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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평점 :
헌걸차다 : 아주 풍채가 좋고 기상이 당당한 데가 있다
걸판지다의 사전적 풀이 : 거방지다(몸집이 크고 행동이 점잖고 무게가 있다)
걸판지다의 일반적 용례 : 즐겁고, 흥겹고, 걸게 차려 푸진 자리에 쓴다.
접힌 부분 펼치기 ▼ '걸판지다/거방지다'에 대한 시빗거리~
안녕하세요.
오늘도 사전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어제저녁에는 일터에 돌아온 기념으로 동료와 저녁을 함께했습니다.
횟집 하나 잡아 걸게 차려 놓고 돌아왔다는 신고를 했습니다.
걸판지다는 말 아시죠?
즐겁고, 흥겹고, 걸게 차려 푸진 자리를 뜻할 겁니다.
근데, 사전에서 '걸판지다'를 찾아보면 '거방지다'를 보라고 나옵니다.
거방지다의 뜻을 보면
「1」몸집이 크다.
「2」하는 짓이 점잖고 무게가 있다.
「3」매우 푸지다.
고 나옵니다.
저는 '거방지다'보다는 '걸판지다'를 더 많이 듣고 썼으며, 그게 귀에 익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전에는 거방지다만 있고 걸판지다는 없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시험을 보신다면 꼭 거방지다를 고르셔야 합니다. ^^*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쓰건 상관없이 '거방지다'를 표준어로 고르셔야 합니다.
여러분은 거방지다와 걸판지다 가운데 어떤 것을 쓰세요?
거방지다만 표준어고 걸판지다는 비표준어라는 게 이해가 되세요?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http://www.daejeon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3130
펼친 부분 접기 ▲
이정록의 시들의 모티프는 '어머니'가 '팔할'이다.
그렇다고 이 시의 모티프들을 정말 '어머니'라고 믿는다면 순진한 노릇.
이런 거짓부렁을 소설이라고 하는 겨.('소설' 중)
그렇지만, 한 세월 살아와 이제 저승문 두드릴 날이 머잖은 분의 지혜가 돋보이는 구절도 많은 건 사실.
쇠맛 좋지.
놋슨 못을 혀에 대보면 이게 이별맛이다 싶어.('이별맛' 중)
땅바닥에 절하고 댕기느라/ 허리가 끊어지겄다.
꼿꼿하게 힘을 줘도 금세 활처럼 휘어야.
힘 남았을 때, 한번/ 오지게 당겨보려고 그런다.
미친 놈, 단박에/ 저승 문짝에 명중시키려고 그런다.('저승 문짝' 중)
어머니의 눈다운 것들 중 절창은 '사랑은 편애'다.
편애가 진짜 사랑이여.
논바닥에 비료 뿌릴 때에도
검지와 장지를 풀었다 조였다
못난 벼 포기에다 거름을 더 주지.
담뿍 사랑을 쏟아부을 때
손가락 까닥거리는 건 절대 들키면 안 되여.
풀 한 포기도 존심 하나로 벼랑을 버티는 거여.
젖은 눈으로 빤히 지릅떠보며
혀를 차는 게 그중 나쁜 짓이여.('사랑' 중)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속담이 있지만,
아프긴 다 아프다만, 더 아프고, 계속 신경 쓰이는 손가락이 있음을 이 속담의 배면에 감춘 말이다.
요즘 사는 사람들,
로또 한 방 원하거나,
부모 재산 타고 났길 소망하거나,
왕재산 물려받은 남편 얻길 바라지만,
다 허튼 생각.
손가락에 얄팍한 한돈 반지 끼워주고 시작했더라도,
힘든 세월 한 세상 함께 나눈 후라야, 살았다 할 수 있는 거지.
새는 눈이 없어서 낮은 곳에 둥지를 틀겄냐?
진짜 전망은 둥지에서 내다보는 게 아니고
있는 힘 다해, 날개 쳐 올라가서 보는 거여.('전망' 중)
부부하고 부목하고 다 부씨 아니냐?
연애할 때는 불불이었는데, 받침을 활활
불쏘시개로 태우고 부부가 된 거여.('부부' 중)
언어를 뚫어지게 관조한 연후에 얻게 되는 지혜가 곳곳에 숨어있다.
된장 고추장 빼고는 숫제 간도 보지 마라.
가장 힘들어서 가장인 거여.('가장' 중)
달빛 내릴 때 보면 삼삼하니 아버지 생각이 사무쳐야.
맥주 한잔에 내가 왜 이리 수선 떠나 모르겄다.
하여튼 무너진 데 수선은 수선화가 최고여.
탱자처럼 시고 떫은 인생을 남겨준 것도 아버지니께
산소에 갈 때 몇 뿌리 옮겨 놓든지.(수선화)
가장 힘들어 가장,
수선엔 수선화가 최고,
이런 말들 속에 삶이 눅진하게 녹아 있다.
그래서 그의 말 놀림이 밉지 않다.
질펀한 농지꺼리도 그의 시에 들어서면 삶의 지혜가 된다.
허긴, 꼿꼿한 생각을 지나치게 외치면, '초식남'이 되잖은가 말이다.
생선하고 여자는
자고로 물이 좋아야 하는데 어떠냐?
- 아직은 무논 참배미예요.('인물' 중)
세상이 학교라면,
어머니는 어쩔수 없이 '先生'이다.
자식이 먼저 날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늘 넓은 거, 그게 다 먹구름 쌓였던 자리다.
어미 가슴 우물이야, 말해 뭣 하겄어.
대숲처럼 바람 소리만 스산해야.('가슴 우물' 중)
삶의 뒷자리, 다 그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