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만큼의 소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동서문화사 책으로 읽었다. 후기를 쓰려고 다시 한 번 훑었다. 


영어로는 제목이 The Taming of Shrew. 처음 보는 단어라 찾아보니


(네이버 사전 캡처) 



이런 아이라고. 귀엽게 생겼는데, 왜 저런 뜻과 함께 있는 걸까




어릴적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어린이용 소설로 본 것 같은데, 이번에 희곡으로 읽어보니 '서막' 과 '본극' 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막에서는 어떤 영주가 술취한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져 자고 있는 걸 보고 장난을 칠 생각을 하는 것으로 시작. 아니 왜 혼자 잘 있는 사람을 왜 건드리는지...


이 주정뱅이에게 장난 좀 쳐봐야겠다. ... 이 녀석을 침실로 떠메다가 좋은 옷으로 갈아입히고, 반지도 끼워주고, 머리맡엔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그럴듯한 시종들도 대기시켜 놓으면, 잠이 깨서 이 거지가 자기 신분을 감쪽같이 착각하지 않을까?


시종들은 영주의 말대로 주정뱅이를 영주의 방에 데려다놓고, 시동을 시켜 부인 행세까지 하게 만드는데, 마침 근처에 배우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 가짜 영주 부부 앞에서 연극을 하게 하니, 그것이 바로 <말괄량이 길들이기> 이다. 학교다닐 적 '액자 소설' 이란 걸 들어본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것이 '액자 연극'?


서극의 설정은 이후 1막 1장과 2장 사이에 잠깐 이 주정뱅이가 졸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뿐, 이후에는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그래서 주정뱅이는 어떻게 되었는가... @_@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사실.. 이전의 다른 작품보다 좀 재미가 없었다. 줄거리를 굳이 얘기 안해도 될 것 같지만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구혼자가 줄을 선 비앙카 (동생)를 언니 (카타리나)보다 먼저 결혼시킬 수 없다는 자매의 아버지 (밥티스타) 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비앙카의 구혼자들이 '언니에게 신랑을 구해준다' 는 묘안을 내고 그것에 성공한다


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카타리나가 '말괄량이' 인 것.


밥티스타: 이제 제발 그만 조르시오, 내가 단단히 결심한 것을 당신들도 알고 있잖소. 글쎄 큰딸의 신랑을 정하기 전에는 작은딸을 시집보낼 수 없습니다.

호르텐시오: 방법은 딱 한 가지, 언니에게 신랑을 구해주는 것이오.

그레미오: 신랑이라뇨? 악마 말인가요?

호르텐시오: 신랑 말이오.

그레미오: 악마겠죠. 글쎄, 생각 좀 해봐요. 아버지가 아무리 부자라고 해도 지옥으로 장가를 들 바보가 어디 있겠느냔 말이오?



페트루키오: 난 운명에 몸을 내던지고, 운 좋으면 아내도 얻고 돈도 벌어보자는 속셈일세. 지갑에는 돈을, 고향에는 재산을.

호르텐시오: 여보게 페트루키오, 그렇다면 솔직히 할 이야기가 있네. 심술 사나운 말괄량이를 아내로 맞아보지 않겠나? 이런 이야기가 그리 달갑지 않을는지 모르지만, 그녀가 부자라는 사실만은 말해 두겠네. 이만저만한 부자가 아니라네.

페트루키오: 이 페트루키오의 아내로서 부족하지 않을 만한 재산이 있다면 그녀가 저 플로렌티우스의 애인처럼 더럽게 생겼건, 시빌레 무당 같은 할망구건, 아니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만큼 심술궂고 악다구니를 부리는 사람이건 상관없네. 그녀가 저 아드리아 바다의 파도같이 사납게 굴더라고 난 꼼짝 않을테고, 내 감정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네. 돈 많은 아내를 얻으랴고 파도바를 찾아온 나일세. 돈만 생긴다면야, 이 파도바는 천국이지 뭔가.


... 그리하여 페트루키오는 카타리나에게 청혼을 하게 되고..



카타리나: 맛을 보여주지. (페트루키오의 뺨을 친다)

페트루키오: 한 대 더 때려주시오, 다음엔 내가 때려줄 테니.

...

카타리나: 이러시면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썩 놔요. (빠져나오려고 페트루키오 손을 물고 할퀸다)

페트루키오: 아니, 못 놓겠소. 이제 보니 당신은 참 상냥하군요. 소문엔 억척스럽고 쌀쌀맞고 무뚝뚝하다던데,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이었소. 알고 보니 쾌활하고 명랑하며 예의도 바르고, 게다가 말은 느리지만 봄철의 꽃과 같이 예쁘잖아요.



(더 이상 괴로워서 못 옮기겠다)



카타리나: 절 딸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럼 말하지만, 참 아버지다운 애틋한 관심을 보이셨군요. 이런 반미치광이와 부부의 연을 맺어주려고 하시다니요. 무지한 깡패, 욕이면 단 줄 아는 그런 사내인 줄도 모르시고.



카타리나는 아버지에게 항의해보지만,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읽다보니 카타리나도 카타리나지만, 페트루키오는... 정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미친놈 이었다 (...)



결혼 피로연에는 늦게 도착하고, 형편없는 옷차림을 하고, 결혼식을 주관하는 신부를 때리질 않나... 피로연이 끝나기도 전 아내를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고... 그 외에도 여러 미친 짓 그리고 말장난으로 카타리나를 괴롭힌다. 나중에 페트루키오의 말도 안되는 말에 토를 달지 않는 카타리나를 보고 다른 사람들은 물론 아버지도 놀라게 된다.



