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투라 CULTURA 2025.04 - Vol.130, K-매거진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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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는 2006년 3월에 창간된 월간 문화전문지로 매호 이슈를 다루는 테마, 인터뷰, 영화•드라마•공연 등에 대한 리뷰 등을 싣고 있다.


표지 소개 | 유성민 작가 <우주의 비전>
이번 호 표지는 월간 쿨투라가 주관한 유성민 작가의 기획전시 〈우주의 비전〉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유성민 작가는 외계 공간의 신비와 인류의 잠재적인 미래에 대한 독창적인 구상을 담은 초현실주의 회화와 설치 작업을 보여준다. 이 기획전시는 2025년 4월 한 달간 한국잡지박물관 내 M미술관에서 개최 중이다.

유성민 작가는 아시아계 여성 이민자로서 미국 사회에서 다양한 장애물을 직면했고, 이러한 경험을 작품에 담아 관객들이 자신의 도전을 작가의 작품 속에서 발견하기를 바란다. 작품 속 외계 생명체들은 작가의 자화상으로, 이민자로서의 새로운 세상에서 소속감을 느끼려 함과 동시에 이방인처럼 존재하는 경험을 표현한다.



이번호 테마 | K-매거진
2025년 4월 호(통권 제130호) 『쿨투라』의 테마는 ‘K-매거진’으로 한국잡지의 역사와 역할, 한국 주요 문학잡지의 미래, 한국 영화잡지의 변천, 음악잡지 등에 관한 글 등 총 여섯 편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이 리뷰에서는 한국 잡지의 짧은 역사를 다룬 첫 번째 글과 잡지의 가치와 정신을 고찰한 여섯 번째 글을 잠시 언급해 보려 한다.



「한국 잡지의 역사와 역할」 | 정진석 (문학평론가)
이번호 테마 ‘K-매거진’의 첫 번째 글은 한국 잡지의 역사와 역할을 다룬 한국외국어대 정신적 명예교수가 썼다. 이 글은 개화기에서부터 시작해 잡지의 쇠퇴기인 인터넷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잡지의 연대기를 다룬다. 잡지 발행은 험난한 길을 헤쳐왔다. 일제 치하에서 잡지를 발행하려면 3난이라 불리는 원고난, 경영난, 검열난을 극복해야 했다. 광복 이후 1950년대는 잡지의 르네상스기였는데 민주화운동을 선도한 종합잡지 《사상계》, 청소년 잡지 《학원》, 여성 교양지 《여원》 등 다양한 잡지들이 간행되었다.

국민의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종합잡지보다는 전문화하고 종류가 다양해지는 소규모 잡지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 잡지는 쇠퇴기를 걷고 있다. 잡지뿐만 아니라 신문의 발행부수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글은 현재 우리가 인쇄매체를 멀리하는 풍조와 찰나의 자극적인 유튜브에 경도되어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



잡지스러운 것의 지속 | 허희(문학평론가)
글쓴이 허희 문학평론가는 “잡지는 지성사와 문화사가 교집합을 이루는 문자 미디어의 장 field”이라 말한다. 잡지 읽기 문화를 결정하는 것은 “앎의 계층구조와 대중지성의 상황”으로 다른 매체보다 더 선명히 계층 문화와 취향의 차이를 반영한다.

잡지를 소비하는 주체인 대중은 잡지를 재미나 교양을 쌓을 겸 찾는 읽을거리 정도로 생각한다. 대중은 잡지를 생산하는 주체가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욕망과 자신의 생각을 퍼뜨리고 싶다는 욕망 등을 담아 잡지를 창간했으며, 잡지 창간에는 조직과 실행, 자금과 이념이 모두 필요한 진지한 창조적 행위임을 잘 알지 못한다.

