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식민지, 한미 FTA
이해영 지음 / 메이데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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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가끔씩 읽고 있던 참에, 피디 수첩에서 한미 FTA를 다뤘다. 황우석 이후, 매스컴이 가야할 길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해영 왈, FTA가 아니라 <한미 FTA>라고 명확히 해야 한단다. 옳다. 지금 문제시 되는 것은 미국과 한국 두 나라간의 골치아픈 문제다.

그런데, 한미 FTA의 문제점은 마찰력 없음이다. 형식적으로는 경제적 협상인 듯 보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정치적 예속에 불과하다. 한국 정부는 협상의 결렬은 한미 동맹 파탄이라는 <공미주의 恐美>를 반복하고 있다. 이건 숫제 냉전 시대의 간첩단 사건 이상이다. 예전엔 꿈에 인민군이 쳐들어왔다면, 이젠 미국놈들이 쳐들어올 판이다.

1986년 한미 지적 재산권 협정에서 전두환 정권은 대내적 정당성 기반이 허약했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 <주권이 있는 두 나라 사이에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양보를 했다는 글을 보면서, 이십 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나아 졌는지 돌아 보면 무섭기만 하다.

이제 냉전의 시대는 갔지만, 경제 전쟁, 경제 식민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특히나 한반도는 미국과 북한의 <열전>의 가능성도 아주 높은 지역이다.

정부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미국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고...

이해영씨는 정부의 <IT 중심의 고용없는 성장 JOBLESS GROWTH은 빈부 격차만 양극화 시키고 심화 시킬 뿐>이라고 결론내린다. 무서운 일 아닐까?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은 고용이라니... 공무원 신분인 나조차도 두려울 따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선배를 모시는 후배의 친절한 자세로 나라를 팔아먹고 있다. 백년 만의 을사 오적이라 할 만한 일이다.

과연 이 사태가 서비스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며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단 말인가? 정부의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말을 들으면 그들의 장밋빛 미래를 정말 믿고 싶어진다. 개방이 성장과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를 말이다. 제2의 발전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객관적인 자료로 봐서는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지옥일 것이 불보듯 뻔하다. 아들에게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눈물나는 일이다.

자유무역 FT은 강자를 보호하는 대미종속을 강화할 따름이다.
고도의 협상 전문성을 가진 미국의 치밀한 준비, 국익에 대한 명료성, 의회와 업계 협상자의 공조, 북핵의 압박과 영어..같은 모든 면에서 절대적인 한계를 노정하는 한미 FTA를 저자는 바둑 초단이 9단에게 4점을 깔아주고 대국을 시작한 형국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영화, 약값, 쇠고기의 4가지 선결 조건을 상납하듯 미국에 바친 한국 협상단.
이제 나도 미제 자동차를 신나게 타고 다닐 길이 열렸다. 배기가스를 뿡뿡 뿜어내면서...
수퍼맨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소생을 아이맥스 영화로 보면서 최민식의 밥맛없는 얼굴에 침을 뱉는 자랑스런 미국인이 될 수 있겠다.
한국산 저질 유사 약품에서 벗어나서 미제 엑스타시에 몽환적인 미래를 맡겨도 아름답지 않은가?
광우병 걸린 소새끼가 간혹 있겠지만, 우리에게 미제 쇠고기는 풍족한 영양가를 제공할 것이다.

호주는 국가-기업간 제소를 금지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미국의 일정에 맞춰서 하루 빨리 도장을 찍어주고 징그런 미소를 짓는 새끼들의 낯짝을 보는 일은 정말 역겨운 일이다.

법적으로 미국이 무조건 승리하는 정의로운 날이 우리 눈앞에 있다.

저자가 절차적 흠결이라고 잡는 사소한 것들은 정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듯 하다. 이제 공청회도 마쳤지 않은가.

아, 내년부터는 7월 4일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자. 당당하게 독립 기념일에 우리도 쉬고 싶다.
종속 기념일에 편안하게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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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7-07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회에만 가면 국민의 소리를 못 듣는, 못 들은 척하는 정치인들!!
그들에게 보청기를...ㅠㅠ

비로그인 2006-07-2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미 FTA, 요즘은 조용한데... 정말 무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