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 옆 발전소

 

 

1

 

자의식을 확립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단 세상과의 다툼이 있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세상과의 작은 싸움에서 승리를 거듭함으로써 세상을 점차 자신의 색으로 물들여가는 인간이 있다. 그리고 패배를 적립하면서 상처 위에 상처를 덮어 두꺼운 갑옷을 만드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기는 사람들도 지는 사람들도 영원히 지거나 영원히 이길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공히 이상주의자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마음속에 전쟁터를 만들고 그 안에서 계속 이기거나 계속 지는 사람들도 있다. 세상과의 첫 번째 조우에서 한 방을 먹였거나 먹은 그들은, 자기 안으로 돌아와 그날의 승리나 패배를 반복재생산하며 마음의 벽돌로 자신의 성채를 쌓는다. 그러나 마음이란 취약하고 불균형한 물질이라 내 마음으로 쌓은 성벽의 안에 거주하기 적합한 사람은 대체로 나뿐이다. 마음의 모양새나 온도에 따라 아주 가까운 몇몇 이들을 포용해 마을을 만드는 경우도 있겠으나, 그 마을도 대체로 작고 고립되어 있거나, 그 안에 거주하는 타인들의 굉장한 인내나 이해를 요구할 공산이 크다.

 

문제는 그들이 마음속 섀도우 복싱을 바깥세상과의 싸움이라고 착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실제로는 없었던 승리를 착각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여긴다. 충분히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축적되면 내 안에 밀도 높은 분노의 원자력 발전소가 생긴다. 세상엔 그만한 저비용 고효율 에너지원이 없고, 그래서 그들은 늘 뜨겁다. 단점이라면 안전 취약성과 붕괴 시 필연적으로 찾아올 치명적인 파국을 들 수 있겠다. 반면, 실제로는 없었던 패배를 착각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자신의 몰가치를 알아챌까 전전긍긍한다. 초과 단련한 겸손으로 상대방의 기대를 끊임없이 낮추고, 예견된 실패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핑계거리들을 미리 만들며 자기를 불구화한다. 이 경우는 폐열을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소와 비슷한 느낌이다. 저렴하고, 열효율도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온도 조절에 실패해 불완전연소가 발생하면 독성이 있는 감정이 배출되어 주변 사람들의 마음까지 멍들게 하기도 한다.

 

열병합발전 시스템을 오래 운용해온 사람으로서 늘 고민이 되는 부분은, 야생의 syo에게 먹이를 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준다면 얼마나 줘야 그나마 건강한 균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따위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구걸하는 말을 선명하게 하고 있진 않지만, 그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아니에요, 별 거 아니에요, 손사래를 쳐대며 겸손의 스탠스를 취하지만 그렇다고 칭찬이 기쁘지 않은 것은 또 아니다. 그건 앞에선 별 거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뒤로는 완전히 별 거 아닌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정말 허접한 글, 자기가 무식한지도 모를 만큼 무식하다는 티가 나는 글을 쓰면서 끝없이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기대를 요구하는, 어디 갖다 쓰지도 못할 생각의 찌꺼기나 계속 만드는 주제에 온 세상 다 밝힐 지혜라도 발굴한 마냥 설교하는, 타인을 불쾌하게 하는 행동을 하고 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해서 오히려 당당한 그런 사람과 나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할 수가 있을까? 그저 기교, 지식, 눈치 같은 요소들에서 미미한 차이만 있을 뿐, 최종적으로 그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닐까?



사람들은 자신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한다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생김새그리고 등장으로 외부에 분명한 신호를 보낸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주변에서는 거의 눈치채지 못한다사람들은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그렇게 관심을 기울일 만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따라서 진실은 이렇다당신은 시도 때도 없이 주목을 받고 있지 않다.

스벤야 아이젠브라운너무 재미있어서 잠 못 드는 심리학 사전 

 

사랑을 받을 만한 마땅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을 결정하고자 대상에 탁월한 가치를 부여하면서 그 가치가 바로 그 대상의 내부에 있는 올바름 혹은 탁월함의 정도라고 여기는 것은 문제가 된다그러면 우리를 속이는 확실한 길로 들어서게 된다우리는 바로 그렇게 소외된 대상우리가 그것을 사랑한다고 단지 그릇되게 상상하는 대상에 집착하게 된다사랑의 원인이 그 대상이라고 철썩같이 믿으면서 우리는 그 사랑을 그것에 돌려주려고 한다이때 우리가 아는 것은그 대상이 실제로 불러일으키는 정서가 아니다우리 사랑의 진정한 원인은 그 대상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그것은 단지 그 대상의 현존에 수반되는 감정일 뿐이다.

발타자르 토마스비참한 날엔 스피노자

 

나는 여럿이면서 하나이고동시에 하나이면서 여럿이지요파도가 조각이면서 더 큰 바다의 일부분이듯이나는 이 세계를 헤매는 자이면서 헤매지 않는 자이지요저 빈 옥수숫대를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같이만물은 증식하면서 또 다른 부분에서는 잘라내요진짜로 생각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 것이지요.

장석주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2

 



혼자서 한 권 분량의 절반을 꿀꺽 삼킨 박상영 작가님. 쉬지 않고 내리 읽었고, 재미있었고,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거나 무슨 맘인지 짐작할 수 없는 대목도 하나 없었는데, 이 작품에 대해서 써보라고 하면 못 쓰겠다.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종류의 작품이라는 뜻이 아니라 syo가 아무것도 쓸 수 없는 종류의 인간이라는 뜻입니다.

