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참 많이 읽는 편이라 스스로 생각하는 나이고,

한글 맞춤법에 관심을 갖고 있어, 어지간한 건 구분할 줄 안다는 나인데도,

도무지 요령부득(말의 중심의미를 잡을 수 없을 때)인 말들이 있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때 공부해서 가르쳐도, 또다시 헷갈리고 만다.

 

국어 선생님께 드리는 편지라 맞춤법에 어긋날까 걱정되지만,

틀려도 너그럽게 봐주세염~

 

아이들에게 받는 감사 편지에 늘 들어있는 문구다.

무식해서 틀리는 게 아니라, 한글 맞춤법이 쉽지 않다.

규정이 복잡하고,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참 많다.

 

생각하건대,

원하건대,

 

이런 말들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생각컨대,

원컨대,

이렇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글 맞춤법의 '준말' 규정에는 이렇게 나온다.

 

안울림소리(ㄴ, ㄹ, ㅁ, ㅇ을 제외한 자음) 뒤에서는 '하'가 통째로 탈락하고,

울림소리(모음과 ㄴ, ㄹ, ㅁ, ㅇ) 뒤에서는 하의 'ㅏ'만 탈락한다.

 

우리말은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분에 예민한 언어는 아니다.

오히려 우리말은 받침이 발달하여,

받침이 있는지, 없는지에 민감하고,

예삿소리, 거센소리, 된소리를 민감하게 구별할 줄 아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굳이 이런 어려운 규정을 만든 까닭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서울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발음할 수 있단 걸까?

충청도 5년, 서울 10년, 부산 30년 이상을 산 내 귀는,

부산 사투리도 들을 수 있지만,

서울말을 정확히 구사하는 일은 어렵다.

 

원칙에 맞게 쓰자면 이렇단 거다.

 

'생각 + 하건대'는 무성음(안울림소리) 다음이므로 '하'를 빼고 <생각건대>로 써야 옳고,

'원 + 하건대'는 유성음(울림소리) 다음이므로 'ㅏ'만 빼고 <원컨대>로 써야 옳다.

 

엑서사이즈~~~

연습을 더  해 보자구요~ ^^

 

'청 + 하건대'는 어떻게 될까요? 청컨대, 청건대... 청컨대가 맞겠죠?

 

다음 맞춤법 규정 개정 때엔 이런 규정을 일원화하면 좋겠다.

 

익숙하지

넉넉하지

무심하지

연구하도록

 

이말들을 줄여 써 보면 이렇다.

무성음인 위의 둘은... '하'를 뺀다.

 

익숙지

넉넉지

 

유성음인 아래 둘은 'ㅏ'만 뺀다.

 

무심치

연구토록

 

이걸 알아 듣는 사람은 천재다.

그리고 경우에 맞게 쓸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천재다.

 

그럼, 평범한 우리는?

헷갈릴 때마다 찾아봐야 한다.

그래서, 적어둔다.

 

<참고>  생각건데... 처럼 어미를 잘못쓰는 사람도 많다. 생각건대...라고 외워두시길...

 

내가 애들 가르칠 땐, 요렇게...

 

가만 냅둬도 '된소리로 소리날 땐 ㅎ을 빼도 되겠지?'

 

익숙 + 지

넉넉 + 지

생각 + 건대

 

이렇게 ㄱ, ㄷ, ㅂ 받침 뒤에선 된소리로 자연스럽게 나니깐, ㅎ을 빼자구.

 

근데, ㅎ을 빼면... 소리가 영 희한할 땐, ㅎ을 적어 준단다.

 

원 + 건대

청 + 건대

 

요렇게 쓰면, [원건대, 청건대]... ㅋㅋ 도무지 원컨대, 청컨대로 소리나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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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3-01-25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배우고 갑니다. 우리 나라 사람은 이미 ㅐ와 ㅔ 발음의 구분이 없어졌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발음 구분 안 되는 상태에서 글쓰기의 맞춤법, 정말 어렵네요.

글샘 2013-01-29 15:01   좋아요 0 | URL
그래서 서울 사람들도 '네가'를 '니가'로 말하잖아요. ㅋ~
가방을 '메고' 같은 거 잘못 쓰는 사람 참 많더라구요.

테레사 2013-01-3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너무 어려워요ㅠㅠㅠ

글샘 2013-02-05 10:40   좋아요 0 | URL
어려우니깐 자꾸 연습해야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