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비행 - 생계독서가 금정연 매문기
금정연 지음 / 마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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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행기에서 서서 가는 남자의 이야기... 서서 비행...

 

'생계 독서가' 금정연 씨가 '매문기'를 내 놓았다.

글을 팔아(매문) 먹고사는(생계) 책읽는 사람.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에 버금가는 시니컬이다.

 

제목 참 얄궂다.

이 책을 들고 다니는 2박 3일 동안 내 머리는 계속 '비행기 속에서 서있는 한 남자'가 어른거렸다.

서서 비행기를 타는 또라이~ ㅠㅜ

오늘 오전, 급기야 이 책의 막바지를 읽다가 아랫배가 너무도 뒤틀려 화장실에 가서 이 책을 안고 넘기다가,

갑자기 떠오른 한 생각...

 

책 읽고, 글 쓰는 게 행복한 남자의 서재...

다름아닌... 이건, 내 명함에 (위즈덤하우스에서 새겨준) 나를 소개하는 문구고,

알라딘 서재 대문에도 걸어놓은 문패인 셈인데...

이 자가 나를 표절한 것임에 생각이 도달한 것인데...

 

書 자는 '책'과 '글'을 모두 가리킨다.

그의 '비행'은 두루 섭렵한다는 날아다니다~의 의미로 책표지에 비행기까지 집어 넣었지만,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날라리 같이 펄펄 날리는 글'의 의미가 더 잘 닿아있지 않나? 싶다.

불어의 bien(비엥)이 영어의 'good'의 뜻인데... 날라리가 거기까지 들이파진 않은 제목 같고 말이다.

 

암튼, 통속적이고(pop) 쓰레기(trash)같은 글을 '잘' 쓰기로 유명한 poptrash란 닉넴의 알라딘 주민이,

이 책을 소개해 주셨기에,

http://blog.aladin.co.kr/trackback/poptrash/5796786

그것도 계속 술 이야기를 하면서 소개를 했기에 이렇게 댓글을 붙이고 놀았다.

 

 

 

셋이서 한 잔 하기로 하고(음, 표절 시비를 합의하는 조로 내가 얻어먹어도 좋겠고, ㅋ~ 책을 낸 기념으로 한턱 내도 좋겠고, 뭐, 암튼)... 언제 부산 오시면 전화 주시기 바란다. ^^

 

지난 주말 나는 내가 언제나 사랑하는 도시인 부산에 갔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집에 돌아왔고, 아팠다.

아무래도 아무 생각없이 나이만 먹다 체해버린(난 이걸 나이만 처먹어버린으로 오독함) 것만 같아 더 아팠다.(76)

 

아마... 외로움이나 허전함이기보다... 술병이었을 게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유증~ ㅋ~

 

책이 좀 시원찮다 보니, 독자를 사로잡으려고, 명함 크기의 책갈피에 '양철 북마크'를 여섯 개나 끼워준다.

음... 좀 용서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2. 맛깔스럽고 조촐한 안주들의 향연... 서평 아닌 책 이야기...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다양한 지면에 소개된 글들을 다시 정리한 것들인 모양이다.

한 장짜리 짤막글도 있고, 제법 여러 페이지에 소개된, 박인화니와 헤밍웨이니도 있다.

짧으면 짧은 대로 아쉬웁게 남는 입맛을 다시게 되고,

길면 긴 대로 의자에 삐딱하게 기대서 남자들이 떠드는 가십을 킥킥거리면서 즐길 수 있다.

 

뭐, 제대로 서평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서평은... 책에 대한 '평가'이므로, 처음에는 책의 가치, 책의 줄거리로 시작하여, 책의 효용, 책의 평가, 작가... 등에 대하여 쓰게 된다.

내가 읽기 싫어하는 책의 한 종류가 '서평집'인데... 가끔 좋은 걸 만나지만, 대부분, 못읽고 패쓰~ 하게 되어서다.

특히 외국인이 쓴 서평집은 아무리 훌륭한 서적이라도 별로 도움이 안 되더구나.

