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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
크리스 임피 지음, 박병철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무엇이든 "처음"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 '끝'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거라, 책을 접하기 전에 먼저 '우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다지 우울한 내용은 아니다.
저자는 천문학 교수이지만 이 책은 일반인을 상대로 쉬운 예를 들어가며 얘기를 풀어 가고 있다.
저자의 능력이겠지만 그리 비관적이지 않게 설명해 주며, 어떤 비유는 귀엽기도 하고 귀에 쏙 들어오기도 해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먼저, 우리 인간이 사는 '지구'라는 행성을 보자!
지구에는 눈으로 식별이 어려운 미생물부터 식물, 동물,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
말을 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 '인간'이 지구의 주인인 양 착각을 하지만, 지구의 주인은 생명체를 가진 동물, 식물, 인간 공동의 것이겠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따진다면 미생물이 주인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미생물들은 땅 속이나 바다속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지구에 사는 미생물의 개체수는 무려 6x10의 30승이나 된다고 하니... 양적인 측면으로 보자면 인간은 미생물이 사는 세상에 세들어 사는 셈이다.
또 다른 기준으로 따진다면, 오래사는 생명체가 '내가 세상의 주인'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평균수명이 100년도 채 못 되는 인간에 비해 수천년을 사는 생물이 있다하니 인간은 명함도 못 내밀 일이다. 실존하는 것으로는 지난 2008년에 무려 4,840번째 생일을 맞이한 '므두셀라'라는 별칭을 가진 '브리슬콘 소나무(bristlecone)' 가 있고, 서서히 자라는 대서양의 해면동물은 1,550년 동안 살아 온 것으로 추정된다. 장수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거북이도 200여년을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니 이쯤 되면 '인간이 주인이 맞을까?' 하는 의문에 한번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1장 당신이 늙는다는 것
2장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3장 인류는 어떻게 멸종될 것인가
4장 진화의 고속도로
5장 지구는 살아있다
6장 한꺼번에, 모든 것이 끝난다면
7장 태양과 그 형제들
8장 한 줌의 재만 남다
9장 은하수를 보라!
10장 우리는 정말 외톨이인가
11장 거대한 종말
12장 다시, 새로운 우주로
이렇게 크게 12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뒤로 갈 수록 설명하는 대상은 점점 사이즈가 커지고 있다.
인간에서 지구, 은하수와 우주로 장대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눈치챘을 거다.
그렇다. 뒷장으로 갈수록 우리가 가진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
인간이나 동, 식물은 '끝'에 대한 경험치가 많이 쌓여서 분석이 쉬운 반면에
우주는 태어난지 130억 년을 지나고 있고, 100억년을 사는 태양계와 태양은 절반의 나이인 46억년을 지나고 있다. 아직 끝을 경험해 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태양의 수명이 50억년이 남았다 하니 인간이 그 끝을 보기란, 내 아들의 후대의 후대의 후대의......아주 아주 먼 미래의 일이다. (계산하다가 잠 들겠다. 양 한마리, 양 두마리...ㅋㅋ)
그래서 당연하게도 우주와 은하의 그 끝은 상상이나 추론일 수밖에 없다.
지상에서의 돈의 단위인 '1억' 도 그 의미가 쉬이 와 닿지 않는데, 두자리숫자, 세자리 숫자인 '몇십 억년'이라는 수치는 가늠조차 힘든 터라 마음에 맺히는 감흥이 크지 않다. 내 생애와는 무관한 얘기라 듣고도 그냥 지나친다. 이런 일 말고도 일상에서 머리속에 담아야 할 정보가 얼마나 많은데, 그런 데 쓰일 에너지와 들이는 시간이 낭비되는 느낌이다.
다양한 가설과 과학자들 사이에서의 흥미로운 이슈거리들, 태양이 수명을 다하면 지구에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을텐데, 그 대안으로 어떻게 해야할 건지에 대한 상상들이 재밌었다.
일반인이 주인공인 '냉동인간'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실제로 냉동인간을 자청해서 꽁꽁 얼린 상태로 창고(?)에 보관중인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일정금액의 돈을 내면 누구나 냉동인간이 될 수 있다. 가까운 혹은 먼 미래에 해동이 되어 지금 가진 지식과 신체를 냉동전의 상태를 유지하며 깨어날 수 있을지가 의문이긴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진화로 계속 나아질 것이니 지켜보면 재밌을 것 같다.
재밌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질문들에 솔깃하다가도 우주에 관한 어려운 용어들이 나오면 남겨진 책 매수를 가늠하며 '언제 다 읽지?'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우주나 천문학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우주에 관한 배경지식이 더 많은 사람에게는 재밌게 와 닿겠다.
하지만, 이상이나 먼 미래의 일 보다는 현실에 더 많은 고민이 있는 사람들에겐 안타깝지만 비추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