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 걸작선 - <오이디푸스 왕> 외 3대 비극작가 대표선집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아이스퀼로스 외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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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의 대표작가라면 아이스퀼로스(아가멤논,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소포클레스(오이디푸스, 안티고네), 에우리피데스(메데이아,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를 꼽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서사시 시대가 만들어낸 '비극'을 최고의 예술로 여기는데,
그리스 비극은 특별한 구성을 갖고 있다.  

'프롤로고스'는 드라마의 상황을 제시하는 독백이나 대화 등이다.
'등장가'는 코러스가 부르는 노래이며,
'삽화'는 코러스의 노래 사이에 삽입된 대화 장면이다.
'정립가'는 코러스가 자리잡고 서서 또는 좌우로 움직이며 부르는 노래다.
'엑소도스'는 코러스가 오르케스트라를 떠나며 부르는 노래다.
비극에 따라 고인을 애도하는 '애탄가'가 들기도 한다. 

아이스퀼로스의 <아가멤논>은
현존하는 유일한 비극 3부작 '오레스테이아(오레스테스 이야기)'의 첫번째 작품이다.
트로이아 전쟁에서 승리한 그리스군 총사령관 아가멤논이 10년만에 귀향하던 날
아내 클뤼타이메스트라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에 의해 욕조에서 무참하게 살해당한다.
아내는 함대를 이끌고 떠나는 남편이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 것을 용서할 수 없으며,
정부는 아가멤논의 아버지가 자기 아버지를 추방하고 형들을 살해한 데 대한 복수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고통을 통해 깨달음에 이른다>는 아이스퀼로스의 주제가 드러난 작품. 

<프로메테우스>는 아이스퀼로스 작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많다.
제우스를 도와 티탄 족을 이기고 올림포스 신족의 시대를 열게 해주었지만,
불을 주고 기술을 가르쳐 주는 등 인간을 편들다가 미움을 사
헤파이스토스 등에 의해 카우카소스 산의 암벽에 결박당한다.
이때 암소로 변한 이오가 지나자 그녀에게 제우스의 몰락을 예언한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비극의 모든 요건을 갖춘 가장 짜임새있는 드라마'라고 아리스토텔레스의 극찬을 받은 작품이다.
스핑크스 수수께끼를 푼 오이디푸스가 테바이의 왕이 되고,
왕비 이오카스테와 결혼하여 2남2녀를 두고 산다.
역병 창궐로 선왕 라이오스의 살해범을 반드시 잡겠다고 하는 도중, 자신이 그의 아들임이 밝혀져,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제 눈을 멀게 한다.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뤼네이케스가 골육상장 끝에 서로 죽이게 되자,
새로 테바이의 왕이 된 크레온은 다른 나라 군대를 읶르고 조국을 공격한 폴뤼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못하게 한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오라비 장례를 치러주다 크레온 앞에 끌여온다.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와서 천륜을 어기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 하자 불안한 마음으로 석굴로 간 크레온은,
목매달아 죽은 안티고네와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하이몬을 본다.
궁전으로 돌아온 크레온은 아내 에우뤼디케가 절망으로 자살했다는 비보를 접한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는 이아손과 메데이아 신화 후반이다.
이아손이 메데이아 공주의 도움으로 황금 양모피를 구해 왔는데도 펠리아스가 왕위를 내주지 않자
메데이아는 속임수를 써 그를 죽인다.
추방당한 그들은 코린토스에서 행복하게 살지만 메데이아에게 싫증이 난 이아손은 코린토스 왕 크레온의 딸과 결혼하려 한다.
절망한 메데이아는 복수를 다짐하고 하루 말미를 얻어 독이 묻은 드레스와 머리띠로 신부와 아버지를 죽게 한다.
그리고 메데이아는 제 자식들을 제 손으로 죽인다. 이아손을 자식 잃은 아비로 만들고 싶었고, 이왕 죽을 것이면 어미가 하는 것이 낫다고...
메데이아는 절망에 몸부림치는 이아손을 조롱하며 아테나이로 도망친다. 

<타우리케의 이피게네이아>는 아가멤논의 딸로 제물로 바쳐졌지만 마지막 순간 아르테미스가 사슴을 넣어 그녀를 구했다.,
여사제가 된 이피게네이아는 그리스인 두 명이 제물로 끌려오자,
고향에 편지를 전해주면 한 사람을 살려주기로 하고 편지를 읽어 주다 남매간임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그녀는 어머니를 죽인 살인자인 두 사람을 세정한다면서 그리스로 탈출한다.

안티고네에서 하이몬 :
"모든 여인 중에서 가장 죄없는 그녀가
가장 영광스런 행위 때문에 가장 비참하게 죽어야 하다니..."
이런 대사가 비극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다. 

메데이아 :
"우리 여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 일에는 서투르지만
온갖 악한 일에는 가장 영리한 장인들이 아니던가." 

비극 속에 담긴 인생의 축도를 읽는 일은
비단 재미뿐 아니라 삶의 궤적을 돌아보게 하는 일이며,
인간을 만남에서 비극은 탄생할 수 있다는 교훈도 준다. 

영웅의 이야기가 <서사시>라면,
운명에 의하여 고통받는 인간의 이야기가 <비극>이다.
요즘 읽고 있는 신곡처럼 구원의 이야기가 <희극>일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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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2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학>을 읽을 때 고대 그리스 비극과 같이 읽어보면 좋을거 같아요.
오히려 <시학>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고 비극 역시 비극 읽기 특유의
재미도 느끼게 되는 시너지효과가 있을거 같습니다 ^^

글샘 2011-02-21 17:13   좋아요 0 | URL
시학을 읽는 순서는요...
당연히 <서사시>를 먼저 읽고,
다음에 <비극>을 읽고,
그리고 <시학>을 읽어야 되겠지요.
<시학>에서 언급되다 만 <희극>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읽어도... ^^

양철나무꾼 2011-02-20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겨울 이 동네에서 '시학'이 유행해서 저도 장만은 해 놨는데...
범접할 수 없는 대상 마냥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메데이아'만 읽었어요.

이쯤되면, 독서 취향에 교집합이 없다는 말이 설득력 있는걸요~

글샘 2011-02-21 17:14   좋아요 0 | URL
저도 서평단 도서로 받아 읽고는 있는데, 워낙 띄엄띄엄이 되네요.
우리 업종이 2월은 정말 바쁜 달이거든요. 백조의 발놀림처럼... ㅋㅋ

제가 교집합이 없단 말은... ^^
양철나무꾼님의 장르문학 독서 취향에서 제가 워낙 멀어 드린 말씀인데
그게 가시처럼 콕 옆구리에 박혔나보네요. ㅎㅎ