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 역모 사건의 진실게임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계룡산에 터를잡은 정진인이 새로이 불교 국가를 세우리라... 

이랬다는 책이란 정도 알고 있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이란 책은,
정조가 <문체반정>을 일으키게 된 배경을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논문인데,
역사적 사실을 밑바탕으로 소설을 꾸미는 김탁환의 상상력보다 더 멋진 타격 솜씨를 보여 팩션으로 훌륭한 작가란 생각을 하게 했다. 

덤으로 이 책도 보게 되었는데,
이 책에는 세 건의 <역모 사건>이 등장한다. 

그 세 건의 사건은 영조 때 1건, 정조 때 2건이었고,
영조 때는 <남사고 비결>을 정조 때는 <정감록>을 배경으로 사건이 얽혀 있다. 

한국은 <조선>이란 나라와 빨리 이별할 필요가 있다.
한국만의 문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다.
아직도 조선의 성리학자 이황, 이이, 이이의 엄마가 지폐에 들어앉은 특이한 한국의 현실에서,
조선의 역사를 냉정하게 보는 시각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이승만은 스스로를 '프린스 리'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한다.
호주제가 폐지되었지만, 아직도 사람들은 자네 어디 정가인가?
이런 물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다.
단련이 된 나야 "저는 상놈 집안이라 그런 거 관계찮습니다."
하고 말지만, 나처럼 대답하면 취업 면접에서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영조와 정조를 임진왜란 이후 국가를 부흥시킨 르네상스의 성군들로 묘사하는 것은,
모두 지네 생각이다. 

조선은 대단한 국가였다.
국가 창립 초기부터 <성리학>이란 이념을 대따 홍보하려 <홍보기획실>까지 만들었고,
홍보 팜플릿을 위하여 <훈민정음>이란 문자까지 만들었던 국가다.
역사상 이런 홍보기획실을 운영한 국가는 유일무이하다.
그리고 15세기에 <주민등록>을 실시한 국가 있음 나와보라 해라.
또, <조선 왕조 실록>이란 제도를 만들어 <왕조 사관 중심의 역사서 편찬>을 획책한,
그런 국가를 꿈꾸기라도 한 야심가가 있었다면 손들어 보라 해라.
조선이란 나라를 위하여 <홍보 기획실>에서는 <용비어천가>라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용비어천가는 1 + 123 + 1의 구성으로 이뤄져 있다. 
처음 1장은 1행으로, 가운데 123장은 2행으로, 마지막 125장은 3행으로 구성된,
1,2,3의 차근차근한 등차수열의 발전을 획책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뿌리기픈 남간 바람에 아니뮐쌔 닢됴코 여름하나니,
새미기픈 무른 가마래 아니 그츨새 내히 이러 바라래가나니... 

이렇게 조선이 영원할 것은 꿈꾼 왕조 600년. 1392년~1910년.
훈민정음을 통하여 반상회보와도 같은 홍보물을 열라 찍었는데,
그 질서를 위한 회보의 제목은 <삼강행실도 - 아랫것은 윗사람한테 무조건 복종이다>, <소학 언해 - 역시 복종이다>, <두시 언해 - 우국충정만이 살 길이다> 이런 거였다.
시선으로 일컬어지던 이태백의 '먹고 죽자' 이런 터프한 시는 절대 번역 안 한 국가다. 

이렇게 성리학적 질서를 중시하던 조선은 늘 뒤집어질 위기에 처한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질서 붕괴 조짐이 심하다.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몰려난다.
반정은 <양반 쿠데타>다.
효종은 말로만 북벌하다 종 쳤고, 숙종은 장희빈이랑 놀다 종 쳤다.
영조와 정조 시대, 강했던 만큼 피비린내도 넘쳤다.
오죽하면 제 자식을 <뒤주에 넣어 죽이는> 엽기가 판을 쳤을까. 
뒤주에서 죽은 제 아비를 복위시키는 정조의 엽기도 역시 세계적이다.
정조 이후의 순,헌,철 3대 60년간의 혼란기와 3정의 문란,
그 뒤의 대원군의 바가지로 벼락 막기. 

