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김연수...

연수는 호흡의 중추다...

산소가 부족하면 연수의 '호흡조절 중추'와 '혈관운동 중추'가 움직여 호흡이 촉진되고 혈압이 상승한다.

 

이름이 벌써 달리기 하게 생겨 먹었나?

김연수 에세이를 읽노라니... 뭐, 하루키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번역하다가 소설가가 되더니... 이제 달리기까지?

하루키는 春樹 봄나무란 뜻인데... 통하는 뭐시기가 있나?

 

제목이 맘에 든다.

하도 <승자 독식>의 세계로 미쳐 돌아가다 보니,

<승자>외에는 모두 <루저>로 판정되는 듯 하다.

그렇지만, 세상은 그렇게 반분되지 않는 법.

 

<승자>의 반의어는 <패자, 루저>가 아니다.

이긴 사람의 반대편에는 '진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이기지 못한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거다.

 

이겨야만 산다...가 아니라, 패자는 되지 않겠어, 지지만 않으면, 세상을 열심히 사는 거라 볼 수도 있어~ 이런 오기가 보인다.

그럼 어떻게 사는 게 지지는 않고 사는 걸까?

 

1. 감각이 살아있는 삶

 

나는 매 순간 변하는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살고 싶다.

그래서 날마다 그 날의 날씨를 최대한 즐기는,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 되고 싶다.(42)

 

30대에는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 싶어서 달렸다.

그러나 이제 나 자신과 내 삶과 내가 한 일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때까지 달린다.(138)

 

대개 어른들이 그런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일 위조로 생활하면

인생에서 후회할 일은 별로 없다.(164)

 

나에게 더 많은 일이 일어나기를, 그리고 그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를...(244)

 

조그만 소리에도, 움직임에도, 주변의 색깔에도 모두 깨어있는 것.(250)

내가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일들에 귀를 기울이고 냄새를 맡고 형태와 색을 바라볼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다면, 두려움과 공포와 절망과 좌절이 지금 이 순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걸,

내 절망과 좌절은 과거에 잇거나, 두려움과 공포는 미래에 있다는 걸,

지금 이 순간에는 오직 지금 이 순간의 감각적 세계뿐이라는 걸.(251)

 

 

 

2. 생각을 열어놓는 삶

 

외로운 밤들을 여러 번 보낸 뒤에야 나는 어떤 사람의 속마음을 안다느 건 무척이나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

하물며 누군가의 인생이 정의로운지 비겁한지, 성공인지 실패인지 말하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했다.(45)

 

혼자에겐 기억, 둘에겐 추억(156)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절망과 좌절, 두려움과 공포가 거기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서다.

거기에는 오직 길과 바람과 햇살과, 그리고 심장과 근육과 호흡뿐이다. (252)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그 순간 속에 우리 삶의 모든 의미가 담긴다는 것.

천국이란 다른 게 아니다.

심장이 너무나 빠르게 뛰었던 어느 한 순간이 영원히 이어지는 일을 뜻한다.(291)

 

지금 이 순간에 몰두하지 않는 자는 유죄다. (296)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심장이 뛰고 있다면,

그건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게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의무이고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다.

 

 

 

3. 애써 긍정하는 삶

 

어쩌면 우리는 이 삶에 '칭커' 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지금은 호시절이고 모두 영웅호걸 절세미인이며 우리는 꽃보다 아름답게 만나게 됐다. 의심하지 말자.(93)

 

수감생활 이년 째의 로자 룩셈부르크의 편지...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행복한지, 울창한 여름과 생명의 도취가 느껴져."

행복과 기쁨은 이 순간 그것을 원하는 사람에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즉각적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행복과 기쁨이란 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150)

 

 

세상은 승자들만 살아가는 곳이 아니다.

적어도 지지 않는다는 것.

삶이란 마라톤에서 우승자는 한 명이지만,

누구라도 고통을 견디고 끝까지 달린다면, 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믿고, 달리자는 것.

그것이 김연수가 주는 메시지다.

 

 

마지막, 하나의 아쉬움

 

그의 감각은 온 세상을 향해 활짝 열려 있다.

그런데... 2009년을 이야기하면서, 용산을, 고 노무현 대통령을, 쌍용차를... 거론하지 않고 넘어가는 감각을 읽으면서,

세상을 향해 눈물 흘리지 못하는 감각이라면, 달리기를 통해 얻을 러너스 하이를 통해 개인적 감각에 만족하려는 사람인가 싶어 하루키식 무미건조함을 따르기라도 하는 듯 싶은가 하여 아쉬움이 남는다... 많이...

 

 

 

28쪽. 당췌... '당최'가 옳다. 당초에의 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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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2-08-27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인데, 처음 읽었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고 쫌...뭐지? 그랬거든요.
며칠전 누군가의 페이퍼를 보고 혹시나 하고 주말에 도서관에서 '졸면서' 이 책읽었는데,
제겐 '역시나' 좀 그랬어요. 특히나 글샘 님께서 아쉬워하신 그 부분들을 저도 느꼈구요.
혼자 너무 즐기시는듯해서 말입니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함께 하는 읽이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뭐 쫌 달리기나 걷기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잠깐 들긴했네요.

날씨가 이렇게 쾌청한데, 태풍이 오고 있다죠? 남부지방은 타격이 좀 심할듯 하던데
큰 피해 없이 지나가길 바랄 뿐입니다.

글샘 2012-08-27 13:08   좋아요 0 | URL
ㅎㅎㅎ 뭐지? 그렇네요... ㅎㅎ
졸면서 읽었는데 역시나라... 하루키기 되고픈 모양인데, 뭔가 싱겁더라구요.

다크아이즈 2012-08-3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들이 세상을 향해 귀 열어야 한다는 소명 의식에서 자유로워진 건(그걸 버리고 싶어하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어쩌겠어요. <세상을 향해 눈물 흘>릴 것을 작가 자신에게로 돌리는 경우가 흔해졌으니... 읽고 싶은데 실망할까 살짝 두렵사옵니다.

글샘 2012-08-30 17:14   좋아요 0 | URL
아~ 그걸 자유로워진... 이라고 표현하니 좀... 서럽네요. ㅠㅜ
일본 사회가 68혁명기 이후로 급격히 우경화되면서 하루키처럼 몽환적 작가가 인기를 끈 거...
그런 게 이제 한국 사회에도 오는 건지...
결코, 일본도 건강한 사회가 아닌데... 이 사회도 건강을 포기하고 1Q84의 또다른 환상 속으로 가야 하는건지... 좀 서러운 맘이 들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