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이래 껀덕지가 없노

 

 

 

1

 

어제가 생일이었다. 생일이 되면 치킨과 커피 같은 각종 먹거리들이 바코드 옷을 입고 쏟아져 들어온다. 카톡으로. 21세기의 힘이다. 멋진 신세계.

 

그러나 이것은 부담이기도 하다. 일단 경조사를 잘 챙길 줄 모르는 살갑잖은 성격을 베이스로 하고, 그 위에 그래도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먹튀만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얹은 후, 마지막으로 백수라는 특수/경제적 양념을 솔솔 뿌리면, - syo의 곤란함 완성.

 

그런 까닭으로 언급하지 않고 지나갔는데, 어떻게든 알게 된 친구들이 늦었지만 축하한다고 난리다. 여러분, 마음은 고맙지만 넣어두세요. 아놔, 또 늙었? 어쩐지 나이를 먹을수록 생일날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욕설의 매콤함과 데시벨이 동시에 커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여러분 그 다정한 성격에 지금 syo에게 이런저런 선물을 보내고 싶어서 그냥 아주 안달복달하고 발을 동동 구르고 침이 바짝 마르는 건 알겠는데, 정중히 사양합니다. 어어, 거기 클릭하시는 분, 멈추는 게 좋을 거예요. 제 말만 듣는다면 우리는 아무 일 없이 이 순간을 지나갈 수 있어요. , 이제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조용히 뒤둘아 서는 겁니다. 그리고 그대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내 눈을 봐요. 그렇죠. 나를 믿어요. 아무 일 없을 겁니다. 다 잘 될 거예요.

 

인간은 인내의 동물입니다. 어떻게든 참아 보시라구요. 사람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 수는 없는 법이잖아요.

 

 

 

2

 

나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겠지만 syo30대고 앞자리와 뒷자리 수를 더하면 10입니다. 이런 십…….

 

 

 

3

 

매일 글 올리는 분들 멋있다. syo는 읽는 건 쉬운데 쓰는 건 진짜 어려워서, 이렇게 헛소리로 한 바닥 채우는 데만도 거의 두 시간이다. 한 편의 글을 만드는데 투입된 syo의 노동량이 사회적으로 투입된 노동량보다 크기 때문에, 결국 syo는 경쟁에서 도태되고 프롤레타리아로 전락할 거라는 것이 마르크스 선생님의 분석이다. 저 선생님은 언제 한 번 나한테 다정하게 군 적이 없다. 근데 나는 왜 좋지? , 어쩔 거야, 수염 돼지 페티시…….

 

둥글고 빨간 얼굴은 단순하지만 눈에 띄기 때문에, 대충만 알짱거려도 사람들 뇌리에 선명하게 박히는 듯하다. 그래서 syo라는 놈이 분주하게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것 같지만, 실은 조용한 편이다. 20174월 하순부터 알라딘에서 설치기 시작했으니 이제 만 4년인데 그간 써 놓은 페이퍼가 500개가 안 되고, 심지어 리뷰는 꼴랑 50개에 그친다.

 

그런 이유로 어제도 썼지만 오늘도 써 보려고 이러는 중인 건데, , 도무지 쓸 게 없다. 아침에 일어나 우유를 마시는데 조준을 잘못해서 나랑 티셔츠랑 반반씩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샤워하면서 봄인데 얼굴 털만 밀지 말고 다리털도 한 번 밀어볼까 고민하다가 그냥 밖에 안 나가면 된다는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 흡족했다. 떡볶이에 콩나물을 넣어봤다가 한 끼 시원하게 말아먹었고, 푸시업을 잘못했는지 힘만 주면 뒷골이 땡기는 거라 오늘은 그 핑계로 운동을 안 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여전히 똥은 잘 나오고 있어서 이거 참 똥 만드는 기계로 태어난 이번 생, 건실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높아졌다. 이게 다다. 이런 인생은 대체 뭘까. 어제는 어제의 쓸 거리가, 오늘은 오늘의 쓸 거리가 생겨야 되는 게 아닐까? 아닐까요? ?