뒤집어지지 않은 것이 야릇하다.
결국 왕조를 위하여 '동학농민군'을 죽이려 <외인부대, 일본군>을 수입하고,
엽기국가 조선은 뒤집어진다. 

그렇지만, 늘 조선으로 돌아가려고, <광복, 빛으로 돌아가려는>을 꿈꾸는 이들은 많았다.
아마도... 조선이 남북으로 신탁통치 받지 않았다면, 십중 팔구, 공화국보다는 왕조로 복귀해서,
피비린내나는 혈전의 결과로 중국처럼 변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시대의 기록인 만큼,
왕조 실록에 적힌 역모 사건은 아주 '미약'하다.
해리포터에서 <이름조차 부르기 힘든 그 자>라고 볼드모트를 일컫듣,
실록에선 <이름조차 부를 수 없는 그 책>이 있었다.
이런 책을 세계 제1의 역사서라고 부르는 것은 좀 우습다.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것이 과연 자랑스런 일일지 의아하기도 하다.
세계 제1의 역사 날조에 가까운 책일 수 있음을 의심하지 않는 것은,
아직도 성리학적 질서에 날개를 달았던
임금에게 시청각 부교재를 만들어주었던 <성학십도>의 작가 이황과,
임금용 성리학 요점 노트를 만들었던 <성학집요>의 작가 이이가 지폐에 새겨진 국가여서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도 한 때 임금을 했던 이를 '대왕'으로까지 승격시켜 의심없이 화폐에 새겨둔 이유가,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한 '전주 이씨'의 혼일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 <상놈의 국가>가 수립되지 않고서는 조선의 역사는 날조일 수밖에 없다.
이제 겨우 호주제가 폐지되었다. 호적에서 본적도 폐지해야 한다.
아직도 공동 조상의 시사를 지내는 수백억원대의 조상 땅을 물려받은 사람들이 통치하는 국가에서
이런 일은 요원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백승종 같은 사람은 영원히 학자로 불릴 수 없을지도 모르며... 

역사학자들이 이런 <상놈 정신>을 계승하는 저작들을 많이 써야 한다.
<상놈의 자식>이 욕이 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백승종 류의 <역사학적 상상력, 인문학적 창의력>이 필요한데,
글쎄, 학자들은 이런 류를 폄훼하는 줄에 선 자들이 않을까? 싶기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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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3-14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직도 어디 정가냐고 묻는 어르신들....참 구태의연해요. 21세기인데 말이죠^*^
인문학책 추천좀 해주시는 센스!

글샘 2011-03-14 15:10   좋아요 0 | URL
세실 님은 어디 정가세요. ㅎㅎ 혹시 저랑 고향도 비슷하고 하니 먼친척이 아닐까 해서 ㅋㅋ
인문학 책 읽을 여유가 있으세요?
혹시 시간 나시면 배병삼 선생님의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사계절 주니어 클래식)나
오강남의 <장자>(현암사)도 읽어 보세요.
제 카테고리의 <마음 공부>나 <고전 읽기>에 보시면 쫌 괜찮은 책들이 있습니다.

2011-03-15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11-03-15 17:08   좋아요 0 | URL
그러셨구만요. ㅎㅎ
친척이 전혀 아니네요.

sslmo 2011-03-16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전 쟁여만 놓고 있어요.
책은 아직이어서 모르겠고, 리뷰가 '쫌' 근사한거 아녜요?

전 결혼하고 되게 웃겼던게,(시댁에서 알면 소박 맞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남편 성, 무슨 이씨 몇대 손 무슨 파를 왜 제가 외워야 하냐는 거죠.
솔직히 말이 좋아서 선비지...책만 읽고 음풍농월하는 사람들 한량 아녜요?^^

글샘 2011-03-16 09:22   좋아요 0 | URL
저는 지난 번 백승종을 샀더니 이 책이 뽀나쓰로 왔더군요. ^^
별로 기대 안 하고 봤는데 세 꼭지를 소설처럼 잘 썼더라구요.
역사적 상상력과 창의력이 사료 이상으로 힘을 발휘한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자 나부랭이들은 그런 거 싫어하지만요. ㅋ
여성뿐만이 아니라, 한국인들은 아직 조선에서 묶여 사는 것 같아서 몇 자 적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