 

모든 리뷰가 그렇지만, 특히 소설 리뷰 하시는 분들껜 존경 말고 다른 걸 드릴 재간이 없다. 이웃님들의 훌륭한 리뷰를 읽으며 무릎을 탁탁 타타탁 치고, 너무 세게 쳐서 무릎이 아프고, 그 아픔 속에 소설 리뷰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깨달음을 새겨 넣고, 그렇다면 이다음에 나도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거니 하고 돌아서고, 돌아서 모니터를 마주하고 앉으면 뭐 어떻게 써야하나 다시 깜깜해지고.....

 

 

 

3

 

자료와 통계로 무지와 편견을 조지는 책이라 소개하면 예비 독자들은 응당 딱딱하고 각진 사무실투의 문체를 예상하게 마련인데, 실제로는 이런 문장도 있다. syo는 여기서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을 본다.

 


평일에는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지냈고토요일이 되면 아버지가 나를 자전거에 태우고 장난삼아 커다란 원이나 8자 모양을 그리며 병원으로 갔다어머니는 병원 3층 발코니에 기침을 하며 서 있곤 했다아버지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도 아플 수 있다고 했다병원 밖에서 내가 손을 흔들면 어머니도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어머니가 뭐라고 말했지만목소리가 너무 작아 바람 소리에 묻혀버렸다내 기억에 어머니는 늘 웃으려고 애썼다.

한스 로슬링 외팩트풀니스

 

반면, 갓 스물을 넘은 나이에 시조로 등단해 그 후 50년을 시작詩作으로 물들인 원로 시인의 시집이라 소개하면, 역시 예비 독자들은 저마다 시에 대해 지니고 있는 감정(대개는 애증이기 십상인)을 들추어 보며 특정한 형식을 예상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시도 있다. 시가 걷지 못할 길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한 권의 시집 속에 이런 시도 저런 시도 있다는 사실은 새삼 놀랍다.



 

지중해 연안의 주요 도시 벵가지미수라타베이다투브루크살룸아즈다비야주와라 등이 반정부 시위대의 손에 넘어간 가운데 국영 텔레비전에 나와 시위대를 향해 바퀴벌레” “살찐 쥐새끼라는 거친 표현을 써가며 순교자로서 마지막 피 한 방울이 남을 때까지 싸우겠다면서 내가 명령하면 모든 게 불탈 것이다라고 외쳤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24일 다시 텔레비전에 나와 내전에 준하는 이 혼란이 알카에다의 사주에 의한 것이며, “마약과 술에 전 젊은이들 탓이라며 이 모든 상황이 코미디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카다피의 유혈진압으로 최소 230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부상한 민주화 시위의 진원지이자 리비아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벵가지 광장엔 이날 수많은 시민들이 쏟아져나와 피의 댓가로 얻은 자유에 환호했다벵가지는 이제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꾸린 인민위원회가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과 정부 건물엔 1969년 카다피의 혁명 전 이드리스 왕정 때 사용했던 초승달과 별이 그려진 삼색기가 내걸렸다고 한다. AK소총으로 무장한 시민군은 곳곳에 플라스틱 폭탄로켓기관총심지어 대공화기의 공격으로 인한 인민 학살의 흔적이 남은 거리를 활보하면서 우리가 큰 싸움에서 이겼지만 아직 전정에선 이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시영, 〈2011년 2월 24리비아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부분 

 

 

--- 읽은 ---

상호대차 강민선 : 74 ~ 174

+ 혁명 / A. 골드스톤 : 48 ~ 230

+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외 : 108 ~ 385

+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회계책 / 권재희 : 105 ~ 355

 

 

--- 읽는 ---

= 소설보다 : 가을 2018 / 박상영 외 : ~ 71

= 모더니티의 수도, 파리 / 데이비드 하비 : ~ 50

= 처음 읽는 레비나스 / 콜린 데이비스 : ~ 23

= 소로의 일기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68 ~ 88

경찰은 그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이시영 : ~ 74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그레이슨 페리 :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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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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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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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4: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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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4: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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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8 17: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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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9 0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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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9-07-12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팩트풀니스』저도 기대 안하고 봤는데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리뷰 써야 하는데 미루다가 내용이 가물가물해져서 다시 읽어야 할 듯ㅡ.ㅜ 저는 무릎 칠 일보다 이마 탁~하게 되네요ㅎㅎ;

syo 2019-07-12 15:20   좋아요 0 | URL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독서였어요. 내용이야 금방 어딜 가고 없겠지만..... 그럼 담에 또 읽음 되죠 뭐 ㅎㅎㅎ
 

  

옥탑방

 