카타리나: 저런, 저런! 그 험상궂은 이맛살은 좀 펴고 그렇게 멸시의 눈초리를 하지 마세요. 그건 자기 남편에게 상처 주는 짓이에요. 왕이며 지배자인 자기 남편을. 그뿐 아니라 자기 자신의 아름다움을 망치는 짓이에요, 서리가 목장을 망치듯이. 그리고 자기 이름을 더럽히는 짓이에요, 회오리바람이 아름다운 봉오리를 뒤흔들어 놓듯이. .... 남편은 그대의 주인이며 생명이고, 수호자이며, 머리, 군주예요. 아내를 걱정하고, 아내를 편히 해주려는 생각으로 바다에서나 육지에서나 뼈아프게 일을 하시잖아요. 태풍 부는 밤이나 추위에도 안 주무시잖아요. 그 덕에 여러분들이 안심하고 아늑하게 누워 있을 수 있는 거예요. 그러나 남편은 아내한테서 다른 대가는 바라지 않아요. 다만 사랑과 고운 얼굴과 진실한 순종밖에는..... 그렇게도 큰 빚에 비하면 참으로 하찮은 지출이죠. ....



(더 이상 괴로워서 못 옮기겠다)



처음에는 이게 뭔 헛소리 라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카타리나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도대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나 (가스라이팅?) 생각했는데...



이 이야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 - 서막에서 부랑자를 영주로 만드는 설정, 하인과 주인의 자리 바꿈, 언니가 결혼해야 여동생이 결혼할 수 있으므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언니에게 구애하는 인물, 비앙카의 가정교사인 척 하고 들어가는 두 구애자, 현지에서 급조한 가짜 아버지 등 - 을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허위로 가득차 있는 이 이야기는 풍자라는 암시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딸을 얼른 보내버리려는 아버지나, 돈을 바라고 결혼하려는 남자, 여자에게 사랑과 고운 얼굴과 진실한(?) 순종만 바라는 남자.. 이런 것도 다 좀 비꼬는 것 같고.


그래도 21세기에 살고 있는 여성인 내가 읽기에는 여전히 불편한 작품이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종이 시계> 의 작가 앤 타일러가 현대 배경으로 리메이크 해서 소설화 했다. 지난 번에 리뷰를 썼다. https://blog.aladin.co.kr/suha/14083527 저번엔 아주 맘에 들지는 않지만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이만큼 만들어놓았으니 4점 준다고 썼는데,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다시 훑어보고 이게 반어 혹은 풍자라고 생각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인용한 카타리나의 말이 <식초 아가씨>에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다시 보니... 



어떤 방식이든 네가 원하는 대로 네 남편을 대하도록 해. 하지만 그가 누가 됐든 그 사람이 가엾구나. 남자로 사는 것은 힘들어.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니? 남자들은 뭐든 고민을 숨겨야 된다고 생각해. 관리해야 된다고,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진솔한 감정을 못 드러내지. 아프거나 간절하거나 슬픔에 휩싸여도, 상심하거나 고향이 그립거나 큰 죄책감에 시달려도, 뭔가 대실패를 할 순간이어도—그들은 ‘아, 난 괜찮아요. 모든 게 좋아요’ 라고 말하지. 생각해 보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해.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 레이더가—육감이나 공감, 대인 관계라나 뭐라나 하는 게—완벽해지지. 여자들은 상황이 이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반면, 남자들은 스포츠 경기와 전쟁, 명예와 성공에 몰두하지. 남자와 여자는 다른 두 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해! 난 네가 말하는 것처럼 ‘망가지지’ 않아. 난 그를 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 우리 둘이 본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서 그에게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고. 


음. 이게 과연 현대적 리메이크인가. 남자로 사는 건 힘들다며 한껏 얘기하더니, 여자들은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산다면서 우린 달라. 이러고 끝낼 이야기냐고. 여자들이 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사는지 이야기해야 되는 거 아니야? 


오히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에서 더 퇴보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저번엔 이만큼이나 만들어놨다며 4점 줬는데, 안되겠다 깎아야겠다. 3점? 2.5점? 역시 앤 타일러에게는 기대하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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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1-28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앤타일러가 자기가 맡은게 말괄량이 길들이기라서 너무너무 싫었다고 한 것 같은데, 그걸 어디서 봤는지 출처가 불분명하네요. 아마 앤 타일러도 끙끙대다 썼을겁니다.

앤 타일러보다 더 현대적인 각색은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 히스 레저와 줄리아 스타일스가 아주 젊었을 때 찍은 영화인데 제가 참 좋아했더랍니다... 하-

건수하 2022-11-28 17:36   좋아요 0 | URL
책 서두의 <작가와 작품 소개>에는

‘셰익스피어는 질색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싫은 것이 『말괄량이 길들이기』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타일러는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선택했다. 그녀는 이를 셰익스피어 희곡 가운데 가장 논란이 많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작품이라 보았고, 이면에는 분명 다른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늘 생각해 왔다. 타일러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으로 다시 쓰기를 넘어 그녀의 주제와 인물을 고스란히 옮겨 놓은 자신만의 완벽한 세계-『식초 아가씨』를 창조했다.

이렇게 나옵니다. 앤 타일러가.. 음 뭐 나쁜 작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구요. 그냥 저랑 좀 결이 안 맞는 거 같아요.

<~ 10가지 이유>는 어릴 때 재미있게 봤습니다 ㅎㅎ 아 그게 히스 레저였군요?! 조셉 고든 레빗은 알고 있었는데...