금정연은 서평을 형식에 맞춰 쓰지 않는다. 그냥,

그냥, 쓴다.

그냥? 그래. 그냥... ㅋ~

작가가 생각나면, 작가를 쓰고, 줄거리가 쓰고프면 줄거리를 쓴다. 인물이 사랑스러우면 물고 빨다가...

모든 서평 비스름한 것들에 공통된 것이 단 하나 있다.

술 이야기가 나오면, 금정연 씨는 두 눈이 반짝거리면서 무지막지하게 진지한 모드로 글쓰기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ㅋ~

그의 매문...의 목적은 술이 아닐까?

 

암튼, MD로서의 그의 작업, 또는 전문서평가로서의 작업은 쉽지 않다.

롤랑 바르트를 끌어들여서, 그는 '널리 알려진 사람을 끌어들인 오류'를 저지르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은 책을 읽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보았습니다."

이런 사기꾼들... 하기 전에 잽싸게 덧붙이는 말...

"나로서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캬~ 솔직한 고백에 가까운...

근데, 난 MD가 마케팅 디렉터, 또는 매니지먼트 디렉터(판매 감독, 경영 감독) 정도의 우아한 용어의 준말인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랜다이저도 아니고, 멍청다이저 류인 머천다이저(판매원, 판촉 사원)라니...

아, 그런 지적 노동자들의 멋진 글에 머천다이저라니... 슬픈 이름이었다.

 

근데, 그의 이야기는 절~때로 슬프지 않다.

수시로 킥킥거리게 만들고, 혼자서 웃어서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안 그래도 왕따인 처지를 더 두텁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나는 인류라는 가족의 당당한 일원으로서 언제나 나를 포함한 인류 전체에 혀를 차왔다.

이제는 혀가 닳아 없어질 지경이다.

내가 영어를 못하는 건 바로 그런 이유다.(80)

 

그의 이런 유쾌하고도 수려한 3단 논법을 배우지 못한 아리스토텔레스는 평행우주론과

시간의 뒤집힘 등을 부러워할는지 모른다.

하긴, 그는 우주의 무한함을, 그 자신의 무한함으로 착각하는 자유를 누리는 오묘한 인류이니,

어떠한 논리도 정연하게 만들 수 있는... 음... 이름이 그래서 그렇구나... 그런 사람이다.

 

이건 꽤나 신나는 일이다.

무한한 우주가 있고, 모든 가능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가 있다.

이것은 결국 우리 앞에 놓인 삶 역시 무한한 가능성으로 차 있다는 말과도 같다. 상상하라. 현실이 될지니.(105)

 

ㅋㅋ 그는 충분히 상상하는 말맛으로 이 책을 가득 메운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상으로... 이상한 글들로 가득하다. 이 책은...

이 리뷰를 읽으니, 이 책이 사기 싫다고?

그건 안 된다. 이미 작가는 '매문'-글을 팔았다...했기 때문에, 당신은 사야 한다.

사기라고? 아니다. 머천다이즈다...

 

 

3. 머릿속에서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이는...

 

이 제목을 두서너 번 읽었다고? 그러고도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고?

그게 금정연의 장점이다. 자기도 모른단다. 근데 왜 인용했냐고? 뽀대나니까~ ㅎㅎ

금정연은 귀여운 캐릭터 모형(피겨)를 좋아한다.

왜 어른이 돈도 안 되는 그런 거에 홀리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할까?

매혹적이잖아? ㅋ

 

젊음들의 머릿속엔 늘 희망과 야심이 번뜩인다.

그렇지만, '내 사전엔 **가 없다'는 부실한 딕셔너리를 가진 자들이 젊음들이어서,

그들의 희망과 야심은 늘 명쾌한 결과물이 없이, 번뜩임으로 끝나고 마는 일이 많다.

 

그러니 제발 값싼 '위로 코드' 따위는 접어 주시라.

청춘들을 향한 것이라면 더더욱.

