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이름 참 거창하다. ㅎㅎㅎ

제목도 참 멋지지 않은가. 무기와 병균과 철기가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 냈다는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가, 온 세계로 번져 갔는데, 왜 어떤 지역의 사람들만이 경작을 하거나 가축을 기르고, 어떤 지역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농경에 성공할 수 없었는지를 곱씹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책이 700 페이지 가까운 두께를 갖고 있다는 것이고,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그 두꺼운 책이 그닥 어렵지 않고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다만, 좀 끈기가 요구되는 책이긴 하다. 그림도 별로 없고, 오로지 다이아몬드 머리에서 나온 말빨로 두꺼운 책이 가득하다.

유라시아 대륙은 온대 기후의 횡적 이동으로 농경과 문명 발달에 이점이 있었으며,
사하라 이남이나 아메리카처럼 종적 이동이 이뤄진 곳에서는 아무래도 지리적 조건이 문명이 발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를 수많은 인류학적, 과학적 고찰을 덧대가면서 설명한다.

언어에 따른 문자가 생기고, 정보의 정확한 전달을 통한 체계적 지휘 계통이 지배자들의 힘이었다는 것.

미국놈들이 지적 재산권 운운하는 권리를 휘두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가 있으려나.

이 책을 쓴 이유는 딱 하나다.

어메리칸 인디안, 아프리카 흑인, 오스트렐리아 원주민들이 <떨어진 종>이기 때문에 뒤처진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

그들이 백인들의 지배를 받고 멸종 위기까지 이른 것은, 백인들이 똑똑하고 우월한 인종이어서가 결코 아니라는 것.

그것은 단지 지리적 요인에서 기인한 문명의 발달, 그 총, 균, 쇠와 문자, 식량, 가축과 관련된 풍족한 생활에서 연유한 것이라는 것을 밝히려는 책이었던 것이다.

오늘도 이스라엘이란 앞잡이를 이용하여 서남아시아를 전쟁터로 만들고 있는 미국이란 백인들의 깡패 종주국은 <역사>도 없고, <지리적 이점>도 없으면서 오로지 <전쟁을 통한 기회주의적 통치술> 하나로 세계를 주름잡는 국가가 되어버렸다.

오만한 미국의 앞에선, 시커먼 니그로들이나, 무식하고 잔인하기만 한 원주민들, 아시아의 누런 인종들은 더럽고 추접기 짝이 없는 저질 인종들일 것이다.

히틀러처럼 명백하게 드러내진 않았지만, 조선에서 탱크에 몇 놈 깔려 죽으나 레바논에서 수천 명의 아이들이 죽어가나, 이라크의 포로들을 희롱하며 놀거나... 모두 동네 개가 차에 깔려 죽은 일보다 못한 일들일 것이다.

이론적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는 책을 읽으면서, 이론과는 전혀 합치되지 않는 세상을 둘러 보면서 그저 마음이 허전하고 허허롭고 쓸쓸하다. 이라크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의 피와 눈물이 흐르는 <초생달 지역>을 보고 있노라면, 인간이란 종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

아름다운 이론처럼, 인종간의 차이는 지리적 요소에 의한 사소한 것이므로, 인간의 존엄성을 생각하며, 백년도 전에 잭 런던이 쓴 소설처럼, <형제 인류애 시대>가 올 날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일까?

그의 <안나 카레니나> 비유는 아주 멋지다고 생각했다. 성경을 인용한 것도...

부름을 받는 자는 많다. 그러나 선택당하는 자는 적다.(그래, 스님되는 이도 많고 수녀도 많지만... 세상엔 정말 수도자가 많지만, 목적을 이루는 이는 적다. 마음 공부는 인생의 충분 조건이 아니라, 필요 조건으로 만들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행복한 가정은 다들 거기서 거기로 보인다. 그렇지만,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모두 다르다.
그렇다. 행복은 정말 많은 것들이 유기적으로 엮인 베네딕트 통과 같은 것이다. 어느 하나가 조금 모자라도 바로 표가 난다. 누가 아파도, 경제적으로 조금 어려워져도, 공부를 못해도, 실직을 해도... 열 손가락 중, 하나만 아파도 사람은 아프다고 하듯이, 불행한 가정이 되는 이유는 남들이 보기엔 사소하지만, 그 집엔 그것이 전부다.

자연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집단도 마찬가지다. 어느 하나 부족한 것, 그것때문에 늘 남들보다 뒤처지고 남들에게 멸시받게 되었던 것이다. 과학과 인문학적 소양이 어우러진, 그야말로 통섭consiliance이 이뤄지는 글을 읽은 느낌은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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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27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두꺼운 책이군요. 이 책 한 권 읽을려면 이번 여름 다 가겠는데요. ㅠㅠ
저도 인류학쪽으로 관심이 많은데,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같은 저자의 제3의 침팬지도 재밌습니다.^^

쩡발 2014-11-28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께에 압도되어 사두고 읽진 않았는데, 이 글을 읽고 나니 도전정신이 생기네요!

글샘 2014-11-28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두꺼운책은 부담스럽죠 ㅋ

ddoddony 2014-12-22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DOLTOP 2015-05-13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할 의무 같은게 생기네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