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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평점 :
나도 방 하나를 서재랍시고 책을 쌓아 두고 사는 사람이지만,
이 사람은 좀 심하다.
가장 큰 방을 서재로 쓰는 건 그렇다 치고, 책에 대한 사랑이 번져서 욕심이 되어버린 거나 아닌가 싶다.
우스개라고 하는 소리가 아내와 갈등을 빚는 듯이 쓰는 것이 좋게 들리지 않는다.
물론 진지 모드로 그 이야기를 쓰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책을 소개할 때는 좀 진지해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우스개가 너무 많다 보니, 책이 정말 괜찮은 건지,
아니, 책을 이야기하려고 우스개를 넣은 건지, 우스개 속에 책이 묻어 가는 건지 좀 헷갈릴 정도다.
이사 다닐 때 책이 가장 골칫덩이다.
옷은 아무리 많아도 보따리에 퐁당 집어 넣으면 벌것 아닌 짐이 되지만,
책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이것이 싸고 옮기고 정리하는 일이 장난이 아닌 것이다.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도 2015년 새판형이 나와 다시 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분명 1992년에 나온 초판보다 모든 면에서 가독성이 뛰어나지만
어쩐지 김현의 향기가 구판보다 덜 느껴지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김현의 저작은 눈이 좀 아프더라도 누런 구형 종이 위에
오밀조밀 박힌 글씨로 읽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 것이다.(33)
이건 나도 그렇다.
김현이나 법정 스님의 책의 경우, 옛날 판형이 더 익숙한 느낌이랄까.
젊은 날의 초상, 변경, 태백산맥, 장길산 정도만 곱씹어도 짧은 인생이다.
인터넷과 게임 그리고 알바 세대가 쓴 작품이 내가 곱씹어 읽을 정도로 공감과 추억을 줄 리가 없다.(58)
나는 그와 이런 지점에서 생각이 다르다.
'알바' 세대는 엄연히 새로운 세대로 자리잡고 있다.
그들의 호흡이 있고, 그들의 사고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장길산, 태백산맥이 명작인 것은 분명하지만,
장강명의 '알바생 자르기'나 천명관의 '퇴근' 같은 작품이 오히려 현실이 된 것을 부정할 순 없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나 황정은의 '나나와 나기'의 세대가 들려주는 목소리가 장길산이나 태백산의 유장한 가락과 다르다고 해서 부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같이 읽고 싶은 책을 많이 만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가 너무 산만해서 책에 대해 집중하기 힘든 것이 이 책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물론, 이런 개그풍을 좋아하는 사람은 또 다를 것이지만...
'쿨한 남자 김갑수의 종횡무진 독서 오디세이'라는 부제를 가진 <나의 레종 테트르(존재의 이유)>라는 책을 읽고 싶었다.
닮고 싶은 문체로 김현의 '행복한 책읽기'를 숭배해 왔는데,
김갑수의 글은 배우고 싶다기보단 통째로 외우고 싶은 욕구가 인다.(235)
최고의 찬사일 것이다.
내가 쓸데없이 고루한 인간이기도 하겠지만,
조금 진지한 어투로 서평집을 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