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미국인
그레이엄 그린 지음, 안정효 옮김 / 민음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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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함은 일종의 광기” 순진한 이상주의자가 얼마나 무모하고 독이 될 수 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선과 악의 경계에서 죄의식에 시달리는 인물을 묘사하는 그레이엄 그린 특유의 솜씨는 여전하다. 다만 파울러-후엉-파일 관계가 제국주의 유럽-베트남-미국을 너무 적나라하게 상징해서 좀 아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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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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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병을 만나면 고전한다. 뜻밖으로 지루한 책을 만나면 독서 자체에 슬럼프가 온다. <트러스트>가 내게 그런 책이 될 줄이야. 평소보다 조금 긴 휴일이 있기도 했고 여행을 다니느라 책을 좀 덜 읽게 되기도 했지만 이 소설을 일주일 넘게 읽은 건 확실히 좀 이례적이긴 하다. 왜 그랬을까?

사실 이 책은 알라딘에 쓰여 있는 소개 내용만 보면 무척 흥미로워 보인다. “1920년대 월 스트리트를 주요 배경으로 금융계에서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며 어마어마한 부를 쌓은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 부부에 대해 네 가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경제, 금융, 돈, 권력, 계급 등 오늘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를 다룬다.”는 구절. 나도 이 내용에 혹해서 이 책을 읽을 목록에 올려두었다. 그런데 대체 왜 기대보다 재미가 없었을까?

이 작품 내의 복병이라면 1부와 2부가 아닐까 싶다. 나름의 반전을 꾀해 깔아놓은 포석인 1부와 2부가 참 지루하고, 읽다 보면 1부에서는 ‘그래서 뭐 어쩌라고’하는 심정이 들다가 2부에서는 ‘아아 네네 대단하십니다’하는 약간의 반감까지 든다. 그래서 2부에서 그만 읽을까 싶어지는 유혹에 빠진다. 그래도 끝을 보는 사람과 그냥 덮는 사람이 이 지점에서 갈릴 듯한데 인내심을 가지고 3, 4부까지 읽어서 작가가 영리(??)하게 설정해 놓은 반전을 마주하면 와우! 하고 놀라는 동시에 1, 2부의 고난을 보상받으며 아, 재밌다 하고 책을 놓는 쪽과 3, 4부의 이 반전을 이미 예상했기에 에, 정말 이게 다야? 더 없어? 하고 허탈해하는 쪽으로 나뉠 것 같다. 나는 후자에 속한다. 아직도 허탈하네.........

1부는 <채권>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소설 속 소설인 셈이다. 해럴드 배너라는 작가가 쓴 <채권>에서 다루는 인물의 이름은 ‘벤저민 래스크’와 그의 아내 ‘헬렌 브레보트’- 이 두 사람이 곧 2부와 4부의 화자인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이다. 앤드루 베벨이 어떤 인물인가 하면 그가 쓴 자서전인 2부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듯이 조상 대대로 부를 쌓는 데는 신출귀몰한 재주를 지닌, 그래서 그렇게 축적한 재산을 바탕으로 금융계에서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며 어마어마한 부를 쌓는 사람이다. 그런데 해럴드 배너는 왜 이 부부를 모델로 <채권>이라는 소설을 쓰게 되었을까? 베벨 가문의 이력과 앤드루 베벨이라는 인물 자체도 흥미가 있어 보이지만 그보다는 그의 아내인 헬렌, 즉 밀드레드 베벨의 일생이 좀 더 사람들의 주목을 끌 것 같다. 엄청난 재산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주목과 선망을 동시에 받는 부부. 그런데 그중 아내가 정신병원에서 미쳐버려서 죽는다면?! 해럴드 배너의 소설은 그렇게 전개된다. 이것은 진실, 즉 믿을만한(Trust) 이야기일까? 소설이라는데?

2부에서는 이 앤드루 베벨이라는 인물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이른바 자서전- 거물급의 미국 백인 남자가 그렇듯이 이 자서전 또한 눈뜨고 보기 어려울 만큼 자뻑으로 점철되어 있다.........하....... 그래서 더 읽기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영리한 포석을 깔아놓은 작가보다 더 영리한 독자는(내가 영리하단 뜻은 아니다 대개는 1부에서 유추할 수 있을 설정) 1~4부를 통틀어 이 앤드루 베벨이라는 화자의 말이 가장 믿기 어려운, 어쩐지 진실에서 가장 먼 이야기일 거라고 짐작할 수 있다. 자서전이라는 게 가장 그렇지 않은가? 소설이 허구(fiction)라는 외피를 쓰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더 많은 진실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듯이 1부와 2부만 읽고도 대부분의 독자는 앤드루 베벨의 자서전보다는 해럴드 배너의 소설에 어쩐지 더 많은 진실이 담겨 있으리라고 믿게 된다.