바다는 이 새벽을 건너 어디에 파도를 뿌리려는지, 인력과 척력에 올라타고 지구를 도는 물결 소리 들린다. 아무도 없는 밀물에서 모래들이 와글와글 씻은 얼굴로 파도를 들으며 자란다. 모든 모래들은 도시에서 왔다. 도시에서 그들은 산이거나 바위거나 돌멩이거나 했었다. 그들이 떠나온 도시는 시끄러운 소음만 남았지만 그 소리를 듣는 이들은 모두 귀머거리다. 벙어리다. 배가 고프다. 오직 배고픈 이들만이 도시를 만든다. 밤을 위해 낮을 사는 이들과 낮을 위해 밤을 사는 이들이 마주보며 공전하는 궤도. 밀물도 썰물도 없는 곳에서 무람없이 증식하는 숫자들. 모래들이 도망친 곳에 모래보다 큰 숫자가 남았다. 도시는 그 숫자들로 무엇을 하려는지, 파도가 닿지 않는 도시에서 무엇이 있어 숫자들의 얼굴을 씻기려는지. 알코올은 당기고 카페인은 밀어내는 것, 이 간단한 물리학으로 기어이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지. 그림자를 모조리 집어삼킨 밤의 혓바닥이 차다. 모래가 되어 흘러가지 못한 것들이 먼지가 되어 흩어지는 곳. 옥상의 난간에 줄지어 올라선 어두운 것들을 진맥하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이가 더 어두운 것이 되는 곳. 재무제표가 좋아지는 곳. 사람의 언어보다 더 중요한 언어가 쌓여있는 곳. 소금은 멀리 바람으로도 닿지 않는 곳, 그래서 가짜 소금으로 가짜 데킬라를 마시는 곳,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가난해지는 곳. 내가 가는 이 길이 내가 원하는 길이라고 기꺼이 속으며 사는 곳, 그래야 또 하루 살아지는 곳,

 

모래가 되고 싶은 먼지들이 사는 곳.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는 맑스 말대로 "거대한 상품의 집적"을 특징으로 하는 사회고그런 만큼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사회상품화하려는 사회다그것은 있을 수 있는 다양한 교환과 그것을 통한 삶의 순환을 상품화된 교환으로 바꾸어버리는 경향을 갖는다이는 비-상품마저 최대한 상품화한다계산하고 따지는 사람 하나가 관계 전체를 계산하고 따지는 관계로 만들어놓기 십상이듯이상품화된 관계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알다시피 선물의 교환조차 상품교환처럼 등가성을 따지고 계산하는 관계로 만들어버린다.

이진경자본을 넘어선 자본


알폰소 쿠아론의 2006년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의 한 주요 장면에서 클라이브 오언이 연기한 테오는 배터시 발전소에 있는 한 친구를 방문한다발전소는 이제 공공건물과 사적인 소장품 공간을 겸해 사용되고 있다그 자체로 재단장 된유물이라 할 수 있는 이 건물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피카소의 게르니카핑크 플로이드의 애니멀스앨범 표지에 등장하는 돼지 풍선 등의 문화재를 보존하고 있다이것이 대규모의 불임을 초래한 어떤 재앙(한 세대 동안 아이가 전혀 태어나지 않았다)을 피해 틀어박힌 상류층의 삶을 일별할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다테오는 질문을 던진다.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되면 이 모든 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미래 세대는 더 이상 알리바이가 될 수 없다아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돌아오는 답은 니힐리즘적 쾌락주의다. “그것까진 생각하지 않으려 해.”

마크 피셔자본주의 리얼리즘

 


 

--- 읽은 ---

+ 그림이 위로가 되는 순간 / 서정욱 : 155 ~ 383

+ 다시 헤겔을 읽다 / 이광모 : 95 ~ 195

 

 

--- 읽는 ---

= 상호대차 / 강민선 : ~ 74

= 읽을수록 빠져드는 회계책 / 권재희 : ~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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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5 0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5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돼지가 호흡곤란에 빠진 날

 

 

1

 

방금 2019년 하반기의 첫 달리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2019년의 세 번째 달리기였다......

 

울 뻔 했다. 1km도 제대로 못 달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는 이 하자 몸덩어리를 달고 살다보면 정말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가 없게 된다. 3회 회당 10km씩 도림천을 타박타박 정말 가벼웁게도 달리던 추억을 떠올리면 복받치는 눈물을 참기가 어렵다. 먼 옛날도 아니다. 바로 작년의 일인데..... 폐활량이 현란했던 과거의 나여. , 사람이 돼지가 되는 데 1년이면 차고 넘친다.

 

치킨을 사랑하지만 치킨이 돼지를 만드는 게 아니었다. ‘육개장 사발면 맛감자칩을 주 480g 섭취하기도 했지만 역시 감자칩이 돼지를 만드는 게 아니었다. 돼지는 돼지가 만든다.




2

 

헤겔 입문서를 한 권 빌려 읽는 중인데요런 대목이 있다.



  우선 책상 위에 감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방 속에 노트북 컴퓨터가 한 대 있다고 해 보자우리는 이것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이것은 노트북이다!” 그렇다이것은 노트북이다이때 이것이 노트북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다사람들이 감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만이 가장 분명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근거이다.

  하지만 그 컴퓨터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따라서 치료를 해야 하는데나는 컴퓨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하지만 내 친구 병창이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하여 잘 안다그래서 나는 병창이에게 바이러스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며 컴퓨터를 그에게 주었다오늘 내 책상 위에 있는 것은 더 이상 노트북이 아니라 빈 가방이다상황이 이렇다면 이제 이것은 노트북이다.’라는 판단은 더 이상 올바르지 않다그 판단은 어제는 옳았지만 오늘은 더 이상 올바르지 않다.