잡지의 가치란 무엇일까? 글쓴이는 잡지가 시대를 통과하는 목소리, 제도 밖에서 제도 넘어를 사유하려는 태도, 주류 공론장에서 미처 담지 못하는 사소하고 미세한 흐름 등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잡지는 사회가 위기의 순간을 맞닥뜨릴 때 특유의 언어로 현실을 재조립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난관을 돌파하려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잡지는 계속하여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글쓴이는 우리 사회에 잡지를 경시하는 태도가 있으며, 『쿨투라』를 비롯한 문화잡지의 미래가 장및빛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이 글은 “생각의 창고이자 언설의 탄창으로서, 지금도 잡지는 또 다른 독자를 향해 다가가는 중”이며 우리는 이러한 잡지를 여전히 읽고 있다고 말하며, 잡지는 미래에도 계속하여 생존할 것이라고 긍정한다.



각종 리뷰들
이번호 영화•드라마 코너의 드라마월평 글은 넷플릭스의 <중증외상센터>이며 영화월평은 <미키16>이다. 또 프랑스 영화주간에 대한 소식과 국민배우 최불암의 내레이션과 조용필의 노래가 더해진 다큐멘터리 역사 드라마 <4월의 불꽃>을 소개하고 있다.

김민정 드라마 평론가이자 중앙대 교수는 <중증외상센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있을까?

❝ <중증외상센터>는 시사 고발프로그램이 아니다. 의료 분쟁 이슈의 한복판에서 의료계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짚어내고 의료인의 직업윤리라는 무거운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그걸 풀어가는 방식은 지극히 대중적이다. 이것이 드라마로서 <중증외상센터>가 지향하는 장르적 정체성이자 지켜야 하는 문화적 본분이다. 대중을 위한, 대중에 의한, 대중의 콘텐츠❞
__ 김민정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드라마로 이 시대의 환부를 치료하다- <중증외상센터>」 중

이번호 리뷰 코너는 넷플릭스의 <폭싹 속았수다>에 대한 리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2024년 전통예술 분야 선정작들에 대한 글, 그리고 두 권의 책에 대한 북리뷰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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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호 『쿨투라』 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코너는 ‘K-매거진’을 다룬 테마 코너였다. 왜냐면 나는 책보다는 잡지를 먼저 좋아했던 독자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영화 잡지들을 꾸준히 모았었다. 고등학생 시절 이해도 잘 못했으면서 영화잡지 「키노」를 사서 모았다. 이 잡지를 통해 데리다나 라캉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보았다. 아 물론 이 잡지에 실린 글들 대부분은 이해도 못 했다. 그리고 좋아하는 스타들의 브로마이드를 받으려고 「스크린」을 사서 모았다.
성인이 되고 나서 잡지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독자가 되었다. 그런데 책을 더 잘 읽으려다 보니 잡지에도 관심이 생기게 되었다. 「창작과 비평」, 「자음과 모음」, 「스켑틱」, 「릿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쿨투라」 는 주머니 사정만 넉넉하다면 모두 정기구독하고 싶은 잡지들이다.

김종회 문학평론가의 글 「한국 주요 문학잡지의 역사와 미래」에서는 잡지의 미래를 전망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며, 현재 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문학잡지들이 “어느 날 마른 풀잎의 아침 이슬처럼 스러질지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김 평론가는 이 글의 말미에 “그렇게 잡지를 만들며 수고하는 ‘문화와 문학의 손길’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격려”에 대하여 말한다. 이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보내는 독자가 여기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런 잡지들을 매월 또는 계절별로 만들어 내고 있는 모든 분들의 피땀눈물을 존경하며 진심으로 감사히 여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cultura_magazine
#월간문화잡지 #쿨투라 #2025년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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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2 - 전쟁과 혁명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2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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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2』에서는 전쟁과 혁명의 시대였던 1910년대부터 변화의 시대였던 1950년대의 역사를 담고 있다.