다락방 2022-11-28 17:35   좋아요 1 | URL
아 앤 타일러가 선택한거군요. 선택해서 썼는데.... 음......... (이하 생략)

- 2022-11-28 21:24   좋아요 1 | URL
음 확실히 아주 많이 각색되는 원본이긴 한 것 같아요… 남자 입장에선 변형된 트로피 여성? ㅎㅎㅎ 여자 입장에선… 음… 음… 음… 😑 나를 길들여줄 알파남??? ㅋㅋㅋㅋㅋㅋㅋ (써놓고 싫어서 몸부림 치는 중 ㅋㅋㅋ)

건수하 2022-11-29 10:54   좋아요 1 | URL
공쟝쟝님/ <말괄량이 길들이기>가 각종 로맨틱 코미디의 원형이라고 하더라고요 :)

알파남... 페트루키오가 알파남 같으면 그런가보다라도 할텐데...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카타리나가 왜 그렇게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음요. 가스라이팅이라고밖엔.. ? -_-;

단발머리 2022-11-29 19: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글 읽으면서 제가 <말괄량이 길들이기>랑 <피그말리온>을 헷갈렸다는 걸 알게 됐어요. 하하하, 그랬습니다.
근데 피그말리온도 로맨틱 코미디 같은 결론이었던 것 같고요.
앤 타일러, 애 많이 썼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그럼 저는 패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1-29 21:55   좋아요 0 | URL
피그말리온은 전 롤리타 같은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로맨틱 코미디였나요?


앤 타일러는 패스하시구요, 마녀의 씨 (마거릿 애트우드)는 강추입니다!
 
최후의 인간 - 19세기가 메리 셸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6-7장에서 <실낙원> 얘기가 많이 나와서 좀 고민하다가 읽어보기로 했다. 아담과 이브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니 초반부를 읽다 말았는데, 이 서사시에 공화제 등 밀턴의 사상이 녹아있고 훌륭하다는 것도 알겠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었으니 부주의하지 않은 독자가 되도록 노력하며 읽으려 하였으나... 

요즘 좀 바빠서 독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기도 했고 그런 와중 <실낙원>까지 읽고 싶지는 않아 좀 밀어둔 상태다. 
사실 샬롯 브론테의 <셜리>가 더 궁금한데 번역이 되어있지 않아 아쉽다. 

7장은 <프랑켄슈타인>을 예전에 읽었음에도 매우 어려웠다. 예전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뭔가가 많이 숨겨져 있는 듯 뿌옇고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 어려웠던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글을 혼자 또는 남편 퍼시 셸리와 함께 읽고 연구한 것이 3장에서 언급되었던 <최후의 인간>의 동굴 이야기였던 것 같다. 7장을 읽고 다시 3장을 읽으니 조금 더 이해가 되었다. 

구판을 읽고 있는데, 다른 분들 밑줄이나 캡처를 보면 개정판의 번역이 좀더 매끄러운 것 같아서 개정판을 구입할까 고민하고 있다. 내가 갖고있는 책은 3권으로 분권되어 있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읽고 줄도 치고 메모도 마구 하는 건 편하지만. 개정판을 사도 막 줄을 그으며 읽지는 못할 것 같다. 


이브의 이야기란 단순히 이브가 타락했다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이브가 여성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타락하게 된 것이라는, 즉 여성성과 타락이 본질적으로 동의어라는 사실의 발견인 것이다. (구판 419쪽)

자신은 여자이고, 따라서 타락했으며, 부적절하다는 여자 아이의 무서운 발견은 프로이트의 잔인하지만 은유적으로는 정확한 남근 선망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리라. (구판 419쪽)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구판 420쪽)

˝나는 내 자신이 내가 읽었던, 그리고 대화를 통해 들었던 존재들과 유사하면서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구판 423쪽)



이런 문장들에서 여성의 타자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가부장제 안에서 살아가면서, 과거의 문학이나 학문을 접하면서 자주 느끼던 것이다. 나는 인간인데 왜 ‘인간‘ 의 범주에서 제외되는가. 그럼에도 그 학문을 체득하기 위해서, 인정받기 위해서 애써왔던 내가 좀 안타깝기도 하고.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이 장님인 남자의 무릎에 달라붙어서 인정과 도움을 구걸하는 장면에서 장님인 남자를 밀턴이라 생각니 정말 의미심장했다. 


<실낙원> 얘기는 아직 8장까지도 나오고 있어서 이브나 씬이 등장할 때까지는 읽으면 좋을 것 같고, 메리 셸리가 조금 이해가 되어서 <메리 셸리> 영화도 보고싶다. <프랑켄슈타인>은 별로 다시 읽고 싶진 않고... 


바람돌이님께서 <최후의 인간>을 읽고 쓰신 페이퍼 https://blog.aladin.co.kr/baramdori/14089048 를 보고 메리 셸리가 19살 <프랑켄슈타인>을 썼을 때로부터 나아가지 못했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쉬어가며 버지니아 울프의 <집 안의 천사 죽이기>를 읽고 있는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연결되는 지점이 꽤 많아 옮겨본다. 

 










네 명의 위대한 여성 작가들 -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엇 - 중에서 아무도 자식을 낳지 않았고, 두 명은 아예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실이다. 

19세기 소설들은 그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쓴 여성들이 자신의 성별 때문에 어떤 종류의 경험들에서는 배제되었다는 사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작가의 경험이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빌레트>, <미들마치> 등은 중산층의 거실에서 겪을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험을 유보당한 여성들이 썼다. 전쟁이나 항해나 정치나 사업에 대한 어떤 직접적 경험도 그녀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들의 정서적인 삶조차도 법과 관습으로 엄격히 규제되었다. 
 
