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명, 어느 날
스티븐 에모트 지음, 박영록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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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철학적 통찰'을 위한 책이다.

 

돈을 만지고,

권력을 잡은 자들은 말한다.

인류의 미래가 파멸의 골짜기로 달려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만치,

인류는 어리석지 않다고...

 

그러나, 그들의 말은 어디까지나 멋진 수사일 따름이다.

'토론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을 보면,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얼마나 토론과 상대의 설득에 능한가를 자세히 분석한다.

그렇지만, 그 프로그램에서 빼먹은 것이 있다.

오바마의 대부분의 언술들은, 미국 대중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것들이지,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진심에서 우러나는 철학적 언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데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는 오랜 동안, 두려움에 시달릴 지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 식량의 미래를 위협할 두 가지 위기가 분명히 닥쳐올 것이다.

첫 번째 위기는 인산염.

우리는 식량 생산할 때 거의 전적으로 인산염 비료에 의존한다.

그런데 인산염 보존량이 유한하여 이번 세기 안에 고갈될 것이다.

고갈 여부가 아닌 고갈 시기의 문제인 것.

인산염이 바닥나게 되면, 전 세계 인류가 다 먹을 만큼의 식량 생산은 불가능해질 것이다.

 

두번째 위기는 농산물 수확을 망치는 새로운 곰팡이 병원균의 출현.

(이는 가축에게도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

이제까지는 트라이졸이라는 화학 물질만으로도 모든 주요 곰팡이 병원균이 병을 일으키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았지만,

병원균들의 진화로 트라이졸이 효과가 없게 될 경우,

우리는 대규모 기근에 시달리게 될 위험이 있다.(135)

 

물 역시 문제다.

이명박 정부에서 쌓은 댐이 지금 온 강물을 다 썪게 만들고 있다.

그 댐을 폭파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하는데,

저런 것을 구속하지 않고 뭐하나 모르겠다.

 

새로운 전 지구적 유행병의 발생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문제는 시기일 뿐이라는 견해가 역학자들 사이에서 점점 더 세를 얻고 있다.(141)

 

기후이민자가

물 부족, 식량 부족과 함께 이동하여,

부족한 자원을 차지하려 무력 충돌을 겪게 될 것이다.(152)

 

일견 생각하면, 지나친 불안감 조성이라고, 과도한 걱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특히나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이런 근거없는 불안증이야말로,

비학문적이라고 할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비효과가 세상을 뒤집을 수 있음을 이제 보지 않았는가.

원자폭탄의 피해자이면서도 원자로를 건설했던 일본이 뜨거운 맛을 본 것이 불과 3년 되었다.

 

인류가 맞부딪히게 될 미래의 악몽을 해결하는 두 가지 선택.

1. 혁신적 기술 개발

2. 인류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둘 다 불가능해보인다는 것이 저자의 비관적 통찰이다.

 

어떠한 혁신적 기술의 개발에도

오염 물질을 매우 많이 배출하는 작업과 병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했을 대,

당장은 이성적 비관론자가 되는 게 분별력 있는 선택.(170)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하면,

 

각국 정부는 이렇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여론과 과학적 불확실성을 구실로 정당화하고 있다.(179)

 

그렇다.

우리 동네에도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

공자가 '이름을 바로 붙이'라고 했다.

'고리'라고 하면, 완전 시골 깡촌일 듯 싶지만,

사실은 '부산 원전'이다.

여기서 나온 전기가 '밀양'을 거쳐, 서울로 간다.

 

밀양에서 경찰들을 동원하여 억압한 돈이면,

이미 지중 매설이나 우회의 대안을 실시하고도 남았다고 한다.

정부라는 '괴물'은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한 '협상 기구'가 아니다.

그것이 개인이 싸워야 하는 이유다.

 

<외부효과>가 비용으로 계산되어야 한다.

'공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경제성 타산만 계산기를 두드리면,

그 외부에 있는 환경, 후손의 생태계 문제는 결국 파괴쪽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주는 것은 그러므로... 별로 없다.

그렇지만, 위기가 심각함을 깨닫고,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비루한 정부를 가졌음에,

더 좌절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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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7-03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껏 돈과 권력이 있는 자들의 주장이 맞았던 이유는 전지구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전지구적으로 변화하면서 (에너지, 자원, 사회 제도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고 이미 전지구적인 상황에서는 ...

실질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예상되는 결과는 파국이겠죠.

transient-guest 2014-07-08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술혁신보다는 역시 paradigm shift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개인차원으로는 가능하지만 사회차원에서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는 이미 이런 저런 모임들이 곳곳에 흩어져서 문명의 붕괴를 대비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 급진적인 우파 무기수집광부터 히피즘을 계승한 것 같은 사람들까지 천차만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