1910년대 유럽 대륙은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여 1700만 명의 피로 대륙을 물들였다. 전쟁이 끝난 뒤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던 스페인 독감이 발생해 전쟁에서 살아남은 유럽인들 수백만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 시기에 중국, 멕시코, 러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났다. 중국에서는 2000년간 지속된 황제 통치가 최후를 맞았다. 중국의 마지막 황제였던 푸이가 즉위했던 시기 중국에서는 혁명적 봉기가 잇따랐다. 이 책에 실린 사진은 1911년 10월 남부 도시 우창에서 발생한 혁명을 촬영한 것이다. 참수된 채 거리에 누운 죄수들의 사진은 중국혁명을 절대 잊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에서 1920년대는 <1920s 광란의 20년대>라는 소제목을 붙였다. 1910년대를 지배했던 제1차 세계대전은 유럽 대륙을 갈가리 찢었고 1920년대에 미국은 전후 처리와 배상금 문제를 주도하며 드디어 전 세계의 패권국으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신세계는 낙관주의가 움트기 시작했을 때 러시아에는 폭력적인 파시즘이 쿠데타를 단행했고, 독일에서는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당이 세력을 확장하고 국민적 인지도를 늘렸다.


1930년대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이 닦이고 있던 시기였다. 1920년대의 말은 세계 대공황으로 마무리된다. 1929년 10월 28일 월요일과 10월 29일 화요일 사이에 역사상 최악의 금융 위기가 발생하여 월스트리트 주가가 폭락하였다. 경기 침체는 서유럽의 파시즘이 등장하게 된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다. 1933년 집권한 히틀러의 나치당은 유럽에 새로운 전쟁을 예고하며 독일 재무장을 시작했다. 나치당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은 인간악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며 인간의 본성 자체를 재검토하게 만들었다.





1940년대는 파괴와 구원의 시대였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총 5000만 명이 넘게 사망했고, 이 전쟁의 결과로 세계 질서는 재편되었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죽임을 당했거나 또는 살아남은 사람들의 자손의 자손인 우리는 이 전쟁의 영향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1950년대는 변화의 시대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가져온 가장 큰 국제질서의 변화는 서방 자유진영과 소련 사이의 긴장이었다. 1950년대에 냉전이 고조되었고 냉전 시대 최초의 주요 대리전이 한국에서 발생했다. 1950년 6월 25일에 발생한 한국전쟁은 한반도를 폐허로 만들었다. 군인 100만 명과 민간인 250만 명이 사망했고, 1953년 판문점에서 체결된 휴전협정은 한반도를 남과 북 반으로 가르는 국경선을 만들었다. 냉전 체제는 핵무기 경쟁뿐만 아니라 우주를 놓고도 경쟁을 벌였다. 핵미사일을 운반할 수 있는 로켓을 개발하다가 지구 대기권 밖으로 가는 유인 비행에도 같은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왕족이 통치하던 시대가 저물었고 식민지 수탈을 통해 나라의 부를 불렸던 유럽의 제국들이 양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그 영광을 잃었다. 유럽의 식민지였던 나라들에는 탈식민화의 물결과 함께 극심한 혼란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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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진을 핵심에 놓고 스토리텔링을 엮어가는 테마 역사책이다. 이 책을 활용하는 좋은 방법은 다른 세계사 통사와 함께 읽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지구의 탄생부터 다루는 빅히스토리가 아닌 보통의 서구의 역사서는 고대-중세-근대-현대 순으로 진행되며 수많은 왕들과 전쟁과 사건들에 대해 설명한다. 너무나 많은 사건들이 있었기에 텍스트로 빡빡하게 채워져있다. 비교적 짧은 시기를 다룬 근현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더 짧은 시기를 다루는 대신 설명은 깊어지고 자세해진다. 『선명한 세계사』는 185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백년의 근현대사 다루는 방식으로 강렬한 사진을 선택했다. 몇 페이지에 걸쳐 중국혁명을 다룬 글을 다른 책에서 읽고 난 뒤 이 책에 있는 사진을 본다면 중국혁명은 단지 역사책 속의 사건이 아니다. 사진이 주는 강렬한 시각적 경험은 역사책 속 활자가 이야기가 되고 경험이 되어 그렇게 내 몸에 기억된다.


