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감각 기르기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거침없는 대화 지식여행자 1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옥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 여사가 사망한 것이 2006년이니 벌써 7년이 다돼간다.

그렇지만, 그 이후 한국에선 마리 여사 책이 부지런히 출간되고 있다.

 

이 책은 마리 여사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대담한 내용이다.

역시 유쾌하고 재미있고 흥미롭고 배울점이 많다.

 

친구를 선택하려면 책을 읽고, 6할의 의협심과 4할의 정열.

책을 읽는 것도 친구의 조건으로 중요하죠.

그렇죠. 책을 안 읽는 사람은 현실적인 데다 사고에 깊이가 없으니까.(31)

 

나이들면서, 친구라는 말처럼 허망한 게 없단 생각을 한다.

친구야~ 하는 이름으로 만나는 모임은, 무슨 동창회 행사 할 때 인원과 돈이 필요할 때이기 쉽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서 답답한 일을 이야기나눌 직장 동료도 필요하지만,

참 한국에서는 지적 작업에 종사하는 교사들조차도 책읽는 사람 만나기 힘들다.

책을 읽지 않는 데 대한 문제 의식도 별로 없는 듯 해서 답답하다.

 

요네하라 하고 얘기를 하다보면 전염되고 말아요.

그런 유머 감각이 있다는 것은 머리가 무척 좋다는 증거지요.(59)

 

까라마조프네 형제들에서 '똑똑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유쾌하다' 같은 말을 읽은 기억이 난다.

나이에 상관없이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은 머리가 좋은 게 맞다.

 

성차별이 왜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는 저에게 중요한 주제였어요.

선생님이 "여자는 존재고 남자는 현상"이라는 정의를 내리셔서 무척 반가웠어요.(68)

남자들은 자기라는 존재에 대해 절대적인 자신감을 못 가지거든요.(196)

 

성차는 분명 존재한다.

여성적인 것은 '존재의 본질'에 다가서는 '음'의 기운에 가깝고,

남성적인 것은 '존재의 현상'을 반영하는 '양'의 기운에 가깝다.

일양일음 하는 것이 존재의 양태지만, 음양의 차이를 이렇게 정의하는 일도 재밌다.

 

이웃나라를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할 때는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는 그 나라 자체가 이상한 경우가 많다.(89)

 

한국은 무지 폐쇄적인 지정학적, 역사적 환경을 가지고 있어 이렇게 살기 쉽다.

마리 여사처럼 세계적 마인드를 품은 사람이 본다면,

일본도 한국도 참 갑갑한 우물안일 것이다.

 

학생도 학부모도 얼마나 재미있고 알기 쉽게 가르쳐주는가 하는 점만으로 선생님을 평가해요.

선생님은 하나의 무대를 만들듯이 매번 평생 잊지 못할 수업을 해주었어요.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네요.(94)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그리고 아이들과 어떤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가를

학교에서 설정해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인데,

나는 지금... 점수 올리기 위한 공부를 가르치는 사교육에 가까운 선생이다. 부끄럽다.

 

9.11 폭파 영상을 보고... 20% 정도는 통쾌하다는 생각을 했어요.(103)

미국은 지금까지 세계 여기저기서 그보다도 훨씬 더 심한 짓을 해왔잖아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북베트남, 한국전쟁때 북한군에게, 이라크...

 

이런 솔직함과 넓은 사고가 그의 매력이다.

아~ 진정 마리 여사의 책은 시나브로 종결지어지고 있단 말인가?

내가 빌려왔다가 읽지 않고 돌려보낸 책으로 '올가의 반어법'이 있는데,

이제 그 책마저 읽으려고 주문해두고 있다.

 

마음산책에서 내 마음을 산 마리 여사 책을 더 부지런히 내주면 좋겠다~

 

--------번역에 대한 시비 두어 개

 

번역의 과정에서 '아와레, 오카시'에 대하여 '모두 감탄사'라고 한 부분은 유감이다.(207쪽)

아와레, 오카시는 일본 고전문학의 '정취'를 일컫는 말인데...

 

그리고 '스카토로(대변 등을 소재로 하는 변태 행위)', 혼네와 다테마에(진심과 겉으로 드러난 친절) 같은 말들을,

독자들에게 특별한 해설 없이 들이미는 것도 좀 낯선 번역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입장보다는 일본어에 문외한인 독자들의 편에서 글을 고려할 수 있어야 훌륭한 번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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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3-04-30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요네하라 마리 언니님의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역시 대단하다 싶어요.
너무 일찍 가셨다 싶어 항상 아쉽습니다. 좀 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면서 좋은 글도 좋은 말도 많이 나누어주셨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글샘 2013-05-05 23:47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설렁설렁 농담을 섞어가면서 말하는 중에, 다부진 뜻이 가득 들어있지요.
시야도 상당히 넓어서, 일본인들에게서 배워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입니다.

koh 2013-05-1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자 김옥희입니다. 우선 관심을 갖고 꼼꼼이 책을 읽어 주신 점 감사드립니다. 번역과 관련하여 지적하신 사항에 대해 역자로서 답변을 해야 할 것 같아 글을 씁니다.
우선 '스카토로'에 대한 지적에서 '특별한 해설 없이' 그런 용어를 쓴 걸로 되어 있는데 62쪽에 분명히 옮긴이주를 달았으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혼네나 다테마에 정도는 신문기사에서도 그냥 쓸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는 단어라서 주를 생략했습니다. 지나친 옮긴이주가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리듬을 깰 수도 있기에 역자로서는 조심스럽거든요. 학문적인 서적이 아니라 가벼운 대담집의 경우에는 더더욱 조심스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오카시'와 '아와레'에 대한 지적입니다. 분명 둘 다 일본의 미의식인 것은 지적하신 대로입니다. 제 전공이 일본고전문학이기에 그 단어들이 그런 미의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물론 숙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후문맥으로 봐서 과연 그런 깊이 있는 뜻으로 쓰였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는 거창한 미의식을 운운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가볍게 처리한 것이지요. 미의식에 대해 상세한 옮긴이주로 인해 대담의 경쾌한 리듬이 깨질까 염려한 결과입니다.

역자로서 항상 어디까지 옮긴이주를 달아야 할지는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과잉친절과 불친절 사이에서 적정한 선을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역자에게는 있습니다. 적절한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견이 있으시면 다시 글을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글샘 2013-05-21 08:0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
번역자께서 친히 댓글을 남겨 주셔 영광입니다.

제가 시비를 건 뜻은~ 일반적인 독자로서 그렇다는 것이지, 역자의 전문적인 식견에 시비를 걸고싶었던 건 아니구요.
1. 스카토로는 제가 잘 몰랐던 단어여서 그랬는데, 일반적인 일본어 단어도 아니고... 주가 달려 있었군요.
2. 혼네나 다테마에가 보편적인 단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힘들구요. (저만 무식한 건가요? ㅋㅋ)
3. 오카시와 아와레란 단어가 그 대담에서 '감탄사' 정도로 번역된 것도 조금은 아쉽지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맞아요. 번역은 새로운 창작이라는데~
과잉친절은 가독성을 떨어트리기도 합니다.
바빠서 댓글을 못 달고 지나가서 늦게서야 몇자 붙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