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입원 전에는 호기롭게 병실에서 이런저런 책을 읽겠노라 생각하며 전자책을 비롯해 책 두 권을 챙겨갔다. 상급종합병원 1인실은 비용이 어마어마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2~3인실 정도만 당첨돼도 좋겠다고 생각하며 입원실이 나오기를 기다렸는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하필이면 다인실, 그중에서도 5인실밖에는 빈자리가 없단다. 아무리 환자와 보호자 1인을 지정해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입실하게 한다고 해도, 코로나 시국에 다인실을 쓰려니 두려움이 앞섰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내가 예상치 못한 것은 환자와 보호자의 수다였다! 코로나 시국에 다인실 이용하는 두려움보다 늦은 밤을 제외하고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환자 1과 2, 그리고 그들의 보호자들의 수다였으니, 수술하기 전날 밤에는 책을 펼쳐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거듭했다. 수술 후로는 마취 깬 뒤의 온갖 고통스러운 증상 때문에 도무지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책을 좀 읽으려고 하면 어느새 잠들어 있는 나..... 몸이 축나니, 평상시에는 가장 쉬운 일 중 하나였던 눈으로 글자를 쫓는 일도, 이어폰을 꽂고 가만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일도 모두가 부담스럽고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수술 후 4일 가까이는 조금이라도 걸어야 한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들여 병동을 쉬엄쉬엄 걷는 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침대에 멍하니 누워 있기만 했다.


그러다 보니, 5인실, 나를 제외한 환자 넷과 그들의 보호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듣게 되었다. 시종 수다를 떨면서 시끄럽게 굴던 환자 1과 2는 이 5인실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축이었다. 환자 1은 60대 여성으로 몇 차례의 항암 이후 유방암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었는데 환자 2인 70대 여성(마찬가지로 유방암 수술을 받음)과 함께 종일 유방암과 관련한 대화 및 자기 가족, 지인 이야기로 조용할 틈이 없었다. 환자 1의 보호자로는 남편인 60대 남성이, 환자 2의 보호자로는 딸인 50대 여성이 병실에 상주했는데, 50대에서 70대로 이루어진 이 네 명의 수다는..... 그 소란스러움과 ‘오지랖’의 강도가 가히 견줄 데가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눈도 귀도 밝아서 자신들을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침상에 누운 환자들이 대략 자기들보다 모두 나이가 어린 환자들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온갖 오지랖을 떨며 사적인 질문을 퍼붓고는 했다. 나와 내 보호자로 있었던 내 동생은 낯모르는 타인들이 사적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걸 극도로 싫어해서 병실에서 커튼을 완전히 가린 채 꼬박 5일을 지냈다. 유방암 환자인 그 두 여성을 제외하고 다른 두 여성은 30대로 둘 다 공교롭게도 복강경 수술로 담석을 제거하려고 입원한 환자들이었다. 한 여성은 남편이 보호자로 와 있었고, 다른 한 여성은 보호자 없이 혼자 내원해서 수술 당일 무척 힘겨워했다. 알고 보니 그 여성은 집에 아이가 있어서 남편이 아이를 돌보느라 보호자 없이 혼자 입원해 있던 거였다.


이 두 30대 여성이 자신의 남편이나 엄마, 아빠 등 가족과 대화하거나 통화하는 내용을 듣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너무 차갑게 말하나?’ 남편과 함께 입원한 그 여성도, 혼자 입원했지만 남편과 통화하는 그 여성도 자기 사람하고 이야기할 때 어찌나 다들 다정한지 무뚝뚝하고 차가운 내 말투를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내가 좋아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몇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마음은 다정한데 표현을 그다지 따뜻하게 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너무 차갑게 말할 때가 많아서 사귀는 사람들도 그 때문에 상처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누군가가 다정하게 말하면 오그라드는 것 같고 진심이라기보다는 왠지 가식으로 여겨질 때가 많았다. 음, 실은 이 알라딘 서재 분위기도 처음에는 댓글이 하나같이 다들 다정해서 부담스럽기도 했었다. 한때는 그랬다. 그런데 세상의 많은 이들이, 저토록 다정하게 서로 위하면서 따듯하게 말하고 있던 것이다.


