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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 커피와 다방의 사회사, 인사 갈마들 총서 1 ㅣ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오두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별 다섯 개를 붙인 이유 : 알찬 내용과, 신선한 시각과, 자료의 수집, 활용, 분석에 감동하였음.
전부터 몇몇 리뷰를 보고 그저 커피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주된 저자 오두진이 대학생이었음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물론 강준만 교수가 공저자로 활동했지만, 이런 자료 수집과 책의 제작은 예사 물렁한 작업은 아닌데 말이다.
한국처럼 지방대를 우습게 여기는 나라가 또 있을까?
하긴 한국이야, 서울 공화국과 시골로 크게 둘로 나뉘는 특이 구조인 나라니깐,
서울대(서울에 있는 대학)와 서울 약대(서울에서 약간 떨어진), 서울 상대(상당히 떨어진...)가 존재한다지만... ㅋㅋ 남서울대가 천안에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지방대 학생들 중에서도 실력있고, 능력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은 나이드신 분들이 다 알겠지만,
지방대 학생을 우습게 안다는 사실을 요즘 애들은 더 잘 안다.
지방대 교수들이 제발 지방대 학생들 북돋워서 합작 프로젝트로 이런 책 좀 많이 내 줬으면 좋겠다.
사회의 변동이 아주 빨랐던 근현대의 한국에서 <커피>와 <다방>의 존재는 근대의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그 사회사를 따져보는 것은, 한국의 굴곡 많은 현대사를 다양한 방면에서 살펴본다는 점에서 유익한 작업이다.
개화기, 고종의 입맛을 당겼던 커피부터,
일제 시대, 일본에 유학한 젊은 문인들의 다방 문화,
미군정과 전쟁을 거치면서 일반인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개된 커피 문화,
6,70년대 개발 독재 시대의 낭만과 울분을 삭여준 음악 다방과 <커피 한 잔>.
가정 방문때 내놓던 맛을 가늠하기 힘든 어머니표 커피,
커피의 한국화, 다방 커피와 달걀 띄운 모닝 커피.
요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테이크 아웃 커피와 한국적 다방의 토착화인 티켓 다방.
커피와 다방이란 소재로 이렇게 다양한 현대사의 스펙트럼을 보여준 두 사람의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난, 아직도 <커피>라고 하면, 이효석의 배부른 커피론이 떠오른다.
6차 교과서까지 실렸던 그의 <성적 은유로 가득한 성인 소설> '메밀꽃 필 무렵'으로 유명했던 이효석.
일제 시대, 동포들은 감옥에서 만주 벌판에서 갈라진 손으로 차가운 총신을 부여안고 떨던 그 시절에,
낙엽을 태우면서 이런 썩어빠진 <발칙한 생활>을 느끼고 있었으니 말이다...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
백화점 아랫층에서 커피의 알을 찧어 가지고는,
그대로 가방 속에 넣어 가지고,
전차 속에서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싸늘한 넓은 방, 침대, 크리스마스 트리, 색전등, 트리....
이것이 생활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효석, 낙엽을 태우면서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