 14:35   좋아요 0 | URL
에엥?? ㅎㅎㅎㅎㅎ

stella.K 2018-03-28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런 웃긴 글에 김현의 말을 슬쩍 흘리시다니.
이건 어느 방식입니까?ㅋㅋㅋㅋ
이제 쇼님만 잘하시면 됩니다. 홧팅!!

syo 2018-03-28 14:58   좋아요 0 | URL
첫 번째 인용글은 ˝우리 이런 사이니까,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말아라˝ 라는 의도구요,

두 번째 것은 ˝이게 다 부러워서 이러는 거니까 제발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말아라˝ 라는 의도에서 인용한 것이었습니다.....

네. 저 살려구 김현 팔았어요......ㅋㅋㅋ

blueyonder 2018-03-28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을 응원합니다~!

syo 2018-03-28 17:2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blueyonder님!
저도 저를 응원해요 ㅎㅎ 이제 저 하나만 응원하면 되는 상황이네요..

2018-03-28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8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8-03-28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토비님 최고야~~~!!!

syo 2018-03-28 17:5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최고의 백수 syo입니다!

비연 2018-03-28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___________^

syo 2018-03-29 08:45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 함박웃음이다.

psyche 2018-03-29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 님 화이팅!

syo 2018-03-29 08:46   좋아요 0 | URL
psyche 님 땡큐!!

전현채 2018-03-31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업준비중인 공고생입니다. 이메일로 우연히 보고 왠지 모르겠지만 위로받은 기분이네요. 쉽게 되는 일이 많아서 회사에 들어가는것도 참 쉬울 줄 알았는데 힘들더라구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힘내세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syo 2018-03-31 17:49   좋아요 0 | URL
전현채님 반갑습니다. 이메일은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게지만, 똥같은 글 꽃 같이 읽어주시고 응원도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전현채님께서도 금방 좋은 결과 얻으실겁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1 2018-04-01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멋있는 우정이네요~

clavis 2018-04-02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간만에 모국어로 욕을 들어먹으니 넘나 좋네요 진짜 너무 좋아요 흙

syo 2018-04-03 01:14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음 같아서는 욕 한 번 시원하게 쳐드리고 싶지만, 제가 마음이 여려서요......

윤미경 2018-04-09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욕만 빼고요~^^

syo 2018-04-09 13:06   좋아요 0 | URL
하하하하 감사합니다.
이시끼 저시끼가 입에 붙었네요^^

gloria 2018-04-1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취업컨설턴트로서의 재능을 키워보세요.
아, 다른 사람들에게는 애정이 없어서 안 될까요? ^^;;

syo 2018-04-17 09:53   좋아요 0 | URL
제가 백수인데 누구 취업을 컨설팅 하겠어요 ㅎㅎㅎㅎㅎ
 

인공눈물

 

아무렇게나 그린 곡선처럼 침대에 널브러져 있다 보면 밤이다. 옥상에 올라 난간에 팔을 괴고 건너편 아파트 긴 복도를 따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빛이 차례차례 들고 나는 모습을 본다. 보이진 않지만 그곳엔 사람이 있다. 불이 켜지는 자리에는 아직 오지 않았고, 불이 꺼지는 자리는 이미 지나친 사람이. 보이진 않지만. 그 모습은 사는 모양과 그대로 비슷하다. 우리는 불이 켜지는 자리에도, 불이 꺼지는 자리에도 언제나 없다. 항상 그 사이 어딘가에 갇혀 있다. 그리고 그런 사실이 우리 자신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밤에도 뿌연 먼지가 아파트와 밤이 만나는 모서리를 문질러 흐려놓는다. 눈이 뻑뻑한 것 같아 괜히 달 한번 올려다본다. 이지러진 달의 눈동자에도 인공눈물 한 방울 부어주고 싶다. 오죽하면 눈물도 만드는 사람의 부산함을 일러바치고 싶다.

 

한 주 내내 비척거리다 딱 한번, 오직 한번만 글 쓸 자리가 주어진다면, 그 기회가 아깝지 않은 글을 만들기 위해 뭉근하게 문장을 조리는 동안에 쓰는 이의 고갱이가 자연스레 소리도 없이 녹아드는 것이 아닐까? 빛이 가문 독방에 들어앉은 죄수에게 주마다 냅킨 크기의 작은 종이 한 장만이 허락된다면, 다듬고 아끼어 깨알같이 글자를 박아 넣은 그 한 장의 종이가, 어쩌면 잘 닦아놓은 거울보다 더 면밀하게 자신을 비추어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리운 걸 보니 아직 덜 힘든가 보다. 진짜 힘든 이들은 그리움을 모른다. 그들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걸어 다니며 컵에 든 밥을 먹는다. 그들은 여기서 무너지면 짚고 일어설 데가 없다는 것을 알고, 그 대신 그리움을 모른다. 그리워하는 법을 잊었다.

