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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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반 애가(고3) 저녁 자율학습 시간에 이 책을 읽고 있기에, 빼앗아 두었다가, 연휴에 읽어 보면서 빼앗은 것을 미안하게 생각했다. 이런 책이라면 언어영역 문제집을 디립다 푸는 것보다 유익할 수도 있을 것을. 그렇지만 한편으론 당연하게 생각한다. 조금도 늦추지 않고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임을 가르치는 것이 또한 교사의 몫이니.

여름방학이라지만 여름방학은 아이들에게 없다. 이제 백이십일 남은 입시를 위해 마지막 박차를 가할 시기. 그렇지만, 한편으론 대학이란 곳은 단순한 진학이 아니라, 자기 전공을 찾아 길을 떠나는 '초심자의 행운'을 기대해야 할 곳인데, 꿈을 생각해야 할 때인데...

살렘의 왕이란 분으로부터 "자아의 신화"를 들은 주인공 산티아고. 작년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느낀 목표를 향한 꾸준한 정진이 생각나는 주인공 이름이었다. 코엘료는 그 길을 떠올리며 주인공 이름을 지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 각자는 젊음의 초입에서 자신의 자아의 신화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 분명하고 모든 것이 가능해 보여. 그래서 젊은이들은 그 모두를 꿈꾸고 소망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알 수 없는 힘이 그 신화의 실현이 불가능함을 깨닫게 해 준다. ...... 그것은 나쁘게 느껴지는 기운이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그 기운이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 자네의 정신과 의지를 단련시켜 주지.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하낟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것.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것이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고 하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나 어른들에게나 잊혀진 꿈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어린 왕자와 같은 알레고리(우화)처럼 보이지만, 어린왕자의 알레고리에 비해서는 직접적인 어조로 우리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어린 왕자가 심오한 것은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거나 '밀밭에서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길들여진 여우' 이야기가 가지는 풍부한 은유 때문이다.

'이 세상은 도둑에게 가진 것을 몽땅 털린 불행한 피해자의 눈으로도 볼 수 있지만, 보물을 찾아나선 모험가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며 인생을 모험가의 시각으로 살라고 훈계한다. 그리고 '무엇을 하는가는 중요치 않네. 이 땅 위의 모든 이들은 늘 세상의 역사에서 저마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다만 대개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고 하면서 우리 삶의 임무를 명쾌하게 부여하고 있다.

작가는 후기에서 연금술사를 세 부류로 나눈다.

첫째, 연금술의 언어를 아예 이해하지 못한 채 흉내만 내는 사람들.

둘째, 이해는 하지만 연금술의 언어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 또한 알기에 마침내 좌절해 버리는 사람들.

셋째, 연금술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으면서도 연금술의 비밀을 얻고, 자신의 삶 속에서 '철학자의 돌'을 발견해낸 사람들.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란, 철학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비밀을 알고, 자신의 삶에 철학적 감동을 나날이 부여하는 삶이 아닐까. 우리가 살아내야 할 인생의 사막에서 '나란, 나의 본연의 모습이란' 무엇인지를 탐구하여 메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를 까마귀 같이, 독수리의 밝은 혜안과, 피라미드의 맑은 정신으로 삶을, 꿈을 곱씹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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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4-07-19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만만하게 선물할때 좋더라구요. 현대판 어린왕자이자 또 보급형 짜라투스트라 인거 같기도하고..^^

글샘 2004-07-19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책들이 쓸데없이 하드카바란 생각이 듭니다. 선물하긴 좋지만, 읽고 나면 그렇게 까지 할 가치가 있었던 책일까... 하는.
저도 선물할 때 많이 쓸 거 같네요.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란 의미를 주도록...

비연 2004-07-1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몇 권 선물했지요..이만하면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데 괜챦은 작품이다 싶어서요. 근데 글샘님 말씀처럼 하드커버는 늘 부담임다. 요즘 넘 하드커버가 많다는 느낌. (코엘료의 '11분'도 하드커버였는데..이건 좀 아깝더군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