70대와 60대 그 두 여성은 세대가 달라서 그런지 아니면 남편이나 딸과 너무나 오래 익숙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다정함과는 거리가 먼, 차갑고 서로 갈구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주고받는다. 침대에 누워 가만히 그 말투를 듣노라니, 결국 이렇게 아플 때 서로 곁에서 도와주는 사람은 가족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에게 저렇게 못되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진다. 그런 데다가 결혼도 하지 않아서 보호자로 남편은커녕 결혼한 동생이 두 돌도 안 지난 아이를 엄마한테 맡기고는 내 보호자로 와서 며칠 상주하고 있으니, 집에서 아이를 돌보던 엄마는 엄마대로 힘에 부치고 속이 상했는지 내가 수술한 다음 날,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언제 오냐”고 반 짜증 섞인 말투로 하소연하는 걸 내가 옆에서 고스란히 듣게 되었다. 그때의 서운함과 서러움이란..... 결국 나는 동생을 그다음 날 집으로 보냈고, 병실에서 하루하고 반나절은 혼자 있다가 퇴원하게 되었다.


그놈의 직계가족 동의서만 아니었어도 나도 내 애인을 보호자로 오라고 했을 텐데, 한국 사회는 너무나 ‘결혼’과 ‘직계가족’ 위주로 돌아간다. 퇴원하는 날에도 차로 나를 데리러 온 사람은 제부였는데, 동생한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차를 타고 병원을 나섰을 때쯤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가 하신 말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순간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렸다. 제부가 당황해서는 어쩔 줄 몰라하며 한 손으로 내 어깨를 다독이는데 그만 눈물이 더 펑펑 쏟아졌다. 집에 오니 고양이 녀석들은 내게서 낯선 냄새가 나는지 다들 도망가 숨어버리고 그 한낮에 나는 홀로 누워 꺼이꺼이 울었다. 엄마가 그렇게 미운 적은 처음이었다. 자기도 배 가르는 수술 해봤으면서 배 가르는 수술 한 지 하루 밖에 안 지났는데, 어린애 돌보기 힘들다고 동생한테 득달같이 전화하는 엄마라니, 정말 해도 너무 했다 싶다. 창밖으로 햇살은 왜 또 그렇게 눈이 부신지 서러움에 눈물이 멈출 줄 몰랐다.


하필이면 이즈음 너무나 바빴던 애인이 다 늦은 오후 집에 와서는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더니, 수술 때문에 몸이 힘들어서 부은 줄 알고 걱정을 한다. “그게 아니라 엄마가...” 하다 보니 또 서러워서 눈물이 난다. 내 눈물은 그칠 줄 모른다. 그렇게 울고 나니 속이 좀 시원하다. 우리 엄마는 왜 다정하지 못할까? 하긴 나도 다정다감하지는 않지. 엄마가 좀만 더 다정했더라도, 내가 이렇게 서럽지는 않을 텐데. 별별 생각이 든다. 퇴원 후 나는 몸에 기운이 빠져서 그런지 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 전보다 좀 더 조용히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데 그게 듣는 이에게는 다정하게 들리는 모양이다. 아니, 어쩌면 다정함에 관해 침상에 누워 많은 생각을 했기 때문에 좀 더 다정하게 말하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애인은 그것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프고 나더니 왜 다정해졌냐고 묻는다. 병실에 누워 다정함에 관해 이런저런 생각을 했노라 말했다. “회사에 안 가고 있어서 유해진 거 아니야?” 묻는데, 얼마쯤은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회사에 다시 복귀하는 3월 2일 이후로도 나는 전보다 좀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공감과 위로의 말 한마디가 심약해진 사람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이렇게 늦게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다정함은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대략 정의할 수 있는데, 다정함이 자연에 그렇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속성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에서 다정함은 친하게 지내고 싶은 누군가와 가까이 지내는 단순한 행동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어떤 공동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협력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을 읽는 등의 복합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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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2-02-25 21: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집을 나서면 사람들의 온갖 오지랖과 무례함이 난무하는 세상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게다가 목소리마저 ‘장군감‘인 사람들이 쉬지 않고 떠들면 옆에만 있어도 모든 기가 다 빨려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ㅋ 얼른 회복하시길요~