 

그러나 얕보이기 쉬운 아픔이라고 다 얕보기 쉬운 아픔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워하는 일이 그러하듯이. 그리운 사람은 늘어가지 않아도 그리운 마음은 늘어갈 수 있듯이, 한 사람 그리워하는 일이 여러 사람 그리워하는 일보다 만만한 일이 아니듯이. 나는 한 사람 그리운 마음만으로 충분히 당신들만큼 분주하다고, 지친다고, 가끔은 내려놓고 싶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는 일도, 그리워하는 일도. 그리고 알고 보면,

 

사람의 눈물은 모두 사람이 만든다.






삶의 막막함과 쓸쓸함을 견디지 않으면스스로가 삶의 주인이 되어 바로 서지 못한다면 우리 앞의 생은 결국 진짜가 될 수 없다눈물 없이는 어른이 될 수 없는 법이다.

전성원길 위의 독서


사랑하는 사람이비록 그가 나와 닿지 못하는 서로 다른 장소에 있더라도 나와 같은 시간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외로움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외로움이란 감정은 근본적으로 그렇게 반향적인 현상인 것 같다.

발터 벤야민모스크바 일기

 

 "절 어떻게 기억했는데요?"

 "슬픔에 가득차서 기억했지당신을 기억할 때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환영이라고 생각했소우리가 어렸을 때서로의 그림을 보고 사랑에 빠진 휘스레브와 쉬린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었지쉬린이 왜 맨 처음 나뭇가지에 걸려 있던 휘스레브의 그림을 보았을 때 곧바로 사랑에 빠지지 않고사랑하기 위해 세 번이나 더 그림을 봐야 했는지 아느냐고 내가 물었지당신은 이야기에서는 항상 세 번이라서 그렇다고 대답했었소그때 난 쉬린이 처음 그림을 보자마자 사랑에 불타올라야 한다고 말했었고하지만 휘스레브의 그림만 보고도 그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그림 속의 그와 실제의 그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볼 정도로 똑같이 그릴 수 있는 화가가 어디 있겠소우리는 그 점에 대해서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지내게 당신의 그 아름다운 얼굴을 실물과 똑같이 그린 그림이 있었다면 어쩌면 지난 12년이 그토록 고통스럽지는 않았을지도 몰라.“

오르한 파묵내 이름은 빨강 1


먼 곳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있을 때나는 종종 세계지도 앞에 가 섰더랬다내가 있는 곳을 손으로 짚고그가 있는 곳을 손으로 짚었다어디쯤에서 만나야 할까어디가 우리의 중간쯤일까아니중간이 아니어도 좋다나도 날아가고 그도 날아가 아주 엉뚱한 곳지금 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아주 멀리에서두 사람 모두에게 낯설고 서로가 서로에게만 익숙한 바로 그 지점에서우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이유경잘 지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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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3-26 09: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눈물은 사람이 만든다는 구절을 보니, 이규리의 시가 생각나네요. 제가 참 좋아하는 시예요.


많은 물


비가 차창을 뚫어버릴 듯 퍼붓는다

윈도브러시가 바삐 빗물을 밀어낸다

밀어낸 자리를 다시 밀고 오는 울음

저녁때쯤 길이 퉁퉁 불어 있겠다

차 안에 앉아서 비가 따닥따닥 떨어질 때마다

젖고, 아프고,

결국 젖게 하는 사람은

한때 비를 가려주었던 사람이다

삶에 물기를 원했지만 이토록

많은 물은 아니었다

윈도브러시는 물을 흡수하는 게 아니라 밀어내고

있으므로

그 물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저렇게 밀려났던 아우성

그리고

아직 건너오지 못한 한사람

이따금 이렇게 퍼붓듯 비 오실 때

남아서 남아서

막무가내가 된다

syo 2018-03-26 09:18   좋아요 0 | URL
크- 역시 시는 시네요. 시인은 시인이구요.
그리고 역시 다락방님은 다락방님이시다.....

독서괭 2018-03-2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글 보고 마음이 아팠는데 뭐라고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망설이다 결국 댓글을 못 썼어요.. 그 그리움 절절히 느껴집니다.힘내세요 syo님!

syo 2018-03-26 23: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님 ㅠㅠ
syo는 본래 징징이라서 사실 징징대는 꼭 그만큼 힘들지는 않습니다. 과장이 심한 편이예요 ㅎㅎㅎㅎ
작게나마 괜한 걱정 끼쳐 드렸나 싶네요.

하루하루 잘 살겠습니다^-^

chaeg 2018-03-2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문단, 계속 곱씹게 되네요. syo님은 잘하고 계신 겁니다 :)

syo 2018-03-28 07: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토큰님 ㅎㅎㅎㅎ
으쌰으쌰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