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계절을 추억하며, 또 한 편의 에피소드를 남긴다.
망각이라는 블랙홀의 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가까스로 잡아챈 기억이다.
더운 여름날 저녁. 그것도 금요일 저녁이면, 시원한 맥주 한잔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다.
거기에 주말마다 올라오는 남편과 조우하는 우리 가족은 금요일 저녁은 '작은 파티'를 여는 날이다.
금요일엔 언제부턴가 [컵라면+맥주+육포] 등으로 간식과 안주거리를 준비해 둔다.
메뉴는 조금씩 달라진다. 순대볶음, 쏘야볶음 이 올라오기도 하고, 주연이와 시간이 되는 날은 한입에 넣을 수 있게 쌈을 준비하는 날도 있다. 메뉴는 그날의 시간적인 여유에 따라, 끌리는 음식에 따라 다양하다.
더위가 가신 지금은 그 작은 파티가 문을 닫았지만, 한 여름엔 몇 주 동안 계속됐던 이벤트 였다. ^^
맥주는 많이 마시진 않았지만, 캔으로 또는 패트병으로 어떨 때는 병맥주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몇 주 동안 쌓였던 빈 병이 눈에 들어왔다.
1~2병일때는 재활용 수거함에 그냥 넣었는데, 8병이 모이니 수퍼에 가져다 주는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생각난 김에 바로 남편과 둘이서 나눠들고 수퍼에 갔다.
남편 : 요즘 누가 이런걸 바꾸러 다닌대? 몇 푼이나 된다고 이런 수고를 해?
나 : 돈 때문에 그러는 거면 창피할 수도 있지. 근데 우린 돈 때문이 아니라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고, 빈 병 재활용 차원으로 반납하는 거니까 숭고한 일을 하는거야. 대단한 일을 하는 거지. ㅎㅎㅎ
빈 병 8개와 맞바꾼 350원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 : 이 동전에 표시를 해 놓으면 좋겠어. 다른 동전과 구별되게 말이야.
어째 빈병 무게만큼 무겁게 느껴지는데... ^^
남편 : ㅋㅋㅋㅋㅋㅋ
나 : 주연아! 이거 너무 무거워. 이것 좀 받아죠!
(땡그랑 동전 4개 350원을 손에 쥐어준다. 무거운 걸 들듯이 연기를 해가며...)
주연 : 어~? 이게 뭔데 엄마?
나 : 빈병하고 바꾼 돈인데, 병 무게 만큼이나 무겁다.
주연 : 엇! 진짜네! 이거 왜 이렇게 무거워!!
아~~악! 한 손으로는 무리야!! 악~ 팔이 부러질꺼 같애.
나, 남편 : 아하하하. 크크크킄
언제 이렇게 능구렁이가 되었는지...!
오버하는게 너무 재밌었다. 나보다 한술 더 뜨는게 점점 어른의 모습을 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벌써 이 만큼 커버린게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
가만히 그 날을 생각해 보니 또 웃음난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