잠자냥 2022-02-25 22:13   좋아요 6 | URL
네, 그렇죠. ㅎㅎ 내가 선택해서 만나는 사람들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타인과 뒤섞여 있는데 그 타인들이 무례하면 참 견디기 힘든 것 같습니다. ㅎㅎ 회복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청아 2022-02-25 21: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다보니 디스크로 입원했을때 고막에서 피흘렸던 기억이 떠오릅니다.ㅋㅋㅋ 보호자들이 단체로 오는 경우는 정말... 병원에 아파서 누워있으면 서러움의 레이다가 극강으로 켜지는듯해요. 잠자냥님 토닥토닥~♡(다정하트)
고생하셨어요.무사히 집으로 귀환하신것 축하드리고요. 이 책 아무래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잠자냥 2022-02-25 22:16   좋아요 5 | URL
ㅎㅎㅎ 다정하트 고마워요~ ㅎㅎ 병원에서 고막에 피 흐르는 느낌이라니! 크헉! 저는 그나마 코로나 때문에 병실 면회 금지된 거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60대분은 몹시 아쉬워하더라고요. 교인들이 와서 기도도 해주고 찬송가도 불러주고 했어야 한다고 해서 ㅋㅋㅋㅋ 속으로 정말 기함을 토했습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2-02-25 22: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술도 힘드셨을텐데 마음 고생도 심하셨군요 ㅜㅜ 그래도 역시 책에서 교훈을 얻으시는군요~!! 3월 2일 이후로 더 다정해지는 잠자냥님이 기대가 됩니다 ^^

잠자냥 2022-02-25 22:17   좋아요 5 | URL
ㅋㅋㅋ 그래도 엄마가 나중에 음식이랑 해오시고 ㅋㅋㅋ 고기 사먹으라고 돈도 주고 가셔서 용서했습니다! ㅋㅋㅋㅋ 아니, 정말 이 와중에도 책에서 교훈을 얻네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2-02-25 22: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
늦은밤 마음 찡해 눈물나게 하시네요~~
병실의 상황
안봐도 비디오입니다^^
오늘 낮에 입원해서 수술받았던 지인분과 통화했는데 똑 같은 말을 했어요.
병실이 너무 시끄러워 책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고요~~
아마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딸이 짠하고 걱정되고 안쓰러워 그랬을거예요
엄마들은 맘과 다른 말을 하잖아요~~
저도 참 무뚝뚝하고 차가운데 댓글만은 다정하게 쓰려고 해요
그걸 보고 저의 딸아이가 이렇게 말해요
˝그것 반만 나한테 해 봐˝
잠자냥닝, 고생 많으셨고
어서 회복하세요^^

잠자냥 2022-02-25 23:17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 님은 다정한 댓글 1등입니다~ 따님이 왜 그렇게 말하는지 조금 알 것도 같아요. 우리들은 다들 어쩌면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는 가족이란 이유로 가장 무심하게 대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ㅎㅎ 저부터도 그렇고요~

햇살과함께 2022-02-25 22: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정함 장착이 쉽지 않은 1인인데~ 어색하지만 계속 연습해야겠죠?! 잠자냥님 남은 기간 푹 쉬시고 쾌유하세요!!

잠자냥 2022-02-25 23:23   좋아요 4 | URL
평소에 다정하지 않던 사람이 다정하게 행동하면 그 효과가 더 큰 것 같습니다! 햇살 님도 다정함 화이팅!

- 2022-02-25 23: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행간의 마음을 읽어내는 다정함이야 말로 그대가 장착한 지적인 다정함일진대... 이미 충분히 다정한 잠자냥! 푹 쉬어요.

