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치료다 - 치료가 필요한 어린이의 본질, 아이들의 치료사, 교사와 부모를 위한 영적 안내서
루돌프 슈타이너 지음, 김성숙 옮김 / 물병자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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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타이너의 교육학은 여느 사회학 범주의 교육학을 초월한다. 보통의 사회학은 학생을 지도 대상으로서의 인간으로 파악하지만, 슈타이너에게 학생은 '영혼'이다.

특히 장애 아동의 질환을(간질, 정신질환, 도벽 등) 신체와 에테르체와 아스트랄체의 부조화로 보고, 이것을 교사가 파악하여 치료할 수 있음을 증거한 책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교육학이라기 보다는 의학 서적이라고 해야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슈타이너가 아동의 영혼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수정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장면은 자세한 것을 모르더라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치료교육자는 언젠가 그 아이가 죽은 후에 신들이 행할 일을 현재 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도교사의 명상을 강조한다. 지도교사는 매일 밤, '내 속에 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매일 아침, '나는 신 속에 있다.'는 명상을 취한다. 점은 원이고, 원은 점이다. 점은 원 안에 포함되어 있는 존재이면서, 그 원은 다시 점 안에 포함된 존재이다.

어린아이는 7년마다 새 옷을 갈아입는다는 의견은 상당히 설득력있다. 그리고 유물론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정신'의 개념을 카르마(업)와 육화(윤회, incarnation)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것도 설득력이 강하다. 영혼이 신체에 결합하여 개성체가 되는 것은 수육과정, 즉 incarnation process라는 것이다.

교육의 황폐함이 밝혀진 현 시점에서 슈타이너의 교육 사상은 단순한 개별적 교수법이 아닌 가장 본질적인 부분, 즉 인간 존재와 정신의 실존에 대한 진정한 모습을 바라볼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늘 깨어있는 교사에게 시사적일 수밖에 없다.

기존의 지식을 주입하던 소품종 대량생산식 교육의 패러다임이 노마드(유목)적 문명전환의 시대의 교육으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슈타이너의 인간을 위한 교육, 영혼을 살피는 교육이 우리 교육에도 접목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한다.

곧 교육개혁에 착수한다고 하는데, 우리 교육엔 너무 비전이 없다. 청사진이 있고, 그 설계에 따라 차근차근 진행되는 개혁이라면 지금의 부조리함도 참고 희망을 가질 수 있으련만, 우리 교육에 희망은 너무도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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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4-10-19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보이는 것만을 쫓아온 우리들의 삶과 교육에서 보이지 않는, 하지만 보이는 우리세상을 만들어가는 보다 중요한 것을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그의 교육관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보이지 않는 곳에 대한 눈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읽고 갑니다.

파란여우 2004-10-19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선에서 계시는 분이니 어련히 잘 아시겠습니까마는 사회의 모든 기초는 교육이라고 봅니다. 그 기초가 기존의 지식이나 방식만을 주입하는 제도는 이제 정말 개혁되어야 할텐데 말이죠.

글샘 2004-10-20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 교사가 학생의 영혼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정말 가르치는 이로서의 teach-er로 전락하겠지요. 선생으로서 학생의 영혼을 돌보는 마음... 마음공부가 요체라고 생각합니다.
여우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포도가 건포도가 돼가네요. 일선- 이거 군대용어 아닐까요? 전쟁터의 가장 앞선 말이에요. 하긴 일선에서 아이들과 치르는 전투는 힘겹다는 점에서 전쟁을 방불케 하지요. 후방에서 지원이 없으면 일선의 전투는 너무 힘들답니다. 위에서의 개혁을 포기한 지 오랜지라, '나부터' 교육혁명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