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소수의 고독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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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는 상처를 흉터는 흉터를 고통은 고통을 외로움은 외로움을 알아보는 걸까. ‘외로이 방황하는 두 소수. 가깝지만 실제로 서로 닿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쌍둥이소수.’ 알리체와 마티아 두 사람 때문에 울다 통곡하게 된다.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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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10-29 1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수(素數)는 오직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진다. 소수는 모든 수가 그렇듯 두 개의 수 사이에서 짓눌린 채, 무한히 연속하는 자연수 안에 고유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다른 수보다 한 발 더 앞서 있다. 소수는 의심 많고 고독한 수다. 그 때문에 마티아는 소수에서 경이를 느끼곤 했다. 때로는 소수들이 실수로 그런 수열에 놓여, 목걸이에 꿰인 진주들처럼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때는 소수 역시 다른 평범한 수들처럼 되고 싶었는데 어떤 이유에선가 그럴 수 없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학 1학년 때 마티아는 소수 가운데 좀 더 특별한 수가 있다는 걸 배웠다. 수학자들은 그들을 ‘쌍둥이 소수‘라고 부른다. 쌍둥이 소수는 근접한, 거의 근접한 두 수가 한 쌍을 이루는데, 그 사이엔 항상 둘의 만남을 방해하는 짝수가 있다. 11과 13이라든가 17과 19, 또는 41과 43 같은 수들이 그렇다. 인내심 있게 계속 세어나가면, 이 쌍둥이 소수들이 점점 희소해지는 걸 발견하게 된다. 오직 기호로만 이루어진 고요하고 규칙적인 세계에서 길을 잃은 채 더욱 고립된 소수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그때까지 만난 쌍둥이 소수들은 우연의 산물이며, 결국 그들의 진정한 운명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밀려온다. 그래서 더 세어볼 마음이 들지 않아 그만두려는 찰나 서로 꼭 붙어 있는 한 쌍의 쌍둥이 소수를 만나게 된다. 수학자들 사이에선 계속 수를 헤아리다보면 언제나 다음 쌍둥이 소수가 나타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비록 발견될 때까진 어디에 위치하는지 단언할 수 없지만.


그녀는 자주 마티아를 생각했다. 또다시. 그는 그녀가 앓는 병 중 하나였고, 그녀는 그 병에서 낫고 싶지 않았다. 인간은 단 하나의 추억만으로도 병들 수 있었다.

2026-10-29 16: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10-29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목련 2026-10-30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익숙해서 검색하니 개정판이네요. 너무 슬픈 사랑일 것 같아 읽기 힘들 것 같은데, 그래서 또 궁금하네요. 자냥 님 5별이니!

잠자냥 2026-10-30 12:51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이번에 개정판으로 읽었는데, 그전에 읽기보다는 요즘 읽어서 더 좋았던 게 아닐까 싶어요. 이 작가 문체가 마음에 들고 초반부터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서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소수(素數)에서 소수자(少數者)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점도 좋았고요. 아무튼 이 작가는 왠지 전작 읽기 할 거 같습니다.
 
상처로 숨 쉬는 법 - 철학자 김진영의 아도르노 강의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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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마 모랄리아’와 함께 읽기 좋은 책. 예복습용으로 훌륭하다. “나의 상처로부터 해방이 되려면 이 사회적인 상처를 볼 줄 알아야 된다.” 마지막 장에서 내가 아끼는 그 작가를 그도 똑같은 기준으로 언급해서 내적 기쁨 차올랐고 오데트를 알아보는 스완이 되어야 한다는 마무리까지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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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10-28 1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잃시찾>이 많이 언급되는데 그중 재미난 구절..