그리하여, 3부와 4부로 이야기는 건너가는데, 3부의 화자는 ‘아이다 파르텐자’라는 전혀 색다른 인물이다. 이 여자는 또 누구야? 싶은데 알고 보니 이 여성은 앤드루 베벨이 비서로 채용해 자신과 아내 밀드레드의 이야기를 쓰게 하는 사람으로, 처음에는 앤드루의 자서전을 대필하다가 나중에는 베벨 부부의 회고록을 작성하게 된다. 앤드루 베벨은 해럴드 배너가 쓴 소설 <채권>이 ‘허구’에다가 진실을 교묘히 조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내 밀드레드가 정신병을 앓다가 죽은 것으로 그린 그 부분은 완벽하게 허구이기에 아이다에게 ‘진실’에 가까운 자서전을 쓰도록 종용한다. 아주 많은 돈을 주면서……. 그렇다면 아이다의 입을 통해 그려진 베벨의 모습, 그녀의 회고록은 또 믿을만한(Trust) 이야기일까?  

소설도, 자서전도 회고록도 결국 헬렌 또는 밀드레드 본인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므로 이 모든 이야기의 진실, 아니 진실에 가장 가까운 기록은 4부인 밀드레드의 ‘일기’에 담겨 있을 터이다. 그런데 이 일기에 드러나는 내용은 사실 1부와 2부 두 남성 화자들(헤럴드 배너와 엔드루 베벨)이 그린 밀드레드의 모습을 유추해 보건대, 영리한 독자들이 예상할 수 있듯이 어쩐지 그런 여성은 아닐 거 같은데 했던 의심이나 심증을 확인하게 해주는 데 지나지 않는다. 반전이라고 내세웠지만 딱히 반전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나 할까.

엔드루 베벨은 아이다에게 밀드레드를 묘사할 때 아름답고 영특하고 가정적이며 음악과 예술을 사랑했고 아이처럼 순진한 여성이었다고 말하고 그들의 결혼 생활은 행복했다고 내내 강조한다. 그녀가 자신을 구원했노라고. 그런데 끊임없이 이런 부분들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어쩐지 실제는 그렇지는 않았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배너가 그린 밀드레드의 모습은 지적으로 영특하고 음악과 예술을 사랑해서 예술가들을 계속 후원한다. 앤드루와 배너의 서술에서 공통적으로 유추할 수 있는 밀드레드는 지적으로 영특했으며 음악과 예술을 사랑하고 그래서 그런 단체나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거기서 안식을 구했던 여성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두 남성 화자의 의견이 달라지는 것일까? 소설 <채권>에서 묘사했듯이 헬렌, 또는 밀드레드가 정말로 미쳐서 죽어갔느냐 아니면 베벨의 주장대로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혼 생활을 유지하다가 병으로 죽어갔느냐 그 지점일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는 이 앤드루 베벨이라는 화자의 주장을 가장 믿을 수 없을 터이므로 밀드레드의 일기에 그려질 내용을 대충은 짐작하게 된다. 지적으로 그토록 영특하고 뛰어났던 여성이 왜 단지 음악 안에서 안식을 구하고 뒤로 물러나 예술을 후원하며 사는 것에 만족하며 살아갔을까. 답은 그 안에 있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어온 독자라면....... 아내의 재능이나 재산을 이용하거나 시기하다가 결국 아내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거나 아니면 미친 여자로 만들어서 세상과 단절하게 만들어 유폐해버리는 몇몇 유명한 작품들을 곧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트러스트>는 그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인물들은 또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앤드루 베벨이야 애초부터 정이 가지 않는 인물로 그려지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소설을 쓴 해럴드 배너와 대필 작가였다가 나중에 참회(?)의 심정으로 회고록을 쓰는 아이다 파르텐자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두 사람은 저마다 베벨 부부- 돈과 권력의 정점에 있는 그들의 인생에 끼어들어서 뭘 얻고자 한 것일까? 배너는 밀드레드가 후원하며 가깝게 지냈던 예술가 무리 중 하나였을 것이다. 그는 밀드레드가 살아있을 때도 배너 부부의 돈에 일정 정도는 기생했고, 그녀가 죽은 뒤에도 기생한다(작품으로 유명세를 타서), 자서전 대필 작가였던 아이다는 애초부터 앤드루가 제안한 물질적 보상의 혜택을 받는다. 그리고 그 돈 때문에 양심에 뭔가 걸리는 게 있으면서도 ‘현실을 구부리는’ 일에 일조한다. 몇십 년이 지난 후 참회의 심정으로 회고록을 쓰지만 그 글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까? 그리고 이 밀드레드, ‘일기’의 작성자. ‘일기’라는 사실 때문에 그녀의 글이 가장 진실에 가까운 자기의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그녀 또한 앤드루와 일종의 연합(Trust) 관계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작품의 화자들과 결말에서 보이는 모습들은 결혼이라는 ‘트러스트’- 인간관계에서 이익을 중심으로 연합했다가 수가 틀리면 재빨리 등을 돌려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지어내기 급급한 인간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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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3-05-03 1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하나 더 까셔도 될 듯합니다.