@woojoos_story 모집 @willbook 출판사 도서 지원으로

우주클럽_세계사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선명한세계사 #윌북 #댄존스 #마리나아마랄

#사진으로보는세계사 #우주클럽_세계사방 #온라인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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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장 찾기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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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장 찾기』는 오한기 소설가의 연작소설집으로, 「무료 주차장 찾기」, 「숲 체험」, 「반품 알바」 세 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오한기 작가는 이 책에서 화자로 등장한다. 작중 화자인 ‘오한기’는 소설가로 수입이 들쑥날쑥한 프리랜서이다. 그는 딸 ‘주동’의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데 대기업 정직원인 아내 ‘진진’과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말부부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와 주동은 서울 고덕동에 살고 있고 아내는 경주에 있다. 이 소설은 한기가 미취학아동인 딸을 키우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업으로 갖가지 일을 하는 과정에 겪게 되는 일들을 담고 있다.


첫 번째 소설 「무료 주차장 찾기」는 딸 주동이 다니는 유치원 버스가 사라진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기의 딸 주동은 유치원 가는 건 아주 싫어하지만 유치원 버스는 좋아한다. 그런데 주동의 유치원에 사건이 발생한다. 유치원 버스 기사가 버스를 몰고 사라진 것이다. 한기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관상학적으로 범죄 혹은 일탈과 어떤 식으로 연결시키기 힘든 타입’으로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오십 대 남성이었다. 도대체 기사는 왜 버스를 몰고 사라졌을까? 한편 유치원 버스가 사라지자 한기는 주동을 직접 등 하원 시켜야 하게 된다. 차가 없는 한기에게 시련이 닥친 것이다.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유치원까지 30분을 걸어가는 것도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둘 다 만만치 않다. 주동과 집에 함께 있는 선택지도 선택할 수 없다. 주동이 집에 있으면 글을 쓸 수 없으니까.
이제 소설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주동과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동주의 아빠인 ‘조나’이다. 조나는 버스 기사가 남긴 메시지를 토대로 버스 기사는 주차 문제로 사라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한기는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 정말 주차 문제였음이 밝혀진다.
유치원은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서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은데, 원장은 버스 기사에게 정직원으로 전환해 준다는 미끼로 수십 년 동안 주차비용을 기사에게 부담시켰다. 그런데 기사가 암묵적 동의를 했기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버스 기사는 무료 주차장을 찾아야만 했을 것이다. 한기는 버스 기사가 사라진 사건을 ‘현실을 살짝 부풀린 사회고발 드라마’ 정도라고 표현한다.


「무료 주차장 찾기」의 줄거리를 구성하는 또 다른 사건은 한기의 부업과 관련된다. 한기는 ‘장 과장’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한 회사의 온라인 마케팅 프리랜서로 일한다. 한기가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제약회사에서 외주 받은 각종 건강 이슈를 주제로 한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것으로, 건당 5만 원의 보수를 받는다. 그런데 급여가 제때 지급되지 않기 시작한다. 장 과장은 연락이 두절된다. 장 과장은 어디로 도망간 것인가? 한편 첫 번째 소설 말미에 장 과장의 차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듣게 된다. 한기는 장 과장을 잡기 위해 장 과장의 차 뒷좌석에 앉아서 기다린다. 그런데 한기는 ‘불현듯 아무런 재화도 지불하지 않은 채 주차장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오한기라는 작가는 이런 사람이구나. 돈을 떼먹은 고용주를 덮치려 기다리는 그 순간 ‘채무자의 주차된 차를 점거하는 것과 무료 주차를 연결’해보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

두 번째 소설 「숲 체험」에도 주차 문제가 등장한다. 먼저 두 번째 소설은 한기의 여섯 개의 직업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소설가, 드라마 작가, 아빠(?), 음식 배달, 블로거, 무인 문구 매니저. 주동이를 키우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소설가 한기는 무엇이든 한다.