-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중 <여성과 소설> 중에서


이브의 이야기란 단순히 이브가 타락했다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이브가 여성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타락하게 된 것이라는, 즉 여성성과 타락이 본질적으로 동의어라는 사실의 발견인 것이다. - P419

자신은 여자이고, 따라서 타락했으며, 부적절하다는 여자 아이의 무서운 발견은 프로이트의 잔인하지만 은유적으로는 정확한 남근 선망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리라. - P419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 P420

"나는 내 자신이 내가 읽었던, 그리고 대화를 통해 들었던 존재들과 유사하면서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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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1-22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부인가? 2 부인가? 읽을 때 <실낙원> 제목을 보았고, 수하님과 프레이야님이 읽으시길래 읽어야 하는가 보다!!! 급한 마음에 도서관에서 두 권을 빌려왔었거든요. 책 넘겨 보구선 아...했네요. 저걸 과연 완독할 수 있으려나? 싶네요ㅜㅜ
저도 관련 소설 재미지게 읽다가 요즘 갑자기 주변 환경도 어수선해지고, 약속도 생기고 하니까 19세기 소설 진도도 못빼고 자꾸 주춤주춤하고 있네요.
그래도 먼저 앞서 읽으시는 여성 알라디리님들 보고 종종걸음으로 따라가 보렵니다.ㅋㅋㅋ

건수하 2022-11-23 09:07   좋아요 1 | URL
저는 별로 읽기 괴롭지는 않던데...
그게 제가 읽는 책은 운문이 아니고 산문으로 풀어놓은 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주석도 촘촘하게 달려있고요. 근데 공부하는 느낌이고.. 다른 책들이 더 읽고 싶어요 ^^


바람돌이 2022-11-22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실낙원은 그냥 패스하려고요. 도서관 가서 좀 살펴봤는데 제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듯하더라구요. 아마도 읽으면 읽는 내내 내가 왜 이걸 읽으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을까를 고민할듯요. ㅎㅎ
버지니아 울프의 말 너무 와닿아요. 아 또 메리 셸리 막 안타까워지네요. ㅠ.ㅠ

건수하 2022-11-23 09:09   좋아요 1 | URL
저는 원래 지루한 책 좀 잘 읽는 편이고 구약 성경에도 익숙하긴 하지만...
일단 밀턴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좀 갖게 된 후에 진지하게 읽는게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책 읽으며 계속 뼈때린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ㅎㅎ
<제인 오스틴>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 <조지 엘리엇> .. 계속 나오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는 중입니다.

단발머리 2022-11-22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날인가 봐요 ㅎㅎ 페이퍼가 연달아 올라오니 참 좋네요. 여성에 대한 판단, 특별히 부정적인 판단이 밀턴에게서만 왔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 책 읽으면서 밀턴의 영향력이 새삼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저는 <실낙원> 세 쪽 정도 읽어보고 완전 다운되었습니다. 의욕 충천했던 시간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고요.

울프 인용해주신 부분 참 좋네요. 알아보는 안목의 울프, 그걸 알아보는 안목의 수하님^^

건수하 2022-11-23 09:19   좋아요 2 | URL
7장 대충 끄적거려 놨다가 어제 독서괭님 페이퍼에 제가 언급되어 얼른 정리해 올렸어요. 저는 영문학을 잘 모르지만 영문학계에서도, 현재까지 내려오는 여성의 이미지에도 밀턴의 영향력이 꽤 큰 것 같네요.

단발머리님 읽으신 <실낙원>은 운문이었겠죠? 제가 읽고 있는 건 산문으로 풀어놓은 것이라 좀더 수월한 것 같습니다. 주석도 엄청 자세해서 이해는 되는데 읽는게 오래 걸려요.

<집 안의 천사 죽이기>에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까지 나와서 계속 읽는 중입니다. 새삼스레 울프에 감탄하며 읽고 있어요. 멋진 여성들이 이렇게 많아서 행복해요.

햇살과함께 2022-11-23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장 읽고 있는데,, 6-7장 특히 어렵더라고요.
저도 최근에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자기만의
방, 3기니 읽었거나 읽고 있는데, 울프 책과 연결되는 부분 많더라고요~
분권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분권할까 고민만 하고 있네요:;;

건수하 2022-11-23 09:23   좋아요 1 | URL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폭풍의 언덕>을 다룬 8장 읽고 있는데 역시 이 부분도 어렵네요.

저는 절판책을 국회도서관에서 복사-제본했던 거라 (저작권법 때문에) 1/3씩 분권해야했던 건데요...
그래서 편하게 읽고는 있지만
하드커버 책 분권하려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

독서괭 2022-11-23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낙원 포기한 많은 분들(저 포함)이 수하님 글을 기다리겠네요 ㅎㅎ
집 안의 천사 죽이기, 다미여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고 하시니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건수하 2022-11-23 15:02   좋아요 1 | URL
밀어둔 상태인데.. 계속 밀어둘지도 모릅니다만... ^^;;;
일단 아래 댓글에 다락방님이 재도전하신다고 합니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는 강추하고 싶습니다 :)

다락방 2022-11-23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실낙원 재도전 해야겠어요. 불끈!! ㅎㅎ

링크하신 버지니아 울프의 책도 담아갑니다. 불끈!!

건수하 2022-11-23 15:02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화이팅입니다!! (저도 좀더 힘을 내어보겠..)

버지니아 울프 책 정말 좋아요.
 

결혼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만이 오스틴의 사회에서 소녀들이 자기정의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다른 모든 문제에 대한 오스틴의 침묵 그 자체는 일종의 진술이다. 오스틴의 소설에 다른 문제들이 부재하는 사실은 소녀나 여자들의 삶이 얼마나 불충분한가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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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식초 아가씨 호가스 셰익스피어 3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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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희곡 낭독 모임에서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었다. <오셀로>나 <맥베스> 때도 그랬지만, 희곡을 읽을 때는 왜 갑자기 그런 사건이 일어나는지 이해가 잘 안될 때가 많다. 공연을 위한 대본이기에 많은 것이 생략되어 있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개연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는 그래서 셰익스피어 작품을 다시 쓴 소설을 읽는게 좋았다. 소설은 개연성이 촘촘하니까.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읽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진실한 인물이 거의 없다는 점 - 본격 극이 시작되기 전의 서극(?)에서 부랑자(?)를 영주로 만드는 설정, 하인과 주인의 자리 바꿈, 언니가 결혼해야 여동생이 결혼할 수 있으므로 친구의 부탁을 받고 언니에게 구애하는 인물, 비앙카의 가정교사인 척 하고 들어가는 두 구애자, 현지에서 급조한 가짜 아버지 등 - 이 조금 위안이 되기는 했으나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허위로 가득차 있는 이 이야기는 풍자라는 암시 아닐까 생각했다) 도대체 이건 무슨 얘기를 하려는 작품인가, 도대체 카타리나는 저런 남자에게 왜 넘어가는가 (가스라이팅 당해서 혹은 살아남기 위해서?) 이런 생각만 들고 상당히 불편했다.