잠자냥 2023-05-03 16:56   좋아요 1 | URL
ㅎㅎㅎ 그것은 다른 독자의 몫으로...ㅎㅎㅎㅎ

얄라알라 2023-05-07 14:44   좋아요 2 | URL
저도 제목 보고 읽고 싶음 표시해두었던 작품인데, 잠자냥님의 리뷰에 이어, 골드문트님의 댓글을 읽은 후....매우 매우 뒤로 미뤄서 천천히 읽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다락방 2023-05-03 17: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리뷰 읽으니, 소설 <비대칭> 생각 나거든요. 글의 형식이 비슷하다고 해야할까, 그런데 저는 비대칭은 꽤 잘 쓰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아닌가봐요. 작가가 화자를 여러명 설정했을 경우, 왜 그러는지는 알겠지만, 사실 그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일은 드문것 같아요.

잠자냥 2023-05-03 18:28   좋아요 0 | URL
네 화자가 여러 명이고 관점을 달리하는 소설은 자칫 위험한 함정에 빠질 우려가 있는 거 같아요. <비대칭> 궁금하네요.

독서괭 2023-05-03 18:44   좋아요 0 | URL
여러 관점에서 보여주는 설정 흥미로운데 왜 이 소설 재미없으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ㅎㅎ

책먼지 2023-05-04 1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저도 영리한 독자라서!!! 후후후 1-2부에서 반전을 눈치채버리고 말았지만 그래도 3-4부를 즐겁게 읽을 수 있었어요!! 아마 아이다와 밀드레드의 목소리에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고 작가의 형식적 시도와 시류에 올라탄 영악함이 저에겐 플러스로 작용한 것 같아요(그러나 아마 이 지점에서 호불호가 어마어마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저 이 책 완독하고 어휴 지긋지긋했다 하고 바로 팔아버렸기는 합니다ㅋㅋㅋ 자냥님 글로 이 책 다시 보게 되니 참 좋네요!! 케이트 윈슬렛이 분하는 밀드레드는 어떨지 드라마 좀 기대되요.

아이다가 앤드루 베벨의 곁에 있었던 게 독립의 수단이자 아버지에 대한 반작용이었다는 게 제게는 설득력이 있었어요!! 20대 초반에 갓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만난 사람이 하필 앤드루 베벨이라 엄청난 부와 지위를 가진 사람이 주는 권위에 눌려 그에 동조하게 되는 것도 이해가 됐고요. 회고록은 그때 진실을 굽힌 것에 대한 죄책감과 일말의 저열한 호기심 때문에 쓴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해방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북태기 극복시켜줄 진짜 재밌는 책과 연휴 보내실 수 있길요!!!

잠자냥 2023-05-04 11:22   좋아요 2 | URL
아이다의 목소리를 밀드레드에게 입히는 과정 좀 소름끼쳤지만, 가진 자들은 그렇게도 할 수 있으려니 싶었습니다.
ㅋㅋㅋ 지긋지긋하다 팔아버려! 이거 공감해요. 저도 판매할 책 꾸러미에 넣어두었습니다......;;
처음엔 하도 질려서(?) 케이트 언니 나오는 드라마도 안 보려고 했는데 좀 며칠 지나니까 케이트 언니 땜에 볼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특히 긁어대는 연기 궁금 ㅋㅋㅋㅋㅋ

아이다에 대한 책먼지 님의 평에도 공감합니다. 아, 아이다의 아버지도 저는 싫었어요. 어쩜 이렇게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정이 안 가는지 ㅋㅋㅋㅋ 그래서 더 읽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북태기가.... 심하게 왔는지 어제 책 한 장도 안 봤다는?!

