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를 사랑하는 법 - 자연에 대한 잠언 시집
류시화 엮음 / 나무심는사람(이레) / 1999년 4월
평점 :
절판


서문 대신으로 류시화가 올린 우화가 재밌다.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사람이 온갖 씨앗을 심었는데, 그 정원엔 그가 원하는 꽃 말고 민들레만 잔뜩 피었다. 민들레를 없애려고 갖은 방법을 썼지만, 노란 민들레는 계속 피어났다.
마침내 그는 정원 가꾸기 협회에 민들레 제거하는 법을 문의했다.
협회에서 제시한 퇴치법은 그가 모두 시도해본 것들이었다.
그러자 정원 가꾸기 협회에서 마지막 한 가지 방법을 일러 주었다.
그것은, "그렇다면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였다.

요즘 황박사와 관련된 뉴스 거리들이 점점 짜증나기 시작한다.
꽃길을 만드는 짓도 유치하고, 신앙 고백이나 하는 듯한 사진도 불쾌하다.
이런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다.
탈 한국인으로 살고 싶단 생각이 자꾸 든다.
그렇지만,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일까?
벗어날 수 없다면, 즐겨야 하는 것인가? 카르페 디엠... seize the day...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들이 교차한다.

류시화의 글을 누군가는 보증수표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진/우맘님이셨던가?
나도 도서관 서가에서 류시화만 만나면 일단 뽑고 본다.
배울 점이 늘 생기기 때문이다.

바다와 조개 / 랄프 왈도 에머슨

아름다운 조개는
바닷가에 있고,
파도의 거품이 조개 속
진주를 반짝이게 했다.
나는 그 바다의 보물을
집으로 가지고 왔다.
그러나 그것은 초라하고
보기 싫은 하찮은 물건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태양과 모래와
파도소리와 함께
바닷가의 그것의
아름다움을 두고 왔기에.

꽃 / 라첼 카슨

대지는
꽃을 통해
웃는다.

가치 / 에바 스트리트마터(중세 독일 여류시인)

삶에서 진정으로 값진 것들은 모두 갑이 없다네.
바람과 물, 그리고 사랑처럼.
삶을 값진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모든 값진 것들에 값이 없다면.
그 답을 우리는 어릴 적 가난한 시절에 배웠네.
어릴 적에 우리는 그냥 모든 것을 즐겼다네.
공기를 공기의 가치에 따라,
물을 하나의 생명수로서,
또한 탐욕이 깃들지 않은 사랑을
우리는 기꺼이 받아들였네.

너무 많은 것들 / 알렌 긴스버그(미국 현대시인)

너무 많은 공장들, 너무 많은 음식, 너무 많은 맥주, 너무 많은 담배
너무 많은 철학, 너무 많은 주장,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공간, 너무나 부족한 나무
너무 많은 경찰, 너무 많은 컴퓨터, 너무 많은 가전 제품, 너무 많은 돼지 고기
회색 슬레이트 지붕들 아래, 너무 많은 커피, 너무 많은 담배 연기, 너무 많은 종교
너무 많은 욕심, 너무 많은 양복, 너무 많은 서류, 너무 많은 잡지
지하철에 탄 너무 많은, 피곤한 얼굴들,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사과 나무, 너무나 부족한 잣나무
너무 많은 살인, 너무 많은 학생 폭력, 너무 많은 돈, 너무 많은 가난
너무 많은 금속 물질, 너무 많은 비만, 너무 많은 헛소리,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침묵

침묵해야겠다. 너무나 부족한 침묵. 너무 많은 비만에서 심장이 쿡, 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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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마개 2005-12-0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류시화는 싫어하지만 샘의 생각에는 공감만땅이예요.
어제 뉴스 보면서 그냥 막 웃었어요. 어이가 없어서...
그리고 저의 소원도 탈한국이랍니다.

글샘 2005-12-07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당 하나 만들까요?
탈한국당 ㅋㅋㅋ

흐르는 강물처럼 2006-02-1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감동적인 글입니다. 글샘의 글 몽땅 읽고 싶어요. 시 좀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