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진씨의 잃어버린 얼굴

서른일곱. 박종진씨는 자신의 얼굴을 잃어 버렸다.

97년 구강편평상피암으로 항암 치료와 수술을 받았던 그는

2년 전 수술을 했던 부위의 뺨에 종기처럼 솟았던 물집이 터지면서

얼굴의 조직 일부가 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적 형편과 재발이라는 두려움이

그를 세상과 단절시켰다.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햇볕조차 들지 않는 지하방에서만 생활한지 2년.

현재 그는 오른쪽 눈을 제외하고

얼굴의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끔찍하게 변한 아빠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그의 곁에서 재잘대며 노는 세 딸과

음식도 제대로 삼키지 못해 바짝 마른 몸을

옆에서 지극 정성으로 주물러 주는 아내.

그들은 종진씨에게 있어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였다.

 

중간부터 봤다. '병원 24시'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진 않는다. 가끔 너무 구차해 보이기도 하고, 구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저, 보다 보면 재미있어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의 방송은 좀 달랐다. 위의 글은 KBS의 병원 24시 홈피에서 복사해 온 것이다. 내가 보기 시작했을 때는 수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열심히 논의하고 있었다.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 여러 과의 스태프들이 모여 의논을 하는데, 정말 심난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혀를 남겨두고 싶고

신경외과에서는 뇌까지 암이 전이됐을까봐 고심하고 있고

성형외과에서는 암 제거수술 후 얼굴을 어떻게 재건해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환자의 상태는 그야말로 산 송장. 바깥활동을 전혀 안 해서 구체적으로는, 걸어다니질 않고 누워서만 지냈기 때문에 근위축(근육량이 줄어드는 것. 이 상태가 지속되면 그야말로 뼈만 남는다.)과, 관절구축(관절이 구부린 상태로 굳는 것) 정도가 대단했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수술의 의미가 생명연장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이비인후과에서는 혀를 남겼다. --> 말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경외과에서는 다행히 뇌수막까지만 전이된 상태였다고 했다. --> 그나마 다행이다.

성형외과에서는 재건에 고민이 심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엉덩이나 등 같은 데서 떼어내면 되지만, "등이 완전히 bone & skin이야."라고 말하는데, 절망감이 들었다.

 

수술을 어떻게 끝냈는지 자세히 보여주진 않았는데, 중환자실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얼굴 전체를 스타킹처럼 하얀 것을 완전히 뒤집어쓴 채로 들어오는 환자의 모습... 이게 영화라면 한번 펑펑 울어주면 그만일 것을...

 

죽을 수도 있는 환자들에게는 일단 사는 게 최상의 지상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살 수 있다면 그 후 얼마나 회복이 가능한지가 화두로 떠오른다. 의사들.. 고소득에 사회적 명성까지 소위 엘리트계층이다. 하지만, 그 날 그들의 모습에선 고뇌의 모습이 심하게 엿보였다. 저럴 땐 의사들이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까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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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07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보기 잘했어요.
너무 마음이 무거워졌을 것 같아요. 흑.
사는 게 무섭죠?

하루(春) 2005-05-07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정말 안됐더라구요.

nugool 2005-05-0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연치않게 중간부터 봤는데요.. 정말 입이 안다물어지더군요. 저렇게해서 살면 뭐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그래도 아빠가, 남편이.. 살아서 곁에 있는 게 나은 건 분명합니다. 그쵸?

미네르바 2005-05-07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다음'에서 기사를 읽고 사진도 보았어요. 정말,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세상엔 그렇게 사는 사람도 있군요. 오랫동안 그 얼굴이 떠나질 않더군요. 정말 차라리 영화였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루(春) 2005-05-08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굴님, 끄덕끄덕.. 그래요. 살아서 얼굴이라도 보고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이 훨씬 나을 것 같군요.

미네르바님, 다음 검색해 보니까 네티즌들이 카페도 만들었네요. 이것만은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하는 것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걸 보면, 정말 하늘도 무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곤 해요. 그 분이 얼마나 회복됐는지 후속방송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moonnight 2005-05-12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간부터 봤는데 그저 막막하기만 하더군요. 평범하게 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느끼면서 죄책감이 들었어요. ㅜㅜ

하루(春) 2005-05-1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 그 분이 방송에 나올 땐 얼굴을 자랑스럽게 보여주길 바랍니다. 그 날의 방송에선 내내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궁금했는데...
 

