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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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식 교수가 '헌법', '법조계', '교회'를 툭툭 건드리다가, 이번엔 '욕망'을 건드린다.

'인권'에 대한 것은 인권위원회와 관련된 것이니 좀 다른 분야고...

한국에서 가장 권위적인 것들을 건드리고 다니지만,

그의 말처럼, 참 소심하게 건드려서 별로 시원치도 않은 책이다. 갈수록 맥이 빠지는 책들이다.

 

욕망해도 괜찮다니... 욕망한다... 이런 말은 없다.

욕망 : 무엇을 가지거나 하고자 간절하게 바람, 가지거나 누리고자 간절하게 바람... 은 있지만 말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뜻풀이를 중심으로 하는 국어사전의 풀이다. 철학적 개념은 미진하다.

인간의 욕망이 늘 문제다.

 

라캉은 수식처럼 이 문제를 제시한다.

     욕 망   =    요 구  -  욕구

     desire = demand - want

 

인간의 삶에서 '가지거나 누리고자 함'의 범위를 요구라고 한다면, 욕구는 성취 가능한 것을 가리키는 말일 수 있고,

결국 '욕망'은 영원히 성취 가능하지 않은 것이고, 가질 수 없는 것이므로,

        죽어서야 해결되는 영원히 해결불가능한 대상이란 거다.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은, 저자가 분명히 한국 사회의 거품같은 <욕망>의 문제점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자서전 비슷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거창한 책을 썼을 때는,

본인 개인의 욕망에 우리는 관심이 없다.

어이하여 한국 사회가 이렇게 성매매 산업이 성행하게 되었으며,

부킹 등으로 바람난 남녀들이 그렇게 많아지게 되었는지를 밝혀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무지 많이 남는 책이다.

 

세상에 한국처럼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버스에서 안전벨트를 매기는 커녕,

술 마시고 차가 들썩거릴 정도로 그 좁은 공간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나라는 없다.

주말 고속도로엔 그런 버스들이 흔들흔들 달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속버스 댄스는 '휴가 없음'의 나라, 가장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나라의 민중들이,

휴일날 여행과 여흥을 모두 즐기기 위해 만들어낸 <욕망의 임시 방편>이 굳어져버린 것일텐데...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도 휴가는 8월 1,2,3일이라는 이상한 나라의 고속도로는 아직도 흔들리고 들썩인다.

 

조선은 지독한 <계>의 나라였다. 아니, 양반들은 <색>과 <풍류>를 즐겼지만,

성리학이라는 정치 이념은 군신을, 반상을, 남녀를, 장유를... 수직 질서로 <계>의 세상으로 묶어버렸다.

대한민국은 <조선>의 마인드를 떨치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수립된 나라다.

아직도 그 <계>는 유효하다. 당연히 <색>에 대하여 지독하게 폐쇄적인 사회인데,

국가는 모든 음주가무에 거의 무제한의 자유를 부여한다.

참으로 모순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 거다.

 

이런 사회 구조적 모순성을 밝히지 않고, 개인의 과거사를 시시콜콜하게 듣는 일은 지루했다.

그런 이야기를 쌈박하게 보여주기론, 영화 친구, 써니~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좀 제대로 왜 한국인은 제 <욕망>에 그렇게 위선적인지...

왜 한국인은 <계율>에 가장 철저한 바른생활 인간인 것처럼 꾸미면서도,

<색>의 세계에서는 세계 수위를 놓치면 아쉬울 정도로 환락의 문화가 만연하고 있는 것인지를... 밝히지 못한 건 몹시 아쉽다.

 

저자가 인용한 르네 지라르의 말처럼

인간은 강렬하게 욕망하면서도,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존재, 라서 그런 것일까?

 

답답한데, 본인은 정작 혼자서 즐기는 법을 알아 나간다고 하니... 더 답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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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는 외래어 표기법을 개무시하는 독특한 스템을 갖고 있는데...

그거야 뭐, 현지어에 가까울 수 있으니 인정한다 쳐도...

100. 댓가... 대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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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2-06-2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글 그냥 살짝 보고만 가려다가 댓글 남겨요.
김두식, 이라는 이름의 명성에 실망을 안기는 책이군요. 게다가 '창비'의 명성까지...
안 그래도 이 책에 관심 갖고 있었는데...ㅋ참고사항이네요.

"수십 년이 지나도, 아직도 휴가는 8월 1,2,3 ..." - 잘 잡아내셔서 빵 터져요.
저도 그날의 휴가에 피서 많이 다녔고, 교통체증으로 불만이었어요.ㅋ이땐 숙박요금도 바가지 씌우기 수준이에요.

2012-06-21 1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2-06-22 10:37   좋아요 0 | URL
김두식 교수 글이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서술'과 '금기된 것에 대한 터치'거든요.
어렵진 않은데, 금기된 것에 대한 터치가... 좀 그렇더군요.
교수가 청바지 입는 거 정도를 가지고 욕망...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한국 사회의 욕망...의 정도를 너무 얕잡아 본 거... 본인에 빗대어... 아닌가 싶은 실망감.

다락방 2012-06-2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는데요, 이 책의 리뷰들을 보노라면 좀 아쉽다는 말들이 많은것 같아요. 아직 읽기전이라 저는 어떤 감상을 갖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생각하기에는 '개인사'로 풀어놓는 쪽이 훨씬 더 와닿을것 같기는 하거든요. 흐음.

글샘 2012-06-22 10:39   좋아요 0 | URL
개인사를 더 찐하게 풀었어야죠. 개인이 그렇게 찐하게 욕망하지 않았으면, 영화를 들이밀든지...
하긴, 개인의 욕망을 다 드러내면... ㅋ
한국 사회에선 살기 힘들겠죠.
다락방 님 욕망은 대문 사진에서 드러나잖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