일곱 살 주동은 올림픽공원 숲 체험을 무척 좋아한다. 한편 올림픽공원은 항상 주차장이 포화 상태라 주차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한기는 말한다. 주동이 태어나고 버티다 못해 중고차를 구입한 뒤 머릿속은 온통 주차장뿐이라고. 올림픽공원은 고덕동 근방에서 주차비가 가장 비싼 곳이다. 한기는 생활비를 위해 직업을 여섯 개나 가졌지만 주차비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 번째 소설 「반품 알바」에서는 한기의 경제적 상황이 더 나빠진다. 대기업 정규직이었던 ‘진진’이 정리해고를 당한 것이다. 이제 아내 진진도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진진의 퇴직금과 약간의 적금, 전셋집 보증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 푼도 없다. 심지어 한기의 아버지가 암 수술을 하게 되고 생활비도 보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기의 부업은 한층 더 진화한다.

소설에서 한기는 주동을 키우기 위해서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이 소설은 한기의 생계백서를 풀어놓으며 우리 사회의 모습을 슬쩍 들이민다. 육아소설집의 얼굴을 하고 와서 독자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한기는 우리를 비통하게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 한기의 이야기를 정신없이 들으며 어떤 장면에서는 웃다가 또 어떤 장면에서는 안타까워하다가 또 다른 장면에선 착잡해하다가…그러다 보니 소설이 끝나 있다. 주동이를 키우기 위해 온갖 부업을 하는 한기의 상황을 보면서 줄곧 한국의 저출산 대책이 떠올렸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은 그 저출산 대책 말이다. 한편 현실에 존재하는 작가 오한기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무료주차장찾기 #오한기 #작가정신
#작정단13기 #작정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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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의 심리학 - 예술 작품을 볼 때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오성주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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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객관적으로 감상하는 방법이 있을까? 또한 그림 감상은 배울 수 있을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오성주 교수는 그렇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이 책이 기존의 미술 감상 안내서들과 다른 점은 그림 감상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데 있다. 기존의 그림 감상 방법, 즉 전통적인 미학은 작품이나 작가, 역사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그림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경험미학, 실험미학이라고도 불리는 예술심리학이라는 분야를 통해 그림 감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방법을 알려준다.




예술심리학


예술심리학은 예술 경험을 다루는 학문으로 예술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룬다. 예술심리학은 실험법, 조사법, 면접법, 관찰법, 생리적 지표 측정, 뇌 활동 측정 등 다양한 과학적 방법을 통해  인간의 예술경험을 측정하고 관찰한다. 예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이러한 시도들은 매우 주관적인 예술 경험에 대한 폭넓은 통을 제공하는데 목적이 있다. 예술에 대한 객관적 이해는 반드시 옳은 것도 아니며 예술을 이해하는 유일한 길도 아니며 예술을 역사 맥락적으로 해석하는 방식과 상호 보완의 관계에 있다. 


예술에 대한 객관적 이해의 시작은 150여 년 전 독일의 구스타프 페히너라는 사람이 등장하고 나서부터이다. 그는 예술을 실험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인물이었는데 경험과 데이터에 기반을 둔 '아래로부터의 미학'을 제창했다. '아래로부터의 미학'이란 눈앞에 보이는 대상과 예술적 반응 간의 관계를 밝히는 것인데 '위로부터의 미학'과 비교하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위로부터의 미학'은 미학에 관한 이론이나 법칙을 먼저 정하고 이를 개별 작품들에 적용하는 것이다. 페히너가 수행한 미학 실험으로는 황금 비율 선호 실험이 있다. 사람들이 정말로 황금 비율을 선호할까? 페히너는 347명의 실험 참여자에게 가장 선호하는 사각형을 고르도록 했는데, 실험 결과 35퍼센트가 황금 비율을 가진 사각형을 선택했다고 한다. 한편 페히너의 실험에 대한 반론도 있다. 페히너가 제시한 실험 방법에는 많은 한계가 있음이 분명히 드러났지만 그로 인해 예술심리학에서 감상자의 마음이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감상자가 주인공이 되는 미술감상 수업

미술감상 수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이 책의 1장에서는 먼저 미술의 발전 과정과 그림 감상 발달에 대하여 설명한다. 먼저 미술의 역사를 구분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고 하지만 이 책에서는 표현 방식에 따라 크게 5가지로 나눈다.