잠자냥 2022-02-25 23:23   좋아요 6 | URL
엄훠, 다정해라~

책읽는나무 2022-02-25 23: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병실의 모습!! 저도 가히 상상됩니다.
지금은 좀 많이 괜찮아지신 거죠?
배를 갈랐다니?? 큰 수술 하셨네요ㅜㅜ
아플 때는 그 어떤 말도 서운하고, 섭섭하게 들릴 수밖에 없을테죠!! 몸도 마음도 아프니까요!!
아이 돌보던 어머님도 마침 뭔가 그날은 힘겨운 뭔가가 있었나 보다..생각하시길요^^
그리고 모쪼록 당분간은 조심하시고 언능 쾌차하세요^^
배를 갈랐다니 갑자기 저 둘째들 제왕절개 할복했을 때가 생각이 나서..고통이 절로 느껴집니다. 복강경 그것도 관을 끼우고 있어서 아프던데...쩝~
아픈데 다정할 수 있다니..다들 대단하군요?
잠자냥님 글을 읽고, 나도 이제부터 다정해봐야 겠구나!! 좀 깨달았어요^^
저도 오프라인상에선 세상 무뚝뚝해서...ㅜㅜ

잠자냥 2022-02-25 23:25   좋아요 6 | URL
네, 지금은 많이 좋아져서 오늘은 이렇게 노트북 켜고 앉아서 글도 썼습니다. 말로만 듣던 개복수술이란 걸 처음 해봤네요. 살면서 앞으로는 수술하는 일 없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책나무 님도 다정함 장착 화이팅입니다~!!

잘잘라 2022-02-26 00: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10년 전에 13cm 배쨌습니다! 그때, 일주일 입원했는데 아무도 안 왔습니다. 제가, 머니까 오지말라고 하긴 했지만, 막상 아무도 안오니까 섭섭함이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10년이 지났어도, 아니 아마 죽을 때까지..? 흐흐흐 잠자냥 님! 그거 오래갑니다. 마음 단단히 잡수세요!!!
몸 조리 잘 하시고요!!!
❤❤❤

잠자냥 2022-02-26 00:28   좋아요 4 | URL
우아 일주일 입원한 동안 아무도 안 왔다니 정말 섭섭하셨겠어요! 10년 지나도 섭섭함은 남을 거 같습니다~ 그래도 늘 씩씩한 잘잘라 님! 하트 세 개 고맙습니다! ㅎㅎㅎ

coolcat329 2022-02-26 08: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몸과 마음 다...)
사람이 몸이 아프면 마음도 같이 약해져서 평소같으면 그냥 쿨하게 넘길 일도 더 서운하고 순간 울컥 하는거 같아요.
병실에서 시끄럽게 대화나누는 거 저 정말 너무너무 싫어하는데 ㅠㅠ 늘 다인실은 그렇더라구요.
어머니도 딸이 아프니 속상하고 등등 복합적인 마음에서 짜증이 나셨을지도 모르겠어요.
고기랑 돈에 풀어지셨다니 ㅋㅋ 역시 그렇습니다! 😅😆
힘든 수술 잘 이겨내신 잠자냥님 화이팅!

잠자냥 2022-02-26 10:00   좋아요 3 | URL
네, 맞아요. 평소 같았으면 아휴 엄마 왜 또 짜증이야, 하고 넘어갔을 텐데 뭐 그리 서럽다고 엉엉 울었는지 ㅋㅋㅋㅋ 고기랑 돈에 풀어질 걸 말이에요! ㅎㅎㅎ

FLAKSUIT 2022-02-26 08: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런일이,, 힘드셨군요. 어여어여 회복하시고 많이 읽고 글 써주세요. 글 기다리는 사람 드림

