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인간 - 19세기가 메리 셸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6-7장에서 <실낙원> 얘기가 많이 나와서 좀 고민하다가 읽어보기로 했다. 아담과 이브가 아직 등장하지 않았으니 초반부를 읽다 말았는데, 이 서사시에 공화제 등 밀턴의 사상이 녹아있고 훌륭하다는 것도 알겠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었으니 부주의하지 않은 독자가 되도록 노력하며 읽으려 하였으나... 

요즘 좀 바빠서 독서 진도가 잘 나가지 않기도 했고 그런 와중 <실낙원>까지 읽고 싶지는 않아 좀 밀어둔 상태다. 
사실 샬롯 브론테의 <셜리>가 더 궁금한데 번역이 되어있지 않아 아쉽다. 

7장은 <프랑켄슈타인>을 예전에 읽었음에도 매우 어려웠다. 예전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뭔가가 많이 숨겨져 있는 듯 뿌옇고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래서 어려웠던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글을 혼자 또는 남편 퍼시 셸리와 함께 읽고 연구한 것이 3장에서 언급되었던 <최후의 인간>의 동굴 이야기였던 것 같다. 7장을 읽고 다시 3장을 읽으니 조금 더 이해가 되었다. 

구판을 읽고 있는데, 다른 분들 밑줄이나 캡처를 보면 개정판의 번역이 좀더 매끄러운 것 같아서 개정판을 구입할까 고민하고 있다. 내가 갖고있는 책은 3권으로 분권되어 있어서 가지고 다니면서 읽고 줄도 치고 메모도 마구 하는 건 편하지만. 개정판을 사도 막 줄을 그으며 읽지는 못할 것 같다. 


이브의 이야기란 단순히 이브가 타락했다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이브가 여성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타락하게 된 것이라는, 즉 여성성과 타락이 본질적으로 동의어라는 사실의 발견인 것이다. (구판 419쪽)

자신은 여자이고, 따라서 타락했으며, 부적절하다는 여자 아이의 무서운 발견은 프로이트의 잔인하지만 은유적으로는 정확한 남근 선망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리라. (구판 419쪽)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구판 420쪽)

˝나는 내 자신이 내가 읽었던, 그리고 대화를 통해 들었던 존재들과 유사하면서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구판 423쪽)



이런 문장들에서 여성의 타자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가부장제 안에서 살아가면서, 과거의 문학이나 학문을 접하면서 자주 느끼던 것이다. 나는 인간인데 왜 ‘인간‘ 의 범주에서 제외되는가. 그럼에도 그 학문을 체득하기 위해서, 인정받기 위해서 애써왔던 내가 좀 안타깝기도 하고.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이 장님인 남자의 무릎에 달라붙어서 인정과 도움을 구걸하는 장면에서 장님인 남자를 밀턴이라 생각니 정말 의미심장했다. 


<실낙원> 얘기는 아직 8장까지도 나오고 있어서 이브나 씬이 등장할 때까지는 읽으면 좋을 것 같고, 메리 셸리가 조금 이해가 되어서 <메리 셸리> 영화도 보고싶다. <프랑켄슈타인>은 별로 다시 읽고 싶진 않고... 


바람돌이님께서 <최후의 인간>을 읽고 쓰신 페이퍼 https://blog.aladin.co.kr/baramdori/14089048 를 보고 메리 셸리가 19살 <프랑켄슈타인>을 썼을 때로부터 나아가지 못했다는 말에 마음이 아팠다.
쉬어가며 버지니아 울프의 <집 안의 천사 죽이기>를 읽고 있는데, <다락방의 미친 여자>와 연결되는 지점이 꽤 많아 옮겨본다. 

 










네 명의 위대한 여성 작가들 -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론테, 샬럿 브론테, 조지 엘리엇 - 중에서 아무도 자식을 낳지 않았고, 두 명은 아예 결혼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실이다. 

19세기 소설들은 그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쓴 여성들이 자신의 성별 때문에 어떤 종류의 경험들에서는 배제되었다는 사실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작가의 경험이 소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빌레트>, <미들마치> 등은 중산층의 거실에서 겪을 수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경험을 유보당한 여성들이 썼다. 전쟁이나 항해나 정치나 사업에 대한 어떤 직접적 경험도 그녀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들의 정서적인 삶조차도 법과 관습으로 엄격히 규제되었다. 
 
-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중 <여성과 소설> 중에서


이브의 이야기란 단순히 이브가 타락했다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이브가 여성으로 창조되었기 때문에 타락하게 된 것이라는, 즉 여성성과 타락이 본질적으로 동의어라는 사실의 발견인 것이다. - P419

자신은 여자이고, 따라서 타락했으며, 부적절하다는 여자 아이의 무서운 발견은 프로이트의 잔인하지만 은유적으로는 정확한 남근 선망이라는 개념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이리라. - P419

괴물의 서사는 ‘영혼‘이나 역사 없이 태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대한 철학적 명상이며, ‘움직이고 말하는 추악한 덩어리‘, 물체, 타자, 제2의 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 P420