<식초 아가씨>의 작가가 앤 타일러이기에 많은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저 뭐라도 개연성을 만들어주었으면 했다. 인물 설정은 나쁘지 않았다. 내가 잘 아는 인물상인 괴짜 과학자(...모든 과학자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지만) 두 명과 약간 괴팍한 아가씨 한 명. 그리고 유산 대신 비자를 얻기 위한 결혼이라는 것도 뭐 괜찮았다. 가족이 없는 외로운 외국인, 그 남자가 영어는 잘 못해도 진심으로 다가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버지와 동생 뒤치다꺼리를 하던 아가씨가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회라는 것까지도 괜찮았다. 



그런데 그가 결혼하자마자 갑자기 좀 다르다. 물론 그가 패닉에 빠질만한 사건이 하나 있긴 했다. 그렇지만 결혼하고 나서부터 고용주이자 장인에게도 막 대하는 것 같고 운전도 막 난폭하게 하고 (그의 국적이 러시아라서 약간의 개연성이 추가되는 것 같다?) 결혼 전 인사왔을 때는 엄청 살갑게 지내는 것 같았던 사람 (그가 사는 집 주인의 고용인)도 알고보니 그와 원수인 것 같다. 문제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폭력도 행사했다. 이대로 계속 가도 괜찮은건가? 그동안 비자를 위해 본모습을 속인 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된다. 이 세상은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으니까.



그런데 괴팍했던 아가씨는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거다.



남자로 사는 것은 힘들어. 그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니?

남자들은 뭐든 고민을 숨겨야 된다고 생각해. 관리해야 된다고, 통제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진솔한 감정을 못 드러내지.

...

생각해보면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자유롭지 못해.



여자들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

레이더가-육감이나 공감, 대인 관계라나 뭐라나 하는 게 - 완벽해지지.

여자들은 상황이 이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는 반면, 남자들은 스포츠 경기와 전쟁, 명예와 성공에 몰두하지.


남자와 여자는 다른 두 나라에 있는 것과 비슷해! 난 네가 말하는 것처럼 '망가지지' 않아.

난 그를 내 나라에 들어오게 하는 거야. 우리 둘이 본모습으로 지낼 수 있는 곳에서 그에게 자리를 주고 있는 거라고.


맨 뒤의 네 문장은 뭐... 괜찮다.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여지를 주는 건 괜찮다.

그리고 그 남자가 그동안 속였는지 아닌지는 글로만 본 나는 잘 모르고 경험해본 본인이 더 잘 알겠지. 자신의 판단에 확신이 들어서일 수도 있는데.


여자들이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사람들의 감정을 살피면서 살아서 레이더가 완벽하다고?

(사실 너는 별로 그렇지 않잖아.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힘들었잖아.) 

그리고 혹시 완벽하다고 해서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건 더 쉬운 일이 아니다.

왜 여자들이 어릴 때부터 사람의 감정을 살폈다고 생각하니? 


그런데 남자로 사는 것만 자유롭지 않고, 힘들다고 얘기하는 것 같아서 당황스러웠다. 이걸 쓴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도. 남자가 그런 건 원래 그런 거고 자연스러운 거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이해해줘야 한다, 기회를 줘야 한다- 라고 하는 것 같아서.



<말괄량이 길들이기>에 비하면야 백 배 나아졌지만, 이것이 앤 타일러 소설의 한계인 것 같다. 세상을 아름답게 봐야 하는 것.

(올해 내가 아이한테 어쩔 수 없이 권유했던 일인데) 뭐 다같이 사이좋게 지내는 거 좋지. 그렇지만 왜 한쪽만 이해심을 발휘해야 하냐는 거다. 


앤 타일러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딱 기대한 만큼의 소설이었다. 그래도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이만큼씩이나 만들어놓다니 그게 어딘가. 그래서 별 네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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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말괄량이 길들이기>와 <식초 아가씨>
    from 수하의 서재 2022-11-28 17:24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동서문화사 책으로 읽었다. 후기를 쓰려고 다시 한 번 훑었다. 영어로는 제목이 The Taming of Shrew. 처음 보는 단어라 찾아보니(네이버 사전 캡처) 이런 아이라고. 귀엽게 생겼는데, 왜 저런 뜻과 함께 있는 걸까어릴적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어린이용 소설로 본 것 같은데, 이번에 희곡으로 읽어보니 '서막' 과 '본극' 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막에서는 어떤 영주가 술취한 사람이 길바닥에 쓰러져
 
 
독서괭 2022-11-10 17: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앤 타일러라서 기대하지 않았다는 말에 어떤 작가길래 찾아봤는데 모르는 작가네요~
한쪽만 이해심을!! 그게 강요되었다는 걸 간과한 걸까요? 아쉽습니다~

건수하 2022-11-10 18:30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한때 <종이 시계>라는 유명한 소설이 라디오 광고에도 막 나오고 그랬었답니다.
(나이 인증...)