새파랑 2023-05-04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슬럼프가 전혀 없을거 같은 잠자냥님도 슬럼프가 있네요? ㅡㅡ

저도 좀 북태기인데 술이 원인인거 같습니다 ㅋ

잠자냥 2023-05-04 13:19   좋아요 3 | URL
에이, 저도 가끔은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도 매일 술 먹는데? ㅋ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3-05-07 14:42   좋아요 2 | URL
얼마전 새파랑님 올리신 북탑을 보았는데, 북태기라고 하시다니 ㅋㅋ겸손하신 분이십니다.
술 마시면 책부터 찾게 되는데, 막상 취한 채 읽으면 멜랑콜릭해져서 전 자제하는 편입니다. 술이 태를 촉발하는 군요^^ 새파랑님께서는.

새파랑 2023-05-07 18:09   좋아요 2 | URL
전 최근에는 술을 마시면 많이(?) 마셔서 책을 못읽고 자게 되더라구요....
일단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기는 합니다 ㅎㅎ
 
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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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의 이야기 중 첫 번째 이야기만으로도 예상 가능했던 결말. <제인 에어>와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의 금융 버전이랄까. 지금 시대에 이런 이야기를 쓰면 좋은 평가를 받겠지! 너무 영리(영악)하게 노리고 쓴 티가 나서 오히려 별로였다. 등장인물 거의가 비호감이라 읽기 더 지루했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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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5-03 0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2부는 엄청 지루하고 3,4부는 반전(?)이라기엔 너무나 예상 가능해서 허탈…. 오랜만에 진짜 꾸역꾸역 읽었다.

Falstaff 2023-05-03 0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백자평 좋아요. 읽어볼까 망설이던 책인데 덕분에 고민 끝.

잠자냥 2023-05-03 08:43   좋아요 2 | URL
호불호가 있을 거 같아요. 100자평 보면 재밌다 재미없다로 극명하게 나뉘긴 합니다. 저는 사실 미국 대공황이나 금융 이야기에 더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이길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라서 더 실망한 거 같아요. ㅎㅎㅎ

초록비 2023-05-03 06: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이 소설 1,2 부만 읽고 중단한 상태인데 3,4부에 그래도 반전이 있었군요. 다시 이어가 볼까 싶기도 하네요. 1, 2부는 사실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잘 이해를 못했어요.

잠자냥 2023-05-03 08:44   좋아요 1 | URL
3.4부를 읽으시면 퍼즐이 맞춰지긴 합니다. 1,2부는 그래서 뭐 어짜라고? 하는 심정이 들기는 하죠. 시작하신 분이라면 결국 3.4부를 읽어야 하긴 합니다. ㅎㅎ 3부 초반도 이 인간은 또 누구? 하는 심정이 들기는 해요. 1부는 소설이고 3부는 2부에 등장한 인물의 회고록을 쓰는 작가의 관점입니다.

다락방 2023-05-03 0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로 이 책이었군요! 끝내신 걸 축하합니다. 반면, 제가 지금 읽는 책은 너무나 재미있어서 오늘 출근길 걸어오면서도 읽어가지고 ㅋㅋ 그걸 본 임원이 ‘다쳐!!‘ 했답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3 08:47   좋아요 1 | URL
이걸 너무 오래 읽었어요. 이제 풀려났습니다! 그 재미난 책 무엇인지 곧 알게 되겠지요! ㅎㅎ

독서괭 2023-05-03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걸러주는 백자평 대환영!!

잠자냥 2023-05-03 08:50   좋아요 1 | URL
재미있다고 하는 분들도 많으니….. 제 취향에 좀 안 맞은 것일 수도… ㅎㅎ 책먼지 님은 별 다섯주셨어요. 1,2부는 읽기 괴로웠다는 말씀은 하셨습니다만 ㅋㅋㅋㅋ 마의 1,2부 ㅋㅋㅋㅋ

건수하 2023-05-03 09: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착했는데 출근을 안 해서 아직 못 만난 책이에요 좀 천천히 읽어도 되겠다는… :)

잠자냥 2023-05-03 15:13   좋아요 1 | URL
저 위에 이 책 리뷰는 읽지마세용~ 스포일러 만땅...

건수하 2023-05-03 20:4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친절한 자냥님❤️

책먼지 2023-05-03 1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잠자냥님 저 별 다섯 개 줬지만 잠자냥님 평에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해방 축하드립니다!!!!

