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주는 쉬었구나.
3월 한달 바쁘면 일이 좀 줄어들 줄 알았더니,
웬걸, 아직도 학교 가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제 모의고사를 치고 나서 좀더 열심히 하려는 자세를 가지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더라. 
민우도 의욕을 좀더 가졌을 것 같다. 

아빠가 읽은 책 중에서 '꿈꾸는 다락방'이란 책이 있어.
뭐, 자기 계발서에 많이 나오는 이야기지만, 생생하게 꿈꾸라, 현실이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주제야.
'시크릿'이란 책의 주제도 그런 것이지.
이끌림의 법칙이란 거.
될 것이라고 강하게 믿으면 이뤄지지만,
안 될 거라고 스스로 비웃으면 절대 이뤄지지 않는 다는 그런 말 말이지. 

세상 일이 그런 것 같아.
늘 좋은 일이 일어날 거라고 웃으면서 살고,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하노라면, 정말 세상은 즐거운 곳이 될 수도 있는 그런 것.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모이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즐거운 곳 말이지.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 고정희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를 한번 읽어 보자.
다시 매일 짧게라도 글을 적어 보도록 노력할게.
아무리 바쁘더라도 때를 놓치면 안 되는 일이 있으니 말이야.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작정하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이 시는 세 연이 비슷한 길이로 이뤄져 있지.
그 첫 번째 연에서 가장 두드러진 단어는 <상한 갈대>구나.
제목이 <상한 영혼>이니 '상처받은 존재'란 뜻인가 보다.  

상한 갈대도 하늘 아래서 한 계절 흔들린다는 건,
고통스런 세상이라도 '좀 여유롭게' 살자는 의미겠지.
세상은 그렇게 고통스런 곳만은 아니란 거.
밑둥이 잘리는 고통을 겪어도 뿌리가 깊다면 새순이 난다는 것. 

그래서 흔들리고, 고통스럽더라도, 그것을 너무 괴롭게만 생각지 말자는 것.
갈대처럼 흔들리고 시달리더라도 꿋꿋이 버티고 나면 지난 세월 이야기할 때가 온다는 것. 

2연도 마찬가지 이야기란다.
부평초는 '개구리밥'이라고 하는 뿌리도 제대로 없는 물위에 떠서 사는 풀이란다.
보잘것 없는 존재지.
그저 바람불면 부는대로 쏠려다니는 볼품없는 수생식물. 

그렇지만 물 조금 고이면 꽃도 피운대.
세상이 아무리 가물어 보여도, 어디나 개울도 흐르고 부평초 살 수 있지.
아무리 어두운 세상이래도,
거기 등불 켜는 사람은 있듯이,
고통을 피하려고만 말고, 살 맞대고 살아보재.  

힘든 것 이겨내는 법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든 상황에 살을 맞대고 적극적으로 견대는 거지.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디든 갈 수 있고,
해가 져도 잘 갈 수 있다는구나.

그래서 드뎌 3연에서는
고통과 설움의 땅을 벗어난단다.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이 박을 수 있는 곳.
그래서 꿋꿋하게 상처를 이겨내고 꽃을 피울 수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한다.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지만,
또 그 바람이 눈물도 나게 하지만,
그 눈물이 영원히 흐를 것도 아니란다.
그러니 <상한 영혼>이여, 너무 삶에 좌절하지 말자~ 이런 얘기겠지. 

마지막에서 <상한 영혼>에게 큰 희망을 준다.
아무리 캄캄한 밤이라도 좌절하지 말라!
하늘 아래서
너를 마주잡아줄 손 하나 오고 있단다. 이러고 말이야.
박지성을 인정해줄 히딩크의 손길처럼 따스한 손길이 말이지.

세상에는 이렇게 연대할 수 있는 집단이나 인물이 꼭 있게 마련이란다.
행복한 시절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고,
불운한 시절에는 자신을 업수이 여기는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다리다보면,
마주잡아줄 손 하나 반드시 온다.
너무 마음상해 좌절하고 꺽이지 말라는 시지. 

요즘 카이스트에서 힘든 대학생활에 좌절한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일이 있었어. 
그야말로 자신이 '상한 갈대'처럼 느껴지고,
'부평초'처럼 가치없이 느껴졌을 수도 있지. 

그렇지만,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문학의 상상력일 수도 있단다.
언젠가 너를 마주잡아줄 손 하나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힘든 일도 충분히 이겨낼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현실은 쓰라리지만,
극복할 힘마저 잃어서는 안되겠다는 의지가 강한 시란다. 

전에 한번 읽었지만,
신석정의 시에도 비슷한 구절이 나오지.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어니...... (신석정, 들길에 서서 부분)

이렇게 뼈에 저리도록 슬픈 상황에서도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이 거룩한 우리의 삶의 한 순간이라니 말이야.
힘들 때,
상처받은 영혼이라 생각할 때,
이런 시를 읽어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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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1-04-14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쁘셨던 거로군요~

상처받은 것과 상한 것과 다른 의미로 다가왔었어요.
왠지 상한 그러면 썪은 우유가 생각나는 것이...

상처받는 것은 상처가 아물면 더 단단해지지만,
상한 것은 어쩔 수 없어 진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상처받은 영혼이다 싶을 때, 상한 영혼이 되는 것만은 막아보자는 심사로 읽어보려구요~^^

글샘 2011-04-14 14:35   좋아요 0 | URL
傷한 갈대... '상하다'에는 썩다와 다치다, 헐다의 뜻이 다 있습니다.
그렇네요. 많이 다치면 썩을 수도 있겠군요.^^

마립간 2011-04-14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 질문이 있는데요. TV만화 손오공에서 근두운을 대신하는 스케이트보드를 탑니다. 사오정이 이것을 보고 날틀이라고 비행기라는 의미에서 말합니다. (제가 가끔 사용하는 단어,) 날틀은 동사 어간에 명사를 합친 것으로 우리나라 정통 조어법에 맞지 않는다는 글을 읽었습니다. 우리나라 전통 조어업에 관해 책 추천 좀 부탁드립니다.

글샘 2011-04-14 17:11   좋아요 0 | URL
통사적 구조(일반적 문장 구조)에 일반적인 경우가 있고, 그것을 벗어난 경우도 있는데요.
동사 어간에 명사가 붙은 '먹-거리'나 '날-틀'은 그런 예가 되죠.
조어법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르구요. ^^
문법책이래도 일부분에 불과할 겁니다. 필요할 때마다 네이버 지식에서 검색하는 게 빠를 듯. ㅋ

마립간 2011-04-15 12:02   좋아요 0 | URL
답변 댓글 감사합니다.

글샘 2011-04-17 23:32   좋아요 0 | URL
우리말에 관심을 많이 가지셔서 제가 괜히 부끄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