이광모다시헤겔을 읽다

 

syo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해 잘 아는 친구, 저 병창이라는 인물에 눈이 갔다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유니크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짚이는 바가 있었다내 친구 병창이는 어쩌면 이 선생님이 아닐까?

 

현대 철학 아는 척하기 / 이병창 지음 / 팬덤북스 / 2016

 

이광모 선생님의 프로필과 이병창 선생님의 프로필을 대조해보면두 분 사이에 접점이 있을 개연성이 높아 뵌다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하여 잘 아시는구나이병창 선생님.

 

굳이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최근 이병창 선생님이 어마어마한 대역사의 첫삽을 뜨셨다는 사실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독일 이데올로기 1, 2권 /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 이병창 옮김 / 먼빛으로 / 2019

!!!!!!!!!!!

 

이 책 자체가 번역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제목 위에 쬐끄만 글씨로 마르크스 엥겔스 전집이라고 써놓은 데가 놀랄 포인트.

 

완간이 가능할까마르크스-엥겔스 전집은 MEGA라는 판본과 MEW라는 판본이 있다는데, MEGA만 해도 독일어로 100권이 넘는다는 소문이다. “먼빛으로라는 출판사는 이병창 선생님의 책만 출간한 작은 출판사로 보이는데전집이 완간될 때까지 살아남을지 회의적이다레닌 전집을 출간하고 있는 아고라 출판사도 어쩐지 불안하다힘을 내요 먼빛으로죽지 마요 아고라..... 저 두 곳을 위해 syo가 뭐라도 하고 싶지만 syo가 뭐라고......



레닌 전집 요, 요, 귀요미들 같으니

 


 

3

 

근래 회계책을 스리슬쩍 읽기 시작한 것은 특별히 회개한 바가 있어서다.

 

친구 하나가 작은 회사에서 회계일을 맡아 밥벌이를 한다. 이런 대화가 있었다.

 

syo : 넌 열라 비용 같은 놈이지.

친구 : 뭔 말이야.

syo : 대변 같다고, 똥 같다고, 비용은 대변.

친구 : 븅신아 알고 깝쳐, 비용은 차변이고 수익이 대변이여.

syo : !!!!!!!

 

저것은 회계의 기본, 회계학에서는 구구단 취급도 못 받는, 아라비아 숫자 수준의 지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syo도 회계원리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었다! 나도 저거 알았어! 알았다고! 근데 왜 저랬지? ? 아 쪽팔려, 대체 왜! 멍청아, 수익멍청이야!

 

뭐 이런 허접스런 회개스토리였다.



 

 

4

 


그런데 프랑스 여성 참정권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세력은 보수적인 왕당파가 아니라 진보를 지향하는 공화주의자들이었습니다혁명기 이후 프랑스에는 왕이 통치하는 체제로 되돌아가기를 원하는 왕당파와 국민이 주권을 가진 공화국 체제를 유지하려는 공화주의자 사이의 싸움이 지속되었습니다왕정을 옹호하는 가톨릭교회 세력 또한 공화주의자들 입장에서는 공화국의 걸림돌로 생각되었습니다공화주의자들은 신앙심 깊은 여성들이 스스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대신 가톨릭 성직자들의 영향에 휩쓸려 편향된 선거를 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여성들이 가톨릭 교회와 성직자를 지지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왕당파 같은 보수 세력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참정권을 부여하지 않으려 한 것입니다.

여성에게 정치적 권리를 부여하는 데 인색했던 또 다른 이유는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 때문입니다프랑스 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프랑스는 유럽의 중국이라 불릴 정도로 인구가 많았습니다그러나 19세기 중반 이후 출생률이 정체되기 시작합니다인구가 곧 국력의 근원이라 여기며 인구수와 출생률에 강박적 관심을 보이던 프랑스는 여성들이 정치적 권리를 얻게 되면 공적 영역에 관심을 쏟느라 집안일특히 출산과 육아에 소홀해질 것이라 우려했습니다특히 출산과 육아에 소홀해지 것이라 우려했습니다게다가 인구 손실과 사회적 변화의 계기가 되었던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출산과 육아에 충실한 여성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지배적이 됩니다.

결국 프랑스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일한 자격으로 첫 선거를 치른 것은 1945년의 일입니다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꽤 늦었지요. (33 – 34)

 

한편프랑스 혁명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혁명 때문에 1944년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에서 여성이 온당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음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그 배경에는 여성은 남성과 다른 존재이기에 주권을 갖고 참정권을 누릴 수 없다는 논리가 있었습니다여성의 배제를 정당화한 공식적 논리는 여성이 독립적인 개인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여성의 참정권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이를 반대했던 남성들은 육체적 차이를 거론하고는 했습니다여성의 육체야말로 참정권을 가질 수 없음을 보여주는 부정할 수 없는 증거인 양 들이댄 것입니다. 1849년 정치 사상가 프루동Pierre Joseph Proudhon은 페미니스트 드루앙Jeanne Deroin이 의회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나서자 여성이 의원이 된다는 것은 남성이 유모가 된다는 것과 같다.” 라는 식의 전형적인 논리를 구사하며 반대했습니다그러자 드루앙이 이렇게 응수했습니다. “의원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떤 육체적 기관이 필요한지 보여주신다면 제가 포기하겠습니다.” (112 – 113)

박단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저쯤 되면 무례가 아니라 무식에 가깝다. 이 책은 뭐랄까, 프랑스에 대해 굉장히 실망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까.

