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조등도 없이

터널에 진입하는 그 느낌

 

"전방에 터널이 있습니다

그 터널을 지나는 데 21개월이 소요됩니다"

 

안내문도 하등의 위안이 되지않는

캄캄한 터널 속

 

긴장의 연속이며

피로한 나날의 지나감

무의미한 시간들로 가득하고

사회에서의 격리감으로 짙은 회의를 느끼는

이들의 나이 갓 스물

 

청소년들을 모아

살인 병기로 만드는 터널

군대

 

차츰 어둠이 익숙해지고,

자기와 같이 가는 존재들에 위안을 받으며

아직 자기보다 뒤에 남겨진 존재들도 많음을 뻐기며

출구에 가까워지기만을 기다리는 곳

 

그 터널은 나와도

어떤 보상도 없고

그저 사회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여자 동기들에 비해 늦은 학교에 적응하면서

취업 준비와 독립해야한다는 허둥거림에 바쁜 곳

 

여자 친구도 떠나고

가족들과 연락도 제때 닿지 못하고

늘 익숙하던 휴대폰, 페이스북, 카톡에서 격리된

가깝지만 낯선 이국

군대

 

차곡차곡 진행되는 일상에

자칫 뒤처지는 동료나 후임에게

공존의 손길 내밀기보다는

성질부리고 모멸감주기 쉬운 계급 사회

 

민주주의의 햇살은 전혀 비치지 않는

캄캄한 터널 안

아직도 많은 어린 아이들이

이라크 전투에서 죽음 미군보다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는 곳

 

이라크 전투 5년에 4,500명 사망

1년에 900명 사망한 꼴

한국 군인 연간 사망 1,000명 이상

비전투 인원의 손실은

원인이 있을 터지만

 

아들 가진 부모 마음은 한 가지

그 터널을 어떻게든

무사히

무사히

통과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죄없어서

죄지은

죄인의 심정

 

터널을 선택해서 가는 수는 없는 걸까?

터널 안에 조명을 달아야 하는 건 아닌 걸까?

 

환하디 환한 세상에서 살던 홍채는

갑자기 캄캄해진 터널 안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

한동안은 시력 상실을 겪게 마련

 

아들은 군에 보내고

날마다 조바심치는

그 죄인의 이름은

부모

 

"한국전쟁의 총성이 멎은 뒤 지금까지 60년 동안 군대에서 목숨을 잃은 젊은이의 수가 베트남전쟁에서 전사한 5000명을 제외하고도 군대 용어로 '비전투 인명손실'이 거의 6만명에 육박한다. 한국군에서는 전쟁을 하지 않고도 매년 1000명의 군인이 죽어나간 것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지난 3월 8일 <한겨레>에 기고한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1980년대 이후 군 복무 중 사망한 장병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한 해 평균 130명 이상의 젊은이들이 군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사흘에 한 명 꼴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14-08-07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일병 죽음에 넘 무섭더라고요

글샘 2014-08-07 11:19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군대 가는 아이들의 공포가 얼마나 크겠어요...ㅜㅠ

transient-guest 2014-08-14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때 미국에 왔기에 병역은 면제가 되었지만, 한때 군대를 꼭 가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철없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만 드네요, 갈수록. 내성적인 반면에 또 반골기질이 강한 편이라서 갔더라면 엄청 두들겨 맞다 나왔을 것 같아요. 전투가 없이 지금까지 6만명이나 죽었다는 그 자체가 대한민국 military가 어떤 조직인지 말해주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