"나는 내 자신이 내가 읽었던, 그리고 대화를 통해 들었던 존재들과 유사하면서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P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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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1-22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부인가? 2 부인가? 읽을 때 <실낙원> 제목을 보았고, 수하님과 프레이야님이 읽으시길래 읽어야 하는가 보다!!! 급한 마음에 도서관에서 두 권을 빌려왔었거든요. 책 넘겨 보구선 아...했네요. 저걸 과연 완독할 수 있으려나? 싶네요ㅜㅜ
저도 관련 소설 재미지게 읽다가 요즘 갑자기 주변 환경도 어수선해지고, 약속도 생기고 하니까 19세기 소설 진도도 못빼고 자꾸 주춤주춤하고 있네요.
그래도 먼저 앞서 읽으시는 여성 알라디리님들 보고 종종걸음으로 따라가 보렵니다.ㅋㅋㅋ

건수하 2022-11-23 09:07   좋아요 1 | URL
저는 별로 읽기 괴롭지는 않던데...
그게 제가 읽는 책은 운문이 아니고 산문으로 풀어놓은 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주석도 촘촘하게 달려있고요. 근데 공부하는 느낌이고.. 다른 책들이 더 읽고 싶어요 ^^


바람돌이 2022-11-22 19: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실낙원은 그냥 패스하려고요. 도서관 가서 좀 살펴봤는데 제가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듯하더라구요. 아마도 읽으면 읽는 내내 내가 왜 이걸 읽으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을까를 고민할듯요. ㅎㅎ
버지니아 울프의 말 너무 와닿아요. 아 또 메리 셸리 막 안타까워지네요. ㅠ.ㅠ

건수하 2022-11-23 09:09   좋아요 1 | URL
저는 원래 지루한 책 좀 잘 읽는 편이고 구약 성경에도 익숙하긴 하지만...
일단 밀턴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을 좀 갖게 된 후에 진지하게 읽는게 쉽진 않은 것 같습니다.

버지니아 울프 책 읽으며 계속 뼈때린다는 느낌을 받고 있어요 ㅎㅎ
<제인 오스틴>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 <조지 엘리엇> .. 계속 나오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는 중입니다.

단발머리 2022-11-22 2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날인가 봐요 ㅎㅎ 페이퍼가 연달아 올라오니 참 좋네요. 여성에 대한 판단, 특별히 부정적인 판단이 밀턴에게서만 왔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 책 읽으면서 밀턴의 영향력이 새삼 크게 느껴지더라구요. 저는 <실낙원> 세 쪽 정도 읽어보고 완전 다운되었습니다. 의욕 충천했던 시간들은 모두 어디론가 사라졌고요.

울프 인용해주신 부분 참 좋네요. 알아보는 안목의 울프, 그걸 알아보는 안목의 수하님^^

건수하 2022-11-23 09:19   좋아요 2 | URL
7장 대충 끄적거려 놨다가 어제 독서괭님 페이퍼에 제가 언급되어 얼른 정리해 올렸어요. 저는 영문학을 잘 모르지만 영문학계에서도, 현재까지 내려오는 여성의 이미지에도 밀턴의 영향력이 꽤 큰 것 같네요.

단발머리님 읽으신 <실낙원>은 운문이었겠죠? 제가 읽고 있는 건 산문으로 풀어놓은 것이라 좀더 수월한 것 같습니다. 주석도 엄청 자세해서 이해는 되는데 읽는게 오래 걸려요.

<집 안의 천사 죽이기>에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까지 나와서 계속 읽는 중입니다. 새삼스레 울프에 감탄하며 읽고 있어요. 멋진 여성들이 이렇게 많아서 행복해요.

햇살과함께 2022-11-23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장 읽고 있는데,, 6-7장 특히 어렵더라고요.
저도 최근에 집 안의 천사 죽이기, 자기만의
방, 3기니 읽었거나 읽고 있는데, 울프 책과 연결되는 부분 많더라고요~
분권 너무 부럽습니다! 저도 분권할까 고민만 하고 있네요:;;

건수하 2022-11-23 09:23   좋아요 1 | URL
저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폭풍의 언덕>을 다룬 8장 읽고 있는데 역시 이 부분도 어렵네요.

저는 절판책을 국회도서관에서 복사-제본했던 거라 (저작권법 때문에) 1/3씩 분권해야했던 건데요...
그래서 편하게 읽고는 있지만
하드커버 책 분권하려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요... ^^

독서괭 2022-11-23 13: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낙원 포기한 많은 분들(저 포함)이 수하님 글을 기다리겠네요 ㅎㅎ
집 안의 천사 죽이기, 다미여와 연결되는 부분이 많다고 하시니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건수하 2022-11-23 15:02   좋아요 1 | URL
밀어둔 상태인데.. 계속 밀어둘지도 모릅니다만... ^^;;;
일단 아래 댓글에 다락방님이 재도전하신다고 합니다!

집 안의 천사 죽이기는 강추하고 싶습니다 :)

다락방 2022-11-23 14: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실낙원 재도전 해야겠어요. 불끈!! ㅎㅎ

링크하신 버지니아 울프의 책도 담아갑니다. 불끈!!

건수하 2022-11-23 15:02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화이팅입니다!! (저도 좀더 힘을 내어보겠..)

버지니아 울프 책 정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