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처럼

 

 

1

 

꿈이 있고, 상황이 어찌되었건 꿈 방향으로 꾸준히 발을 옮기는 사람들은 예쁘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나를 부끄럽게 한다. 한국은 통계적으로 온 세계에 실컷 쪽팔려 보겠다는 의도로 OECD에 가입한 나라고, syo는 결국에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꿈을 가지는 남자라서.

 

syo가 포기해 온 꿈들의 불완전한 리스트

 

대통령(7)

선생님(8)

우주의 지배자(10)

해양소년단(11)

효자(14)

게임 프로그래머(22)

시인(22)

섹스머신(23)

얼리어답터(24)

소설가(25)

공학박사(26)

졸부(28)

유시민(30)

헬스보이(31)

남편(35)

 

 

 

2

 

이제 와 뭐가 되려니까 서글프다. 할 수 있는 것들을 지켜나가는 것도 벅차다.

 

 

 

3

 

되지 않고, 되려 하지 않고, 그냥 하다가, 그렇게 끝나도 그다지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벌떡 일어선 삶을 살고 있지 못하면서 조용히 앉아 글이나 쓰는 건 헛된 일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소로의 일기


 

- 읽은 -

+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 줄리언 반스 : 304 ~ 422

 

- 읽는 -

-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 피터 애덤슨 : ~ 99

-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 박상영 : 135 ~ 248

- 가능세계 / 백은선 : ~ 73

- 농담 / 밀란 쿤데라 : 109 ~ 242

- 강의 / 신영복 : ~ 133

 

- 가진 -

= 문학이론 / 폴 프라이

= 일간 이슬아 수필집 / 이슬아

= 플라톤 / 남경희

= 플라톤 전집 2 / 플라톤

 

 

+

 

 젓

 

 하늘이 저만치 높으니 슬쩍

 밑장 한 번 빼도 되지 않겠어요?

 아직 젓가락 닿지 않은 구름 한 점 살짝

 뒤집을 타이밍 되지 않았나요?

 가을의 육수는 파랗게 맹탕

 바다 보러 갔다가 하늘하고 닮아서

 울고 돌아옵니다

 그러니 모든 짠물이 바다로 가고

 빈 마음엔 살얼음만 동동

 철새도 싱겁다고 내뱉고 달아난 기후

 하물며 추억이야

 손님상에 차려놓기 부끄럽지요

  

 크게 한 입 베어낸

 

 그것 참

 간 하나 맞추기도 이리 만만찮아서야

 - 19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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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2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1-12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9-11-1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포기한^^ 것들이라 칭하기엔 너무 젊으신데요. ^^ 효자에 빵 터졌어요. ㅋㅋ 우아, 읽으신 책과 읽는 책이 어마어마해요.

syo 2019-11-12 23:28   좋아요 0 | URL
이렇게 많이 포기해도 자꾸만 포기할 것들이 새로 생기는 걸 보면, 아직 한참 애긴가봐요 ㅎㅎㅎ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blanca님^-^

반유행열반인 2019-11-12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다! 이달의 syo시 제1호. 짭고 감칠나게 시작하네요. 계속 기대할게요. 길다란 꿈의 목록은 참 귀엽습니다.

syo 2019-11-12 23:29   좋아요 0 | URL
백만 년 만에 시도를 해봤더니, 감이 다 죽었네요.
syo무룩.....


Angela 2019-11-12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이 이렇게 많다는건 좋은거죠~

syo 2019-11-12 23:29   좋아요 0 | URL
망하고 망하고 망해도 뭔가 자꾸 생기긴 생기네요 ㅎㅎ

다락방 2019-11-13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 섹스머신, 소설가, 남편, 헬스보이 정도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어도 되는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 방향을 보고 뚜벅뚜벅 나아간다면 닿을 것입니다. 포기하지 말아요!!

syo 2019-11-13 18:37   좋아요 0 | URL
굳이 만들어져 있는 리스트의 순서와 달리 헬스보이를 가장 끝에 배치한 것에 혹시 어떤 개인적 견해가??
ㅎㅎㅎ

다락방 2019-11-13 21:41   좋아요 0 | URL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된 것 뿐입니다..