잠자냥 2022-02-26 10:01   좋아요 3 | URL
와, 글 기다리고 계시다는 말씀에 더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02-26 11: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책 내용 거의 말 안 하고도 이렇게 책을 읽어보고 싶게 하는 글이라니..👍
잠자냥님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저는 아파서 입원해본 적은 없고 출산 때 두번이랑 아기가 아파서 함께 입원한 적이 있는데 병원에서 조용히 있기도 푹 쉬기도 참 힘들더라고요.. 새벽에도 간호사가 와서 체크하고.. 옆 사람 체크하러 올 때도 깨고.. ㅠ
어머니께 서운하셨을 마음 너무 이해됩니다. 저희 엄마도 말을 다정하게 못 하는 분이라.. 저보다 결혼 안 한 언니에게 상처를 많이 주셨어요. 한편으로는 두돌 안 된 아이를 돌보는 게 얼마나 힘드셨을지도 이해가 되네요. 그말을 자냥님이 옆에서 들었을 거라곤 생각 못 하실 것 같아요 ㅠ
근본적으로 혈육만 보호자로 해주는 게 문제네요. 에휴.. 얼른 바뀌면 좋겠습니다.
저도 다정한 말을 잘하는 사람은 아닌데, 가끔 말 하는 거 뭐 힘든 것도 아닌데 그거 하나로 얻는 게 훨씬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표현을 잘 못 하는 사람은 손해봅니다. 자냥님 쾌차하세요~!!

잠자냥 2022-02-26 11:33   좋아요 5 | URL
괭님의 긴 댓글 구구절절 위로와 공감이 됩니다. 병원 생활은 누구에게나 다 힘든 것 같아요. 환자도 보호자도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들도. 그러니, 결론은 모두 아프지 말고 건강 챙기기! 그리고 거기에 서로 힘이 되는 따뜻한 말 아끼지 말기!

mini74 2022-02-26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희 엄마가 한 무뚝뚝하세요 ㅎㅎ전 엄마 병간호하는데 종편뉴스에선 계속 북한방송처럼 고함쳐대고, 그러다 드라마에선 막말과 불륜이 오가고. 볼륨은 또 어찌나 크며, 호구조사에 자식들 자랑에 ㅠㅠ엄마는 계속 짜증내고 ㅠㅠ 나중에 엄마가 그러시더라고요. 무섭고 두려운데 그걸 뭐라고 해야할지 몰랐다고 ㅠㅠ 저도 아부지께서 수고하셨다고 소고기 사주셨습니다. ㅎㅎ푹 쉬시고 맛난 거 많이 드세요

잠자냥 2022-02-26 15:15   좋아요 2 | URL
ㅎㅎㅎ 요즘 병실이 좋은 건! 그나마 병실 안에 텔레비전은 없더라고요! 와 만세~
미니 님도 병 간호 하느라 힘드셨겠어요. 무섭고 두려운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다는 어머니 말씀이 짠합니다.
미니 님도 건강 잘 챙기시고! 아프지 마세요~!!

다락방 2022-02-26 19: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글 읽고 서점 갔다가 이 책을 들었다놨다 했었네요. 아니 이건 잠자냥 님 다정함 페이퍼의 책... 들었다놨다 하다가 다른 책만 사가지고 오긴 했습니다.

저는 다정함이 애씀이라는 것을 최근에야 실감하고 있어요. 저는 제가 기본적으로 다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제 기분이 나쁘거나 컨디션이 안좋으면, 그러니까 제가 어떤 의식의 끈을 놓아버리면 퉁명스런 나가 그대로 발현되더라고요. 그제서야 아, 다정은 애씀이라는 말이 사실이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그 애씀은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나오는 것 같아요. 제 경우엔 특히 조카들한테 그러한데요, 한번은 엄마랑 통화하다 엄마가 조카를 바꿔줬는데, 제 목소리를 듣고 조카가 그러더라고요. ˝이모, 왜 할미한테 하는거랑 나한테 하는거랑 목소리 달라?˝ 와 그 때 얼마나 민망하던지요.