결혼 상대자가 결혼 전까지는 꽤 괜찮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완전히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이런 소설을 누가 읽을까요.. 대부분 여성들이 읽을텐데.

남자들은 원래 그러니까 사이좋게 지내라- 고 공모하는 것 같아서 좀 기분 나빴어요.
저런 얘기할 거면 여성들도 어떻게 힘들게 사는지도 얘기하든가 말이죠.

2022-11-10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수하 2022-11-10 18:2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온라인 공동체 내에서 만든 사적 모임이에요 ^^
희곡을 낭독하고 리메이크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줌으로 만나서 읽는데, 재미있더라고요! ^^

책 읽기 좋아하시는 지인들이 있으면 이런 모임 만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22-11-10 18:45   좋아요 1 | URL
네~^^ 초고속 답변 고맙습니다.

Falstaff 2022-11-10 18: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레나의 남편이 죽어 문상을 갔는데 세레나는 죽어가는 남편한테 악을, 악을 써댔다고 합니다.
˝멋진 빨간색 운동복을 입고 뛰다가 갑자기 죽는 거 하고, 온몸에 주사바늘과 튜브를 꼽은 채 죽는 거 하고 뭐가 좋니?˝
이 문장을 읽은 후 아, 씨.... 두 달 뒤부터 저도 운동복을 입고 걷고 뛰기 시작해 6개월 만에 12kg을 뺐습니다.
앤 타일러의 <종이시계>에 나온 세레나의 악다구니였습니다. 살을 빼니까 옷장에 걸려 있던 옛날 옷이 다 맞지 뭡니까. 돈 번 거 같더라고요.
어쨌거나 앤 타일러는 제 은인입니다. ㅋ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1-10 18:46   좋아요 2 | URL
앤 타일러가 은인이라고 하시지만, 골드문트님도 참 대단하십니다.
6개월만에 12kg이라니... @_@
옷도 옷이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셨을 것 같네요 :)
 









거의 밑줄만 옮겨둠.

페이지수는 구판을 따름.


버지니아 울프는<자기만의 방>에서 "셰익스피어의 누이였던 죽은 시인"을 소생시키기 위해서 문학적 여성은 "밀턴의 악령을 넘어 바라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떤 인간도 그 전망을 막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라고 선언하고 있다. ... 전망을 막아버림으로써 밀턴의 악령은 여성들을 가능성의 광활함, 즉 울프가 <자기만의 방> 전체를 통해서 묘사하고 있는 남성적 성취의 풍경에서 차단해 버린다. (345)

밀턴의 악령은 누구인가? ... 그것은 밀턴 자신, 실제의 가부장적인 유령, 여성 시인들의 전망을 막아 버리는 "수호천사" 를 언급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밀턴의 기원의 신화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여성 혐오적인 전통을 요약하고 있으며 이러한 여성 혐오적 관념을 많은 여성 작가들에게 분명하게 암시하였다. (346)


많은 여성들은 밀턴의 서사시가 표현하고 있는 제도화된, 그리고 자주 정교하게 은유화된 여성 혐오와 타협하기 위해 그들 나름대로 신화와 은유를 수정하였다. ...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의 예를 들면, <프랑켄슈타인>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실낙원>에 절망적으로 순종하는 "오독"이다. ... 이와 대조적으로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은 밀턴을 과격하게 교정하고 있는 오독이다. ... 마찬가지로 엘리자베스 바렛 브라우닝의 "추방의 드라마", 샬롯 브론테의 <셜리> 그리고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도깨비 시장>은 모두 <실낙원>을 수정하는 비판을 포함하거나 암시하고 있다.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는 특히 밀턴과 그 딸들의 불길한 관계를 말하기 위해서 "친절한 대천사" 캐서본에 대한 도로시아의 숭배를 완용하고 있다. ... (347)


이 모든 여자들에게 밀턴의 여성 혐오 문제는 결코 학문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 반대로 여성 작가들이 "그들의 기원과 그들의 역사"를 배운 것은 (다시 말하자면, 여성 혐오적인 신학이 규정했던 대로 자신들을 규정하도록 배운 것은) 가부장적 시를 통해서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여성 작가들은 밀턴을 고통스럽게 열중해서 읽었다. (348)


(울프의 일기 중) 

밀턴의 시는 숭고한 초연함과 감정의 냉정함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 밀턴은 최초의 남성우월주의자였지만, 그의 비난은 그 자신의 불운에서 나온 것이고, 심지어 자신의 가정불화에서 비롯된 악의에 찬 마지막 말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얼마나 매끄럽고, 강렬하며, 정교한가! 얼마나 훌륭한 시인가! ... 이것이야말로 정수이며, 다른 대다수의 시는 다만 그것을 희석한 것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 거기에는 남자가 생각하고 있는 우주에서의 우리(여성)의 위치, 신과 종교에 대한 우리의 의무가 요약되어 있다. (348-349)


"최초의 남성우월주의자"인 밀턴이 여성들에게 전하는 명백한 이야기는 물론 여성의 부차성과 타자성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떻게 그 타자성이 가차없이 여성을 악마적인 분노, 죄, 타락으로 몰고 가며, 또한 신의 정원 (여성에게는 또한 시의 정원)에서 여성을 배제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여성에게 밀턴은 굉장히 중요하고 또한 매우 특이한 방식으로, 해럴드 블룸이 "위대한 억압자, 요람에 있는 강력한 상상력조차 목 졸라 죽이는 스핑크스" 라고 불렀던 것과 같은 존재다. 블룸은 여성에게 훨씬 더 적절한 글귀 중에서 "밀턴 이래 영시의 모토는 키츠가 진술했던, '그에게는 생명인 것이 나에게는 죽음이다' 라고 덧붙이고 있다. ... 울프는 자신의 문학가로서의 생애를 통해서 밀턴을 ... 무서운 '억압자'로 분명하게 규정하였다. (352-353)