잠자냥 2023-05-03 15:1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 책 다 읽고 먼지님 리뷰도 읽었습니다.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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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 보고 맡고 느끼고 먹고…. 인간의 감각을 문화 예술 과학 사회학적으로 총망라해서 훑어본다. 어떤 점에서는 <털 없는 원숭이>의 데즈먼드 모리스의 저작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다이앤 애커먼의 글은 확실히 문학적이다. 다 읽고 나면 여러모로 인간은 참 성애적인 동물이구나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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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DADDY 2023-04-23 0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 활동과 감정의 대부분은 오감과 연결되어 있기에 그 오감을 가장 크게 만족시킬 수 있는 성애가 인간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더 나아가 외면되었던 소수자나 노인, 장애인의 성애에도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겠죠.
주말이니 푹 쉬시면서 맛난 것(술?)도 드시고 고냥님들과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라요. ^^

잠자냥 2023-04-23 10:30   좋아요 2 | URL
네 거의 모든 감각에서 성애적 귀결이…. ㅎㅎ 이번주는 잘 버티면 노동절도 있고 연휴가 많은 5월이라 월요일이 찾아오는 게 덜 밉네요. ㅋㅋㅋㅋ

자목련 2023-04-24 14: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구판이 잘 있나 확인하는 사이, 잠자냥 님은 다 읽고 리뷰까지 ㅋ

잠자냥 2023-04-24 15:18   좋아요 1 | URL
지금 안 읽으면 저도 구판이 되도록 안 읽을 것 같아서요! 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3-04-24 1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보고 데즈먼 모리스때문에 헤갈렸네요.
감각의 박물관으로 읽다가 반납했었던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보기보기 2023-04-30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알라딘 서평을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혹시 블로그는 안 하시나요? 블로그 이웃추가해서 보고싶은 글들이 많아서 여쭤봅니다..그리고 정희진의 공부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잠자냥 2023-04-30 22:59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블로그는 거의 운영을 하지 않아서 이곳 서재를 보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ㅎㅎ

보기보기 2023-05-01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자주와야겠아요

잠자냥 2023-05-02 09:59   좋아요 0 | URL
다른 글들은 제 투비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곳에서는 책 이야기를 하지 않고....
투비 접속하기 불편하다는 분들도 많아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링크는 남겨두겠습니다. https://tobe.aladin.co.kr/t/sixcats

다락방 2023-05-02 0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왜 최근 글이 4/23인거죠? 도대체 뭐하고 계신겁니까? 새 글을 달라!! 으르렁-

잠자냥 2023-05-02 09:5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휴에 노느라 컴터 접속 전무..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3-05-02 10:10   좋아요 0 | URL
저도 부장님처럼 작업실 나와야지만 글이 써져서...
근데 4월 24일부터 27일까지 작업실 나왔으면서 왜 안 써?ㅋㅋㅋㅋㅋ
그것은 제가 지금 진도가 무쟈게 안 나가는 책을 읽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락방 2023-05-02 10:36   좋아요 0 | URL
도대체 그 책은 무엇입니까?!

잠자냥 2023-05-02 10:38   좋아요 1 | URL
소설인데 일케 진도 안 나갈 일인가요! ㅋㅋㅋㅋ 궁금하게 만들어야지.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5-02 11:12   좋아요 2 | URL
쳇!
 
아메리카의 비극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106
시어도어 드라이저 지음, 김욱동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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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 나를 사로잡은 작품은 단연 <아메리카의 비극>이다. 지난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4일 만에(화요일엔 술을 마시느라 몇 쪽 못 읽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3일 만에) 상하, 1500쪽 넘는 분량을 미친 듯이 읽었다. 그러고 나니 뭔가 허탈. 어제는 새로운 책을 집어 들었으나 <아메리카의 비극>이 너무나 강렬했는지 그에 비하면 읽어도 읽는 게 읽는 것 같지 않았다. 머릿속에 이 작품에 관한 생각이 종종 떠올라 자꾸만 무언가 더 끼적여보고 싶어진다.

