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5시 약간 넘은 시간에 돌아와서 MGM 그랜드 호텔에 체크인을 하려고 주차를 했다. 그런데 이런!!
친구가 트렁크 연다고 키를 달라더니 짐을 꺼내고 트렁크에 키를 넣고 문을 닫아버렸다.
만날 뭐 하나씩 트러블을 만들지 않는 날이 없다.
신경질이 났다. 친구는 나보다 좀 더 짧은 영어로 렌터카 회사에 전화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는데 듣자 하니 얘기가 진도는 안 나가고... 나는 옆에서 어이없어서 마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답답한지 나보고 얘기해 보라고 전화를 건네줘서 직원이랑 얘기하고 있는 사이 친구가 운전석 옆에 "숨어 있는" 트렁크 버튼을 찾아냈다. 부랴부랴 전화를 끊고 친구한테 따졌다.
너무하다. 너를 이해하기가 참 힘들다. 우리 여태 트렁크 어떻게 여는지 모르지 않았냐. 조심했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했더니 그 친구도 발끈해서 나한테 따진다. 그럼 너는 트렁크 어떻게 여는지 알았냐고.. 그걸 내가 알리가?? 자기도 몰랐으면서...
자이언 국립공원에서 2시 반쯤 출발해 올 때부터 날씨는 전형적인 사막의 기온을 보여 에어컨을 틀어도 더운데 아주 불을 지피는구나. 휴~
체크인하고 방에 들어왔는데 이 친구 아주 한 술 더 뜬다. 다시 인터넷 접속하려고 낑낑매네.
허참... 뭐하냐 했더니, 일해야 한단다.
뭔 소리냐고.. 아까 아침에는 다녀와서 함께 구경 더 다니기로 하지 않았냐 했더니,
자기네 휴가는 너네 나라랑 다르다면서 늘 매일 일을 해왔다고.. 5-6시간은 해야 한다는 거다.
아.. MGM 그랜드 아니라 더 좋은 호텔에 방을 잡았어도 기분은 완전 떡이 된지 오래. 벌써 시간은 6신데 저녁 포함해서 10시까지만 놀겠단다. 무슨 선심 쓰듯 그렇게 말하는 친구를 보니 기가 막혀서 어떤 말도 하고 싶지 않아진다. 아.. 슬퍼.
이전 호텔에 이틀 묵는 동안 자기가 그렇게 일을 해야 하면 밤에라도 다시 접속해서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친구는 새벽엔 도박만 즐기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건지 원.
그렇게 신경전을 벌이다 7시가 넘었다. 너무 짜증이 나서 혼자 카메라 들고 나가버렸다. 딱히 뭔가를 보고 싶은 마음도 안 들어서 스타벅스에서 뜨거운 녹차를 사서 마시다가 자동차 열쇠를 가지러 다시 방으로 돌아갔더니 전화했다며 화해의 손길을 내민다. 생각보다 할 일이 적다고.
그래.. 우리 이제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야?
때를 놓칠 세라 몰랐다고, 차키 어딨냐고 했더니 밥 먹으러 나가자고 한다. ㅋㅋㅋ
참 이상도 하지. 라스베가스에선 저녁에 시간이 참 빨리도 가버린다.
어느새 시간은 8시가 다 돼가고..
잠시 고민하다가 그냥 우리 호텔의 뷔페로 가기로 했다.
@ 영화 장면으로 장식된 뷔페 식당
개인적으론 미라지 호텔보다 여기 뷔페가 더 좋았다. 가격은 비슷하다.
아직 화가 덜 풀리고 어색해서 서로의 밥만 열심히 먹다가 다 먹은 즈음 이 친구가 다시 살살 긁는다. 아, 정말 너무 이기적이다. 다시 그 얘기다. 마음을 가다듬고 본격적으로 따졌다.
지금 9시가 다 돼가는데 11시까지 뭘 같이 하자는 거냐. 정말 오길 원했던 거 맞냐. 내가 여행 떠나기 전에 3일은 좀 짧다고 난 호텔 더 보고 싶어서 하루 더 묵고 싶은데 어떠냐 했을 때 흔쾌히 동의하지 않았냐. 오늘 자이언 국립공원 가는 것도 너 나한테 미리 말하지 않지 않았냐. 갑자기 가야 겠다고 하지 않았냐. 일도 그렇다. 너무 화가 나서 내가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나 지금 집에 가고 싶다.
조목조목 따졌는데도 당췌 먹히질 않는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서 일어나 나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