 

 

씨네21을 알게 된 후 꼬박꼬박 매주 사보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수많은 개봉작을 다 볼 수가 없어 무시무시하게 좋아하던 씨네21을 보지도 않은 채 책상 한쪽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PC 통신과 인터넷을 하면서부터는 가끔 궁금한 정보만 찾아보게 됐다. 물론, 직접 사서 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영화음악 프로그램에 내가 보낸 글과 신청곡이 채택되어 6개월간 무료로 정기구독을 받아본 적이 있다. 그 때 꽤 행복했다. 여전히 반 정도밖에 보지 못한 채 책상 한쪽에 쌓아둬도 그 공짜의 묘미는 받아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아니, 그건 정확히 말하면 공짜는 아니다. 그 프로그램에 맞는 글을 쓰고, 신청곡을 고르느라 투자한 내 시간과 노력의 대가였으니까.

그러던 2003년의 일이다. 씨네21에서는 매년 봄에 잔치를 벌이는데, 2003년 봄에는 영퀴-영화퀴즈-의 지존을 뽑았었다.

응모방법은 매일같이 씨네21 홈피에서 몇 문제씩 풀고, 정답을 많이 맞춘 사람을 하루 1명씩 뽑아서 DVD 플레이어를 주는 것이었다.

DVDP가 그 당시 무지하게 갖고 싶던 터라, 매일 열심히 매달렸다. 그리고 운명적인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귀를 의심케 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DVDP를 받게 됐다는 얘기를 전해듣는데,

아~ 벅차라!!

 


 

 

 


 

DVD 플레이어 당첨자 소감

 


 

 

 

 

 

 

 

 

 

▒ 열한번째 지존(4/5)
아이디 : ZIZONIDA 이름 : 하루(春)


문제 풀 때 신중하지 못해서 걱정 많이 했는데 제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오는군요. 정말 기쁩니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게 DVD 플레이어였거든요. 개봉하는 영화 극장에 드나들면서
열심히 챙긴 보람을 이제서야 느끼네요.

사랑하는 가족.. 영화를 좋아하는
제 커뮤니티 친구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게 당시의 내 소감이었다. 소감을 하나 올려달라고 하길래, 나름대로 꽤 고심해서 쓴 글이다. 그런데, 가끔 이걸 볼 때마다 웃긴 게 있다.

사랑하는 가족, 영화를 좋아하는 커뮤니티 친구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니.. 무슨 큰 대회에서 커다란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이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내가 가끔 가증스럽다. ^^;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아이디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씨네21에서 쓰는 아이디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이게 나온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갈색 바탕엔 원래 "씨네21 영퀴 지존 명단"이라 해서 씨네21 1년 무료 영화관람권 받을 사람 5명과 국보급(이건 내가 이름붙인 게 아니다.)  DVDP 받을 21명의 수상소감이 적혀 있다. 검색 실력 좋은 분들 한번 역검색 해보시길...

 

원래는 이렇게 돼있었다.

감축드리오! 아래 다섯명의 지존들에게는

씨네21 1년 무료 영화관람권을 드리겠소.

아울러 아래 21명의 지존들에게는

국보급 DVD 플레이어가 하사되오!!

라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내게 DVDP가 오게 된 것이다. 소득세 22%를 내긴 했지만, 그 가격에 그런 DVDP를 손에 넣는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여전히 씨네21은 인터넷으로 가끔씩 필요한 것만 보지만 좋은 영화주간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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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5-07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대단하시군요.
영화 퀴즈 지존이라니.
하루님 댁에는 뭔가 상품으로 탄 물건이 보따리 보따리 나올 것 같은데요?^^

마태우스 2005-05-07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세요. 전 아직 DVDP 없는데...흑...

nemuko 2005-05-0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실력도 운도 대단하세요^^ 전 그런거 진짜 안 되는 편이라서요.

