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 통신 2004 - 7호                                             양운고등학교 3학년 5반


D-100일, 서두르지 말고, 쉬지도 말고


백일주를 마신다는 아이들도 있지만, 정작 입시 준비에 바쁠 너희들에게 백일주란 저 건너 동네 이야기가 되어야 겠지. 드디어 수능 달력이 하루 한 장 씩 넘어갈 그 날이 왔다.

요즘 너희 속내를 이렇게 들여다 보면, 참으로 안쓰럽기 그지없다. 지난 주에 두 친구가 수시 1 합격한 이후로, 모두들 수시 2에 관심들을 가지고 있는데, 내게 맞는 대학이 어딘지 잘 모르겠고, 대학 홈페이지들에 들어가 본들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마음은 복잡한데 머리는 책을 벗어나서 다른데로 튀어 다니고... 날마다 책과 씨름하고 있는 하루 하루가 힘겨우리라. 몇몇 친구는 공부가 힘드니깐 몸이 슬슬 나빠지고, 열심히 하려고 밤 늦게까지 공부했더니,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기 싫고, 하루씩 빠지게 되고...


이제 방학도 절반 가량 지났다. 남은 방학의 계획을 잘 세워서 자기 페이스를 맞추기 바란다. 이제 백일 남은 동안 우리가 할 일은 내게 맞는 공부를 하자는 것이다. 수학을 접은 친구들은 국어, 영어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그리고 사탐을 네 과목 다 할 필요 없는 친구는 이제 두 과목이라도 확정해서 목숨 걸고 매진해 볼 때다. (사탐 지정 과목은 교실 뒤편 배치표를 참고하면 되겠다.)

그런데, 이쯤 해서 궁금한 게 있을 것이다. 나의 수시나 정시에 맞는 대학이 어디일까 하는 것. 내가 점쟁이가 아닌 이상 누구누구는 어느 대학 합격! 하고 일러 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지난 대성 모의고사 결과로 교실 뒤편에 붙인 배치표를 기준으로 자기 모의고사 성적으로 적절한 대학의 수준을 찾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수시는 그 대학보다 조금 높은 대학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기 점수로 부경대 하위학과가 지원 가능하다면, 수시에는 상위학과 정도로 상향지원하면 될 것이다.

본격적인 상담은 개학하고 나서 하자. 선생님이 다음 주 화요일부터 열흘 동안 출장을 가게 돼서 학교를 비우게 된다. 어차피 수시 2학기 책자와 nesin.co.kr의 자료들이 업데이트 되어야 본격적인 탐색이 쉬워질 것이니깐, 조금 기다리기 바란다. 불안해하면서 이학교 저학교 홈페이지나 뒤지지 말고, 자기 공부에 최선을 다해 주면 좋겠다. 너희가 안절부절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불안해 한다고 바뀔 것은 없는 법.

그리고, 전에 준 내신 백분율을 맹신하지 말기 바란다. 학교에 따라서 A양이 전교 석차가 100등이 될 수도 있고, 200등이 될 수도 있단다. 그 애가 음미체를 아주 잘 받았는데 어떤 학교는 국영수사과만 보는 경우도 있거든. 그렇게 되면 석차가 확 뒤바뀐다는 이야기지.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국영(수) 꾸준히 하기, 사탐 2-4과목 집중 정복하기, 그리고 중간고사 준비하기이다. 100일 동안 할 일이 많다. 가장 큰 것은 중간, 기말고사, 수시 2 지원하기, 빠른 곳은 면접보기, 수능원서 쓰기 등. 시간은 잘 갈 것이고, 공부는 잘 안 될 것이다. 이 때 마음에 새겨야 하는 말.


Without haste, without rest.(서두르지 말고, 쉬지도 말고)


남은 서른 일곱 송이의 숙녀들도 조만간 합격의 기쁨을 누릴 것을 의심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d-100일, 너희가 옆에 있어도 너희가 그리운 담임선생님이 쓴다.


“이성으로 비관하더라도, 의지로 낙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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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4-08-10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ㅡ 이런 샘이 제게 계셨다면...
고교생활은 한층 더 아름다웠을텐데....
멋집니다...!!!!!!
합격의 기쁨을 누릴 것을 의심하지 말고. 맞아요. 기쁨. 기쁨은 의심을 싫어해요 흑흑.

파란여우 2004-08-10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은 왜 늦게 태어나신겁니까?..하늘도 무심하셔라...

sunnyside 2004-08-11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 글을 읽으니 과거 수험생 시절의 압박이 몰려 오는 것 같아 잠시 아찔했었는걸요. ^^ 그래도 이렇게 차분히 설명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그 막막함이 한층 덜했을 것 같아요.

글샘 2004-09-03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 제가 있어도 우리 반 아이들의 고교 생활은 충분히 상처투성이랍니다. ㅜ.ㅠ;;; 기쁨은 의심을 싫어한단 말은 제가 적어놓고 보아도 명언입니다. 허허. 우리 반 아이들 서른 여섯(넷은 1학기 수시 합격했습니다.) 모두 합격의 기쁨을 누리기를 오늘도 빕니다. 님도 같이 빌어주시길...(초면에 과한 부탁을.) 근데, 멍은 왜 드셨나요?
여우님/ 제가 늦게 태어난 건, ... 부모님 탓이라지요. 하느님 탓이기도 하구요. ^^''
써니님/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이런 정도라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간혹 가뭄에 콩이 날까 말까 아이들 중에 희망을 얻는 애들이 있답니다.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