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교과서 수필에 눈뜨다 - 고등 국어 교과서 문학 읽기 12
김상욱 지음 / 상상의힘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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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시대.
누구나 몇 장의 사진과 글로 인터넷 세상에서 '출판'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아직도 '출판'이라고 하면 종이책을 세상에 내놓아야 하는 줄 알겠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체를 가진다면 그것이 출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시대에 가장 일반적인 장르는 역시 수필일 것이다.
시를 쉽사리 쓰지는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하고싶은 이야기를 소설로 지어낼 여력도 없을 것이다.
그날그날의 상념을 글로 담아두고 싶은 이들에겐 수필이 뭔지도 모르고 저절로 쓰게 되는 그런 글이다.
나처럼 책을 읽고 서평을 남겨두는 사람의 글도 모두 수필에 들어가겠다. 

간혹 '이 달의 리뷰'에 당선되었다고 적립금이나 사탕이 오기도 한다.
내가 쓴 글이 당첨이 아닌 당선이 되었다니 기쁜일이기도 하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글들을 쓰는지,
나는 이 달의 마이리뷰 당선작들을 잘 읽어 보는 편이다. 
리뷰가 멋진 수필이란 생각은 그럴 때 제법 해온 일이 있다. 

이 책은 현대인이 만나기 쉬운 수필들로부터 '조사', '축사', '선언문', '평론' 및 '비평문'들을 실어 놓았다. 

1장에서는 좋은 수필들을 만날 수 있는데,
박민규의 '푸를 청! 봄 춘!'이 인상적이다. 

   
 

쓸쓸한 얘기지만 나도 당신도, 아니 대부분의 한국인은 청춘을 가져본 적이 없다.
단지 잠깐, 주민등록증에 찍힌 젊은 나이와 젊은 육체를 지녔을 뿐이었다.
변함없는 우리의 화두는 실은 언제나 '먹고 사는 것'이었다.
너무 쉽게, 또 당연하게 학교와 집, 학원과 집을 오가고 입시와 취직, 재테크와 내 집 마련으로 젊음을 다 보내버린다.
그리고는 착각하는 것이다. 내게도 청춘이 있었다고, 우리의 청춘은 이제 지나갔다고.
그러니까 사천만 명 정도의 청춘에 대한 착각! 

청춘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열심히 열심히, 이제 청춘을 준비할 생각이다.
저 반달을 기울게 할 것인가 차게할 것인가.
당신의 청춘이 끝났다면 할 말 없는 문제겠지만,
감히 말하건대 시건방 떨지 마라.
청춘은 아직 오지도 않았다.
이를테면 저, 푸를 청, 봄 춘!  

 
   

박민규가 갑자기 너무너무 사랑스러워 미치겠는 심정이 들던 글이었다.
지금 나를 규정하는 반달이 상현일까, 하현일까...
보름으로 가는 상현이지 그믐으로 가는 하현이어서는 안될 노릇이다.
늘 즐겁고 신나게 하루하루를 보낼 일이다. 그것이 청춘의 특권이다. 

권정생 선생님께 드리는 염무웅의 조사도 서글프면서 아련한 정성이 보이고,
내가 좋아하는 동화 안소영의 '책만 읽는 바보, 이덕무'를 수필처럼 본 것도 신선하다.
안소영의 글을 읽으면서 내 마음 한켠에는 햇살이 보풀이 인 책장 사이로 지나갔다.
아름다운 읽기의 추억이다. 

   
  첫 번째 금에 햇살이 닿으면 방에 들어와, 가장 환한곳에 책상을 가져다 놓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 햇살은 천천히 내 뺨을 지나고 목덜미를 지나 책장을 넘기는 손등까지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었다.
마음에 와 닿는 책 속의 글귀도 따스하고 얼굴에 와 닿는 햇살도 따스했다.
두 번째 금까지 햇살이 옮겨가는 데는 아마 네 시간쯤 걸렸을 것이다.
햇살은 내 눈을 환하게 해 주고 몸을 덥혀 준 것만이 아니었다.
햇살을 받아 환해진 책장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누런 종이 위에 놓인 검은 바둑알 같은 글씨들이 스멀스멀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그럴 때면 책장의 보풀조차 한 올 한 올 일어서 눈부신 햇살 조각이 되었다.
햇살처럼 환하게 일렁이는 글씨들은,
어느 순간부터 사람의 모습이 되고 낯선 곳의 풍경도 되었다.
때로는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나도 마음 속으로 혹은 소리 내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흐린 날에도, 등잔불이 희미한 저녁에도,
나는 그 햇살을 책 속에서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책을 대할 때마다 또 어떠한 햇살이 들어있나 나에게 말을 건네고 마음을 따스하게 해 줄지,
궁금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였다. 
 
   

안 그래도 곧 있을 국어 서술형 평가에 어떤 기준을 둘까 생각중이었는데,
비평적 에세이를 쓸 때 고려할 점을 정리해 둔 것이 도움이 되었다.
역시 지성이면 감천인가. ㅋ 

-비평의 대상이 되는 작품 
-작품을 선정한 이유
-작품의 내용
-작품의 형식
-작품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
-작품과 관련된 개인적인 경험
-작품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 

누군가는 서평은 엄정하게 써야한다고, 함부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한 사람도 있더라마는(변정수가 탈렌트가 아니었나?)
나는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쓴 것도 좋은 서평이고 비평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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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4-10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님의 표현이 더 귀여운걸요.
그럼 우린 이제 청춘인 건가요? 박민규가 저랑 동갑일껄요.

책의 긍정적인 면만 쓴것도 서평이지요. 가능하면 객관화 하라는거지 제 주관이 들어가야죠. 그래야 살아있는 서평이 되는거겠죠.

글샘 2011-04-11 14:51   좋아요 0 | URL
정말 제대로 청춘을 한번도 못살아보고 나이드는 게 억울하죠. ㅎㅎ

pjy 2011-04-11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청춘은 아직도 실종이군요~ 화두는 언제나 먹고 사는 것!
그냥 즐겁게 재밌게 먹고 살면 나름 청춘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