 

 

 

5

 

내일부터는 다시 공부를 많이많이 할 생각이다.

 

결국 생각대로 되지도 않을 이놈의 생각은 왜 맨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럴 때면 정말 나란 놈은 무슨 생각으로 이산화탄소나 생성하고 있는지, 깝깝하다.

 

 

 

--- 읽은 ---

+ 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 박단 : ~ 328

+ 회계 기초 탈출기 15일 플랜 : 136 ~ 363

 

 

--- 읽는 ---

= 혁명 / A. 골드스톤 : ~ 48

= 다시, 헤겔을 읽다 / 이광모 : ~ 95

= 팩트풀니스 / 한스 로슬링 외 : ~ 108

= 그림이 위로가 되는 시간 / 서정욱 :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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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04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용은 차! 변!

syo 2019-07-04 08:28   좋아요 0 | URL
맞아. 비용은 차! 변!

2019-07-04 0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4 0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4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4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4 11: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19-07-04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용같은 놈이 욕이 될 수 있다니 ㅋㅋ 아는만큼 들리는 욕이군요..
저는 회계 요만큼도 모르는데,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는지라.. 초초초심자를 위해서는 저 책들 중 어떤 게 좋을까요?

syo 2019-07-04 10:06   좋아요 0 | URL
저도 이제 막 이렇게 저렇게 읽기 시작한 터라, 아직까지는 뭐가 좋다고 말씀을 드리기가 어렵겠습니다.....
입문서 추천도 뭘 좀 알아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ㅠㅠ

cyrus 2019-07-04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생 시절에 뭣도 모르고 경영학 복수 전공을 했다가 회계 과목에 좌절감을 느껴서 부전공으로 변경했어요. 회계 과목 때문에 평균 학점이 많이 떨어졌어요.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 아픈 선택입니다.. ㅠㅠ 회계 공부하는 분들은 정말 대단합니다.

syo 2019-07-04 23:22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야 뭐 회계등신 소리만 피하려는 목적으로 읽지만, 도서관에 꽂혀있는 정식(?) 회계 책들의 두꺼운 위용을 마주하고 있자면 존경심이 절로 생깁니다.

2019-07-04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4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전하군 2019-07-05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ㅎㄷㄷ.......

NamGiKim 2019-07-0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있는 레닌 전집들 중에 총 3권 읽어봤습니다.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이론을 체계적으로 만든 마르크스 보다 이론이 겸비된 것은 물론 실질적인 사회주의 혁명을 실천해낸 레닌이 더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syo 2019-07-05 23:15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저는 아직 레닌의 삶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마르크스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저는 저 불세출의 천재가 개인적으로는 찌질한 인간이었다는 데서 사랑을 느끼는 변태같은 인간이라, ‘위대하다‘는 생각 자체를 해 본 적이 없달까요 ㅎㅎㅎㅎ

보스코프스키 2020-04-13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레닌 전집 1권 추가했습니다. 추가 도서의 제목은 ‘4월 테제‘입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5963241
 

 

김건모

 

오늘은 독서실에 나가지 않았다. 날이 흐려 집에서 선풍기를 틀어놓고 앉아 있어도 충분히 버틸 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에서 버틸 수 있다는 문장과 끊어놓은 독서실을 가지 않는다는 문장 사이에 들어갈 접속사가 그래서혹은 그러므로계통인지, ‘어쨌든’, ‘그러거나 말거나계통인지를 잘 생각해보면...... 좋은 핑계 감사합니다.

 

실은 어제()도 독서실에 나가지 않았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데이트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약속시간은 오후 4. 기상이 아침 7시였으므로, 푸닥푸닥 씻고 먹고 나가서 8시에 독서실에 도착했다면 7~8시간의 공부량은 확보할 수 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사장님 여기 핑계 한 접시 추가요!

 

사실은 그저께()......


 


나는 알파고 이후 쏟아진 온갖 요란한 기사들보다 '멍때리기 대회기사가 더 혁명적인 함의가 있다고 느꼈다. '미래에 우리는 무슨 일을 하지?'라는 질문만 하지 말고 '그런데 우리는 꼭 일을 해야 되나그런데 일이라는 게 뭐지?'라는 질문도 해야 하지 않을까우리는 왜 기계에게 일을 빼앗기는 상상만 할 뿐 기계에게 일을 시키고 우리는 노는 상상은 하지 못할까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 시대에 우리가 ''이라고 부르는 많은 것들이 과거 시대 사람들 눈에는 그냥 쓸데없는 놀이나 미친 짓일 뿐일 거다혀와 배꼽에 피어싱해주는 직업프로 스케이트보더먹방 찍어 돈 버는 유튜버들주기적으로 돌고 도는 유행의 패션 산업...... 인간이 '문화'라고 부르는 것의 대부분은 쓸데없는 유희의 축적이다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곤 한다그러지 않았다면 여전히 동굴 생활에 머물러 있었을지도 모른다쾌락은 우리를 단조로운 동굴에서 끌어내어 새로운 모험으로 이끌었다우리는 쾌락의 카탈로그를 늘리고 늘리며 세계를 풍성하게 만들어왔고앞으로도 그럴 것이다상상력도 재미도 없는 성공충들의 권력은 오래가지 않는다결국엔 즐기는 자들이 이길 것이다.