 

 

 

--- 읽은 ---



131. 에세이 만드는 법

이연실 지음 / 유유 / 2021

 

에세이 만드는 법의 장르는? 에세이다. 이 지점이 재미있는 지점이라고, 이연실 선생님은 말한다. 모든 것을 에세이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선생님은 에세이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에세이를 만드는 법으로 하나의 에세이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에세이 만드는 법을 읽고 남기는 이 글의 장르는?

 

물론 똥.

 

똥이지만, 에세이랑 가장 많이 닮은 똥(……)이라고 해보겠다.

 

모든 것이 에세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에세이를 쓰기가 쉽다는 이야기인 동시에, 좋은 에세이를 쓰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소재로 누구와도 다른 글을 써내어 누구나 기꺼이 읽게 만드는 일, 그것은 물론 일차로 쓰는 사람의 일이겠지만, 일차 뒤에 이차, 삼차, 사차…… 아오. 그 여러 차차차들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겉표지에 이름이 찍히지 않는 사람들의 알려지지 않은 차차차를 통해 독자가 가장 편안하게 읽는 장르, 에세이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주성치 세계의 거리에선 쟁반을 손도 대지 않고 머리에 인 채 배달하는 밥집 아주머니와 앞을 쳐다보지도 않고 물건을 던져 정확하게 정리하는 아저씨들이 곳곳에서 아무렇지 않게 밥벌이를 한다. 맨날 화내면서 세금과 임대료를 걷으러 다니는 파마머리 아줌마는 '사자후'를 토할 줄 아는 전사고, 메리야스 입은 복부 비만 아저씨는 자신보다 약한 아이와 서민을 구하려고 목숨을 거는 히어로다. 전혀 우아하지도, 잘생기지도 않았고, 화면 너머로만 봐도 땀냄새 · 발 냄새 · 머릿내 풍길 것 같은 이 평범한 생활인들이 주성치 영화에서는 최고의 무림고수이자 영웅이다.

  에세이 편집자의 작가는 도심의 카페와 집필실, 교수 연구실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거리에, 출근길 만원 버스와 전철에, 시장에, 가게에, 정신 없이 돌아가는 회사에, 이름도 몰랐던 시골 마을에, 세상 방방곡곡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다. 메일함에 꽂히는 완전 원고 너머의 세계에도, 우리가 그토록 차장 헤매는 단 하나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이걸 어떻게 책으로 만들어야 하나, 조금은 막막하기도 하고 내 힘과 노력과 용기를 조금 더 쏟아야 하는 곳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는 툭툭 튀어나온다.

_ 이연실, 에세이 만드는 법

 

 

 


132.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엘즈비에타 에팅거 지음 / 황은덕 옮김 / 산지니/ 2013

 

요 책은 아무래도 조만간 리뷰를 쓸 모양이다. 그래도 그 전에 간단히 말해두자면,

 

하이데거는 쓰레기처럼 연애하고 아렌트는 망한 연애를 붙들고 망하지 않았다고 자신을 속이느라 일생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물론 이 말은 제3자의 입이니까 쉽게 튀어나오는 말이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이 일생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해서는 안 될 연애의 중요한 특징 중 몇 가지의 표본을 만들었다고 보는 데는 무리가 없다. 타인의 사랑을 비웃고 비난하지는 않겠지만, 비웃고 비난하지 않기 위해 꾹 참아야만 하는 저 사랑이 내 사랑이 되지 않도록 하려고 이런 평을 남기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은 이미 죽었고 이제 사랑은 살아있는 내가 할 일이니까.