★ (미술 역사 구분) 

 재현의 시대 → 표현의 시대 → 인상의 시대 → 추상과 초현실의 시대 → 개념의 시대


여기서 인상의 시대(인상주의의 출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세기 인상주의 출현은 그림 역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그간의 미술은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인상주의 화가들은 오로지 자신의 감각과 감정에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상주의는 예술의 주인공을 그림의 대상에서 예술가의 마음으로 옮겨 놓는 예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였다. 



★ (그림 감상의 발달) 미국의 심리학자 마이크 파슨스가 나눈 5단계 

  편애 → 아름다움과 사실성 → 표현력 →  스타일과 형식 → 자율적 판단 


​그림 감상도 몇 단계의 과정을 거치면서 발달하는데, 전문가와 초심자 또는 비전문가가 그림을 감상하는 방식은 차이가 있다고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되었다고 한다. 파슨스는 1~3단계 발달은 나이와 함께 병행하여 발달하며, 나머지 두 단계의 발달은 예술 작품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5단계는 단계가 높아질수록 반드시 더 훌륭하고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어떤 그림이 훌륭한 작품인지는 감상자의 몫이다. 다만 단계가 높아질수록 감상자의 더 깊은 수준의 노력과 경험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러한 감상 단계가 높아질 수 있도록 돕는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미술의 역사 맥락적 방식의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 작품에 대한 특별한 심리 행동을 중심으로 감상 방법을 알려준다. 눈을 통해 색, 형태, 깊이, 크기, 배치 같은 객관적인 특징과 밸런스, 구성, 리듬, 역동, 감정 같은 심리적 특징을  어떻게 느끼는지 설명한다. 



△ 색과 형태


인간의 시각은 실세계에서 보통 형태를 늘 우선시하고 색을 보조적인 역할로 본다고 한다. 그런데 그림의 세계에서는 색이 형태와 동등한 역할을 하거나 특정한 형태의 구속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책에는 프란츠 마르크의 <파란 말 I>, 앙드레 드랭의 <채링크로스 다리>, 라울 뒤피의 <로열 새스콧의 끌림>을 통해 색이 형태에서 벗어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이러한 미술 작품들은 우리가 가진 시각적 편견을 내려놓도록 만든다. 이 불편함을 새로움으로 바꾸어가는 과정에서 드디어 미술 감상에 대한 눈을 뜨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풍경화는 시대와 문화권을 초월해서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그림의 장르이다. 풍경화를 감상하는 사람들은 화가가 그림을 그렸던 곳에 자신이 앉아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우리는 이 특정 위치에 있다는 현장감 또는 몰입감(이것을 생태적 감정이라 부른다)을 느끼게 된다. 풍경화는 다른 장르에 비해 현장감이 큰데 관찰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단서가 풍부하고 우리 눈은 이 단서에 매우 친숙하기 때문이다.



한편 사람들은 왜 풍경화를 좋아할까? 


이 책에서는 흥미로운 설명을 제시한다. 먼저 진화적 안전이라는 측면이다. 영국의 지리학자 제이 애플턴은 원시시대부터 존재했던 안전 본능을 제안한다. 그의 전망-도피처 이론에 따르면, 생물체는 잠재적인 적이나 위협을 발견할 수 있고 먹잇감을 찾거나 동족의 안전을 살피기에 유리한 탁 트인 전망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카페나 식당의 구석진 자리나 창문 옆, 배산임수도 전망-도피처 이론에 부합한다고 한다.

두 번째로 시각 처리의 유창성이다. 풍경화는 추상화에 비해 이해하기에 쉽다. 풍경화는 실세계 경치와 많이 닮아 있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처리하는데 인지적 노력이 덜 든다. 

세 번째로 수평적 안정감이다. 풍경화의 수평성은 보는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성질이 있는데, 이는 인간이라는 동물이 몸의 균형을 잡아야 하므로 중력의 방향에 민감한 데서 비롯한다는 흥미로운 설명이다. 심리학 연구 결과 사람들은 '분노'처럼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라고 요구받으면 종이에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강렬한 선을 그렸고, '평온'을 표현하라는 요청에서는 대부분 일관되게 수평선을 그렸다고 한다. 