프루스트의 문학은 읽기와 쓰기의 관계인데, 1권에 보면 유명한 굿나이트 키스 장면이 나옵니다. 화자인 마르셀이라는 어린아이는 엄마가 와서 키스를 안 해주면 잠을 못 자요. 그런데 스완이라는 손님이 방문을 하면 엄마가 바쁘다 보니까 키스를 해주러 못 올라와요. 침실은 2층에 있고 어른들은 거실에서 얘기를 나누죠. 마르셀이 도저히 잠을 못 자다 결국 반란을 일으켜요. 계단에 몰래 앉아 있는 거예요. 마침내 스완이 떠나고 엄마와 아빠가 자려고 같이 올라오죠. 올라오다 보니까 요놈이 자지도 않고 계단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요. 이런 애들 기르려면 되게 힘들겠죠? 보통 같으면 아버지가 야단을 칠 텐데, 그날은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이렇게 얘기하죠. “여보, 오늘은 그냥 당신이 저 애하고 자시오. 나는 그냥 혼자 자겠소.” 그러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요.
이건 굉장한 사건이에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관계로 보면 아들은 거세 공포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탈취하고 싶어도 못 하거든요. 그런데 이 경우엔 어머니를 탈취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프로이트식으로 얘기해서 아들이 어머니에 대한 근친상간의 욕망 때문에 괴로워했다면 이 장면에서 실현되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은 엄마와의 동침이 이루어집니다.
마르셀이 침대에 누워 있으면 엄마가 책을 읽어주죠. 그런데 읽어주는 책이 뭐냐 하면 조르주 상드의 《사생아 프랑수아》라는 연애소설입니다. 조르주 상드는 당대의 성 모럴이나 연애 모럴을 거부하면서 스캔들을 많이 일으킨 작가잖아요? 외할머니가 그 소설을 마르셀에게 선물로 줘요. 그 책을 마르셀의 엄마가 읽어주는 장면이 유명해요. 엄마가 낭독을 하는 목소리와 책의 문장들이 어떤 관계를 맺는가? 아이가 그것을 들으면서 어떤 문자 체험을 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프랑수아 상피라는 주인공이 시골 처녀들과 연애를 하는데 엄마가 마르셀에게 그걸 읽어주면서 어떤 장면은 슬쩍 빼버립니다. 물방앗간에서 만나서 손잡는 부분이 나오면 그걸 빼버리고 다른 데로 싹 건너가죠. 문제는 이 빠진 지점이에요. 아이는 그걸 들으면서 다 알아요. 얘기가 분명히 여기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다른 데로 간단 말이에요. 그러면 이 부분은 빈 지점으로 남아 있느냐?
그게 아니에요. 아이는 그걸 들으면서 텅 빈 부분에서 새로운 텍스트를 만들어내죠. 엄마가 숨기려고 했던 부분들을 상상의 텍스트로 자기가 써요. 프루스트에게 글쓰기는 이런 거예요. 이것은 굉장히 성적인 거죠. 엄마가 읽어주는 텍스트에서는 언어와 육체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엄마가 빠뜨리기 때문에 어린 마르셀이 쓰고 있는 텍스트는 뭐죠? 이 상상의 텍스트, 몽상의 텍스트에서는 언어와 육체가 친화력 관계로 되는 거예요. 이건 일종의 성적 체험이에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우리의 성적 첫 경험이 무엇인지? 유곽에 가서 첫 경험하고 어쩌고저쩌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성적 체험이라는 것은 내 육체의 발견입니다. 내 육체의 감각들이 총체적으로 나에게 경험되는 걸 얘기해요. 그것이 바로 성적 체험이에요. 그렇게 볼 때 마르셀은 그때 처음으로 성 체험을 하는 거죠. 그 성 체험은 곧 엄마와의 근친상간의 관계로 은유화될 수 있는 것이죠. 정말로 엄마와 성관계를 맺는 게 아니라, 다름 아닌 이 아이의 첫 번째 성적 체험, 문자 체험, 육체 체험이 그것을 대체하는 거예요. 이후로 프루스트의 모든 글쓰기는 이 언어와 육체의 결합 체험에서 나옵니다.

다락방 2026-10-28 14:49   좋아요 2 | URL
아 재미있다 재미있다!
제가 그래서 [사생아 프랑수아]를 샀잖습니까!!

잠자냥 2026-10-28 14:58   좋아요 0 | URL
아나톨 프랑스에 관한 이야기도 자주 등장하는데요(아도르노가 비판) 그래서 <잃시찾>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오데트와 스완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데... 김진영 저자가 지적한 부분은 저도 생각 못했던 부분이라 오! 했어요.
다락방 님도 <상처로 숨 쉬는 법> 마지막 장만이라도 한번 읽어보세요~
저는 <미니마 모랄리아> 도서관에서 빌려오면서 이 책 구판으로 빌려왔는데요, 보니까 밀리의 서재에 올해 나온 개정판으로 전자책 올라와 있더라고요. 마지막장 읽어보세요.
<잃시찾>으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라 정말 재미나요!