하루(春) 2005-05-07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걸 복사해다가 글을 새로 쓰고 꾸밀 때는 몰랐는데, 여러분이 달아주신 댓글을 보니 창피합니다. 왜 저런 걸 올렸을까 싶기도 하구... 어떻게 세 분이 짠 것처럼 '대단하'다는 말이 공통으로 들어가 있군요. 신기합니다. ^^;;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씨네21에서는 봄이 오면 해마다 잔치를 벌입니다. 그 기회를 꼭 잡으시길... ^^

날개 2005-05-0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하십니다... <- 이 말이 빠지면 안되는 페이퍼 같아서..ㅋㅋ
어쩐지 님의 영화리뷰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 생각했어요~~!

nugool 2005-05-07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굉장하신 이력이군요. 그러고보니 저도 영퀴에 빠져있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

미네르바 2005-05-07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기에 대단합니다!!라는 글을 꼭 써야 될 것 같은 분위기네요. 그런데 정말 대단하네요. 지난번 <송환>읽고 감을 잡긴 했지만... 일단 축하할게요.

하루(春) 2005-05-08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년이나 지난 걸 이렇게라도 기억하고 싶은 심정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영화 열심히 보고, 좋은 영화 있으면 널리 퍼뜨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리뷰의 달인

Come rain or shine

닉네임 : 하루(春)(mail),
서재 지수 : 3005

1

알라딘 마을 전체의 서재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주는 코너에 내 서재가 떠억하니 자리잡고 있어서 가져왔다. 내 서재의 모든 리뷰 개수가 겨우 29개밖에 안 되는데, 무슨 리뷰의 달인이람..

2

이상하게 이번에 새로 바꾼 이미지가 맘에 쏙 든다. 전에는 뻔질나게 드나들었으나, 어느 순간부터 잘 안 가게 된 미술카페에서 주인이 올려놓은 걸 가져온 누드인데, 그림 이름이 'Wishing for Someone'이다. 목탄과 파스텔로 그린 거란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의 모습... 색감이 참 예쁘다. 질감(만지지도 못하는데)도 약간 거칠 것 같은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3

서재활동 시작한 후 99위권 안에 계속 머물다가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댓글달기에 열중했더니, 99위권에서 사라졌었다. 페이퍼를 몇 개 올려도 못 돌아오더니만, 그저께 리뷰 한 편, 어제 리스트 하나 올리니까 현재 등수 72위다. 단번에 최소 30계단 이상을 급상승한 거다. 리뷰의 힘이 이렇게 큰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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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0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드라고요^^

하루(春) 2005-05-06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드라고 하니까 좀 달리 보이시나요? ^^

물만두 2005-05-06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하루(春) 2005-05-06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교양이 넘치는 듯 입을 살짝 가리고 웃는 귀부인 같으십니다. ㅎㅎ~
지금 보니, 리뷰가 총 30개로군요.

로드무비 2005-05-06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하나에 열 페이퍼 못 당합니다.^^

날개 2005-05-0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드인줄 몰랐어요.. 사실 발레복 입은 여자를 생각했는데..^^;;;
저도 이번 이미지 맘에 들어요..

플레져 2005-05-0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로드무비님 말씀에 동감 ^^
리빙 라스베가스에서 흐르던 그 노래...
...가 하루님만 보면 떠올라요.

하루(春) 2005-05-07 0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정말 그런가 보아요. ㅎㅎ~
날개님, 앗 날개님도 뒤가 구리신가요? 농담이에요. ^^
플레져님, 리빙 라스베가스에서 흐르던 노래라 함은 그거 말씀하시는 거죠? 그거.. 근데 왜 제가 생각나죠?

미네르바 2005-05-07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님 서재지수가 3045점이 되었어요. 님처럼 활동하시면 조만간에 서재달인 30위안에도 들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아무리 많은 페이퍼보다도 리뷰가 더 막강하다는 것을 실감해요. 아무래도 서점이다 보니, 리뷰가 더 중요하겠지요^^

하루(春) 2005-05-08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리뷰 안 올려서 30위 안에 들긴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격려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리뷰를 올려야 하는데... ^^;
 
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몇 년 전 정신병원에 싸이코 드라마를 보러 다닌 적이 있다. 싸이코 드라마는 매주 1차례 열렸는데, 대상자는 매회 2명 정도였고, 방청객은 입원환자들, 나 같은 일반인, 스태프들이었다. 스태프들이 보기에 내 정신세계가 건강해 보였는지 나는 한번도 대상자가 된 적이 없었는데, 싸이코 드라마를 보고 있노라면 전문 연기수업을 받은 사람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놀라울 지경이었다.

