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얘기를 해보고 싶다. 나랑 동갑인데, 8월생이라 학교는 나보다 한 해 늦게 들어간 친구다.
그 친구와 닮은 점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 친구는 아무 영화든 신나는 걸 좋아하고, 나는 액션영화를 거의 안 본다. 그 친구는 무지하게 시끄러운 댄스음악을 좋아하고, 나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제외한 댄스음악을 안 듣는다. 그 친구는 책이나 CD 등을 전혀 사지 않는다. 그렇다고 빌려보거나 하지도 않는다.
취향이 전혀 다르고, 각자의 고민거리도 다르고, 모든 것이 다른데 그래도 친구는 친구다. 가끔씩 보고 싶고, 안부가 궁금하니 말이다.
2000년에 한창 유행하던 채팅 사이트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마음이 맞는다고 좋아하더니, 번개를 하고, 2번째 만남에 나를 데리고 갔었다. 장진 감독과 꽤 비슷한 얼굴 생김새의 남자인데, 너무 마르고 솔직히 내 타입은 아니었다. 뭐, 내 타입인 건 중요하지 않지.
그 때가 8월쯤이었는데 열렬히 연애를 하더니만 그 다음해 8월인가 9월에 결혼을 덜컥 했다. 내 친구는 나보다 더 호들갑스럽고 좋은 것에 대한 리액션이 굉장히 크다. 어찌 보면 매우 밝고, 달리 보면 푼수 같기도 한데, 결혼 후 그 친구의 황당한 말 "내 남편이 돈을 얼마 버는지도 모르고 결혼했다." 하는 거다. 뒤늦게 자기 짝을 만나 좋아서 어쩔 줄 모르며 불과 5개월 연애하고, 바로 혼담이 오간 후 결혼했으니 상대방에 대해 자세히 알았을리 만무하겠지.
결혼을 하기 위해 연애를 오래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도 뭐라 할 말은 없다. 아직 결혼을 안 했으니까. 그런데, 서로에게 맞는 짝은 있다고 생각한다.
소위, 궁합이라고 하는 것. 난 그 친구가 그 남자와 결혼하지 않기를 바랐다. 사귀는 과정에도 꽤 큰 분란이 자주 일어났고, 결혼 전날까지도 마음이 맞지 않아 결혼을 하네 마네.. 했으며, 결혼 후에는 이혼까지 고려했었다.
결혼 후, 식탁도 놓을 수 없는 조그만 원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는데 싸우는 날은 남편이 상을 집어던지고, 술병을 집어 던지는 폭행을 일삼았다. 재작년엔 임신했는데, 태아가 잘못되어 전신마취 후 인공유산수술까지 받았고...
건강을 되찾아 작년 여름에 예쁜 딸아이를 낳긴 했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 때문에 이 친구는 우울해 죽을 지경이다. 매일 아침 자기 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고, 퇴근하면서 찾아오는 탈출구 없는 답답한 생활. 이런 삶 속에서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가사분담은 정말 큰 힘이 될 텐데... 아이가 생기기 전에도 함께 영화보러 가자고 하면 그 친구의 남편은 이렇게 말하면 끝이었다. "아깝게 뭐하러 극장에 가냐? 다운받아놓은 거 봐."
그 친구에게 뭐라 말할 수 없는 내가 더 답답하고 우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