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시 삶의 노래
전국국어교사모임 매체연구부 지음 / 나라말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국어교사들의 연구 모임에서 <매체교육>을 주제로 책을 만들었다.

기존의 근엄한 <시>의 영역을 <동요, 민요, 유행가>의 범주까지 외연을 확대하여 학생들에게 활용할 수 있도록 참고 자료를 편 것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아이들에게 자료를 보여주고 들려주어야 할 필요성은 새삼 말할 것도 없는 시대적 요청이지만, 과연 교과서와 수업이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선뜻 이렇다할 답이 없다.

교과서는 어떠해야 할까?

시라고 하면, 이육사 윤동주 류의 저항시인 아니면, 김소월 한용운 류의 20년대 시나, 30년대 이후 의식이 바랜 김영랑 청록파 시인들의 시들을 가르쳐온 교육의 역사에서, 도대체 무엇을 가르치려고 했던 것인지 알 수 없다.

교육이라고 하면 의도적으로 어떤 재료를 아이들에게 들이 밀어야 하는데, 중학교 1학년 1학기 첫 단원의 김지하 시는 당최 무슨 의도로 실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절절한 절창으로 기억된 김지하 시인의 피끓는 맥박의 숨소리가 살아있는 시들은 다 버려두고, 거세된 수캐마냥 벚꽃 너도 좋다고 해살거리는 김지하 시를 시라고 실어 둔 건지... 참고서들에는 조화로운 삶의 중요함...을 주제라고 써 두었다마는... 참 실없는 교과서다.

이런 교과서로 시를 가르치다가는 시에 대한 마음을 그리치기 쉽다.
시는 그냥 어렵고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착각하면서 교육을 마칠 수도 있다. 수능에 시를 내는 사람들의 취향도 가지각색이어서 시교육이란 결코 쉽지 않은 분야다.

시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들이밀어야 하는지를 이 책은 가르쳐주고 있다.

결국, 인간의 언어는 리듬과 멜로디를 통해 새로운 맛을 엿볼 수 있는 것이고, 시와 유행가는 여기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교사라면 아이들이 듣는 최신 유행가도 들어 가면서 필요한 요소들을 추출하여 가르칠 용기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저 옛것이 좋다고, 좋은 것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교사는 박물관의 박제처럼, 굽어버린 낙타 등허리를 한 늙은 선생이 되어버리기 십상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교사들에게 좋은 지도의 틀을 보여 준다.

아쉬운 점이라면,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이런 학습의 모습들이 과연 아이들의 언어 사용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것인지... 아이들의 감수성을 깊게 할 수 있는 것인지... 늘 자신감이 없다는 점이다.

국어 교사들이 만든 책인데도, 115쪽의 수면의 한자가 水綿으로 잘못 적힌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그리고 요즘 세대 교사들이 만든 것인지, <광주 출정가>를 몰라서 출전가로 적은 것도 신뢰를 떨어뜨린다.

오랜만에 김준태의 감꽃을 만난 것은 반가운 일이었다.

감꽃/ 김준태 시
어릴 적엔 떨어지는 감꽃을 셌지/ 전쟁통엔 죽은 병사들의 머리를 세고/
지금은 엄지에 침을 발라 돈을 세지/ 그런데 먼 훗날엔 무엇을 셀까 몰라.

고전 시가 기아사(寄兒死, 아이의 죽음에 부침)를 만난 것도 고마운 일이다.

九歲七年病   구 년 동안에 칠 년을 병으로 앓다
歸訛爾應安   땅 속으로 떠났으니 차라리 편하리
可憐今夜雪   하얀 눈 퍼붓는 이 밤
離母不知寒   어미를 떠나 춥지는 않은지(여기도 부지를 '불지'로 적은 것도 아쉽다. 젊은이들에게도 한문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 적어도 국어 교사가 될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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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주나무 2006-09-1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제게 절실히 필요한 책이군요. 퍼갈게요^^

2006-09-11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몽당연필 2006-09-11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쪼개고 나누는 게 아니라 사과를 베어물듯 통째로 먹어야 한다...는 김상옥님의 글이 생각나는군요.
국어선생님뿐만 아니라 부모와 아이들도 읽어봐야할 책인 것 같아요.

글샘 2006-09-1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승주나무님... 교육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님의 고민과 계획을 제가 들을 주제가 될는지는 모르지만... 메일 주소는 shy3042@hanmail.net입니다.^^
몽당연필님... 그래요. 시는 통째로 맛을 음미해야 하는 건데요... 어쩌다 보니 배부른 놈들의 전유물처럼 되어버렸지요. 부모님들이 읽어도 좋을 것입니다. 다만,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활용하기 위한 책이라 일반인들이 보기엔 값이 좀 비쌉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