 

사실 하이데거 그 양반이야 원래 생각하고 있던 이미지 딱 고대로 연애를 했기 때문에 달리 더 실망하고 말고 할 것이 없었지만, 아렌트의 연애는 오히려 충격. 똑똑해도, 아니 너무 똑똑하기 때문에 오히려 멍청한 사람들이 하는 실수와 같은 실수를 하면서도 자기 같은 똑똑이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게, 그런 게 있나 보다. 모르지, syo는 안 똑똑이니까. 하여간 나처럼 실망하는 사람을 위해 역자 선생님이 후기에 남긴 말.

 

아렌트의 경우, 하이데거와의 관계에서 시종일관 보여주는 극적이고 고통스러운 자기모순은 그녀의 사상에 경외심을 품어온 독자에게 일종의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반유대주의와 제국주의라는 전체주의의 기원, 그리고 나치즘과 파시즘을 포함한 전체주의 체계를 그토록 논리적으로 비판한 이 유대인 사상가가 어떻게 나치즘 이념에 찬동하고, 12년 동안이나 나치당적을 유지한 하이데거를 적극적으로 변호하고 두둔하며, 사랑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런 질문은 아렌트에게는 애초에 무의미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에게 있어서 하이데거는 사랑하는 연인의 의미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고, 철학이나 정신(Geist) 그 자체, 혹은 첫사랑이나 순수 그 자체와도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_ 엘즈비에타 에팅거,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솔직히 그냥 하는 말 같다. 한나도 연애할 땐 우리랑 똑같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바보짓을 했다- 라고 했었으면 더 쿨하고 좋았을 것 같다. 사실 사랑할 땐 종종 바보가 되는 우리들도 저런 핑계를 댄다. 걘 달랐어. 걔는 나한테 그냥 여자가 아니었다고. 그리고 끝내 자니?’를 하곤 한다.

 

 

 


133.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박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0

 

예전에는 참 젊은이들도 대단했던 것 같다. 이런 말하면 웃긴 게, 사실 절대적 기준으로 보면 요즘 젊은이들의 역량이 그때 그 젊은이들의 몇 곱절은 된다. 요시다 슈인이 아무리 잘나 봐야 토익 치면 300도 받기 힘들 거고, 사카모토 료마가 아무리 뛰어나도 코딩 한 줄 할 줄 모를 것. 그런데도 20세 근처에서 이미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젊은이들의 시대인 100년 전, 150년 전에 비하면 요즘은 학문, 정치 분야에서 젊어 이름 날리기란 굉장히 어렵다. 그렇게 젊은이들이 아는 것도 알아야 하는 것도 많은 시대가 더 발전된 시대겠지만, 그래서 이게 지금 더 좋아지고 있는 게 맞는 걸까?

 

서술이 경쾌하고 분량 조절도 나쁘지 않아서 읽기 좋았다. 이 최후의 사무라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한 권으로 다룬 두꺼운 책들도 많겠지만, 사실 뭐, 바다 건너 여기서 그런 두꺼운 책들까지 읽는 건 취미가 거기에 닿는 사람들의 몫이겠지. 나는 이 책으로 만족.

 

메이지유신은 그 자체로도 혁명사의 흥미로운 사례다. 거대한 변혁을 수행하면서도 기존사회의 어떤 부분은 잔존시켰고 연속성을 중시했다. 천황제의 온존은 대표적이다. 그 과정은 격렬하지만은 않았고 매우 타협적이었다. ‘연속하면서 혁신한 것이다. 본격적인 계급투쟁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고, 외세와의 전쟁도 광범한 내전도 회피했다. 민중 대다수는 변혁 과정을 관망하는 데 그쳤고, 막부는 서양 열강과 전쟁하기를 한사코 거부했다. []

  한편으로 메이지유신은 일본의 한계와 약점도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 강렬한 일본우월주의는 끊임없이 주변 국가인 조선, 중국과 마찰을 일으켰고, 끝내는 전 세계를 적으로 돌려 자멸했다. 우월주의는 콤플렉스의 다른 면이다. 천황에 대한 맹신은 사회 전체를 체계적으로 권위주의화했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는 근대 일본의 눈부신 성취에 비해 아직도 일본 사회에서 초라한 존재다.