무대엔 의자가 놓여있다. 무대는 연극무대와 같다. 대상자에게만 밝은 빛을 비춰준다. 그 속에서 대상자는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그 누군가와 자기 입장을 오가며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마음속에 감춰뒀던 상처가 된-입원한 사람이라면, 그 원인이 된-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보인다. 그 중 정말 놀라운 한 사내가 있었는데, 그는 그 병원에 입원한 사람도 아니었다. 어찌 보면, 잠재환자-누구나 정신병자가 될 수 있다고 볼 때-라고 할 수 있는 학생일 뿐이었는데, 그의 흠 잡을 데 없는 감정이입에 혀를 내둘렀었다.

내가 본 싸이코 드라마는 언제나 타인과의 싸움이었다. 중간중간 의사가 던지는 질문을 통해 대상자는 상황에 몰입하게 되고, 격렬한 싸움의 끝에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저 앞에서 밝은 빛이 자기를 환영해 주고 있는 것 같은 벅찬 감정을 맛보게 된다. 싸이코 드라마는 치유의 과정인 것이다.

그럼, 이제 책 얘기를 해보자. 이 책의 독자라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나'와 '적'이란 단어를 이용해 리뷰 제목을 지었는데, 이는 제롬이 자기를 괴롭히고 있는 또 하나의 제롬인 텍스토르와의 싸이코 드라마를 보여준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타고 가야 할 비행기는 오지 않고 자신의 연극을 보아 줄 관객들은 넘친다. 관객 없는 연극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간간이 몇 번에 걸쳐 나오는 반전상황에서 내 예측이 맞아 떨어져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긴 했지만, 하나의 반전상황에서 또 다른 것으로 옮아가는 과정은 기가 막히다. 속독하는 사람이라면 3시간쯤이면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흡인력이 있고, 게다가 얇기까지 한 이 책을 무려 5일에 걸쳐 야금야금 읽었다. 이런 책은 앉은자리에서 끝내야 제 맛인데... 마지막에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더욱 큰 공감을 했다. 옮긴이의 말이 이 책의 가장 잘 된 리뷰가 아닐까 싶다. 아멜리 노통브 만큼이나 시원했다.

그래,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잘 다스리고 볼 일이다. 이것이 내가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다소 우습겠지만, 받아들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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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05-05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마무리.. 마무리를 보강해야겠다.

로드무비 2005-05-05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마무리 보강 안해도 되겠는데요?
싸이코 드라마 저도 관심은 가졌었죠.^^

플레져 2005-05-05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을 생각하면 아직도 시큰거려요...ㅎ

하루(春) 2005-05-05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__)
플레져님, 맞아요. 추리소설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능력 정말 장난 아니에요.

날개 2005-05-05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읽어본 책인데, 상당히 궁금하군요..

하루(春) 2005-05-06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노통브를 작년 여름에 알았거든요. 이 책이 3번째인데, 전 아직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보려구요. 그런데, 질렸다(이 책이 원인이 된 건 아니지만)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미네르바 2005-05-0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5년 전에 <반박>('오후 네시'로 다시 나왔다고 하네요)이란 소설로 처음 아멜리 노통을 알게 되었어요. <반박>을 읽으면서 정말 이 여자에게 홀딱 반했지요. 그 후 두 권의 소설을 더 읽었는데, 아직 이 책은 읽지 못했어요. 어서 이 책부터 또 읽어봐야겠는 걸요? 전 싸이코 드라마는 대학교 때 사회사업과 애들이 하는 것은 봤어도 그 후에는 못 봤어요. 그런데, 그것을 보면서 치유되는 과정이 놀랍더라구요. 늦은 댓글이 되었네요. 그래도 잘 읽었어요.

하루(春) 2005-05-0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에 오셨었군요. 그 소설이 원래 '반박'이었군요. 제 글에 대한 반박이란 걸로 잘못 봤어요. ^^;; 전 이제 그걸 읽어 보려구요. 노통브의 소설은 약간 김수현의 글 같은 느낌이 들어요. 튀는 글이지만, 일단 재밌고 뭔가 독자들에게 주려는 메시지가 있는 것 같아서 아직은 계속 읽고 싶더군요.
 