자연주의 소설이 대게 그렇듯이 이 작품도 비극으로 끝난다. 제목에서조차 ‘비극’이라는 표현을 대놓고 쓰고 있으니 이 작품이 비극으로 끝난다는 정보 자체는 스포일러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을 분들은 이 글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읽기를 권한다(물론 그럼에도 결정적인 스포일러는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열두 살 난 소년에서 스무 살 넘게 성장하는 클라이드 그리피스이다. 이 청년의 삶을 지켜보노라면 과연 언제 어느 때 어긋날 조짐이 보였던 것일까 곰곰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인간의 삶에도 몇 번의 전환점이 될 만한 순간이 있듯이 클라이드에게도 인생의 결정적 순간이랄까,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든, 나쁜 결과를 초래하든,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지점이 있었다. 자연주의 소설은 사회적 환경과 유전이 한 인간의 성격 및 운명을 좌지우지한다고 하니, 더 그 ‘순간’에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거리. 첫 번째는 아무래도 그 거리이다. 이 작품은 지난 페이퍼에서도 언급했듯이 한 거리에서 시작한다. 가난하고 남루한 일가가 거리에서 전도활동을 벌인다. 오십 줄에 들어선 가장과 그의 아내, 그리고 네 아이들로 이루어진 일가 중 소년 클라이드는 유독 눈에 띈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이 아이는 이 전도활동이 수치스럽다는 것을, 그래서 그 자리를 피하고 싶다는 것을 온몸으로 드러내 보인다. 어쩌면 그는 이 거리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부끄럽지만 그런 활동을 하게끔 한 근본적인 원인-기독교라는 종교에 애초부터 반발심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실제로 이 작품의 마지막에 가서도 종교는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나는 이 작품을 읽는 동안(특히 상권에서) 클라이드에게 동정심, 연민, 안타까움 같은 감정이 많이 들어서 비록 그의 성공하고자 하는 열망이 너무나 속물스럽고 어떤 면에서는 비열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 하는 심정으로 이해하기도 했다(물론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이다). 그런 심정이 가장 정점에 달했던 때는 바로 이 시작 부분이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은커녕, 신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믿는데 우리 집은 왜 이렇게 가난한가, 이런 종류의 회의감이 더 많은 열두 살 소년이 자의도 아닌 부모의 손에 이끌려 낯모르는 사람들 앞에 서서 전도활동을 벌여야 한다니 얼마나 가여운가? 소년의 수치심과 절망이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기분이다.

이 시작 부분을 보면 무능력한 데다 무지하고, 폭력적인(종교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클라이드 부모의 감수성이 끔찍하게 싫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도 종교를 자식에게 강요하는 행위만큼 폭력적인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그래서 성인이 되어서도 ‘나는 모태신앙’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아연해진다. 그걸 어른이 될 때까지 단 한 번도 회의懷疑해 본 적이 없다고?!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종교를 당연하다는 듯이 자식들에게 설파한 것으로도 모자라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기이한 모습으로 전도활동을 하게 하다니. 이 부모는 애초부터 아이를 낳으면 안 되는 그런 족속들은 아니었을까 싶어진다. 그러므로 소년 클라이드가 이 가난을, 이 비루한 집안을 떠나기를 갈망하고, 돈을 벌어 성공해서 보란 듯이 살아야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 같다. 아버지, 어머니 뜻에 따라 목소리 높여 찬송가를 부르던 그의 누나조차도 가장 먼저 집을 떠나지 않았던가. 그녀에게조차 이 집안은 구렁텅이였던 것이다.

호텔. 그렇게 해서 소년 클라이드가 돈의 맛을 알게 되는 곳은 호텔이다. 클라이드는 호텔 벨보이로 일하면서 화려한 세계를 엿보게 된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일단 옷차림이 화려하다. 게다가 팁은 또 얼마나 잘 주는지! 열심히 일하지 않아도 겉모습을 꾸미고 그럭저럭 성실하고 반듯하게, 공손하게 말하는 방법을 익히면 사람들은 클라이드의 본성이 어떤지(나는 이 소년의 본성이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혹에 약하고 물질이나 이성에 관한 욕망을 절제할 줄 모른다는 점은 있지만 대개의 인간이 그렇지 않은가?), 따져보지도 않은 채 아, 이 녀석은 좀 괜찮구나 쉽게 판단하고는 그에게 돈으로 보상을 해준다. 일찍이 세상의 이런 맛을 알아버린 십 대 소년이 내면을 가꾸기보다는 외면에 치중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