_ 박훈,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읽는 ---

나만의 사적인 미술관 / 김내리

그때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할걸 / 이정환

피에 젖은 땅 / 티머시 스나이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찾아서 / 존 그리빈

69 / 무라카미 류

비유물론 / 그레이엄 하먼

한국 산문선 7 / 박지원 외

흥미로운 베이지안 통계 / 윌 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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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4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4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4-14 15: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syo님 나이를 공개한거임??? ㅋ 축축축~~~~하해용~~~~ 같이 늙어가니 넘 좋아용. 젊은 그대에게 늙어간다 해 미안해용. 근데 이리 쓰니 기분이 좋아져서리^^;;;;
웃긴 글. 잼난 글. 시적인 글. 잘 쓰는 syo도 멋있다요. 글이란 칼을 어쩜 이리 자유자재로 휘두를까나. 늦었지만 케익 투척🎂🍰🧁아스크림도🍧🍨🍦

syo 2021-04-14 16:04   좋아요 4 | URL
살 엄청 찌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젊은이는 안 늙나요 어디. 3살짜리도 같이 늙어가는 게 물리 법칙입니다.
어차피 늙는 거 초롱초롱하게 늙어가자구요.

청아 2021-04-14 15: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났지만 생일 축하드림요!!🎂
주성치 말이 나왔으니 영화에 나온 사탕 어렵게 구했어요!🍭 요기요^^* 이거 드시고 앞으로도 많이많이 써주시길 바람요!🙋‍♀️

syo 2021-04-14 16:05   좋아요 3 | URL
ㅎㅎㅎㅎㅎ 왜 이렇게들 단 거를 투척하시지? 요즘 살이 자꾸 쪄서 큰일인데.
미미님도 지금처럼 열심히 꾸준히 써주셔요. 저는 어떻게든 살아보겠습니다....

수이 2021-04-14 15: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쇼 오빠 열네살 수연이라고 합니다 쇼오빠도 나이 까서 저도 나이 깠습니다. 친구가 쇼오빠 생일인데 선물 줘야하지 않을까 하고 어제 연락이 왔는데 제가 그걸 깜박 못 보고 오늘 아침 느즈막히 확인을 하고 어떻게 해 했답니다. 근데 하루 지났으니까 그냥 쌩까 했어요 너무 몰인정했나요;; 그랬더니 아니야 줘야 할 거 같아 하더니 주었나봐요 넌 쇼오빠 생일인데 뭐 안 주니 그래서 아 난 그냥 쌩깔래 오빠도 내 생일에 그냥 생일 축하해 하고 말았던 거 같아 했죠 하지만 오빠 실은 제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거 잘 아시죠. 내년 오빠 생일에는 제대로 챙겨줘야겠다 싶어서 달력에 커다랗게 쇼 생일 해놨어요. 이러고 또 내년에 깜박할지 모릅니다만 내년에는 근사한 선물을 드릴게요. 오빠는 할 일이 참 많을텐데 대체 언제 이렇게 책 읽고 글 쓰고 공부하시고 그러는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을 말해봐, 넌 쇼가 아니지?) 그럼 오빠 한살 더 나이 잡수셨으니 몸 건강에 더 신경쓰시고 슬럼프도 얼른 내다버리시고 (슬럼프 왔다고 그랬던 거 같은데 그래도 읽고 쓰고 다 하시네요 거짓말은 참) 유쾌하고 상쾌하고 밝은 쇼 할아버지 아니 오빠가 되시기 바랍니다. 해피뻘스데이투유!!!!

syo 2021-04-14 16:24   좋아요 8 | URL
안녕, 열네 살 수연아? 우리 수연이 오빠가 생각했던 것보다 한참 어려서 오빠 당황했네? 원 녀석.....