 

 

 

** 이 글은 어떤 분의 서재에서 읽은 글과 약간의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어 김윤아의 책 '섀도우 오브 유어 스마일'에서 부분 발췌한 것입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지만, 모든 이간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몇가지 것들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피부색이라든가 눈동자의 색깔 같은 상식적인 것들 외에도, 장래 만나게 돌 배우자-혹은 배우자들, 가지게 될 아이의 수와 이름 등등, 당신이 지금 당장 알고 싶은 여러가지 것들이 이미 우주의 프로그램 속에 완전히 결정된 채 입력되어 있다. 그리고 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아니 어쩌면 잘 알려진 사실일 수도 있지만, 인간은 처음부터 공평하지 않게 태어난다.

우리는 어떤 나라에서 태어날지, 어떤 가정에서 성장하게 될지 선택할 수 없으며 이 두가지만으로도 대략적인 인생의 경로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우주의 프로그램은 이 정도로는 인간을 제대로 불공평하게 대우할 수 없다고 판단해 놓고 있어서 심지어는 우리가 어떤 사랑을 하게 될지, 어떤 타입의 상대를 만나서 어떤 사랑의 경로를 거쳐 어떤 결말을 맞게 될 것인지 모두 입력해 놓고 있다. 그 한 예로, 우주의 중앙 시스템에서는 당신이 태어나자마자 자기 멋대로 운명의 제비뽑기 프로그램을 실행, 당신을 다음 <표1>의 일곱 부류 중의 하나로 구겨 넣어 버리는 것이다.

*옮긴이 주 : 표가 안 돼서 그냥 보기 좋게 넣는다.

제1그룹 - 0.3% -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사랑을 하게 되는 그룹

제2그룹 - 12% - 열렬히 사랑하고 평균 한달에 하루 정도 불행한 그룹

제3그룹 - 15% - 일상적인 사랑을 하며 일주일에 하루 정도 불행한 그룹

제4그룹 - 45% -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관계로 일주일에 사흘 불행한 그룹

제5그룹 - 15% - 부자연스러운 관계로 일주일에 이틀 정도 행복한 그룹

제6그룹 - 12% - 만나지 않았어야 할 상대와 불가피한 이유로 맺어져 서로 미워하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열흘에 하루 정도 행복한 그룹

제7그룹 - 0.7% - 평생 한번도 사랑 안에서 진정으로 행복해지지 못하는 그룹

 

그렇지만 최근에 일곱번째, 마지막 저주받은 0.7%에 대해서 우주의 중앙 시스템이 약간의 계산 착오를 범함으로써 범우주적인 질서와 평화 유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겨 이 분류 체계는 존속이 위태롭게 되었는데, 그 계산 착오는 마왕의 존재를 중앙에서 거의 잊고 있었던 것에서 연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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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2005-05-03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니 전 어느 그룹에 속할까 생각해 보네요. 적어도 제 7그룹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제 1그룹도 아니고... 이미 무엇인가 정해져 있다면.. 좀 무섭네요. 그러나 그것을 모르니 전 현재를 열심히 살랍니다^^

하루(春) 2005-05-03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야 겠어요. 최소한 3이나 4그룹에 속하면 좋겠지만 내 맘대로 안 되는 거라면...

클리오 2005-05-0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그룹은 정말 별로 없겠지요. 그렇게보여도 그들 생각은 안그럴지도 모르구요. 그런데 일주일중에 사흘은 불행한..이라고 하니 정말 불행해보여요.. 일주일중에 나흘이 행복한..이라고 하면 많이 행복해보이는데..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없고와 관계없이 그쯤은 행복하다 여기면서, 혹은 자기최면 걸면서 살 수 있는거 아닌가요? ^^;

하루(春) 2005-05-03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행, 불행은 다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거라 누군가 얘기한 기억이 나는데... 자기 환경이 불행하더라도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이 있을 거라며 위안하면 그런 환경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고, 행복한 환경에 있더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불행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보다 불행한 사람이겠죠. 뭐든, 다 자기만족이 중요한 것 같아요.

2005-05-04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5-0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제가 왜 이런 글을 올렸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건 순전히 자위(自慰)하기 위한 것 같아요. 이 글을 올리리라 맘 먹었을 때는 궁금증이 컸고, 올린 후 여러분의 댓글을 보고, 제가 다시 댓글을 달면서 자위하게 되더군요.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ㅎㅎ~ 현재 7에 가깝더라도 그건 현재 상황일 뿐, 지속되리라는 보장은 없죠. 그쵸?

하루(春) 2005-05-0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이 뭔지는 잘몰라

2005-05-06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06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루(春) 2005-05-06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