문유석쾌락독서


"미루기는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페라리가 말했다. "만성적으로 일을 미루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능한 인간으로 여겨지기보다 노력을 안 하는 인간으로 여겨지길 바라지요."

앤드루 산델라미루기의 천재들




여름아 부탁해 제발 인마

 

여름이 도착하고 걸칠거리들이 가벼워짐에 따라, 지난 가을 겨울 봄에도 역시 제거하지 못했던 안심 등심 삼겹살 부위에 꽉 들어찬 육즙을 가리는 일이 난망해졌다. 이쯤 되면 분노에 절여진 궁금증 같은 게 생긴다. 도대체 말랐다는 건, 무방비 상태로 앉아 있을 때도 아랫배가 넘실거리지 않아 바지의 밴딩 부분을 덮칠 일도 없는, 모든 부위가 진퇴의 때와 장소를 아는 강단 있고 야무진 몸뚱이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걸 내가 이번 생에 알 수는 있는 걸까?

 

올해는 복숭아가 유독 실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어디서 들은 말인지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제발 사실이길 바란다. 100100복을 목표로 달렸던 것이 벌써 1년이란 말인가.

 

 

 

이 작은 생태계의 20초들

 

태어난 지 20년 됐다고 알라딘이 자기 생일상을 거하게 차렸나보다. 많은 알라디너들이 20초씩 모아서 알라딘의 생일 선물을 준비한 듯한데, 정작 즐거운 것은 알라딘보다 다른 알라디너들인 듯. 중간에 스톱을 걸고 영상 속 서가에 무슨 책이 꽂혀 있나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근데 나만 이랬을까? 여긴 알라딘인데.

 

보고 있는데 으으으으으으으아아아아아아 하는 비명이 절로 나왔다. 뭐지 이 오글거림은. 마치 우리 아빠가 TV에 나와서 우리 가족 사랑한다- 이러는 걸 보고 있는 듯한 감정...... 진짜 생판 남이면 시큰둥하고 말 것을, 본 적도 이야기 나눈 적도 없는 저 많은 사람들이 다 어느 정도는 가족 같다. 이게 알라딘인데.

 

그리고 그 중에는 요즘 syo와 연일 댓글교신 중이신 모 이웃님도 계셨다. 주기율표 담요 실물 잘 봤습니다. 후후후.


 


손에 잡히지 않아서이해할 수 없어서다 이해되지 않아서그래서 아름다운 것들이 세상엔 있다효율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이 세상에 비효율로 남아 있어서 고마운 것들우리를 간신히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사실 그런 비효율들이다너무 쉽게너무 자주너무 무심히모든 것에 효율을 들이대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는 단 한 번의 심벌즈를 위해 한 시간 넘게 준비하고 있고또 누군가는 0의 존재가능성을 밝히느라우주 탄생의 가설을 세우느라한 문장으로 우리를 구원하느라 밤을 새우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마음 어딘가가 편안해진다따뜻해진다.

김민철하루의 취향


내 테두리가 형성되기 전에 우리는 세상에 놓인다세상 속에서 비로소 나의 경계가 지어진다내가 아니라 나의 성립 이전의 무한한 세상이 먼저고나는 그 세상의 자극과 부름에 대응하고 응답함으로써 성립한다부름과 응답이것이야말로 삶의 원초적 사태다내가 아닌 것을 받아들여 느끼고 거기에 응대함으로써 나의 삶이 꾸려진다세상에 대한 파악은 이런 삶 가운데 그 삶에 덧붙여지며 그 일부가 된다나의 테두리가 얼마나 단단하고 얼마나 넓혀지든 그것은 내가 아닌 바깥과 견주어질 수 없다앎은 세상을 전유하는 중요한 방식이지만 제한된 것이며유한한 내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_ 문성원, 『철학의 슬픔』




+


월간 정리 페이퍼 써야 한다.


그리고 공부 좀 하자. 


 

 

--- 읽은 ---

+ 쾌락독서 / 문유석 : 108 ~ 262

+ 초스피드 회계어 마스터 / 조지 쯔베타노프 : ~ 138

 

 

--- 읽는 ---

= 철학의 슬픔 / 문성원 : ~ 157

=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페터 회 : ~ 107

= 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 김진영 : 150 ~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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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3: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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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1 15: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1 15: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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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5: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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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9-07-01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간 정리 페이퍼 얼른 내놔요.

syo 2019-07-01 14:55   좋아요 0 | URL
미뤄놨다 쓰려니 기억이가 잘안나네ㅋㅋㅋㅋㅋㅋㅋ왜 이랬지?