한때 '출판계'에 몸담았고, 지금도 한쪽 발 정도는 담그고 있는 입장에서,

고작 이것이 불황을 타개하려는 2012년 대한민국 출판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생각하면

쪽팔려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에라, 오늘도 술이나 마셔야겠다.(126)

 

늘 책 속에서 유사 답안을 찾아 보려 애쓰는 이들에게 그의 딕셔너리에서 그는 '해답편'을 보여준다.

 

책속에서 세계를 찾으려는 모든 바보들에게 해야하는 말.

그것은 '책 따위'로 시작해서 '개나 줘버리라지'로 끝나는 말. 사실 그건, 먼저 스스로에게 해야할 말.(166)

 

머릿속에서 희망과 야심을 번뜩이는 그가 낸 퀴즈이므로 난 또 퀴즈를 풀어 본다. 서서비행의 퍼즐을 풀려고 화장실에서까지 고뇌한 몰두를 가지고...

책따위...(를 개무시하는 사람들로 가득찬 세상이 왜 이렇게 더러운 개똥 같으냐 하면, 그건 인간이 책을 먹고 우아한 희망과 야심을 창조하지 못하고, 맨날 배터지게 처먹을 궁리만 하고 뱃속에서 누렇고 뭉클거리는 그것만 만들고 앉았으니, 에잇, 그 누렇고 물컹거리는 것 따위는)... 개나 줘버리리지... 음... 이 작가는 뭔가를 분명히 비밀장전해 두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4. 그의 시니컬한 비행이 연착륙(soft-landing)하길...

 

그의 문장 속에서 모든 '주의'는 기만적이고, 언어는 공허하며, 삶은 무참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그것이 아무리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사업에 불과하더라도, 그야말로 도리 없는 일이다.(170)

 

김훈을 이렇게 바라본 사람은 드물다. ^^

 

그러니 그가 작가의 말에서 밝혔듯 "늘, 너무나 많은 말을 이미 해버린 것이 아닌지를 돌이켜보면 수치감 때문에 등에서 땀이" 흐르는 것은 그가 감당해야 할 몫이리라.

 

어휴~ 시니컬의 냉기가 썰렁 흐른다. 그 뒤에 덧붙인 말. ㅋ~ 정말 썰렁버전~

 

바람이 차다.

 

월드컵과 리그를 비교하면서, 이벤트와 일상을 유추한다. 날카로움이 돋보인다.

 

쇼비니즘의 무대인 국제대회는 본질적으로 리그 경기와 다르다.

리그가 일상이라면, 월드컵은 말 그래도 이벤트다.

패배는 무의미하며 승리는 소비될 뿐.

연애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평범한 대화, 지리멸렬한 다툼, 사소한 기쁨 없이 주구장창 이벤트만 들이대는 연인과 진지한 만남을 유지하기는 힘들다.

하물며 그 이벤트가 실패라도 한다면...

우리는 오직 진정한 관계를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185)

 

비판의 칼날이 쇼비니즘으로 달려갔다면 글이 싸늘해질 수 있었지만,

그의 씨니컬은 늘 유쾌함이 감싸안고 미끈덩 넘어가는 복족류 달팽이의 유연성을 겸비했다.

 

지구 시간으로 2000년 전 "한 남자가 기분 전환도 할 겸 이제는 사람들끼리 좀 잘 해주면 얼마나 좋겠냐고 말했다는 이유로

나무에 못 박힌" 이후로 문제는 여전히 답보 상태이지만...(114)

 

세상은 더럽지만, 평행 우주가 있어서 종말 따위, 별로 겁낼 것도 없다.

'잉여'란 무서운 말이 횡행한다.

요즘 묻지마 칼부림...의 장본인들은, 스스로 '잉여'여서 딜리트 되어도 그만일 존재로 가벼이 생각하는 모양이다.

다만, 저승길로 혼자서 Del. 되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조르조 아감벤은 개미와 베짱이의 베짱이를 '호모 사케르'라 칭한다.

법적인 '예외 상태'에 놓인 존재. 죽이는 일이 권장되진 않으나 죽여도 무방한 존재.