저도 수술후 입원했을 때 1인실 입원하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자리가 없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6인실인가 7인실 잇었는데, 와 한 할머니가 진짜 너무 시끄러웠어요 쉬지 않고 수다를 떨고 의사쌤이나 간호사 쌤에게 계속 뭔가 컴플레인 걸고 남편하고도 계속 통화하고.. 저는 거기서 다른 분들과 살갑게 지내기 싫어서 커튼 쳐놓고 혼자 책 보거나 했는데, 그 할머니가 답답하게 커튼은 왜 치고 있냐고 좀 얼굴좀 보자고 계속 그러더라고요. 아오.

그렇지만 그곳에서도 굉장히 다정함을 느꼈어요. 다른 아주머니들이 식사 시간에 본인이 싸온 반찬을 나눠주기도 하시고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시면서 동감도 해주시고 그러더라고요. 어찌보면 오지랖이지만 또 그 안에서 그렇게 이야기가누면서 본인들의 삶에대해 공유하는 걸 보니 마음이 좋기도 하더라고요. 그렇지만! 저는 간호사쌤께 2인실 자리라도 난 거 없냐 제발 나 좀 옮기게 해달라고 했지만, 계속 자리가 안나고 있다는 얘길 들었고, 저는 결국 의사쌤과 감호사쌤께 집에 가서 잘하겠다고 말하고 하루 먼저 퇴원했어요. ㅋㅋㅋㅋ 아니 너무 소란스러워서 정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잠자냥 님의 이 곳에 제가 다정함을 한주먹 놓고 간다는 겁니다. 여기 다정함 두고 가요. 온 몸으로 받아 들이세요! 후훗.

잠자냥 2022-02-26 23:00   좋아요 1 | URL
다정함은 애씀이라는 말 깊이 공감합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것도 다정함을 보여주는 것도 모두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다락방 님이 입원하신 병실 풍경도 제가 입원한 병실 풍경과 거의 비슷하네요. ㅎㅎ커튼 계속 치고 있는데 들락날락할 때마다 말 걸려고 애쓰던 것까지도 ㅋㅋㅋㅋㅋ 하지만 그것도 모두 아픈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신경 써주려는 다정함의 발로였겠지요. ㅎㅎㅎ 저도 병실 자리 옮겨달라고 요청은 해두었는데 끝까지 자리는 안 났고요! 하루 이틀 더 입원해도 된다고 선택하라고 하셨으나!!! 저는 퇴원일에 당장 나왔습니다! ㅋㅋㅋㅋ

다락방 님의 다정함 온 마음으로 잘 받겠습니다~

구단씨 2022-03-01 15: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이 가는 대상에게만, 내게 있는 자연스러움 그대로 다정하면 된 거 아닌가 생각하면서 살아왔는데...
잠자냥님 말씀 들으니까 조금 더 다정해도 나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나저나 다인실 정말 견디기 힘듭니다.
작년 봄에 일주일 정도 4인실에 입원했는데, 보호자 없어도 될 것 같아서 저 혼자 입원했습니다. 주변의 환자 3명은 모두 60,70,80대였고, 간병인에 보호자에... 정말 괴로웠습니다. 온갖 오지랖에 내 몸이 아픈 것보다 그 말들을 무시하면서 지내느라 고통스러웠던 시간이 기억납니다. 그나마 코로나 시국에 다행인게 방문객을 차단한 것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처럼 병실에 아무렇지도 않게 문병객들 드나들면서 시끄럽게 하고 찬송가 불러댔다면 저는 간호사들을 달달 볶았을 것 같아요. 관리 좀 하라고...

빨리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잠자냥 2022-03-01 17:04   좋아요 0 | URL
네~ 다정한 마음 표현하는 게 크게 어렵지 않다면 그걸 뭘 아끼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인실에 관한 고통은 다들 있군요. ㅎㅎ 60대 이상인 분들은 그게 또 당신들이 아픈 사람 생각해서 오지랖도 아무렇지 않게 하시는 거 같은데 사실 책 읽고 조용한 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게 참 고역이죠. 문병객 차단한 건 정말 좋았어요. 코로나가 사라지더라도(?) 그런 병원 문화는 정착되면 좋겠어요.

많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다시 출근인데 그건 좀 슬프네요. 하하하 ^^;

2022-03-11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11 15: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1-23 0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