다락방 2019-07-01 14:56   좋아요 0 | URL
아 몰라. 얼른 쓰란 말예욧!

syo 2019-07-01 15:0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이렇게 나오시니 오히려 미루기즘이 두 배는 강력해지는 느낌이네요ㅎㅎㅎ😛

다락방 2019-07-01 15:14   좋아요 0 | URL
흥. 칫. 뿡!

syo 2019-07-01 15:16   좋아요 0 | URL
빠른 시일내에 서비스를 정상화하여 좋은 모습으로 고객님과 만나뵙겠습니다😐

목나무 2019-07-01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근처 과일트럭에서 올해 첫 복숭아를 보고 syo님이 제일 먼저 떠올랐어요. ㅎㅎ
알라딘 20초.... 음~~~ 할 걸 그랬나.. 뭐 이런 생각이 문득 스칩니다.
저도 구경가야겠어요. 왠지 영상속 분들이 괜시리 반가울듯 싶네요. ^^

syo 2019-07-01 15:18   좋아요 1 | URL
올해 복숭아가 좋다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복숭아 섭취량을 역대급으로 끌고 갈 예정에 있습니다. 끼니로 먹을 거예요!! ㅎㅎㅎㅎ

무식쟁이 2019-07-0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응? 그래서 김건모 이야기는 언제 나오는거야
2. 응? 이제보니 분노의 포도알갱이 아니고. 잘익은 🍑였어
3. 응? 뭐지뭐지? 알라딘20초?? 👀;

이상 3개의 응? 이었어요.

syo 2019-07-01 22:20   좋아요 0 | URL
제목을 너무 막 달아서 쟁이님께 혼란을 안겨드리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ㅋㅋㅋ
김건모의 경우는 핑계->김건모라는 유치한 연상작용의 결과물로서.....

다락방 2019-07-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핑계.. 라서 김건모... 라니.... 쇼님 유머감각 다 어디갔어요.
실망이야.....

syo 2019-07-03 10:52   좋아요 0 | URL
그런 상황을 일컬어 우리는 ˝슬럼프˝라 부르는 것인데, 슬럼프에 빠진 이에게 매몰찬 실망을 던지는 것은 문명인이 차마 할 도리가 아닌 것으로 아뢰오.....

다락방 2019-07-03 14:07   좋아요 0 | URL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가 나 되게 못할짓 했다는 느낌 때문에 괴롭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런데 왜 웃고있지?)
 

 

 

 

1

 

뒤뜰이라고 부르기도 뻘쭘한 자그만 땅뙈기에 키 작은 매실나무 하나를 심고 길렀는데 올해도 얼마간의 매실이 달렸다. 구름 낀 날 골라 엄마와 둘이서 다 땄다. 매실나무가 따끔한 녀석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가시라고 하긴 조촐하지만 가시가 아니라고 하긴 또 억울할 만큼은 뾰족한 잔가지 들의 공세가 있었다. 따서 씻고 말려보니 광주리 하나를 겨우 덮을 만했다. 바퀴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나가 설탕을 잔뜩 사서 돌아왔다. 술 담글 때 쓴다는 플라스틱 독에 매실을 깔고 설탕을 깔고 매실을 깔고 설탕을 깔았다. 그리도 그 위로 매실을 깔고 설탕을 깔았다. 몇 번을 반복했다. 이게 뭐가 될까?

 

사흘이 지나 들여다보니 설탕은 보이질 않고 진득하고 진한 갈색 물 위로 쪼글쪼글한 매실들이 단내를 풍기며 동동 떠 있다. 긴 주걱을 넣고 휘젓는데 바닥에 깔렸던 덜 녹은 설탕들이 밀물 맞은 바다모래와 썰물 지나간 펄의 가운데쯤 되는 몸짓으로 주걱에 척척 감긴다. 색까지 닮았다. 노 젓는 사공처럼 열심히 저었다. 매실의 작은 몸들이 휘휘 돌아나갔다. 그 위로 달큰하게 퍼지는 갈색 냄새. 냄새만 맡아도 배가 부를 것만 같아서 밥벌이 하는 일꾼처럼 자꾸만 젓고 또 젓는다.

 

적어도 반년은 묵혀 두라고 한다. 열심히 노 저어 갈색 바다를 건너뒀으니 내년에는 매실차를 마시겠다.

 


 비 오는 거리에 서 있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안다꽃은어느 봄날의 꽃이든

 어두컴컴한 빈 방에 덩그마니 매달린 의자다,

 의자엔 죽음이 걸터앉아 엉덩이를 들썩이며

 비가를 부른다앞뒤로 일렁이며 삶의 비가를,

 노래를 입안으로 흘려 넣으며그래 그렇게

 흔들리며 달이 고개를 돌릴 때까지

 잠시 이런저런 빛깔로 아픔을 노래해 보는 거다

김재혁비가〉 부분


  사람에게 있어서 문장은 풀이나 나무로 보면 아름다운 꽃과 같다나무를 심는 사람은 나무를 심을 때 그 뿌리를 북돋아주어 나무의 줄기가 안정되게만 해줄 뿐이다그렇게 하고 나면 나무에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사귀가 돋아나면 그때에야 꽃도 피어난다꽃을 급히 피어나게 할 수는 없다정성스러운 뜻과 바른 마음으로 그 뿌리를 북돋아주고독실하게 행하고 몸을 잘 닦듯이 줄기를 안정되게 해주어야 한다경전과 예를 궁리하고 연구하여 진액이 오르도록 하고넓게 배우고 들으며 예능에 노닐어 가지나 잎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 깨달은 것을 유추하여 쌓아두고 그 쌓아둔 것을 펼쳐내면 글이 이루어진다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문장이 되었다고 인정하게 되니이것을 문장이라고 하는 것이다그러니 문장이란 급하게 완성될 수는 없다.