다락방 2026-10-28 17:54   좋아요 1 | URL
종이책으로 사려고 했는데요.....

잠자냥 2026-10-28 18:05   좋아요 0 | URL
🤣🤣🤣🙆🏻‍♀️

잠자냥 2026-10-28 18:07   좋아요 0 | URL
이 책 읽으면 미니마 모랄리아도 사고 싶어진다는 게 함정….(절판이라 중고가 개비쌈 ㅋㅋㅋ)

잠자냥 2026-10-28 18:26   좋아요 0 | URL
아무튼 이 책만으로도 훌륭하니까 (그리고 미니마 모랄리아 꼭 읽어야만 이해되는 책도 아니므로 종이책 사시는 거 안 말립니다!)
 
사무실에서
로베르트 발저 지음, 레토 조르크 외 엮음, 안미현 옮김 / 미간행본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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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복종하고 걸핏하면 반항하는” 세상 모든 사무원들을 위한 찬가. 사무실 풍경과 인간 군상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위트와 유머에 종종 빵 터짐.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연모하는 대상을 높임으로써 품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을 낮춘다.” 어쩌면 발저는 이 세계를 몹시 사랑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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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10-27 1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진실한 사랑을 하면서 더 나아지고 영민해지는 법이다. 겨울이면 그녀는 내게 말한다. “봄이 되어 우리가 함께 정원에 난 길로 산책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봄이 되면 이렇게 말한다. “너와 함께 있으면 지루해” -p.10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빵 터졌네.

건수하 2026-10-27 10:29   좋아요 1 | URL
뭐 뭐죠.... 발저 이런 스타일인가요... =ㅁ= (안 읽어봄)

잠자냥 2026-10-27 10:38   좋아요 2 | URL
보통 대부분은 침울&우울했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좀 위트있고 웃기더라고요. ㅋㅋㅋ
아 진짜 저 문장은... 너무 웃겨서 푸핫했다능...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직장인이라면 매우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락방 2026-10-27 14: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그 뭐지.. 상뻬씨 였나? 거기에도 비슷한 구절 나와요. 사랑에 처음 빠지기 시작할 때 ˝너 때문에 정말 미치겠어˝ 라고 하는데, 사랑이 식었을 때에도 ˝너 때문에 미치겠어!!˝ 라고 한다고. 그거 보고 와 대단한 통찰이다 했었는데, 발저씨도 아셨네요..

저 서재브리핑에서 ‘사무실에서‘란 제목만 보고, 잠자냥 님이 페이퍼 쓰셨다고 생각했어요. 페이퍼 제목인줄 ㅋ

잠자냥 2026-10-27 15:21   좋아요 1 | URL
사무실에서.. 열일.. 아니고 찬일 중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Falstaff 2026-10-27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려, 이렇게 낚시도 좀 하시고, 그래야 자냥 님 같지요! ㅎㅎㅎ

잠자냥 2026-10-28 14:09   좋아요 1 | URL
저는 요즘도 낚시질 잘하고 있는데 ㅋㅋ 폴스타프 님은 오랜만에 낚이신 거 같습니다. 하긴.. 워낙 저보다 방대하게 문학을 섭렵하시는 분이라!
 
감정의 기원 - 우리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는가
칼 다이서로스 지음, 최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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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빛과 전기 신호, 분자의 움직임’ 같은 신경과학적 방법으로 뇌 회로의 고장이 어떻게 성격 변화, 망상, 섭식장애로 이어지는지 밝혀낸다. 올리버 색스의 책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더 서늘하고 과학적이라 역설적으로 마음의 문제도 이성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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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수프리모 톨리마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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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원두 출시를 기다렸다. 적포도와 구운 아몬드, 황설탕의 조합이라면 맛있지 않을 수가! 딱 이 계절-가을에 어울리는 맛. 다만 별넷인 이유는 전에 마시던 ‘에티오피아 시다모 보나’가 너무나 훌륭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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