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을 알게 된 후 꼬박꼬박 매주 사보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수많은 개봉작을 다 볼 수가 없어 무시무시하게 좋아하던 씨네21을 보지도 않은 채 책상 한쪽에 쌓아두기 시작했다. PC 통신과 인터넷을 하면서부터는 가끔 궁금한 정보만 찾아보게 됐다. 물론, 직접 사서 보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영화음악 프로그램에 내가 보낸 글과 신청곡이 채택되어 6개월간 무료로 정기구독을 받아본 적이 있다. 그 때 꽤 행복했다. 여전히 반 정도밖에 보지 못한 채 책상 한쪽에 쌓아둬도 그 공짜의 묘미는 받아본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아니, 그건 정확히 말하면 공짜는 아니다. 그 프로그램에 맞는 글을 쓰고, 신청곡을 고르느라 투자한 내 시간과 노력의 대가였으니까.
그러던 2003년의 일이다. 씨네21에서는 매년 봄에 잔치를 벌이는데, 2003년 봄에는 영퀴-영화퀴즈-의 지존을 뽑았었다.
응모방법은 매일같이 씨네21 홈피에서 몇 문제씩 풀고, 정답을 많이 맞춘 사람을 하루 1명씩 뽑아서 DVD 플레이어를 주는 것이었다.
DVDP가 그 당시 무지하게 갖고 싶던 터라, 매일 열심히 매달렸다. 그리고 운명적인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귀를 의심케 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DVDP를 받게 됐다는 얘기를 전해듣는데,
아~ 벅차라!!
DVD 플레이어 당첨자 소감
▒ 열한번째 지존(4/5) 아이디 : ZIZONIDA 이름 : 하루(春)
문제 풀 때 신중하지 못해서 걱정 많이 했는데 제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오는군요. 정말 기쁩니다. 요즘.. 가장 갖고 싶은 게 DVD 플레이어였거든요. 개봉하는 영화 극장에 드나들면서열심히 챙긴 보람을 이제서야 느끼네요.
사랑하는 가족.. 영화를 좋아하는제 커뮤니티 친구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게 당시의 내 소감이었다. 소감을 하나 올려달라고 하길래, 나름대로 꽤 고심해서 쓴 글이다. 그런데, 가끔 이걸 볼 때마다 웃긴 게 있다.
사랑하는 가족, 영화를 좋아하는 커뮤니티 친구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니.. 무슨 큰 대회에서 커다란 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이런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내가 가끔 가증스럽다. ^^;
내가 현재 쓰고 있는 아이디가 몇 개 있는데, 그 중 씨네21에서 쓰는 아이디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이게 나온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갈색 바탕엔 원래 "씨네21 영퀴 지존 명단"이라 해서 씨네21 1년 무료 영화관람권 받을 사람 5명과 국보급(이건 내가 이름붙인 게 아니다.) DVDP 받을 21명의 수상소감이 적혀 있다. 검색 실력 좋은 분들 한번 역검색 해보시길...
원래는 이렇게 돼있었다.
감축드리오! 아래 다섯명의 지존들에게는
씨네21 1년 무료 영화관람권을 드리겠소.
아울러 아래 21명의 지존들에게는
국보급 DVD 플레이어가 하사되오!!
라고 말이다.
이렇게 해서 내게 DVDP가 오게 된 것이다. 소득세 22%를 내긴 했지만, 그 가격에 그런 DVDP를 손에 넣는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다. 여전히 씨네21은 인터넷으로 가끔씩 필요한 것만 보지만 좋은 영화주간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