오빠가 100일만에 걷어차인 첫사랑 말고 그 다음 사랑이랑 한 2년쯤 만나고 결혼했으면 지금쯤 수연이 만한 딸이 있을 건데, 오빠가 말 놔도 되지? 어른이 말하면 안 되도 그냥 되는 걸로 하렴. 그게 조선 살아가는 방법이란다.

우선 오빠 생일은 딱히 챙겨주지 않아도 괜찮단다. 오빠는 앞으로 한 80년 정도 더 살 작정인데, 매번 생일 챙겨 먹을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진저리가 나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내년에도 대충 그냥 뭉개면 된단다. 뭐 사는 게 다 그런건데, 우리 수연이도 좀 자라면 알게 될 거야.

오빠가 수연이 생일에도 그냥 축하해 하고 넘어간 게 미안해서 몇 가지 좋은 이야기를 해 주려고 해.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니까 새겨 들으렴.

우선 우리 수연이가 내년이면 열다섯이 될 거고, 아마 그때쯤 되면 세상 모든 게 다 틀려먹은 것 같고,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만 삐뚤어지고 싶고 겁나 이상한 시가 쓰고 싶어지기도 할 거야. 어른들은 그걸 중2병이라고 부른단다. 그런데 수연아, 너도 10년쯤 지나보면 알게 되겠지만, 틀려먹은 건 열다섯의 너고 열다섯의 너를 스물다섯의 너조차 이해하지 못할 거란다. 써놓은 시는 겁나 쪽팔릴 거니까 절대 인터넷 같은데 올리지 말고 일기장에 고이 적어놨다가 불싸지르렴.

그리고 그 고비를 잘 넘기면 이제 고등학생이 될 텐데, 학생의 본분은 공부란다. 연애 같은 건 대학가서 하면 되는 거야. 그러니까 오로지 공부, 공부 뿐이다. 공부를 잘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줄게. 이거 남들 잘 모르는 건데. 바로 국영수를 중심으로, 교과서 위주로 하는 거란다! 놀랍지? 우리 수연이 오빠 말 듣고 공부 열심히 하려무나. 안 그럼 한 20년 뒤쯤에 오빠처럼 백수 된다?

마지막으로, 엄마 말씀 잘 들어야 훌륭한 사람이 된단다. 오빠 때는 말이야, 엄마 말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이 있었어.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단다. 항상 엄마 아빠 말씀을 잘 따르는 청소년이 되려무나. 너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잊지 말렴.

오빠가 말이 너무 많았지? 생일 축하해줘서 고마운 마음에 말이 길었네. 앞으로는 우리 수연이 말대로 유쾌하고 상쾌하고 밝은 와중에 닥칠 때 닥칠 줄 아는 쇼 할아버지가 되도록 할게. 그럼 안녕.

라로 2021-04-14 17:42   좋아요 3 | URL
아이 이거 뭐야! 페이퍼보다 더 재밌어.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암튼, 생일 축하해 (왕누나라도 반말로 하면 안 되지요?) 직접 만나서 축하해 주고 싶은데 우리 달덩이처럼 하얀 이쁜 토비님!! 살다보면 그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syo 2021-04-14 17:22   좋아요 2 | URL
이런, 라로님 사람 잘못보셨네요.
저는 하얗고 이쁘지 않구요. 굳이 따지자면 거무튀튀한 편입니다.
그치만 약간 둥글긴 한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로 2021-04-14 17:43   좋아요 2 | URL
댓글 달았다가 삭제하고, 달았던 것도 좀 수정했어요.. 무례한 것 같아서,, 물론 토비님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만,,,^^;;

syo 2021-04-14 17:46   좋아요 2 | URL
응? 반말이 존댓말이 됐네 ㅎㅎㅎㅎ 뭐하러!
원래 삭제한 댓글은 보지도 못했어요.