그런데 이 호텔은 클라이드가 살던 동네와 가까운 곳-그러니까 변두리에 있는, 그저 그런 호텔이라 그곳에 드나드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사회적으로 최상층에 속한다거나 거물급에 속하지는 않는다. 약삭빠른 클라이드는 곧 이 호텔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정체- 대다수가 불륜을 저지르기 위해 드나든다는, 그러니까 남자도 여자도 실은 사회적으로는 크게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 깨달음은 그가 두 번째로 일하게 되는 호텔-정확히 말하자면 어떤 클럽- 즉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자들만이 드나드는 클럽과 비교하면서 더 명확해진다. 이 클럽에는 남녀 손님이 나란히 오는 법이 없다. 어떤 중요한 비즈니스나 모임을 위해 미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중년 이상의 남성들만이 모여드는 장소이다. 이곳에 드나드는 남자들은 클라이드가 처음 일했던 호텔의 그 손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와 사회적 지위, 명예, 성공을 다 거머쥔 사람들로 그들의 옷차림, 행동, 말투 등은 그가 이전까지 알던 사회와 확연하게 다르다. 클라이드는 이 두 번째 호텔에서 진짜 성공이 무엇인지 목격하고 그걸 가져야겠다고 마음먹는다.

공장. 거리에서 드럭스토어로, 드럭스토어에서 호텔로 그러다 최상위층 남성들이 드나드는 클럽에서 일하던 클라이드는 성공을 위해 ‘공장’에 가게 된다. 공장이라니?! 드디어 이 철부지가 정신을 차렸나 싶은데, 사실 이곳은 큰아버지의 공장으로, 큰아버지는 클라이드의 아버지와 달리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성공한 사람이다. 클라이드는 조카라는 신분을 십분 활용해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 여기서 클라이드가 만일 제자신의 욕망을 억누르고 성실하게 일해서 조금씩 천천히 계단을 하나씩 오르듯이 착실하게 사회적 성공을 밟아 나갔........다면(아니다. 그렇게 살 경우 사회적 성공은 요원해 보인다), 아무튼 착실하게 살았다면 소소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을 일궈나가면서, 그래도 거리에서 전도활동을 벌이던 그 참혹했던 소년 시절과는 달리 어느 정도는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랬더라면 이 작품은 탄생하지 않았을 테고 재미도 덜했을 것이다. 더욱이 결정적으로 욕심 많고 유혹에 약한 성정을 지닌 클라이드가 그 유혹들을 뿌리칠 재간이 없었을 터이므로 이 가정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리라.

호수. 이 작품에서 호수는 굉장히 많은 의미를 지닌다. 클라이드가 처음으로 ‘진심으로’(나는 이 사랑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비록 예쁜 여자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 빠져드는 칠푼이라 할지라도 호텔 생활 시절 처음 반했던 여자에 비해 로버타는 클라이드가 진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상대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그 여인과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반면 파멸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사랑도, 파멸도 모두 그의 거침없는 욕망에서 비롯한다. 저 여자를 갖고 싶다. 저 여자의 사랑을 받고 싶다. 저 여자의 마음을 얻고 싶다, 호수에서 그는 공장의 불문율, 금기를 깨고 결국 로버타에게 마음을 고백한다. 클라이드는 나중에 또 한 번 호수에서 금기를 깨게 되는데 이 또한 완벽하게 그의 욕망 때문이다. 찰랑찰랑 가볍게 일렁이는 호수- 아름답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들뜨게  만들 수 있는 호수. 이 호수는 어쩌면 클라이드의 그 얄팍한 마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그 밖에도 또 다른 결정적 장소로 떠오르는 공간이 몇 군데 있지만 그 단어를 언급하는 것은 그냥 스포일러 자체를 발설하는 것이 되므로 그건 제외하고……. 만일 클라이드에게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그는 언제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기를 택할까? 내가 클라이드라면? 나는 아마도 이 가정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를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에게 기도했을 것 같다. 그런데 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클라이드도 그랬을까? 그러나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아무래도 이 가정의 탄생이, 아메리카라는 거대한 공간보다도 더 이 청년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그래서 또 다른 클라이드의 탄생에 한없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이다. 가난도 부도, 계급도, 지위도, 재산도, 심지어 종교도 계속 대물림될 수밖에 없는 이 비극, 이게 어디 아메리카만의 비극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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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4-21 17: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이 극찬하시므로 담아두긴 했습니다만 언제 읽을지 알 수 없어서 리뷰를 다 읽었습니다. ㅎㅎ
비극으로 향해가는 주인공에 대한 안타까움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부와 권력을 갖기 위해 달리다가 추락하는 이야기, 하면 꽤 많을 것 같은데, 1,500페이지를 3일만에 읽으실 만큼 재밌다니.. 작가 필력이 엄청난가 봅니다. 궁금하다..
˝나중에 또 한번 호수에서 금기를 깨게 되는데˝ 이 부분 스포일러 때문에 참으신 것 같은데 특히 궁금하네요 ㅋ

잠자냥 2023-04-21 17:23   좋아요 4 | URL
이 작가 <시스터캐리>도 재미나요! 이 <아메리카 비극> 리뷰나 100자평 보면 다들 1500쪽 순간 독파할 만큼 재미있었다고 말하더라고요.

