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샌디에고에서 산호제(San Jose)로 떠났다가 3월 14일 샌디에고로 돌아오는 하루 정도 모자란 감이 드는 여행이었다.  

룸메(이름은 C)의 원래 집이 산호제인데 학교 때문에 샌디에고에 혼자 와서 살고 있다. 지난주 봄방학을 맞이하여 산호제에 간다고 1월에 이미 비행기표를 사놓고 들떠 있었다. 약 3주쯤 전 C와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그 친구를 따라가고 싶어졌다. 원래 동부여행을 3명의 친구와 가려고 했는데 환율이 미친 듯이 오르고 지랄이어서 동부여행은 포기할 요량이었다. 캘리포니아 여행을 4일 다녀오는 건 경제적인 부담이 훨씬 덜하니 가볍게 다녀올 생각으로 그냥 C한테 "널 따라가고 싶은데 괜찮겠니? 나 농담하는 거 아니야." 했더니 엄마한테 전화를 해보더니 좋다는 거다. 그래서 그 다음날 비행기표를 끊었다. 

C는 월요일에 떠났고, 나는 수요일에 떠났다. C의 집은 산호제에서 가까운 산타 클라라(Santa Clara)에 있다. 12일에는 C와 함께 샌프란시스코에 가서 차이나타운, 피셔맨스 워프, 유니온 스퀘어, 해잇 애쉬베리 스트리트(Haight & Ashbury St.), 골든 게이트 파크 정도를 돌아봤다. 

13일과 14일에는 혼자서 차를 빌려서 태평양 고속도로(Highway 1)를 달렸다. 13일에는 샌프란시스코와 하프 문 베이(반달 모양, Half Moon Bay), 소살리토(Sausalito), 나파 밸리(Napa Valley)에 다녀왔다. 14일에는 빅서(Big Sur), 17-Mile Drive, 몬터레이(Monterey), 산타 크루즈(Santa Cruz)를 도는 일정으로 혼자서 자동차 여행을 했는데 이 동네로 여행오실 생각이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강추!!다. 하루 더 시간이 있었다면 빅서에서 산시메온(San Simeon)까지 혹은 더 남쪽으로 내려가고 싶었다. 정말 간절하게...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내 마음을 샌프란시스코에 두고 왔어요)'라는 노래가 있는데 나는 어제 종일 "I left my heart in Big Sur"라고 노래하고 다녔다.  

내일 동부여행을 15일간 떠나는 관계로 언제 이 여행기를 우리말로 완성할지는 며느리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빅서 사진 하나 남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진이 너무 크다. 아, 줄이기 귀찮은데...
아무튼 이걸 보는 순간 하이드님이 생각났어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라노이드 파크 - Paranoid Par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 사람이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걸 진작에 알았다면 내 인생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끔찍하다. 소름끼치게 무섭다. 그리고 나는 거스 반 산트의 이런 영화를 약간의(?) 역순으로 보려 한다. 먼저 '파라노이드 파크' - 그 후에 '엘리펀트', 그리고 '라스트 데이즈'와 '게리'. 이렇게 말이다.  

파라노이드 파크는 이 4편 중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영화다. 영화를 한번 보고 며칠 후 다시 보니 그제서야 소름이 끼치며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약 30분 전에 배달받은 Pink Floyd의 데뷔 앨범인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을 듣고 있어서일까? 그 때의 감정이 배가되는 느낌이다.  

'cut in half'라는 말이 귓가를 맴돈다. 계속해서... 가끔 브리또를 사먹을 때면 다 먹기에 양이 많을 때도 있고, 한개를 그냥 통째로 들고 먹기가 불편해서 "Cut in half, please(반으로 잘라주세요)"라고 말하곤 하는데 그 얘기를 이 영화에서 듣게 될 줄이야. 제기랄! 

거스 반 산트의 '굿 윌 헌팅'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이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 죽음에 대한 생각 등등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싶다면 더더욱. 그게 아니라도 거스 반 산트를 평소에 괜찮게 생각하고 있었다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게 현재 이 영화에 대한 내 견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 The Fall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정말 놀랍고 대단하다.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영상미가 이토록 뛰어난 영화를 내가 여태껏 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되새겨봐도 기억나지 않는다. 영화를 보는 동안 '대단하다', '끝내주네', '죽이는데?', '와' 같은 형용사 외에는 할 말도 딱히 없었다. 팔이 부러진 알렉산드리아(카틴카 운타루)는 내가 기억하는 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믿을 수 있는지? 감독인 타셈 싱은 연기 경험이 없는, 심지어 영화를 본 적도 없는 알렉산드리아에게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연기를 얻어내기 위해서 모든 스태프와 알렉산드리아에게 리 페이스(로이 역)가 반신마비라고 장장 12주동안 거짓말을 했다. 나는 이 영화 속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관객이 할 일은 그저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보여주는 상상의 세계를 열심히 감상하는 것이다. 타셈은 거대한 스크린에 카메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위에 베토벤의 음악으로 마무리하는 음악적 감각까지 보여준다.  

이 DVD는 'Pushing Daisies(푸싱 데이지스)'에서 파이가게 주인으로 나왔던 리 페이스의 팬인 내 룸메이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른 거였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선택은 탁월했다. 이 영화는 반드시 봐야 한다. 단, 더이상 극장에서 볼 수 없으니 집에 최소 40인치가 넘는 커다란 16:9 TV가 있길 바란다.    


로이와 알렉산드리아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taejoung 2009-02-20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영화 DVD정말 사고싶었는데 어디서파는지 모르겠어요...ㅠㅠ 어디서 사셨나요?

하루(春) 2009-02-2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지금 미국에 있어서요. 아마존닷컴에서 샀어요. 도움이 안 되는 답변인가요? 우리나라에선 파는지 어떤지 모르겠네요.
 
초속5센티미터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내가 어릴 땐 같은 반 친구를 좋아할 때 좋아하는 이유를 딱히 대기가 참 어려웠다. 좋으면 그냥 좋은 거지. 그 친구 옆에 가면 가슴이 그저 콩닥콩닥 뛰는 거지 그 이유를 댄다는 건 아빠가 좋은지 엄마가 좋은지를 고르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던 시절이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딱 그런 아름답고 사랑스럽고 서정이 가득한 이야기다.

이번에 나온 Toy의 '스치다'라는 곡은 이 애니를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들었고 이 애니처럼 3부작 연작이라던데... 다른 곡은 다 빼고 '스치다'가 듣고 싶어지네. 
  

------------------------- 

여기까지가 재작년에 롯데시네마 삼색영화제에서 보고 쓴 짧은 감상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금도 여전히 누군가가 좋을 땐 딱히 그 이유를 대기가 힘들다. 그냥 좋은 거지 뭐. 어떻게 이유를 늘어놓을 수 있겠는가.   

언제 샀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Toy의 'Thank You' 앨범을 들으면서 제일 와닿은 노래가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 "스치다 ...interlude" - "크리스마스 카드"다. 이 세 곡을 연달아 듣고 있으면 눈물 한 방울 뚝 떨어지는 것 같은 마음의 동요를 겪곤 한다.   

어른을 위한 따스한 동화 한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