울프는 고도로 세련된 문학 비평가였기 때문에 밀턴적인 문화의 신화를 의식적으로, 동시에 아주 불안해하면서 상속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의 여성 작가들 중에서 밀턴의 위협적인 특징을, 특히 그가 여성의 운명에 미친 영향이 해로운 인플루엔자로 간주될 수 있을 정도였다는 것을 가장 잘 인식하고 있었던 사람은 브론테였다. <셜리>에서 브론테는 특히 밀턴의 우주론을 공격했다. 브론테는 여성에게 해로운 이 우주론 안에서 자신의 여주인공들이 남성 지배적 사회에 의해서 아프거나, 고아가 되거나 굶어죽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353)


브론테와 셜리가 제시하고 있는 밀턴의 '하찮은 이브' 에 대한 대안은 좀더 진지하며, <실낙원>의 망상적인 여성 혐오를 훨씬 더 심하게 비판하고 있다. ... 셜리의 이브는 프로메테우스 같은 사람을 낳았을 뿐 아니라, 그녀 자신이 전능의 신과 싸우며 속박에 반항하는 프로메테우스적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밀턴의 이브는 잘못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재앙을 불러오게 된 반항의 한순간을 제외하고는 명백히 순종적인 반면, 셜리의 이브는 강하고, 자기주장에 세며, 생기가 넘친다. ... 밀턴의 이브가 일종의 신의 부족(supplementary)이자 아담의 "여분의" 갈비뼈에서 만들어진 거의 불필요한, 물질적인 존재라면, 셜리의 이브는 정신적이고 1차적이며, "하늘에서 태어난" 존재다. 무엇보다도 밀턴의 이브는 일반적으로 신의 시야에서 배제되고, 에덴에서의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신이 의도한 잠에 취해 침묵당하지만, 셜리의 이브는 "얼굴을 마주하고" 신과 이야기한다. 셜리의 이브는 노예적이고 파괴적인 유령으로 대체되어 버렸지만, (울프가 "주디스 셰익스피어"라고 불렀던, 그리고 밀턴의 악령에 의해서 죽어야만 했던) 죽은 시인의 최초의 화신이다. (354-356)


프로메테우스적인 이브로 변형된 밀턴의 사탄은 처음에는 믿기 어려운 문학적인 발전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낙원>을 잠깐만 살펴보아도, 이브가 외견상으로는 수동적이고 가정적으로 보인다 할 지라도, 밀턴이 고의적으로 그녀와 사탄 사이의 유사점을 서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부주의한 독자의 경우 이 둘의 죄를 구분하기는 때때로 어렵다. (357) 


사탄이 그 쓴 열매에 대한 욕망 때문에 비천한 노예로 전락하였듯이, 이브도 한 개인으로서의 아담뿐만 아니라, 원형적 남자라 할 수 있는 아담의 노예가 됨으로써, 남편에게뿐만 아니라, 보부아르가 설명했듯이, 인간 종의 비천한 노예가 된다. (358-359)


잘 알려진 밀턴의 여성 혐오나 그것이 뿌리박고 있는 고도로 발달된 철학적인 전통에도, 사탄, 이브, 그리고 씬 사이의 연결, 병치, 그리고 겹쳐짐은 신중하고 명백한 진술로 설명되기보다는 <실낙원>의 텍스트에 새겨져 있는 어렴풋한 메시지로 전달된다. 그럼에도 "남성우월적"이고 교부적이며, 네오-마니교적인 교회의 품 안에서 성장한 예민한 여성 독자에게는, <실낙원> 같은 강력한 작품의 내용은 그 내용이 숨어 있건 겉으로 명백히 드러나 있건 간에 상처를 줄 정도로 생생한 것이다. 그런 여성들에게 신, 예수, 그리고 아담이라는 성스러운 삼위일체는 18세기, 19세기조차도 여성적 원칙을 역사적으로 박탈하고 격하시켰다는 사실을 예증해 주는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362)


적어도 결혼 제도에 대해서는 입바른 소리를 하고 있는 밀턴은 광적인 독신주의자인 에세네파처럼 그렇게 강력하게 여성 혐오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좀 더 숨겨져 있기는 하지만, 유사한 여성 혐오는 아담으로 하여금 이브와 사탄에 의해서 제시된 세속적인 거짓을 초월하는 수단으로 올바른 이성 Right Reason 을 옹호하게 하였다. (363-364)





현재의 위계질서에 대한 반항이 사탄에게 필요한 것처럼 <실낙원>에서 그러한 반항이 필요한 유일한 인물이 이브라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 사탄과 이브가 어떤 의미에서 소외되어 있고 반항적이며, 따라서 바이런적인 인물이라면, 하나의 계급으로서 여성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오빠들("신의 아들들")에 의해서 박탈당한 채, 순종하도록 교육받고 침묵을 강요당하는 여성 작가는, 현실에서는 아닐지라도 환상 속에서는 바이런적인 영웅들처럼, 사탄처럼, 프로메테우스처럼, "기쁨없는 백일몽 속에서 홀로 활보했던" 경우가 허다했을 것이다. 여성 작가도 자신에게 기대되는 천사와 자신이 알고 있는 실제의 자기 모습인 분노한 악마 사이의 간극을 예리하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사탄과 맨프레드(바이런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 둘 다를 괴롭혔던 똑같은 역설적인 이중의식(죄의식과 위대함에 대한 인식)을 경험했음에 틀림없다. (367-368)


