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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시간에 소설읽기 1 ㅣ 나라말 중학생 문고
김은형 엮음 / 나라말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동화를 위주로 짜여져 있어 아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다.
그러다 중학교에 오르면 성인용 소설과 고전 소설을 교과서에 실어서 그 압박이 만만치 않다.
중1때 이미 호부호형을 허하노라... 운운하는 홍길동전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과서에 수록하는 작가들도 <중립적>인 사람들의 작품에 한정한다.
중립적이라 함은 순수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일본의 식민지에 저항했던 사람들이 한 명도 훈장을 타지 못하고, 오히려 억압받던 이승만, 박정희 시대에 남한에서는 계급 문학을 쓰레기 취급하면서 순수 문학을 주장하고 나섰다.
한홍구 선생이 그랬던가. 일본의 극우는 한국의 극우보다 훨씬 낫다고.
일본의 극우는 전쟁을 하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든 일관되게 일본의 이익을 외치는데,
한국의 극우는 카멜레온처럼 친일파, 친소파, 친미파로 변신을 일삼으니 말이다.
그래서 교과서에 수록되는 작가들 - 염상섭, 박완서, 이청준 같은 사람들의 글은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지 않다.
고교 교과서에 실린 염상섭의 삼대는 부자 삼대가 돈과 여자에 얽힌 애증을 그리는 추잡한 일제시대 지주들의 이야기다. 이게 무슨 순수문학인가. 그리고 이청준의 눈길도 의문으로 보게 되는 소설이다. 어머니와 화해하지 못하는 아들의 이야기는 지루할 뿐, 감동적이지 못하다.
중학교 교과서의 옥상의 민들레꽃 같은 작품도, 어른들의 추악함을 도식적으로 드러낸 박완서의 작품인데, 비판적인 체 하면서 조선일보와 궁합이 잘 맞는 작가의 작품이다.
하긴, 친일파 서정주를 남한 최고의 시인으로 치는 눈알들로서는 제대로 된 소설을 아이들에게 권해줄 염이 나지 않겠지만...
이 책의 힘은, 좋은 글들은 전파력이 있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는 국어 교과서가 국정의 사슬에서 풀리게 된다. 그러면 또 여기서 많은 글들이 교과서에 수록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아이들에게 순수한 마음의 소중함, 그 순수는 가치 중립적인 '증류수'의 시각이 아닌, 가난하고 뒤틀리고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을 순수한 눈과 마음으로 기록한 이런 작품들을 읽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이것이 아홉살 인생의 시점인 것이다.
박완서같은 할머니의 글은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바가 많다. 이청준의 먼산바라기는 아이들의 뜨거운 심장을 표현할 수가 도저히 없어 보인다.
아이들의 눈에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어울린다. 성장 소설들. 그 좋은 작품들을 외면하고 <보수>도 안 되는 수구 꼴통들의 극우의 시선이 사로잡고 있는 교과서 놀음에서 이젠 벗어나야 할 때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이 책은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