다락방 2023-04-21 17:2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혹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고 나름 스포일러에 대한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이 리뷰를 읽으면서 말이죠. 저는 결정적 스포 당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처음 이 리뷰를 읽기 전에 경고 문구 보고 망설였지만, 잠자냥 님의 글을 읽지 않고 지나간다는 것은 밥을 굶는다는 것과 같기에... 흠흠.

저 상권만 사두었어요. 아 얼른 읽고 싶네요.

음, 여러가지 할 말이 많지만, 그중 한가지만 하자면, 저는 종교에 대해서인데요.

저야말로 어릴적부터 교회를 다녓던 사람이에요. 게다가 전도활동도 열심히 했답니다. 그 쪼꼬만 애가 말입니다. 국민학교때는 교회에서 반주도 하고요.. 크.. 뭘 하면 그렇게 열심히 해서 저도 참... 그러다가 중학교 2학년때 갑자기 확 관뒀어요. 저는 교회 안에서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정말 추악한 경험을 여러번 했어요. 그 경험들의 당사자가 저였습니다. 어린 저요. 그런 일이 있었던 바로 그 당시에는 제게 벌어진 일들을 인지하지 못했고 그런데 차곡차곡 교회에 대한 환멸이 제 안에 쌓여갔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 확 돌아서게 되더니 그 뒤로는 교회라면 치를 떨게 되었죠. 왜, 도나 해러웨이가 그런 말을 했지 않습니까. 신을 믿었던 사람이 신을 미워하면 더 크게 미워한다고. 아, 이런 뉘앙스의 말이었는데 제가 어디다 적어두질 않았네요. 제가 나중에 생각나면 책에서 찾아볼게요. 저는 교회를 다니지 않으면서 교회를 미워하는 사람들보다 더 크게 교회를 미워합니다.

저는 일전에 친구들 만나서도 그런 얘길 했어요. 제 어린시절에 그렇게 열심히 최선을 다한 교회생활이 있었던 게 너무 싫다고요. 어린아이가 뭘 안다고 그렇게 매주 교회를 다니고, 반주 연습을 하고, 전도를 하고... 제 어린시절에 그런 시간이 있었던 게 너무 속상해요.

그렇습니다.

잠자냥 2023-04-21 17:41   좋아요 5 | URL
아니 이 인간아! 당신 읽지 말라고, 당신 말이야! ㅋㅋㅋㅋㅋ 역시 밥을 한끼도 못 거르는구만….. ㅋㅋㅋㅋㅋ

그나저나 그 교회에서의 일은 다락방 님 페이퍼에서 읽었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저도 그랬을 거 같고…. 도나 해러웨이의 그 문장 저도 기억해요. 최근 넷플릭스에서 <나는 신이다> 시리즈를 봐서 더 종교의 해악에 대해(그리고 그걸 아이에게 강요하는 부모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최선을 다해 교회 생활을 한 어린 다락방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걸 이용한 어른이 죄를 지은 거죠.

책먼지 2023-04-21 2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밀리의 서재에 이 책 있는 거 확인하고 돌아왔습니다!! 얼른 읽고 이 리뷰 제대로 읽고 싶어서 현기증나요..

잠자냥 2023-04-21 23:31   좋아요 1 | URL
ㅋㅋㅋ요즘 읽는 책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ㅋㅋㅋ

건수하 2023-04-24 14:33   좋아요 1 | URL
앗 밀리에 있군요!
그러면 읽어야 할 것만 같은데.

(곧 까먹길 바라며)

Falstaff 2023-04-22 0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일 나에게 인생을 다시 살 기회를 주겠으니 어디서 시작할래.... 묻는다면,
˝제발 그냥 놔두세요. 사람 들들 볶지 마시구요.˝

잠자냥 2023-04-22 22:0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술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구요? ㅎㅎ

hijwkim 2023-04-29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살아갈 삶은 좋았던 기억은 가져가고 그렇지 않았던 기억은 반면교사 삼아서 거꾸로 살아가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