목나무 2019-11-13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을 때까지 하고싶은 게 계속해서 있을 거 같은데요 syo님이라면. ^^

집착 없이 하고픈 걸 하시다보면 많은 꿈들이 자연스레 현실이 되어있을 듯요. ^^

syo 2019-11-13 18:38   좋아요 1 | URL
하고 싶은 거야 늘 생기긴 하지요? ㅎㅎㅎ 어쩌면 성공한 작은 일들은 대충 넘겨버리고 이루지 못한 큼직큼직한 애들만 기록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stella.K 2019-11-13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괄호의 숫자는 포기한 나이를 의미를 의미하는 거죠?
그래도 찾아 보면 더 나오지 않을까요?
그만큼 버린 것 보다 아직 갖지 않은 꿈이 더 많다는 의미겠죠.

(나도 짧게 쓸 걸...ㅠ)

syo 2019-11-13 18: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저기 못 적은 것도 많고, 앞으로 저기 올라갈 것들도 많을 거예요.
스텔라님도 그렇죠?

ㅎㅎㅎㅎㅎ 이럭저럭 사는 거죠 뭐....

카알벨루치 2019-11-15 12:36   좋아요 1 | URL
난 그 숫자가 퍼센트인줄 알았네요 ㅋㅋ이렇게 눈썰미가 없어서ㅜㅜㅋㅋ

공쟝쟝 2019-11-1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는 영화 프란시스하 를 추천하고 싶지만 이 감성이 그 감성이 아닌가???....

syo 2019-11-14 17:33   좋아요 0 | URL
세상은 넓고 모르는 영화는 많군요. 이렇게 교양없는 인간으로 살기도 뭣하니 말씀하신 영화를 보겠습니다. ....언젠가는요....

추풍오장원 2019-11-1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신림 고시촌 고시원에 18만원짜리 방 잡고 관악도서관 다니며 꾸역꾸역 공부하니 제 꿈의 첫발이나마 간신히 내닿게 되었어요. 울엄마 기뻐하시니 꿈은 다 이룬거긴 하지만..

syo 2019-11-14 17:35   좋아요 0 | URL
대단한 결의와 꾸준한 노력으로 성취하신 거군요. 멋지세요. 저는 의지와 노력이 늘 부족한 인간이라, 이런 성취담은 어쩐지 소설 속의 이야기처럼 멀고도 높게만 느껴집니다. 리스풱......

카알벨루치 2019-11-15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로의 말이 가슴이 팍 꽂히네!!!! 어쩔~

근데 포기한 꿈리스트 너무 웃긴거 아닙니까! 머신도 그렇고 졸부, 헬스보이, 프로게이머 ㅋㅋㅋㅋ이래 솔직하니 그댈 사람들이 좋아라하지 ㅋㅋㅋ

syo 2019-11-15 20:52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 다 포기했어요. 포기가 빠른 남자입니다.

북다이제스터 2020-01-25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가 소로의 책을 읽고 북플에 악평(?)을 썼다가 친한 이웃님에게 이해 안 된다는 댓글을 받은 적 있습니다. 그분은 평소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많이 남기셨는데도, 소로가 개인주의를 극대화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우신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책 읽기는, 저를 포함하여, 주관성이 몹시 강한 것 같습니다. ^^

syo 2020-01-26 11:52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럼요. 소로의 책을 읽었다고 똑같은 말만 주욱 하게 되는 식이라면, 북다님이 소화하신 책에 대해서는 syo는 아무 말도 할 필요도 없게 되잖아요. 어차피 북다님이 더 잘 설명하실 테니까 ㅎㅎㅎㅎㅎ

저는 개인적으로 소로를 좋아하고 그의 글도 좋아하지만, 제가 가진 사상(은 너무 거창하네요)이나 사고틀에 비추어 보았을 때 소로한테 하자 참 많다고 생각해요. 마르크스도 그렇고요. 저라는 독자 한 사람이 가진 저자에 대한 생각과 작품에 대한 생각 사이에도 틈이 있는데, 독자가 달라지면 생각들 사이에 간극이 생기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늘 북다님의 글을 읽는 게 유익한 것 같습니다.

종이달 2022-05-22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