네 번째는 생태적 활력이다. 풍경이 보이는 창문이 심리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는 익숙하다. 창문이 있는 병실에 입원한 환자가 더 빨리 퇴원하고 진통제 사용량이 더 적다는 것은 공간이나 심리학 계통의 다른 책에서도 접했던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창문의 대안으로서의 풍경화라는 설명이다. 창문이 없는 실내에 풍경화는 창문과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풍경화 감상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완화되고 생기가 찾아온다고 한다. 


△ 그림 속 성차별


인물화 속에서 여성과 남성은 다른 방식으로 묘사되곤 한다. 새롭지도 않다. 한편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내용은 '얼굴 두드러짐'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 개념은 몸에 비해 얼굴이 얼마나 두드러지는지를 뜻하는 것으로 얼굴의 길이를 얼굴을 포함한 전체 신체의 길이로 나누어 값을 구한다고 한다. 인물화에서 얼굴이 묘사된 영역이 클수록 상대가 더 지적이고 호소력 있으며 인격적인 존재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놀랍지도 않게 연구 결과 여성을 그린 그림에서는 얼굴보다 몸이 더 많이 그려졌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는 그림뿐만 아니라 사진, 잡지, 정치 포스터, 영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확인된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예시로 들고 있다. <미인도>에 그려진 여인의 얼굴 두드러짐 지수는 매우 작다. 물론 전신상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지만 저자는 여성의 가채, 얼굴의 섬세함, 신체의 가녀림 등을 묘사한 것을 보면 신윤복은 여성을 성적 매력의 대상으로 보고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앞으로 프로필 사진에서 지적으로 보이고 싶다면 얼굴을 큼지막하게 신체는 극히 적게 노출된 사진으로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문학이나 음악, 회화나 조각 등 예술이 삶을 구원하거나 적어도 지속할 만한 이유가 된다는 것은 많은 글들을 통해 접했다. 그래서 과거의 나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와 헨드릭 빌렘 반 룬의 <예술의 역사>와 같은 책들을 구입했다. 이번 책 『감상의 심리학』은 내가 역사 맥락적 방식으로 예술에 접근하려 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감상의 심리학』은 이렇게 치우친 미술 감상 방법을 보완해 준다. 

저자는 감상을 배우는 일은 정답이 없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객관적 과학적 감상 방법은 역사 맥락적 감상과 짝을 이루어 함께 갈 때 비로소 풍요로운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점을 염두하고 이 책에서 전하는 실증적인 지식을 흡수한다면 앞으로의 미술 관람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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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동물의 탄생 - 동물 통제와 낙인의 정치학
베서니 브룩셔 지음, 김명남 옮김 / 북트리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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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쥐, 뱀, 비둘기, 생쥐, 코끼리, 고양이, 코요테, 참새, 사슴, 곰 총 열 종의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이 열 종의 동물들은 인간의 관점에 따라 유해동물이 되고 반려동물이 되기도 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보호동물이 되기도 한다. 인간동물인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웃인 비인간 동물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탐구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 인간동물의 모순과 위선을 드러낸다. 쥐라는 동물은 마오리족에겐 식량이 되고, 카르니 마타 사원에서는 선조로서 숭배되며, 뉴욕시의 타임스퀘어 광장에서는 혐오의 대상이 된다. " (p35) 늑대는 긍정적인 뉴스 보도, 문신, 진짜 별로인 티셔츠 디자인의 소재다. 자연의 상징이다. 하지만 사실은 우리 중 일부에게만 그렇고, 또 그들의 수가 너무 많아지지 않는 한에서만 그렇다. 늑대는 우리의 관용으로 살아가고 있다. 늑대는 우리 가축을 죽일 힘이 없을 때만 아름답다. 제자리를 알 때만 아름답다." '유해동물'과 '유해동물 아님'의 구분은 전적으로 인간의 변덕스러운 마음에 달려있다. 일부 자연보호론자들은 '유해생물이란 자연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생물이다'라고 말하지만 이마저도 철저히 인간중심주의적 생각이다. 인간이 정착생활을 하고 농경을 시작하기 전, 즉 자연계에 완전히 포함되어 있어 집도 없고 작물도 기르지 않았을 때 '유해동물'의 개념은 없었다. 인간동물이 비인간동물들과 먹이를 놓고 다투었겠지만 그들은 유해동물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지 않았다. 인간들이 정착을 하고 집을 지으면서 주변 환경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인간중심적 생태계를 지었다.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에 우리가 초대하지 않은 동물들이 들어오면 우리는 이것을 침입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은 '유해동물'이라 불렀다. 인간들은 이 동물들을 쫓아내거나 죽이거나 하면서 통제하려 했다.