‘야이새끼야‘ 안 했죠? 그럼 딱히 무례한 거 아니었을 거야 ㅋㅋㅋㅋ

겨울호랑이 2021-04-14 15: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syo님 어제 생일 잘 보내셨나요? 늦었지만 생일 축하합니다^^:)

syo 2021-04-14 16:19   좋아요 5 | URL
ㅎㅎㅎㅎ 자기 손으로 미역국 끓여서 잘 먹고 잘 보냈다고 합니다^-^

2021-04-14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4-14 16: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4-14 17: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 재미있게 잘쓰시는 syo님~저도 늦었지만 생일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글 잘 읽겠습니다 ㅎㅎ

syo 2021-04-18 01:36   좋아요 0 | URL
제 쪽이야 말로 늦었네요 ㅎㅎㅎ 늦었지만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1-04-14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하루 늦었지만 저도 생일 축하드려요!!단 건 많이 받으신 것 같으니 전 꽃으로 🌺🌸🌼🌻
syo님 꼰대빙의 넘 자연스럽네요 ㅋㅋㅋㅋ

syo 2021-04-18 01:37   좋아요 1 | URL
하루 늦은 댓글에 3일 늦은 대댓글을 달았으니 저야말로 오랑캐놈입니다. 용서하소서 ㅎㅎㅎ
누구나 저 정도 꼰대쯤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거 아니었나요? ㅋ

바람돌이 2021-04-14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말로만 생일 축하드려요. ^^ 읽는 건 쉬운데 쓰는 건 어려운 사람은 4년동안 이런 페이퍼 500개 못써요. ㅎㅎ 저처럼 신변잡기로 얼렁뚱땅 갖다 붙이는것도 아니데 말이죠. 생일 맞아 자신감 충천 레이저 빔 쏩니다. ^^

syo 2021-04-18 01:37   좋아요 0 | URL
사흘이나 지나서 댓글 확인하네요. 자신감 충전 레이져빔 다 식었겠다..... 그래도 냠냠 맛있게 먹었습니다.
모래요정 님 늘 감사합니다요^-^

psyche 2021-04-15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생일 축하드려요! 저는 맨날 syo님 읽으시는 책의 양에도 놀라지만 어쩜 이렇게 글을 재미나게 잘 쓸 수 있을까 놀라는데 이런 겸손의 말씀을!

얄라알라 2021-04-15 14:50   좋아요 0 | URL
syo님의 글을 읽다보면 이상한 나라 앨리스 모험 다녀오는 기분, 짧은 시간 이상한 나라에 휘릭^^ 정말 어찌 이렇게 글을 잘 쓰실 수 있을까, 이 많은 알라디너들 홀릭시키시는 syo님 생일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syo 2021-04-18 01:38   좋아요 1 | URL
과찬의 댓글에 과과찬찬의 대댓글이 더해져서 저의 몸둘바가 소멸되었습니다.
3일이나 늦게 확인했는데도 부끄러움이 식지 않고 뜨끈뜨끈하네요.

프님도 북사랑님도 감사합니다^-^

감은빛 2021-04-25 0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잔인한 달이라고 불렀던 4월에 태어나셨군요. 유난히 슬퍼해야 할 일이 많은 4월인데, syo님께선 또 한 해 늙었다는 슬픔을 겪으셨네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는 꽤 오래전부터 가족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생일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곤란함을 피하고 있어요. 내가 누군가의 생일을 챙길만큼 부지런하지 않고 살가운 성격이 아니니, 누군가가 내 생일을 챙기지 못하게 만들어 서로 안 챙기는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죠. ㅎㅎ

syo 2021-04-26 10:16   좋아요 0 | URL
오, 속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런 비공개 전략을 택할까 봐요.

그러나 또 쓸 거리가 없다보면 생일이라도 팔아서 쓰려고 하겠지요..... 나란 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