정약용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2

 

실패를 쌓아나가는 것,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가능성이 줄어드는 일이 아니다. 그간 과대평가했던 자신을 똑바로 들여다볼 줄 알게 되는 일에 가깝다. 냉정한 눈을 갖추고, 보폭을 정교하게 재어보고, 거울의 배율을 조정하고, 더 이상의 공수표를 받아주지 않고. 돌아보면, 실제로는 이것을 하면서 저것도 할 수 있는 인간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오해가 길었다. 독이었다. 자기 중독. 증상을 유발하는 맹독이다.

 

욕심이다. 좁게 읽어야 한다. 적게 읽어야 한다.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많은 걸 읽으면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은 읽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왔다.

 


집착하지 않고가장 격렬한 순간에도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놓아야 할 때에는 홀연히 놓아버릴 수 있는삶에 적절한 거리를 둘 수 있는 그런 태도랄까그렇다고 아무런 열망도 감정도 없이 죽어 있는 심장도 아닌데 그 뜨거움을 스스로 갈무리할 줄 아는 사람상처받기 싫어서 애써 강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원래 삶이란 내 손에 잡히지 않은 채 잠시 스쳐가는 것들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눈부시게 반짝인다는 것을 알기에 너그러워질 수 있는 사람그런 사람이 아주 드물다는 건 어린 시절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기에 동경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닐까.

문유석쾌락독서


지식인의 지성은 타자의 결점을 지적하는 날카로운 혀에서 나온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만그렇지 않습니다지성은 자기가 범한 죄과와 실패의 유래를또한 그 진행 과정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판정됩니다어느 지식인이 자신의 실패를 명확하고 분명한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그의 지성은 다른 문제에서도 적절하게 기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강상중우치다 타츠루위험하지 않은 몰락 

 

사이렌의 유혹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실제로 무엇일까요우리는 보통 사이렌의 노래가 너무 아름다워서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저마다 현혹되어 그곳으로 갔다고 생각하는데 카프카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합니다사이렌의 노래가 그토록 아름다운 것은 사이렌의 노래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사이렌에 도전하고 있는즉 신화를 벗어나려고 하는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자만심 때문입니다다시 말하자면 사이렌을 이길 수 있다나는 벗어날 수 있다는 승리를 확신하는 인간들의 도취에 대해 사이렌의 노래는 무엇으로 유혹을 했을까요사이렌은 사람들이 이길 수 있다나는 승자라는 그 자만심을 부추기는 노래를 불러 그 노래를 듣고 따라가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사이렌의 노래는 끊임없이 아양을 떠는 노래입니다그 노래는 인간 속에 숨겨진 자부심숨겨진 승부에 대한 욕망과 같은 것을 자극해인간들이 자기에 스스로 묶여 맹목적으로 사이렌의 섬으로 나아가게 만듭니다인간이 사이렌의 노래를 이길 수 없는 것은 바로 자기가 신화의 세계를 깨고 나올 수 있다는 합리성에 대한 자만심 때문입니다누구도 그러한 자만심을 이길 수 없습니다.

김진영희망은 과거에서 온다

 

 

--- 읽은 ---

+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엄기호 : 223 ~ 302

+ 딴 생각 / 김재혁 : 48 ~ 123

+ 아무튼, 요가 / 박상아 : ~ 149

 

 

--- 읽는 ---

= 회계 기초 탈출기 15일 플랜 / 장홍석, 장원희 : ~ 136

= 독일사 산책 / 닐 맥그리거 : ~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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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19-06-30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씨(시안화수소?가 거기 많다니) 빼고 쪼개서 설탕에 재고 매실이 너무 물러지기 전에 건져내면 살을 오독거리는 장아찌로도 해 먹을 수 있어요. 큰 꼬맹이가 반찬으로는 매실장아찌만 먹고 맨날 매실차 타달라고 조르고...8할을 매실로 키웠더니 애가 매실만 해.

syo 2019-06-30 08:56   좋아요 1 | URL
어흑 귀엽겠다 매실둥이ㅎㅎ

열반인님 생활의 지혜조차 확보하고 계시는군요. 과연......

반유행열반인 2019-06-30 10:36   좋아요 1 | URL
진실은...저는 매실 배꼽만 따고 나머지는 엄마가 다 했...

다락방 2019-06-30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참 좋네요, 쇼님 :)

syo 2019-06-30 08: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좋은 주말 보내세요 다락방님

수이 2019-06-30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꾸 딴 책을 읽게 하시면 어떻게 하시나요_ 근데 회계 기초;;; 저건 읽고 싶지 않네요;;;

syo 2019-06-30 12:00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뜻밖에 재미가 없지는 않네요. 뉴비의 철없는 즐거움이랄까요...

무식쟁이 2019-07-0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실청을 뱃사공처럼 저으시다가.. 어머님께 등짝스매싱 맞으신건 아니시죠? ㅋㅋ
왠지 매실청 단지는 그대로 가만히 놔둬야 할것 같아서. 신성한 단지처럼. 아주 소듕히.
그런데 아주 씩씩하게 잘 저으셨다고 해서.
글 분위기 안맞게 또 혼자 뽁 터졌어요. 😅

syo 2019-07-01 22:21   좋아요 0 | URL
엄마가 시켜서 저은 노라서 제 등짝의 안보는 튼튼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