유해동물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동물이 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한 역사다 유럽의 백인들은 그들이 둘러보는 모든 것의 주인이 되려 했다. 이들이 자연을 지배하고자 했던 역사에 유해동물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 했던 노력은 서구 역사의 대부분을 관통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동물 위에 두었고, 데카르트는 동물이 살아 있는 기계일 뿐이라고 선언했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감각은 유대-기독교적 사고방식으로 서구 문화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서구 사회가 자연계와 담을 쌓고 분리되어 살게 되면서 백인들은 '자연계 거주자'를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우리가 거의 볼 수 없는 동물과 너무 자주 보는 동물이다. 인간의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자연에 살고 있는 동물들, 예를 들어 판다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보호하고 싶은 동물이다. 반면 흔히 우리의 거주지에 살고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들 중 운이 나쁘면 유해동물이 된다. 인간이 지구 전체로 확장하면서 점점 더 많은 땅을 차지하니 이 땅에서 한때 살았던 동물들은 갈 곳이 없어진다. 인간의 공원과 뒷마당으로 내몰린 동물들은 적응하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의 운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역사(= 구체적으로 유럽 백인의 역사)는 자연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고 지배하려 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우리 인간동물은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며 오랫동안 착각해왔다. 그러나 최근 서구의 백인들도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생태주의라고 부르는 생각들은 지구에서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이웃 동물들을 신경 쓰는 것처럼 보인다. 결국은 관점의 문제다. 그러나 관점만 바꾸는 것은 별 소용이 없다.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지구는 인간동물이 비인간 동물들과 함께 사는 곳이는 당연한 사실을 새로 배워야 한다. 인간들이 다른 동물들의 거주지를 침범했거나 없애버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른 동물들, 그러니까 곰이 인간의 마을에 내려와 어슬렁거리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에 경악해서는 안 된다. 저자는 다른 동물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에 대해서 배워야 하며,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공존은 늘 평화롭고 달콤할 수 없다. 저자는 "공존은 약간의 손실을 뜻한다"라고 말한다. 한편 다른 동물들과의 공존에서 오는 갈등과 손실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도 있다. 가령 곰이 열 수 없는 쓰레기통을 보급해서 주민들의 불만을 줄이는 방법도 있다. " (p417) 우리가 지금의 방식대로 계속 사는 한, 그러니까 계속 새 공간과 새 쓰레기를 만들고, 새롭고 이국적인 반려동물을 들이고, 야생의 공간으로 이주하고, 우리가 귀하게 여기지 않는 공간은 싹 밀어 버리는 한, 동물들은 계속 우리를 이용하려고 찾아와서 우리 앞을 막아설 것이다. 계속 우리를 성가시게 만들 것이다. 유해동물은 늘 존재할 것이다. " 저자는 이 책의 생각에서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야생동물과 공존했던 역사를 가진 다른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단지 서구 백인 문명이 그렇지 못했을 뿐이다. 서구의 백인인 저자는 이점을 인정하고 동물을 우리 세상에 끊임없이 침입하는 불청객으로 보는 대신 우리와 더불어 사는 존재로 받아들이자고 거듭 반복하여 이야기한다. 우리는 낯설게 보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지구라는 행성에 인간동물들은 왜 이렇게도 많은지, 다른 동물들은 도대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판다의 일거수 일투족에는 열광하고 그들이 삶에서 온갖 행복을 누리길 바라면서 거리에서 만나는 비둘기는 두려워하고 혐오해 마지않는지 말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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