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진씨의 잃어버린 얼굴
서른일곱. 박종진씨는 자신의 얼굴을 잃어 버렸다.
97년 구강편평상피암으로 항암 치료와 수술을 받았던 그는
2년 전 수술을 했던 부위의 뺨에 종기처럼 솟았던 물집이 터지면서
얼굴의 조직 일부가 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려운 경제적 형편과 재발이라는 두려움이
그를 세상과 단절시켰다.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햇볕조차 들지 않는 지하방에서만 생활한지 2년.
현재 그는 오른쪽 눈을 제외하고
얼굴의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끔찍하게 변한 아빠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그의 곁에서 재잘대며 노는 세 딸과
음식도 제대로 삼키지 못해 바짝 마른 몸을
옆에서 지극 정성으로 주물러 주는 아내.
그들은 종진씨에게 있어 세상과의 유일한 통로였다.
중간부터 봤다. '병원 24시'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진 않는다. 가끔 너무 구차해 보이기도 하고, 구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저, 보다 보면 재미있어서 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일요일의 방송은 좀 달랐다. 위의 글은 KBS의 병원 24시 홈피에서 복사해 온 것이다. 내가 보기 시작했을 때는 수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열심히 논의하고 있었다. 이비인후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 여러 과의 스태프들이 모여 의논을 하는데, 정말 심난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혀를 남겨두고 싶고
신경외과에서는 뇌까지 암이 전이됐을까봐 고심하고 있고
성형외과에서는 암 제거수술 후 얼굴을 어떻게 재건해야 하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환자의 상태는 그야말로 산 송장. 바깥활동을 전혀 안 해서 구체적으로는, 걸어다니질 않고 누워서만 지냈기 때문에 근위축(근육량이 줄어드는 것. 이 상태가 지속되면 그야말로 뼈만 남는다.)과, 관절구축(관절이 구부린 상태로 굳는 것) 정도가 대단했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수술의 의미가 생명연장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이비인후과에서는 혀를 남겼다. --> 말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신경외과에서는 다행히 뇌수막까지만 전이된 상태였다고 했다. --> 그나마 다행이다.
성형외과에서는 재건에 고민이 심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엉덩이나 등 같은 데서 떼어내면 되지만, "등이 완전히 bone & skin이야."라고 말하는데, 절망감이 들었다.
수술을 어떻게 끝냈는지 자세히 보여주진 않았는데, 중환자실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앞섰다. 얼굴 전체를 스타킹처럼 하얀 것을 완전히 뒤집어쓴 채로 들어오는 환자의 모습... 이게 영화라면 한번 펑펑 울어주면 그만일 것을...
죽을 수도 있는 환자들에게는 일단 사는 게 최상의 지상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일단 살 수 있다면 그 후 얼마나 회복이 가능한지가 화두로 떠오른다. 의사들.. 고소득에 사회적 명성까지 소위 엘리트계층이다. 하지만, 그 날 그들의 모습에선 고뇌의 모습이 심하게 엿보였다. 저럴 땐 의사들이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끼지 않을까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