여기서 우리는 언어가 우리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조지 레이코프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우화의 비유를 통해 게으른 베짱이는 죽어도 싸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366)

 

그의 비행은, 준비 - 이륙 - 고도확인 - 야간비행 - 악천후 - 임시 착륙... 의 진행중이다.

그가 스스로 낮추는 卑行을 하든, 삐닥한 非行을 하든, 부디... 연착륙하기 바란다.

부드럽게 잘 내려 앉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비행의 추억을 잊고 살다가,

그래야 다시 어느 날인가는 이륙 준비를 하게 될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종사는 착륙하고 푹 충분히 쉬어야 다음 비행을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제 정신이 아니다. 3주간 음주 모드라고 쓴 시점을 생각해 보면,

다음 비행 전에 장렬히 전사할지도 모르겠다. ㅋ~

 

 

p.s. 커밍 아웃...

 

그는 남자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오면... 부산에서... 회라도 한접시 펼쳐 놓고,

비릿한 바닷가에서 소주라도 한 잔 나누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남자가 아니었다. ㅠㅜ 어째야 하나? 술 약속을 취소 해야 하나?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얼빠진 놈('재원'이랑 호응관계상 다른 낱말이 어울리는데...) 선발대회에서 우승은 장담 못해도 언제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재원이 아니던가?(328)

 

<다음 국어 사전> 재원 (才媛) : [명사] 재주나 재능이 있는 젊은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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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8-23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금정연씨가 여자였군요. 왜 남자라고 생각했을까요?
몇해전에 메일 받았던 때부터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부산에서 음주모임 가질 때 여자 한 명 추가되면 취소하지 않아도 될 거 같아요.^^
알라딘을 사랑하는 알라디너라면 이 책을 꼭 사야 하는 거죠?ㅋㅋ

글샘 2012-08-24 00:05   좋아요 0 | URL
ㅍㅎㅎㅎ 장난인데요... ^^
재원이란 말을 잘못썼다고... ㅋ~ 누님도 오시게요?ㅋ~
꼭 사야한다는 법은 없겠으나~ ㅎㅎ 사랑하신다면...

순오기 2012-08-24 00:06   좋아요 0 | URL
지금 작가 소개글 보고 남자라는 거 확인했어요.
댓글 수정하러 왔더니 벌써 답글이 달렸네요.
아~ 어제 글샘님 목소리 듣고 부산가면 꼭 만나봐야겠다 생각했다니까요.ㅋㅋ
아~ 글에서 느끼는 이미지랑 목소리가 달라서 놀랐어요.^^

글샘 2012-08-24 09:41   좋아요 0 | URL
ㅍㅎㅎㅎ
목소리에 약하세요?
누님은 얼굴이랑 목소리랑 딱이에요. ㅋ~~

poptrash 2012-08-24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첫번째 리뷰는 무엇이 될까, 조금 궁금했어요.
무심한 척, 관심 없는 척 해도 결국엔 매일 검색을 해볼 수 밖에 없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멋진 글이라니!
감사합니다. 언젠가 부산, 꼭 갈게요. (그리고 재원이 여자였다니... 하하하하... ㅠ)

글샘 2012-08-24 09:36   좋아요 0 | URL
책이 참 이뻐서, 이쁘게 쓰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이상한 리뷰를 쓰고 말았네요. ㅎㅎ
근데, 왜 이상한 리뷰가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원인 제공자는 아시겠죠? ㅎㅎ

하이드 2012-08-2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자흐스탄에 가는 유일한 항공편이 에어카자흐스탄이었던 시절 카자흐스탄에 갔는데, 그 비행기 입석도 있었어요. ㄷㄷㄷ

글샘 2012-08-24 20:09   좋아요 0 | URL
우와~ 정말 서서비행인걸요? ㅎㄷㄷ입니다. ㅋ~

감은빛 2012-09-04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금정연씨가 글을 팔았기 때문에,
저는 어쩔수없이 뒤늦게서야 이 책을 살 수 밖에 없군요. ㅠ.ㅠ
지금 주문합니다. ^^

글샘 2012-09-04 19:19   좋아요 0 | URL
ㅎㅎ 어쩔 수 없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