사탄과 이브는 둘 다 <실낙원>의 진정한 몽상가들이고 그들은 낭만주의적인 의미에서 유혹적인 생각과 다른 삶에 대한 통제할 수 없는 상상에 사로잡혀 있다. .... 사탄의 (또는 이브의) 열망과 지위 사이의 지옥 같은 간극에 대한 이 고통스러운 인식조차도 낭만주의 시인과 그로부터 영감을 받은 페미니스트에게는 미학적 고귀함의 모델이다. ... 블레이크와 울스턴크래프트가 보았던것처럼, 더 '숭고한'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은 통찰력 있는 시인 사탄이, 귀족적인 바이런의 반항아 사탄처럼, 여성과 낭만주의자의 특성으로 규정했던 혁명적 열정을 강화하고 있다. (369-370)


여성들은 가장 반항적일 경우 사탄과, 가장 덜한 경우는 반항적인 이브와, 그리고 거의 항상 낭만주의 시인들과 동일시되고 있다. 따라서 이 여성들이 밀턴의 수정본이 초래한 묵시론적인 사회 변혁에 비슷하게 사로잡혀 있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여성 권리의 옹호>는 대개 <실낙원>에 대한 분노에 찬 논평처럼 읽힌다. 그녀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블레이크적인 열정과 사탄의 숭고함에 대한 자신의 '전낭만주의적' 경외감, 그리고 밀턴의 여성 혐오에 대한 페미니스트적인 분노를 결합하였다. ... 페미니즘과 낭만주의적 급진주의는 이미 많은 여성 작가들의 마음속에서 의식적으로 연관되어 있었... 또한 여성 작가들은 성의 정치학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이런적으로 (그리고 사탄적으로) 반항적인 상상의 정치학을 빈번하게 사용하였다. (샬롯 브론테의 <셜리>, 엘리자베스 가스켈의 <메리 바튼>, 해리엇 비처 스토우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버지니아 울프의 <3기니> 등) (370-371)


브론테 같은 작가들이 <실낙원>의 악한으로 육화되어 있는 충동에 대한 자신들의 편집증적인 관심을 의식적으로 거부하는 또 다른 이유... 이브가 사탄의 분신일 뿐 아니라 씬의 분신이기도 하다면, 사탄과 이브의 관계는 사탄과 씬의 관계와 같기 때문이다. 즉 사탄은 이브의 연인이자 아버지가 된다. ... 여자와 낭만주의 시인들이 사탄과 씬 각각과 맺고 있는 자신들의 관계가 사탄과 '씬'의 근친상간적인 관계와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음에 틀림없다. ... 그러나 동시에 여성 작가들은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한 무력감은 자신이 사탄이 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길은 그의 창조물, 그의 도구, 그의 오른팔에 앉아 있는 마녀 같은 딸/정부가 되는 것이라는 여성작가들의 확신에서 드러나고 있다. (373-374) 


따라서 사탄의 유아론적인 씬과의 결합의 열매가 죽음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것은 마치 죽음이 ... 메리 셸리로부터 실비아 플라스에 이르는 여성 작가들이 상상해 왔던 모든 근친상간적인 신新사탄적 결합의 열매인 것과 같다. 근친상간 금기를 깨뜨리고자 하는 욕망이 자아 충족적이 되고자 하는 욕망인 한에서, 그것은 '신들처럼' 되고자 하는 소망, 그러나 신에 의하여 금지된 소망이다. 그것은 마치 맛을 본다는 것이 곧 죽음을 의미하는 선악과에 대한 욕망과 같다. (377)


여성 작가는 자신을 이러한 비종교적인 예술가들의 "창조물"로 정의하면서 자신이 "잘못된 창조"의 "여성적인 유약함"의 일부분일 뿐만 아니라, 그녀 자신이 잘못된 창조자이며 유혹적인 "한 무리의 아름다운 여인들" 중의 한 명일 뿐이라는 두려움도 확인하게 될 것이다. (378)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산드라 길버트가 쓴 장들이 특히 어렵다), 그래서 맥락을 유지하며 요약하기가 힘들다. 그 결과 밑줄이 많아지고 있다. 


밀턴의 악령은 여성작가들에게 여성 혐오적 관념을 암시하였고, 나는 분명 부주의한 독자일 것이므로 밀턴의 <실낙원>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매끄럽고, 강렬하며, 정교하고, 훌륭한 시, 그리고 '정수' 에 대한 호기심을 버릴 수 없다. 이것은 내가 그동안 고전이나 남성 작가들의 작품을 읽거나 서양의 학문을 공부해왔던 마음과 연결될 것이다. 그것들에도 충분히 멋진 게 있기 때문이다. <셜리>를 읽고 싶지만 번역되어 있지 않고, <실낙원>은 피하고 싶지만 번역되어 있다. 



+ '네오-마니교적인 교회'라는 것은 뭔지 잘 모르겠으나... 마니교는 '지식'을 쌓을수록 그에 비례해서 인간의 타락을 막아주고 빛에 다가갈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밀턴이 <실낙원>을 쓴 목적에 마니교가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미들마치>에서 캐소본이 책을 쓰려고 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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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1-10 17: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얼마전까지 수하님이랑 진도 똑같았는데.... 어제부터 예습으로 넘어갑니다.
<실낙원> 네 쪽 읽었어요. 시도는 해 보았으나... 으윽....

건수하 2022-11-10 17:34   좋아요 0 | URL
제가 밑줄 정리가 늦었습니다 (11월 되고 올릴까도 싶었고...)
글 안쓰고 밑줄 정리만 해도 버거워요.
실낙원.. 마음이 복잡합니다... @_@

- 2022-11-13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낙원은 일단 패스 ㅋㅋㅋ 수하님 저는 진도 빼고 다시 찾아올게여 ㅋㅋㅋ 일단 오스틴 소설 하나만 더 읽고 2장 넘어가려 함 ㅋㅋㅋ

건수하 2022-11-18 09:04   좋아요 0 | URL
저도 진도가 안 나가서 멈춰있어요 (사실 이번주 책을 거의 못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